KBO 리그의 오랜 쟁점이었던 제도 개혁이 시동을 걸었다. 프로야구 선수협은 12월 2일 총회를 통해 KBO 이사회에서 결의한 리그 제도 개선 방안에 대한 찬반투표를 통해 과반수 지지로 수용 의사를 밝혔다. 셀러리에 대해서는 제도의 모호성을 이유로 부정적 입장을 유지했다. 조건부 수용이었다.
이제 시작이라 할 수 있지만, 그동안 제도 개선 논의조차 이루어지지 않았던 것과 비교하면 크게 달라진 분위기인 건 분명하다. 그동안 선수협의 이사회의 제도 개선에 대해 반대 의사를 유지했다. 선수 권익 보호라는 명분이 강했다. 하지만 선수협에 대한 부정적 여론이 그들에게 부담이었다. 최근 프로야구 흥행에 적신호가 켜지고 시스템 전반에 대한 개혁 여론이 커지는 상황에서 선수협이 더는 변화를 거부하기는 어려웠다. 한 번 시작된 변화는 이제 거스를 수 없는 대세가 될 가능성이 크다.
제도 개선은 그동안 변화 필요성이 계속됐던 부분이 모두 포함됐다. 우선, FA 제도에 있어 선수 등급제와 보상 제도 완화가 내년 시즌 적용될 것으로 보인다. 이는 구단과 선수협 모두 그 필요성을 공감하는 부분이다. FA 대상 선수 누구에게나 적용되는 보상 선수 제도로 즉시 전력감 베테랑들의 이적 자체가 어려웠던 상황이 개선될 수 있다. 원 소속 구단의 선처를 기대하거나 싸인 앤 트레이드 등 과정을 거쳐야 선수 생활을 이어갈 수 있었던 장면도 사라질 것으로 보인다. 이를 통해 선수 이동이 보다 활성화되고 FA 제도의 혜택을 보다 많은 선수가 누릴 수 있다. 구단들도 필요한 선수를 한층 부담 없이 영입할 수 있다.
하지만 시행을 위한 세부내용은 협의가 필요하다. 선수 등급을 산정하는 기준과 보상금액의 규모도 합의가 필요하고 보상 방법에 있어 기존의 보상 선수와 보상금 외에 신인 드래프트권으로 대체하는 방안도 논의의 대상이 될 수 있다.
FA 취득 연한도 고졸 8년, 대졸 7년으로 1년씩 완화했다. 이로 인해 선수로서 기량이 정점을 지나는 시기에 FA 취득 자격을 얻는 문제점을 개선할 수 있다. 하지만 여전히 취득 연한이 지나치게 길다는 의견은 여전하다. FA 계약이 현재의 가치와 함께 미래의 가치로 고려해야 한다는 점을 고려하면 8년과 7년의 취득 연한은 계속 논란이 될 수 있다.
이와 함께 메이저리그에서 운영 중인 부상자 명단 제도를 통해 경기 중 부상으로 인한 FA 산정일 수 손해를 경감할 수 있는 방안도 환영할만한 일이다. 다만, 연봉 3억원 이상의 고액 연봉 선수가 부상 외의 기량 저하 문제로 2군으로 강등될 경우 해당 일수만큼 연봉의 50%가 삭감되는 조항이 유지되면서 구단과 선수 간 갈등 요소는 아직 남아있다. 대신 리그 최저 연봉을 현행 2,700만원에서 3,000만원으로 인상하면서 많은 선수가 이 혜택을 받을 수 있는 건 긍정적이다.
FA 제도와 함께 뜨거운 감자와 같았던 외국인 선수 제도도 변화가 확실해 보인다. 기존 3명 보유 2명 출전에서 내년 시즌 3명 보유 3명 출전으로 변화가 이루어진다면 기존의 선발 투수 2명, 타자 1명의 보편적 외국인 선수 구성에도 변화가 예상된다. 공격력이 약한 팀은 자유롭게 2명의 외국인 타자 영입을 할 수 있고 외국인 불펜 투수 영입도 활발해질 수 있다. 여기에 2021년부터 도입되는 육성형 외국인 선수 제도는 기존 외국인 선수의 기량 미달과 부상으로 인한 교체 시 불필요한 비용 소모를 줄이고 전력 공백을 감소할 수 있다. 대신, 국내 선수 엔트리 감소 문제는 1군 엔트리를 27명에서 28명으로 늘려 보완했다.
이 외국인 선수 제도는 그동안 야구팬들이 강력히 개선을 요구했던 사안이었다. 보다 수준 높은 야구를 보기 원하는 팬들은 외국인 선수 기용의 유연성을 더하기를 원했고 구단 역시 이에 긍정적이었다. 선수협의 국내 선수들의 기회가 줄어드는 걸 우려했다. 하지만 최근 계속되는 프로야구 수준 논란과 국제경기 부진 등의 요인이 겹치면서 더는 변화를 거부할 수 없게 됐다. 여기에 사그라들지 않는 FA 거품론도 외국인 선수 제도 변화를 이끌었다.
이 모든 제도의 변화는 아직 확정되었다고 할 수는 없다. 세부내용을 보완해야 하고 구단과 선수협, 팬들의 공감대를 얻어야 한다. 대체로 이에 대한 긍정적 여론이 우세하지만, 구단 편의주의로 흘러서도 안되고 리그의 폐쇄성을 유지하는 방향으로 가는 것도 안된다.
중요한 건 팬들의 의견과 여론이다. 야구팬들은 오래전부터 제도 개혁의 필요성을 주장했다. 야구팬들의 수준은 프로야구 역사가 쌓이면서 높아졌고 팬들은 이제 프로야구가 보다 체계적인 시스템으로 운영되길 기대하고 있다. 경기력 향상은 물론이고 시대 흐름에 맞는 변화도 요구하고 있다. 프로야구 역시 대기업 지원에 의존하는 구조로는 한계에 봉착한 만큼 자생력을 갖추기 위해 변화는 필수적인 조건이다. 어렵게 시작된 변화가 긍정적인 방향으로 유지될 수 있을지 궁금하다.
사진, 글 : jihuni7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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