팀 레전드 출신 정민철 단장 부임 이후 활발한 스토브리그를 보내고 있는 한화가 새로운 주장으로 이용규를 선택했다. 이용규는 선수들의 투표로 주장에 선임됐다. 올 시즌 트레이드 파문으로 구단과 마찰을 빚으며 1년간 무기한 출전 정지의 구단 징계를 받았던 이용규가 이제는 선수단과 코치진 구단 사이에서 가교 역할을 하게 됐다.
이용규의 주장 선임은 올 시즌 내내 불편했던 구단과 코치진과의 관계를 고려하면 예상치 못했던 결과였다. 이용규가 진심 어린 사과를 통해 팀에 복귀하긴 했지만, 갈등의 골이 완전히 메워졌다고 할 수 없기 때문이다. 하지만 선수들의 이용규에게 다시 한번 신뢰를 보냈다.
이는 구단과 선수들 간의 보이지 않는 갈등의 표출된 것이 아닌가 하는 오해를 가져올 수도 있는 일이다. 특히, 한화의 리빌딩 정책은 그동안 베테랑 선수들의 소외를 불러왔다. 베테랑 선수들은 구단의 방침에 따라 전력에서 배제되거나 역할 비중이 줄었다. 팀 체질 개선은 분명 좋은 의도였지만, 인위적인 세대교체는 팀 캐미를 유지하는 데 있어 악영향을 줄 수 있는 일이었다. 한화는 이런 부작용에도 한용덕 감독 체제가 들어선 2시즌 동안 리빌딩을 강력히 추진했다. 2018 시즌 한화는 정규리그 3위를 차지하면서 리빌딩과 성적을 모두 잡았다는 평가도 받았다.
하지만 올 시즌 한화는 투. 타에서 모두 내림세를 보였고 하위권으로 추락했다. 지난 시즌보다 더 나은 전력이라는 평가와 함께 외국인 투수들의 분전, 투. 타에서 최고의 성적을 기록한 포수 최재훈의 분전 등 긍정 요소가 많았지만, 한화가 기대했던 젊은 선수들의 기량 정체로 팀 전체적인 힘이 떨어졌다. 이는 성적 하락과 직결됐다.
그 과정에서 의도적인 베테랑 홀대에 대한 비판 여론이 일어났다. 한화는 투. 타에서 중요한 역할을 했던 베테랑들을 과감히 전력에서 제외하고 젊은 선수들로 그 자리를 채웠지만, 결과는 좋지 않았다. 실력을 바탕으로 한 경쟁이 아닌 인위적인 리빌딩은 올 시즌 득보다 실이 많았다.
이용규 역시 초기에는 그가 초래한 트레이드 파문에 대해 상당한 비난을 받았지만, 시간이 흐를수록 다른 여론 기류가 형성되기도 했다. 무엇보다 이용규가 빠진 한화 외야진의 부진은 구단에 대한 비난 여론을 더 증폭시켰다. 한화는 2루수 정근우의 외야 전화이라는 획기적인 아이디어를 현실화했지만, 이용규는 외야 수비 부담으로 공격에서도 부진했고 부상이 겹치면서 어려운 시즌을 보내야 했다. 외국인 타자 호잉 역시 지난 시즌보다 떨어지는 활약을 하면서 한화 외야의 공격력은 눈에 띄게 약해졌다. 이는 팀 공격력 약화를 불러왔다.
여기에 한화는 마운드마저 국내 투수들의 부진 속에 선발진과 불펜진 모두 힘이 떨어지면서 상승 동력을 얻을 수 없었다. 그 때문인지 2018 시즌 찬사를 받았던 한용덕 감독의 리더십마저 흔들리고 말았다. 특히, 베테랑 선수들과의 불편한 관계는 한용덕 감독에게는 부담이었다.
시즌 종료 후 한화는 정민철 단장 체제로 변화를 모색했다. 정민철 단장은 베테랑들에 대한 인위적 전력 배제보다는 능력을 인정하고 전력 강화라는 목표로 팀 개편을 주도했다. 20대 전도 유망한 포수 지성준을 롯데로 트레이드 하면서 30대의 선발 투수 장시환을 영입했고 30대 중반을 향하는 마무리 정우람과의 FA 계약을 체결하며 그의 가치를 인정해주었다. 이런 움직임은 베테랑 선수 활용에 있어 변화가 예상되는 일이었다. 이용규의 신임 주장 선임은 한화의 달라진 분위기를 반영하는 일일 수도 있다.
이는 한화가 팀 전력에 도움이 되는 베테랑 선수들과 함께 하겠다는 메시지일 수 있다. 그 한편으로 한화는 팀을 위해 내야와 외야를 병행하는 희생을 했던 정근우를 2차 드래프트 명단에서 제외하면서 그의 LG 행을 지켜봐야 했다. 이에 대해 한화 팬들은 강한 불만을 드러냈다. 아직은 신구의 조화가 물 흐르듯 이루어질 수 없음을 보여주는 사건이었다.
이런 상황은 내년 시즌 주전 외야수로 복귀하는 이용규에게는 기회일 수도 있고 큰 부담일 수도 있다. 실제 송구의 약점이 있지만, 한화 외야진에서 이용규만큼의 스피드를 겸비한 공격력과 수비력을 겸비한 선수는 없다. 테이블 세터로서 여전한 능력이 있다. 경험이라는 자산도 무시할 수 없다. 1년간의 경기 공백과 체력 문제라는 변수는 있지만, 이용규가 개막전 주전 외야수로 나서는 건 분명해 보인다.
이용규로서는 자신을 향하는 다수의 따가운 시선을 거두기 위해서도 경기력으로 존재감을 보일 필요가 있다. 그렇지 않다면 상당한 비난 여론에 다시 직면할 수도 있다. 하지만 더 큰 문제는 충분한 기량을 갖추고 있는 베테랑 선수가 경기력과 관계없는 문제로 경기에 나서지 못했다는 점이다. 이용규는 경솔했고 한화 구단은 구단은 다소 감정적이고 성급할 결정으로 팀 분위기를 좋게 만들지도 못했고 성적도 부진했다. 비즈니스 적 관점에서 전력 강화를 위한 트레이드 카드로도 활용하지 않았다. 그렇게 이용규와 한화는 서로에게 무의미한 1년을 보냈다.
이용규가 논란의 중심에서 한화의 세대교체 과정에서 중요한 징검다리 역할을 할 수 있을지 여전한 기량으로 가치를 유지할 수 있을지 이용규의 주장 선임은 일단 그에 대한 기대감을 높이는 건 분명하다.
사진 : 한화이글스 홈페이지, 글 : jihuni74
'스포츠 > 2019 프로야구' 카테고리의 다른 글
[2019 프로야구] 손승락, 최고 마무리 기억 뒤, 험난한 2번째 FA (8) | 2019.12.12 |
---|---|
[2019 프로야구] 2년 연속 골든글러브, 최고 유격수로 자리한 김하성 (5) | 2019.12.10 |
[2019 프로야구] 롯데, 여전히 풀지 못한 과제 3루수 찾기 (7) | 2019.12.08 |
[2019 프로야구] 베테랑 위기의 시대, 실력으로 극복한 kt 유한준 (2) | 2019.12.06 |
[2019 프로야구] 두산, 우승의 영광 뒤 찾아온 상실의 스토브리그 (8) | 2019.12.05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