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야구 FA 선수들의 계약이 지지부진하다. 팀 간 이동은 없고 원 소속 구단과의 줄다리기만 이어지고 있다. 그나마 계약에 이른 선수들의 다행이지만, 그렇지 못한 선수들이 대부분이다. 냉랭하게 변한 FA 시장의 분위기는 선수들에게 불리하게 작용하고 있다. FA 등급제 등 제도 개선의 혜택도 받을 수 없는 상황에서 선수들의 협상보다는 구단의 조건을 받아들일지 말지는 선택해야 하는 처지다.
이는 과거 실적이 있었던 베테랑들에게도 예외는 아니다. 미래 활약을 담보할 수 없는 베테랑들은 냉혹한 현실에 직면할 수밖에 없다. 리그 최고 마무리 투수로서 통산 271세이브를 기록하고 있는 롯데 손승락도 다르지 않다. 손승락은 2016 시즌 롯데와 맺은 4년 계약이 올 시즌 끝났다. 손승락은 4년간 롯데의 마무리 투수로 자리했다. 기량이 내림세라는 평가에도 손승락은 2017 시즌 37세이브를 기록하며 이 부분 타이틀을 차지하기도 했다. 하지만, 2018 시즌부터 손승락은 30대 후반의 나이에서 오는 노쇠화 현상이 뚜렷했다. 절대적이었던 마무리 투수 자리도 흔들렸다.
2019시즌 손승락은 부진한 투구 내용으로 상당 기간 2군에 머물기도 했고 마무리 투수 자리도 내놓아야 했다. 시즌 후반기 마무리 투수로 복귀했지만, 롯데의 극심한 부진 탓에 세이브 기회도 많지 않았고 과거의 강력한 마무리 투수의 모습도 보여주지 못했다. 손승락은 통산 300세이브 달성의 목표를 가지고 있었지만, 올 시즌 9세이브를 수확하는데 그쳤다. 그렇게 손승락은 FA 계약 마지막 시즌을 아쉬움 속에 마무리했다.
손승락으로서는 2번째 FA 자격 신청이 부담스러울 수 있는 상황이었지만, 그의 권리를 행사했다. 예상대로 시장의 반응은 차가웠다. 올 시즌 부진도 문제였고 이제 40살을 향하는 그의 나이도 좋은 평가를 받기 어렵게 하고 있다. 기량이 내림세에 있는 불펜 투수에게 보상 선수를 내주며 영입할 구단은 없다. 원 소속팀 롯데 역시 손승락의 4년간의 공헌도로 그를 평가할 수 없다.
손승락 역시 이런 분위기를 모를 리 없다. 손승락으로서는 롯데와의 계약이 최선이지만, 롯데는 적극성을 보이지 않고 있다. 손승락은 부상 이력이 없고 불펜 투수로 경쟁력이 있다는 입장이지만, 롯데는 신중한 입장을 유지하고 있다. 손승락과 롯데가 FA 계약을 위한 협상을 했다는 움직임도 보이지 않는다.
어려운 여건이지만, 손승락의 경험과 노하우는 결코 무시할 수 없는 자산이다. 구위 저하 현상을 보이고 있지만, 손승락은 여전히 140킬로 중반의 직구를 던질 수 있다. 주무기 컷패스트볼의 위력이 감소했다고 하지만, 구종의 가치는 아직 살아있다. 올 시즌 손승락은 직구와 컷패스트볼 위주의 투구에서 포크볼과 커브 등을 더하며 구종의 다양성을 더하는 투구로 변화를 모색했다. 후반기 투구 패턴 변화는 긍정적인 결과를 보여주기도 했다.
롯데로서도 손승락의 가치를 무시할 수 없다. 롯데는 불펜 사정이 상대적으로 낮다고 하지만, 그 내용을 살펴보면 불확실성이 가득하다. 손승락을 대신할 마무리 투수 자리가 아직 미정이다. 시즌 중 마무리 투수로 나섰던 구승민은 부담을 이겨내지 못했고 부상으로 재활 중이다. 또 한 명의 마무리 투수 후보 박진형도 부상 이력이 있고 내구성에 의문이 있다. 주무기 포크볼은 위력적이지만, 투구의 기복이 있다. 아직 군 문제를 해결하지 못했다는 점도 부담이다.
롯데는 지난 시즌 후반기 선발 투수 김원중을 불펜으로 전환해 가능성을 발견했다. 김원중은 직구 구위는 인정받고 있다. 선발 투수보다 불펜 투수로서 더 장점이 있다는 평가도 있지만, 투구의 꾸준함에서 항상 문제를 보였다. 긴박한 승부를 자주 접해야 하는 마무리 투수에게 필요한 강한 멘탈이 있는지도 의문이다. 그 외에 2차 드래프트 성공 사례 중 한 명인 오현택은 사이드암으로 좌타자 승부에 어려움이 있고 올 시즌 부진했다. 올 시즌 불펜진에서 분전한 진명호는 마무리 투수의 역할을 하기에는 안정감이 부족하다.
현시점에서 손승락을 빼고 마무리 투수로 나설 투수가 보이지 않는 롯데다. 롯데로서는 내년 시즌 집단 마무리 체제도 고려할 수 있다. 그렇다고 해도 손승락의 마무리 투수로서의 경험은 분명 큰 도움이 될 수 있다. 손승락이 마무리 투수를 고집하지 않는다면 그 활용폭이 커질 수 있다.
이러한 상황은 선수 생활을 연장을 원하고 있는 손승락과 전력의 플러스 요소가 될 수 있는 손승락이 필요한 롯데의 협상을 촉진할 수 있는 요인이다. 다만, 계약 조건의 문제에서는 이견이 생길 수 있다. 손승락은 계약 기간을 조금 더 연장하고 싶어하고 롯데는 기량이 급격한 저하가 우려되는 손승락에게 장기 계약을 안겨주긴 어렵다. 금액적인 문제보다는 기간이 협상에 큰 난관을 불러올 가능성이 크다.
손승락은 아직 롯데에서 역할을 할 수 있는 불펜 투수다. 그가 계속 쌓아갈 수 있는 통산 세이브 기록도 큰 가치가 있다. 지난 4년간 부침이 있었지만, 롯데에서 손승락의 비중은 상당했다. 평가는 엇갈릴 수 있지만, 4년간의 FA 계약을 실패로 기억하는 건 무리가 있다. 결론은 손승락이 내년 시즌 롯데의 프로세스에서 어떤 비중을 차지하고 있을지가 또 한 번의 FA 계약에 있어 중요한 변수가 될 것으로 보인다.
사진 : 롯데 자이언츠 홈페이지, 글 : jihuni7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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