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 프로야구] 아슬아슬, 하지만 값진 위닝시리즈 롯데

개막 5연승 후 내림세를 지속했던 롯데가 모처럼 위닝 시리즈에 성공하며 분위기 반전에 성공했다. 롯데는 5월 23일 키움과의 주말 3연전 마지막 경기에서 팽팽한 투수전 끝에 2 : 0으로 승리했다. 롯데는 5할 승률 이상을 유지하게 됐고 중위권 순위를 유지하게 됐다. 

롯데 선발 투수 서준원은 6.2이닝 3피안타 1사사구 4탈삼진 무실점의 올 시즌 최고의 호투로 시즌 2승에 성공했다. 서준원에 이어 등판한 박진형, 구승민, 마무리 김원중까지 롯데 불펜진은 키움의 추격을 무실점으로 막아내며 팀 내 가장 어린 선발 투수의 승리를 지켜냈다. 

키움은 서발 투수 최원태가 6이닝 5피안타 무사사구 3탈삼진 1실점의 호투를 했지만, 타선이 롯데 마운드 공략에 실패했고 득점 기회에서 적시타 부재가 이어지며 위닝 시리즈를 내주고 말았다. 전날 롯데 마운드를 상대로 12득점했던 키움의 타선은  단 4안타의 빈공을 보였다. 최원태는 패전투수가 되면서 올 시즌 4번의 선발 등판에서 승리를 기록하지 못하는 불운이 이어졌다. 

롯데에게는 의미 있는 승리였다. 롯데는 침체될 수 있는 팀 분위기를 되살릴 수 있었고 기존의 타선이 폭발하지 않으면 승리가 어려웠던 패턴도 깨뜨렸기 때문이었다. 롯데는 개막 5연승 기간 폭발적인 타선의 힘으로  중반 이후 역전하며 승리하는 경기가 많았다. 승리는 짜릿했지만, 선발 투수들의 이닝 소화능력이나 필승 불펜진과 추격 불펜진의 실력 격차가 큰 문제점을 안고 있었다. 승리가 그런 문제를 덮었을 뿐이었다. 

 

하지만 타선이 주춤하면서 롯데의 승리 방정식은 이어지지 못했다. 상대 강력한 투수진에 타선이 막히면 답답한 경기 흐름이 이어졌고 선발 투수들의 초반 난조를 보이면 속절없이 무너지는 경기가 많았다. 이에 시즌 초반 롯데에 대한 긍정적인 여론 분위기도 크게 달라졌다. 지난 시즌 최하위 팀의 반전이 무리라는 의견과 시즌 초반 연승은 진정한 실력이 아니었다는 비판도 있었다. 여기에 주중 하위권에 머물던 KIA와의 3연전을 모두 패하면서 롯데가 추락이 가속화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졌다. 

롯데는 주말 3연전에서 분위기 전환이 필요했지만, 그들의 상대는 강팀 키움이었다. 키움은 브리검, 요키시, 최원태까지 1, 2, 3선발 투수가 모두 나설 수 있었다. 롯데는 노경은을 시작으로 시작으로 하는 선발 투수진의 무게감이 크게 떨어졌다. 키움은 강타선을 감당할 수 있을지 알 수 없는 주말 3연전이었다. 

이런 비관적 전망에도 롯데는 주말 3연전 첫 경기에서 키움 에이스 브리검 공략에 성공하는 등 타선이 폭발하며 9 : 7로 승리했다. 롯데는 선발 투수 노경은이 부진했지만, 이어 등판한 불펜진이 키움 타선의 흐름을 잘 끊었다. 마무리 김원중은 시즌 첫 세이브를 기록하기도 했다. 롯데의 중반 이후 역전승이라는 중요한 승리 공식이 재현됐다. 롯데는 흐름을 이어가고 싶었지만, 부재중인 제5선발 투수 자리를 채우지 못하면서 주말 3연전 2번째 경기에서 대패를 피하지 못했다. 롯데는 가용 불펜진을 모두 동원했지만, 키움의 타선을 막기에 역부족이었다. 롯데 마운드의 문제가 그대로 드러난 2차전이었다. 

롯데로서는 이번에도 위닝 시리즈를 놓칠 위기였다. 일요일 경기를 패했다면 롯데는 올 시즌 처음으로 5할 승률이 무너질 수 있었다. 이는 하위권으로의 위치 변경을 의미했다. 승리가 필요한 롯데였다. 롯데의 바람은 선발 투수 서준원의 호투로 점점 그 가능성을 높였다. 

시즌 첫 경기 호투 이후 2번의 선발 등판에서 부진했던 서준원으로서는 부담되는 등판이었다. 상대는 전날 뜨거운 타격감을 보이는 키움의 강타선이었다. 서준원은 화요일 KIA와의 경기에서 초반 난타당하며 대량 실점한 기억도 남아있었다. 

하지만 서준원은 변화구 구사 비율을 높이고 강약을 조절하는 투구로 키움 타선을 잠재웠다. 특히, 전날 홈런 2개를 때려내며 타격 부진에서 벗어날 조짐을 보였던 키움의 4번 타자 박병호와의 승부가 압권이었다. 서준원은 박병호를 삼진과 두 번의 포수 파울플라이로 잡아냈다. 서준원의 압승이었다. 이는 그가 무실점 호투하는 중요한 발판이 됐다. 서준원은 좌타자 승부에 어려움이 있는 사이드암임에도 서건창, 이정후 등 키움의 좌타자들을 상대로도 크게 밀리지 않는 투수였다. 투구 수 조절도 성공적이로 이루어졌고 주자가 출루한 상황에서도 침착함을 잃지 않았다. 선발 투수의 퀄리티스타트가 10개 팀 중 최하위였던 롯데로서는 기다리고 기다렸던 선발 투수의 호투였다. 

서준원의 호투를 바탕으로 롯데는 대등한 경기 흐름을 유지할 수 있었다. 롯데는 서준원의 호투를 안정된 수비로 뒷받침하는 한 편, 스몰볼로 득점하며 리드를 잡았다. 롯데는 3회 말 2사 후  마차도의 안타 출루와 도루, 민병헌의 적시 안타로 선취 득점에 성공했다. 마차도로서는 최근 타격 부진을 벗어날 수 있는 계기를 마련했고 롯데는 이전에 없었던 기동력 야구와 부족했던 득점권 집중력을 되살린 장면이었다. 

이후 롯데는 서준원의 호투와 단단한 수비로 한 점차 리드를 지켰다. 키움은 몇 차례 기회가 있었지만, 득점권에서 적시타는 나오지 않았다. 롯데는 7회 초와 8회 초 효과적인 투수 교체로 키움의 공격 흐름을 잘 끊었다. 바꿔 말해 롯데의 지키는 야구를 키움이 뚫지 못했다. 롯데는 8회 말 선두타자 전준우의 2루타 출루를 2사 후 대타 안치홍의 2루타로 득점과 연결하면서 불안한 한 점차 리드에서 벗어날 수 있었다. 

롯데는 9회 초 수비에서 마무리 김원중이 2사 만루 위기에 빠지며 가슴을 졸이기도 했지만, 김원중이 끝내 실점 없이 승리를 지켜내며 위닝 시리즈를 완성할 수 있었다. 김원중은 불안한 장면을 연출하긴 했지만, 세이브에 성공하며 소중한 경험을 했다. 김원중에게 강팀 키움을 상대로 한 주말 3연전 2번의 세이브는 큰 의미가 있었다. 롯데는 김원중을 중심으로 박진형, 구승민까지 필승 불펜진의 경쟁력을 확인하는 경기이기도 했다. 

롯데에게는 쉽지 않은 승부였다. 하지만 깔끔한 경기 내용과 함께 결과도 가져온 주말 3연전이었다. 롯데는 시리즈 전적 2승 1패의 성공적인 결과와 함께 타선의 폭발하지 않아도 지키는 야구로 승리하는 경기를 만들어내며 선수단 전체가 자신감을 높일 수 있게 됐다. 특히, 롯데 외국인 타자 마차도는 홈런포가 아닌 출루와 도루, 안정된 수비로 팀 승리에 중요한 역할을 했다. 롯데로서는 가장 기대했던 마차도의 모습이기도 했다. 

이렇게 5월 24일 키움전은 롯데에게 승리의 결과만큼이나 올 시즌 새로운 가능성을 발견한 소중한 경기였다. 

 

 

사진 : 롯데 자이언츠 홈페이지, 글 : jihuni7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