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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야구에서 누적된 데이터는 무시할 수 없는 판단의 근거가 되고 있다. 선수들의 몸이 직접 부딪히는 경기가 아닌 만큼 기록에 대한 변수가 덜하고 세밀한 분석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이제 각 팀 모두 세밀한 데이터 야구를 하고 있다. 그에 맞는 선수 기용과 수비 시프트 등은 보편적인 일이 됐다. 선수에 대한 평가 역시 누적된 데이터가 중요하다. 일정 클래스에 있는 선수는 시즌 초반 부진하다 해도 시즌이 진행하면서 그 평균 이상이 되는 일도 비일비재하다. 그 덕분에 특정 선수에 대한 걱정은 쓸데없는 걱정이라는 말도 나온다. 

롯데 외야수 손아섭 역시 그 범주에 들어가는 선수다. 손아섭은 2007시즌 프로에 데뷔한 이후 통산 타율이 3할을 훌쩍 뛰어넘고 있고 각종 타격 지표가 상위권이다. 손아섭은 2019 시즌을 제외하면 2010 시즌부터 매 시즌 3할 이상의 타율을 기록했다. 손아섭은 지나치게 공격적인 공격적인 타격이 문제가 되기도 했지만, 평균 4할 이상의 출루율을 유지하고 있다. 지난 시즌에는 많았던 삼진 개수도 크게 줄었고 정교함이 더해졌다. 좌타자지만 좌투수에 대한 약점도 보이지 않고 있다. 출루를 하면 언제든 도루를 할 수 있는 능력이 있고 외야수로서 수비도 수준급니다. 투지 넘치는 플레이도 큰 장점이다. 약점을 찾아볼 수 없어 보이는 손아섭이다. 

하지만 올 시즌 초반 손아섭은 뭔가 어색한 성적을 기록하고 있다. 시즌 개막한 한 달여가 지났지만, 손아섭은 3할에 크게 못 미치는 타율에 출루율은 3할대 초반에 머물고 있다. 그에 비례해 타점은 5타점에 불과하고 손아섭을 상징하는 중요한 타격 지표인 안타 생산도 크게 줄었다. 타석에서 삼진 비율도 크게 늘었다. 애초 롯데는 1, 2번과 중심 타선을 오가던 손아섭의 타순을 2번 타순에 고정해 강한 2번 타자 효과를 극대화하려 했다. 손아섭이 본래 기량을 발휘했다면 그 의도는 적중할 가능성이 컸다. 

 

손아섭



올 시즌 1번 타자로 나서고 있는 안치홍은 지난 시즌의 부진에서 벗어난 모습이다. 타율은 3할대를 유지하고 있고 모든 공격 지표가 과거 전성기의 모습으로 돌아오고 있다. 높은 출루율과 함께 뛰어난 타점 생산력 보여주고 있다. 안치홍은 득점권 타율은 4할을 훨씬 상회한다. 손아섭이 2할을 조금 넘기는 득점권 타율로 고전하고 있는 것과는 크게 대조적이다. 이렇게 1번 타자 안치홍 카드는 성공적이지만, 손아섭의 부진은 아쉬운 부분이다.

손아섭은 아직 자신의 타격 감을 찾지 못하고 있다. 한가운데 들어오는 직구에 타이밍이 늦고 유인구에 쉽게 방망이가 나가고 있다. 초반 부진이 그의 마음까지 조급하게 하는 느낌이다. 그의 부진은 롯데 타선의 흐름을 곳곳에서 끊어지게 하고 있다. 문제는 롯데의 클린업 전준우, 이대호, 정훈이 시즌 초반의 뜨거웠던 타격감이 식으면서 손아섭이 부진이 더 두드러져 보인다는 점이다. 

롯데는 시즌 초반 팀 타율 1위를 유지할 정도로 무서운 공격력을 보여주었다. 이대호는 40대로 접어들었지만, 4번 타자의 면모를 유지했고 전준우는 4할대 맹타로 타선을 이끌었다. 정훈은 지난 시즌 활약이 반짝 활약이 아님을 보여주었다. 그 틈에서 손아섭의 부진은 일정 가려질 수 있었다. 타격에는 사이클이 있는 만큼 기존 주력 타자들이 부진하면 손아섭이 회복세를 보이면서 공격력 약화를 상쇄할 수 있는 계산도 가능했다

하지만 최근 롯데는 마운드의 붕괴 조짐과 함께 팀 타선도 주춤하고 있다. 이번 주 롯데는 공격에서 답답한 흐름이 이어지고 있다. 그나마 마운드가 버텨냈지만, 주말 한화와의 3연전에서 마운드마저 크게 무너졌다. 외국인 투수 스트레일리, 프랑코를 제외하면 국내 선발 투수들이 모두 부진했고 불펜진은 기존 필승 불펜진은 붕괴와 함께 전체가 흔들이고 있다. 대량 실점이 늘어나면서 야수들이 마운드에 오르는 경기도 수차례 발생했다. 시즌 중 몇 번 나올까 말까 한 야수들의 등판이 롯데는 벌써 3차례 이루어졌다. 이를 두고 팬들의 비난이 커지고 있다. 

이런 팀 부진은 팀 간판타자인 손아섭의 부진에 대한 우려를 커지게 하고 있다. 한때 손아섭에 대한 걱정이 부질없다는 말이 정설이었지만, 올 시즌 상황은 심상치 않다. 특히, 그의 장점인 빠르고 간결한 스윙이 나오지 않고 있다. 공을 맞히는 능력으로 드문드문 안타를 만들어내고 있지만, 힘있는 타격이 아니다. 그가 홈런 타자는 아니지만, 시즌 첫 홈런을 기록하지 못하고 있다. 타격에서 힘을 제대로 싣지 못하다고도 할 수 있다. 최근 그의 타격은 공을 때리기보다 맞히는데 급급하다는 인상이다. 

롯데로서는 손아섭의 타순 조정 등 변화를 줄 필요가 있다. 롯데는 코치진은 그를 2번 타순에 고정하고 있다. 그에 대한 믿음의 표현이기도 하지만, 하위 타선에서 부담을 덜고 타격을 하는 것도 필요해 보인다. 이는 롯데의 다소 경직된 라인업 운영을 보다 유연하게 하는 것과도 연결된다.

롯데 허문회 감독은 지난 시즌보다 덜하지만, 선수 활용폭이 좁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한 번 주전 선수에 대한 믿음이 강하고 백업 선수들의 활용이 제한적이다. 주전과 백업의 기량 차가 크다고 할 수도 있지만, 롯데는 시범경기 기간 백업 선수들의 가능성을 확인했다. 백업 선수 중 오윤석은 지난 시즌 기량을 입증하기도 했다. 여기에 기량 발전이 눈에 띄는 한동희를 하위 타순에 고정하는 부분도 변화가 필요하다.

한동희가 중심 타선에 큰 부담을 가지고 있다는 점을 배려하는 측면도 있지만, 한동희는 미래 4번 타자로 후보다. 그가 스스로 중심 타자의 무게감을 이겨내는 환경을 만들어 주는 것도 고려해야 한다. 여전히 롯데 4번 타자는 이대호지만, 이대호는 선수 생활의 황혼기에 있다. 시즌 초반과 달리 타격에서 힘이 떨어지고 있다. 정교함인 여전하지만, 잘 맞은 타구가 펜스 앞에서 잡히는 장면이 늘어나고 있다. 서서히 4번 타자의 무게를 덜어 줄 시점이다. 

여기에 중심 타선의 전준우, 정훈도 체력적인 관리가 필요한 나이다. 지명타자 출전 비율을 높일 필요가 있다. 특히, 1루수와 중견수를 오가는 정훈은 체력 부담이 한층 더 크다. 전준우와 정훈이 최근 타격감이 떨어지는 건 타격 페이스 외에 체력적인 면을 고려하지 않을 수 없다. 이는 손아섭에 대해서도 절대적인 믿음에 근거하지 말아야 함을 의미한다.

롯데는 지나 시즌에 이에 올 시즌에도 데이터와 과학 기술을 접목한 야구를 추구하고 있다. 자체적으로 첨단 장비를 다수 구비하고 그 활용도를 높이고 있다. 선수들의 부진에 대해서도 충분한 분석이 이루어졌을 것으로 보인다. 선수 부진에 대한 해법도 기존과는 달라져야 한다. 그 점에서 롯데는 프런트와 감독 간 상호 소통과 이를 통한 전력 극대화에 있어 부족함이 보이고 있다.

이런 상황은 성적 하락으로 연결되고 있다. 롯데는 점점 순위 경쟁에서 밀려나고 있다. 5월 1일 경기 패배로 한화와 함께 공동 최하위를 기록 중이다. 한화는 롯데는 연승으로 연패를 끊고 상승 반전에 성공했다. 롯데는 한 번 침체하면 그 흐름을 쉽게 끊지 못하는 약점이 있다. 코치진의 위기관리 능력도 신뢰를 주지 못하는 상황에서 주력 선수들의 분전이 필요한 시점이다. 손아섭은 그 중심에 있는 선수다. 손아섭은 팀 프랜차이즈 스타로 팀 사기에 미치는 영향이 매우 크다. 손아섭이 타격감 회복은 팀 전체 분위기를 끌어올릴 수 있다. 손아섭은 보통의 선수가 아니고 그에 대한 기대치가 매우 크다. 아직은 손아섭은 그 기대치에 크게 못 미치는 모습이다. 과연 손아섭이 자신에 대한 걱정을 이전처럼 쓸데없는 것으로 만들 수 있을지 궁금하다. 


사진 : 롯데 자이언츠, 글 : jihuni7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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