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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프로야구에서 중요한 흐름은 효율성이다. 과거와 모기업의 지원이 줄고 독자적인 생존의 필요성이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이에 무제한으로 치솟던 FA 시장의 흐름도 제동이 걸렸고 리그 판도를 좌우할 수 있는 선수가 아니면 FA 시장에서 그 가치는 인정받기 어려워졌다. 각 구단은 자체 선수 육성에 중점을 두면서 외부 영입에 신중하다. 내부 육성에 강한 팀들이 리그 상위권을 점하고 있는 현실도 영향을 주고 있다. 

이런 흐름에서 각 팀의 베테랑 선수들은 더 혹독한 평가를 받고 있다. 이제 경쟁력을 보이지 못한다면 시즌 후, 시즌 중이라고 방출의 찬바람을 맞아야 한다. 과거에는 방출 선수들이 타 팀에서 기회를 잡는 일이 많았지만, 이제는 그마저도 어렵다. 지난 시즌 후 방출된 선수들 대부분은 선수 생활을 접어야 했다. 한화에서 방출된 이후 키움에 영입된 이용규와 최근 SSG와 계약한 키움 출신 신재영은 극히 드문 일이라 할 수 있다. 

즉, 베테랑들은 확실한 경쟁력을 보여주지 못한다면 빠르게 전력에서 제외될 수 있는 게 현실이다. 기량이 차이가 크지 않다면 상대적으로 젊고 가능성이 큰 선수에게 기회를 주는 게 더 효율적이기 때문이다. 1, 2군의 선수들을 한 바구니에 넣고 관리 육성하는 우리 프로야구 시스템에서 각 구단은 1, 2군 선수들의 유기적 이동을 통해 육성과 경기력 유지를 함께 하려 하고 있다. 

올 시즌 롯데 자이언츠도 예외는 아니다. 롯데는 1, 2군 선수 활용의 유동성에 큰 반감이 있었던 허문회 감독을 경질한 이후 다수의 2군 선수들의 콜업하고 시험하면서 육성에 대한 의지를 강하게 보이고 있다. 그 과정에서 주전 선수들의 적절한 휴식으로 체력을 안배할 수 있게 됐다. 최근 2군에서 콜업한 선수들의 활약하면서 팀 뎁스가 강화되고 선수단 분위기도 살아나고 있다. 그동안 롯데에 부족했던 신. 구의 조화가 이루어지는 분위기다. 

 

노경은



이런 긍정 분위기에서 다소 거리가 있는 선수가 있다. 롯데 베테랑 투수 노경은이다. 1984년 생 노경은은 팀에서 최고참급 투수다. 팀 프랜차이즈 투수 송승준이 있지만, 송승준은 올 시즌 1, 2군에서 등판 기록이 없다. 사실상 현역에서 은퇴했다고 해도 되는 상황이다. 투수진에서 젊은 선수들의 다수 등장한 롯데에서 노경은은 경험치를 채워줄 투수였다. 시즌을 앞두고도 5인 선발 로테이션 한자리를 차지할 것으로 예상됐다. 시험경기 등판 내용도 무난했다.

하지만 노경은 시즌 개막을 롯데와 함께 하지 못했다. 롯데는 외국인 투수 2명에 박세웅, 이승헌, 김진욱으로 선발 로테이션을 구성했다. 노경은은 서준원과 함께 선발 후보군에 속했다. 노경은은 컨디션을 유지하며 등판을 준비했다. 30대 후반의 나이인 노경은임을 고려하면 체력 안배를 하는 나름 전략적인 선택이었다. 

그렇게 시즌을 늦게 시작한 노경은은 4월 20일 두산전에 시즌 첫 선발 등판을 했다. 시즌 개막 후 이승헌, 김진욱 등 젊은 투수들의 부진하면서 흔들리는 롯데 마운드에서 노경은은 상황을 바꿔 줄 투수로 기대됐다. 첫 경기에서 노경은은 6이닝 3실점의 퀄리티스타트와 함께 승리 투수가 됐다. 순조로운 시즌 시작이었다. 

노경은은 2019 시즌 후 FA 자격을 얻었지만, 그 어느 팀과도 계약하지 못하면서 1년간의 공백기가 있었다. 2020 시즌 롯데와 극적으로 FA 계약에 성공한 노경은은 2020 시즌 경기 감각에 대한 우려에도 풀 타임 선발 투수로 활약하며 5승 10패 방어율 4.87을 기록했다. 긴 경기 공백을 고려하면 풀 타임 선발 투수로 시즌을 완주했다는 점이 의미가 있었다. 패배 중에는 승운이 따르지 않았던 아쉬움도 다수 포함되어 있었다. 2020 시즌의 성과는 2021 시즌 더 나은 투구 내용을 기대하게 했다. 2021 시즌 후 다시 한번 FA 자격을 얻는다는 점도 노경은의 의욕을 크게 하는 요인이었다.

마침 국내에서 모든 팀들이 스프링캠프를 차리고 시즌을 준비하면서 생긴 후유증인지 시즌 개막 후 각 구단별로 부상 선수가 속출하고 마운드에 대한 고민이 커졌다. 노경은이 안정된 투구를 한다면 그의 가치를 높일 수 있는 기회였다.

하지만 첫 경기 승리 이후 노경은은 부진한 투구를 이어갔다. 그의 장점인 다양한 변화구와 안정된 제구력이 흔들렸다. 구위가 예전 같은 않은 그로서는 정교한 제구가 필수적이었지만, 흔들리는 제구는 다양한 변화구의 장점을 살리지 못하게 했다. 지난 시즌 노경은의 존재감을 높였던 너클볼도 잘 보이지 않았다. 이제 전 세계에서도 너클볼 투수를 찾아보기 힘든 현실에서 노경은의 너클볼은 큰 관심을 받았다. 실제 너클볼은 노경은이 상대 타자에 혼란을 주는 중요한 무기 중 하나였다. 올 시즌 노경은은 그 너클볼은 제구하지 못하고 있다. 

이에 노경은은 선발 투수로서 5이닝을 버티기 어려웠다. 4, 5선발 투수가 불안한 롯데로서는 노경은 그 한자리를 채워줄 것으로 기대했지만, 노경은은 부진한 여타 선발 투수들과 비교해도 경쟁력을 보이지 못했다. 급기야 노경은은 2군에서 조정기를 거치기도 했다. 그렇게 다시 돌아온 노경은은 6월 4일 KT 전에서 선발 투수로 나섰지만, 초반 실점으로 고전했다. 투구 수도 크게 늘었다. 구위는 회복되지 않았고 제구의 정교함도 없었다. 노경은은 시즌 초반 등판에서 특유의 공격적인 투구를 했지만, 피홈런으로 고심했다. 이에 노경은은 보다 정교한 제구를 하려 했지만, 제구가 흔들리는 부작용으로 이어졌다. 

결국, 노경은은 6월 4일 KT 전에서 4회를 채우지 못하고 마운드를 물러났다. 그는 마운드를 물러나면서 큰 불만을 드러냈다. 4회 2사 상황에서 60개 정도의 투구 수에서 강판당하는 상황을 이해하기 어렵다는 반응이었다. 그에게는 분명 아쉬움 순간이었지만, 이는 노경은에 대한 활용 전략이 달라졌음을 의미하는 일이기도 했다. 

롯데는 노경은의 한계 투구 수를 분명히 설정한 것으로 보인다. 노경은의 최근 부진과 함께 이닝 소화능력에서 의문을 보였기 때문이다. 롯데는 6월 4일 경기에서 선발 투수 자원이었던 김진욱을 노경은에 이어 마운드에 올렸다. 롯데는 선발 투수로서 불안한 모습을 보이고 있는 김진욱을 불펜으로 활용하면서 성공의 기억을 더 쌓게 하려 한다. 김진욱은 선발 등판 시 투구 수 60개 이후 급격히 무너지는 모습을 자주 보였다. 김진욱은 아직 긴 이닝을 소화할 수 있는 힘의 배분이나 투구 전력이 부족해 보였다. 롯데는 이닝 소화에 어려움이 있는 노경은과 김진욱을 묶어 활용하는 탠덤 전략을 시험했을 수도 있다. 

이는 노경은에게 선발 투수로서 최소한의 의무라 할 수 있는 5이닝 투구에 크게 집착하지 않는다고도 할 수 있다. 앞으로서 경기에서도 노경은은 4회 이후 흔들리는 상황이 되면 빠르게 불펜이 그의 자리를 대신할 가능성이 크다. 선발 투수로서 경쟁력을 보여주고 싶은 노경은으로서는 위기감이 생길 수 있다. 노경은이 반전의 모습을 보이지 못한다면 그의 자리가 점점 줄어들 수 있기 때문이다. 보다 오랫동안 선발 투수로서 활약하고 싶은 노경은의 바람도 흔들릴 수 있다. 

롯데 선발 마운드는 스트레일리, 프랑코, 박세웅의 3선발의 입지가 단단하다. 스트레일리와 프랑코가 불안한 투구를 하고 있지만, 그들의 자리를 확고하다. 박세웅은 최근 경기에서 에이스 모드를 선보였다. 4, 5선발은 유동적이다. 나균안이 새롭게 등장했지만, 아직 일주일 2번 등판은 무리가 됨을 보여주었다. 나균안이 5인 선발 로테이션의 한자리를 온전히 차지하기에는 시간이 필요해 보인다. 아직은 노경은이 들어갈 틈이 있다. 

노경은은 이번 주 주말 KIA와의 주말 3연전에 등판할 가능성이 크다. 롯데는 두산과의 홈 3연전에서 스트레일리, 프랑코, 박세웅까지 1, 2, 3선발 투수가 모두 선발 등판이 가능하다. 주말 3연전은 나균안과 노경은이 그 순번이다. 하위 순위 선발 투수 간 비교가 가능하다. 지난 주말 나균안과 노경은은 모두 내용이 좋지 않았다. 모두 초반 실점하며 마운드에서 일찍 물러났다. 반등이 필요하지만, 노경은의 입장이 더 급하다.

롯데는 젊은 투수들에게 더 기회를 줄 가능성이 크다. 이미 롯데에는 선발 자원인 최영환이 2군에서 콜업된 상황이다. 노경은이 부진을 털어내지 못한다면 다음 등판을 기약할 수 없다. 마운드 재편에 따라 불펜에 있는 서준원도 다시 선발 등판의 기회를 잡을 수 있다.

이번 주 선발 등판은 노경은에게 매우 중요하다. 노경으로서는 건재를 과시해야 한다. 노경은은 초반 실점을 줄이고 5이닝 이상을 버틸 수 있는 투수임을 입증해야 한다. 단기간에 구위 회복을 기대할 수 없다면  흔들리는 제구를 다시 잡아야 한다. 

노경은은 야구 인생의 굴곡이 많았다. 두산 시절 최고 유망주 투수로 입단했지만, 긴 세월 유망주 굴레를 벗어나지 못했고 어렵게 정상급 선발 투수로 자리를 잡았다. 하지만 그의 전성기를 너무 짧았다. 이후 노경은은 은퇴의 갈림길에서 롯데로 트레이드되면서 새로운 기회를 잡았지만, 될듯하면서도 안되는 안타까움이 있었다.

노경은 뒤늦게 기존의 빠른 직구와 포크볼을 주무기로 하는 파워피처에서 기교파 투수로 변신하며 돌파구를 찾았다. 이후 노경은은 FA 계약 불발로 어려움을 겪기도 했다. 이 과정에서 노경은은 독특한 캐릭터의 선수로 주목을 받았다. 그 점에 그의 이미지에 나쁜 영향을 주기도 했지만, 노경은은 자신의 기량을 발전시키며 여전히 필요한 투수로 그 자리를 유지했다. 이에 그는 베테랑들이 방출의 칼날에 쓰러지는 과정에도 선발 투수로 가치를 인정받았다. 

2021 시즌 노경은은 롯데에서 그 자리가 크게 흔들리고 있다. 이대로 세월의 흐름에 휩쓸린다면 다시는 돌이키기 어렵다. 그에게 남은 시간이 충분하지 않다. 그 점에서 앞으로 그에게 주어질 선발 등판의 기회는 더없이 소중하다. 만약, 반등할 수 있다면 그에게는 롯데에서는 물론이고 트레이드 카드로 새로운 기회를 열 수도 있다. 노경은의 6월 등판이 주목된다. 


사진 : 롯데 자이언츠, 글 : jihuni7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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