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돈의 시대를 접고 서서히 안정세를 찾아가는 롯데에 에이스 스트레일리의 부진이라는 악재가 나타났다. 스트레일리는 6월 9일 두산과의 홈경기에서 6이닝 7실점의 부진한 투구를 했다. 롯데 타선의 폭발로 8 : 7로 역전에 성공하며 승리 투수의 기회를 잡기도 했지만, 경기 후반 롯데 불펜진이 무너졌다. 경기는 두산의 14 : 8 승리로 끝났다. 스트레일리는 패전을 면한 것에 만족해야 하는 경기였다.
6월 9일 경기는 롯데가 여러 면에서 우세를 예상할 수 있었다. 롯데는 전날 경기에서 두산 마운드를 상대로 18득점하며 18 : 9로 대승했다. 경기 후반 실점이 많았지만, 경기가 크게 기운 상황에서 다소 여유 있는 불펜 운영을 한 탓이었다. 롯데는 지난주 2번의 위닝 시리즈로 패배에 익숙했던 기억을 지웠고 한 주를 시작하는 경기에서도 강팀 두산에 대승을 하며 상승 반전의 가능성을 높였다. 에이스 스트레일리가 선발 등판하는 경기에서 승리하면 연승과 함께 상승세의 불꽃을 더 강하게 할 수 있었다. 최하위 순위 탈출 가능성도 있었다. 마침 두산의 선발 투수는 올 시즌 깊은 부진에 빠져있는 이영하였다.
하지만, 선발 투수 스트레일리의 초반 실점으로 롯데는 어려운 경기를 할 수밖에 없었다. 스트레일리는 1회 초 두 타자 연속 삼진으로 산뜻하게 시작했지만, 연속 볼넷으로 위기를 자초했고 양석환에 3점 홈런을 허용했다. 스트레일리는 2회 초에도 4타자 연속 안타를 허용하며 추가 2실점했다. 보통의 투수라면 교체를 고려할 수 있는 상황이었다. 그만큼 투구 내용이 좋지 않았다. 이후 스트레일리는 3회와 4회를 무실점으로 막아내며 안정감을 찾았다.
그 사이 롯데 타선은 2회부터 득점 행진을 이어가며 6 : 5 역전에 성공했다. 상. 하위 타선 할 것 없이 높은 집중력을 유지하는 롯데 타선의 분위기가 그대로 드러났다. 스트레일리에게는 패전의 위기에서 승리 투수의 기회가 열렸지만, 스트레일리는 5회 초 볼넷 허용 후 두산 김재환에게 2점 홈런을 허용하며 다시 고개를 숙이고 말았다. 이런 에이스의 부진에도 롯데 타선은 5회 말 다시 2득점하며 경기를 8 : 7로 뒤집는 힘을 보여주었다. 6회 초 스트레이리가 무실점 투수를 하면서 롯데의 극적인 승리가 눈앞에 보였다.
이런 롯데의 바람은 불펜진의 난조로 사라졌다. 롯데는 7회 초 신예 송재영과 진명호를 차례대로 마운드에 올렸지만, 5실점을 합작하며 경기 흐름을 완전히 내주고 말았다. 두산은 리드를 잡은 이후 150킬로는 넘는 강속구를 앞세워 불펜 에이스로 떠오른 홍건희에 이어 박치국까지 필승 불펜 투수들의 무실점 투구로 경기를 마무리하며 승리를 지켜냈다. 롯데는 접전의 경기에서 믿고 마운드에 올릴 불펜 투수 부재를 다시 한번 실감하는 경기로 두산과 큰 대조를 보였다.
이에 더해 롯데는 에이스 스트레일리의 부진이 일시적 현상이 아닐 수 있다는 점에서 고심이 깊어질 것으로 보인다. 스테일리는 5월 18일 한화전 승리 이후 4번의 선발 등판에서 2번의 패전만 기록했고 승수를 쌓지 못했다. 5월 23일 두산전은 6이닝 1실점의 호투에도 타선의 지원 부재로 패전을 기록했다. 이후 3경기는 투구 내용에서 아쉬움이 컸다. 5월 29일 NC전은 5회까지 완벽한 투구를 했지만, 6회 급속히 난조를 보였다. 그 경기에스 스트레일리는 6회를 채우지 못하고 마운드를 물러나야 했다. 그 경기는 롯데가 9 : 0 리드를 지키지 못하고 10 : 10 동점으로 경기를 마친 악몽 같은 경기였다. 스트레일리는 그 경기에서 타선의 큰 지원을 받았지만, 불펜진의 난조라는 상반된 상황 속에 승리 기회를 날리고 말았다. 불펜진의 부진이 큰 원인이었지만, 스트레일리가 6회까지 무난한 투구를 했다면 승수를 더 쌓을 가능성이 컸다.
이후 경기에서 스트레일리는 6월 9일 두산전까지 모두 초반 대량 실점했다. 수비의 실책이라는 변수가 있었지만, 볼넷으로 위기를 자초한 이후 장타 허용이라는 나쁜 실점 패턴이 이어졌다. 위기에서도 뛰어난 실점 억제 능력을 보였던 스트레일리였음을 고려하면 나쁜 변화라 할 수 있다.
6월 9일 경기를 포함해 올 시즌 스트레일리는 12경기 선발 등판에 3승 5패 방어율 4.12를 기록하고 있다. 보통의 선발 투수라면 무난한 내용이라 할 수 있지만, 그는 롯데의 에이스다. 그가 등판하는 경기는 높은 승률을 유지해야 하는 롯데로서는 기대치에 못 미치는 결과다. 세부적으로 스트레일리는 7번의 퀄리티스타트로 이닝 소화에서 아쉬움이 있었다. 특히, 경기 초반 실점이 많다.
스트레일리는 1회부터 3회까지 3할이 넘는 피안타율이다. 1회 말 놓고 보면 4할에 가깝다. 이닝 초반 고전하고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 선발 투수의 초반 실점은 경기를 어렵게 한다. 스트레일리는 1선발 투수로 상대 에이스급 투수와 맞대결이 많기 때문이다. 초반의 계속되는 어려움을 투구 수를 늘리고 투구 이닝을 제한할 수 있다. 그의 퀄리티스타트가 줄어든 이유일 수 있다.
여기에 스트레일리는 득점권에 주자가 출루한 상황에서도 3할이 넘는 피안타율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 이는 그의 방어율을 끌어올리고 있다. 피홈런 수 역시 6개로 지난 시즌 31경기 선발 등판에서 10개를 허용한 것과 비교하면 높은 수치다. 뭔가 마운드에서 상대 타자들을 압도하지 못하고 있음을 각종 지표에서 볼 수 있다.
지난 시즌 스트레일리는 롯데는 물론이고 리그를 대표하는 선발 투수였다. 31경기 선발 등판한 스트레일리는 15승 4패 2.50의 방어율을 기록했다. 194.2이닝을 소화하며 이닝 이터의 면모를 보였고 무려 205개의 탈삼진으로 이 부분 타이틀을 차지하기도 했다. 지난 시즌 스트레일리는 탈삼진 1위에 이닝 수 3위, 평균 자책점 2위로 뛰어난 활약을 했다. 하위권에 머문 롯데의 전력을 고려하면 상위권 팀에서 충분히 20승도 가능한 투구 내용이었다.
입단 당시 스트레일리는 메이저리그에서 수차례 10승 이상을 기록하는 등 선발 투수로 활약했던 화려한 이력으로 주목을 받았다. 하지만 최근 시즌에서 부상으로 주춤하는 모습이었다. 이에 그에 대한 긍정과 우려가 공존했다. 스트레일리는 성적으로 그의 존재감을 보여주었다. 또한, 외국인 선수임에도 팀에 대한 깊은 애정과 친화력을 과시하며 분위기 메이커로도 활약했다. 실력과 인성을 겸비한 외국인 선수인 그와의 재계약은 롯데에게 올 시즌을 앞두고 큰 과제였다.
스트레일리는 메이저리그 복귀의 가능성을 뒤로하고 롯데와 재계약했다. 이는 롯데의 올 시즌을 기대하게 하는 이유 중 하나였다. 스트레일리는 지난 시즌 초반 승운이 따르지 않은 불운의 투수였지만, 그의 능력으로 승수 쌓기를 본격화했다. 롯데는 린드블럼이 이후 팀 구심점이 될 강력한 에이스를 얻었다. 지나 시즌의 경험은 그를 더 강하게 만들 것으로 기대됐다. 스트레일리는 다소 단조로운 투구 패턴에 변화구를 추가하는 등의 방법으로 업그레이드된 에이스로 시즌을 준비했다.
하지만 스트레일리의 올 시즌은 기대와 거리가 있다. 최하위로 쳐진 팀 상황에서 승운이 따르지 않았던 면도 있지만, 지난 시즌 탈삼진왕의 면모가 사라졌다. 여전히 많은 탈삼진을 기록하고 있기는 하지만, 장타 허용이 늘었다. 특히, 주무기 슬라이더 위력을 배가시킬 수 있는 직구가 힘을 잃었다. 상대 타자들은 스트레일리의 직구를 집중 공략하고 있다. 실제 스트레일리의 직구는 스피드나 구위 면에서 타자들을 제압하지 못하고 있다.
스트레일리는 변화구 구사 비율을 높이는 등의 방법으로 대응하고 있지만, 제구가 흔들리는 부작용이 나타나고 있다. 불리한 볼 카운트에서 스트레일리의 공은 가운데 몰리는 경향이 강하도 그것이 통타당하면서 실점이 늘었다. 스트레일리는 탈삼진이 큰 매력이지만, 최근 경기에서 볼 카운트를 유리하게 가져가지 못하고 있다. 경기 초반 그런 경향이 많다. 가운데 몰리는 공은 상대에게 좋은 먹잇감이 되고 있다. 일시적 부진이라고 하기에는 곳곳에서 이상 징후가 곳곳에서 보인다.
스트레일리는 지난 시즌 부상 복귀 후 200이닝 가까이 투구를 했다. 분명 무리가 될 수 있다. 스트레일리는 한국 신수들과 다른 체질이라고 하지만, 30대 중반으로 향하는 나이다. 기량이 내림세로 접어드는 시점이기도 하다. 시즌 시즌 투구이닝을 분명 많았다. 그런 스트레일리에게 쌀쌀한 기후 속 국내에서 치른 스프링캠프는 컨디션을 끌어올리는데 어려움을 가져올 수 있었다. 물론, 그런 어려움에도 뛰어난 기량을 과시하고 있는 외국인 투수들도 있지만, 그의 부상 경력, 나이를 고려할 필요가 있다.
무엇보다 직구의 구위 감소는 그의 신체적 변화를 우려하지 않을 수 없다. 이에 변화구 구사 비율이 높아진 탓인지 스트레일리는 종종 손가락 물집으로 어려움을 겪는 모습을 보였다. 손가락 물집은 투수에게 매우 예민한 문제로 제발 가능성이 크다. 스트레일리에게는 신경 쓰이는 일이다. 여기에 그를 충분히 분석한 상대 팀들이 그에 대한 대응력을 높였다는 점도 원인이 될 수 있다. 올 시즌 상대 타자들은 그의 공을 많이 커트하는 등 훨씬 잘 대응하고 있다. 탈삼진 비율이 높은 스트레일리에게는 타자 당 투구 수가 늘어나는 상황이 부담이 될 수 있다.
스트레일리의 부진은 롯데의 시즌 전체에 있어 큰 악재가 될 수 있다. 롯데에서 그를 대체할 투수가 없다. 올 시즌 영입한 외국인 투수 프랑코는 150킬로가 넘는 강속구가 있지만, 제구와 이닝 소화에서 부족함이 있다. 롯데는 당장의 성적보다 내년 시즌까지 고려해 영입했다. 스트레일리 대신 에이스 역할을 하기는 무리가 있다. 국내 선발 투수진 역시 박세웅이 에이스의 면모를 되찾았지만, 4, 5선발 투수는 여전히 변수가 있다. 스트레일리가 선발 로테이션의 중심을 잡아주지 못한다면 그나마 다시 안정을 찾은 선발 마운드가 흔들릴 수 있다. 이는 가뜩이나 취약한 불펜진에 부담이 된다.
문제는 큰 부상이 없는 상황에서 스트레일리의 부진이 지속 중이라는 점이다. 앞서 언급한 대로 에이징 커브의 조짐이라면 반등의 가능성은 크게 낮아진다. 이제는 변화한 상황에 맞는 투구 패턴 변화도 고려할 필요가 있다. 최근 스트레일리는 새로운 전담 포수인 지시완과 함께 슬라이더 구사 비율을 높이는 등 힘에 의존하는 투구에서 다소 벗어나는 모습도 보이고 있다. 7실점하긴 했지만, 스트레일리는 위기에서 두 번의 병살타 유도로 추가 실점을 막았다. 변화한 투구 패턴은 7개의 탈삼진을 기록하게 하기도 했다. 이제는 투구 내용에 대한 면밀한 분석으로 최적의 투구 패턴을 만들어낼 필요가 있어 보인다. 기술적인 부분에서 면밀한 분석이 필요하다.
2021 시즌 롯데는 1군과 2군을 가리지 않고 선수 자원을 활용하며 변화를 모색 중이다. 성적보다는 리빌딩에 더 중점을 두고 있지만, 아직 시즌을 포기하기는 이르다. 상위권 순위 경쟁이 혼전을 거듭하고 있는 건 하위권 팀들에게는 기회가 될 수 있다. 팀 타선이 살아난 만큼 부상 선수들이 순조롭게 복귀하고 마운드만 정비된다면 순위 상승의 가능성이 남아있는 롯데다. 이를 위해서는 잡아야 할 경기를 꼭 잡아내야 하는 과제가 있다. SSG는 부진한 성적 지표에도 이길 수 있는 경기를 잡아내며 높은 승률을 유지하고 있다. 롯데에게 필요한 부분이다. 특히, 에이스가 등판하는 경기는 롯데에게 그 무엇보다 중요하다.
그 점에서 에이스 스트레일리의 반등은 롯데에 필수적이다. 스트레일리는 6월 9일 두산전에서 7실점을 하긴 했지만, 초반 실점에도 6이닝을 버티며 탈삼진 7개를 잡아낸 상반된 모습도 있었다. 지난 시즌 스트레일리의 모습이었다. 아직은 반등의 여지가 있다 할 수 있다. 그의 반등은 최하위 롯데의 반등과도 깊이 연결되어 있다. 과연 스트레일리가 부진을 벗어날 해법을 찾아낼 수 있을지 어쩌면 그 답은 지난 등판들 속에 들어있을지도 모른다. 앞으로 스트레일리의 선발 등판이 궁금해진다.
사진 : 롯데 자이언츠, 글 : jihuni7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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