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확진자 발생 여파가 프로야구 역사상 초유의 리그 중단 사태로 이어졌다. KBO는 7월 13일 주중 3연전부터 올림픽 브레이크 기간까지 정규리그 중단을 공식 발표했다. 프로야구 정규리그는 8월 10일부터 재개된다. 한 달여의 공백기가 발생했다. 그동안 코로나 사태에도 정상적인 리그 운영을 하며 일상의 지속을 상징했던 프로야구로서는 큰 상처를 입고 말았다.
이에 대한 여론은 부정적인 기류가 다수다. 애초 만든 방역 수칙을 스스로 어긴 셈이기 때문이다. 최근 공정이 우리 사회의 중요한 이슈가 되는 상황에서 특정 구단에 대한 편의 봐주기라는 비판이 일어나고 있다. 확진자 발생으로 리그 중단에 직접적인 원인을 제공한 NC와 두산 두 구단에 대한 시선은 따갑기만 하다.
방역 수칙대로라면 팀 내 확진자 발생 시에도 리드 중단은 없었다. 확진자와 밀접 접촉자 발생으로 엔트리 결원이 생긴다면 2군에서 선수를 콜업해 이를 대신하고 경기를 진행하는 것이 원칙이었다. 실제 지난해 메이저리그에서도 확진자 발생에 따라 몇몇 팀은 급히 엔트리를 변경했고 방역에 따른 불이익을 감수했다. 김광현이 소속된 세인트루이스가 대표적이었다.
하지만 KBO는 리그 중단을 결정했다. NC와 두산의 확진자와 밀접 접촉자 규모가 매우 크고 이로 인해 정상적인 경기 진행이 어렵다는 이유와 함께 수도권 거리 두기 4단계가 시행되는 등 코로나 사태가 급속히 악화되는 상황을 고려했다는 이유다. 이해되는 부분도 있지만, 거리 두기 4단계에도 경기는 무관 중으로 속행이 가능하고 2군 선수들의 콜업을 통한 엔트리 변경도 가능한 일이었다. 코로나 확진자 발생이 의도했던 일이 아니었다고는 하지만, 특정 구단들을 지나치게 의식한 결정이었다는 비난은 피할 수 없다.
여기에 NC와 두산의 대응도 비판의 대상이 되고 있다. 두 팀은 확진자 발생 소식이 전해진 이후 미온적 대처로 일관했다. 역학조사 결과가 나오지 않았다는 이유를 들었지만, 구단 내 코로나 상황에 대한 정확한 정보를 알기 어려웠다. 확진자 발생에 따른 리그 중단 사태를 불러왔음에도 사과 등 조치가 즉시 나오지 않았다. 오히려 리그 중단이라는 목표에 더 주력했다는 인상을 주고 있다. 리그 중단이 발표된 직후 두 구단은 뒤늦게 사과문을 발표했다.
이를 두고도 뒷말이 무성하다. 프로야구가 최고 인기 스포츠고 그 영향력이 큰 상황에서 NC와 두산의 대응은 무책임하다는 비난을 피하기 어려워 보인다. 방역 수칙상 확진자에 대한 신변 노출을 피하는 건 이해할 수 있지만, 감염 경로 등에 대해서도 함구하고 있는 건 이해하기 어렵다. 이에 팬들 사이에서는 이미 특정 선수의 이름이 거론되고 있고 감염 경로에 대한 각종 추측이 나오고 있다.
자칫 해당이 없는 선수가 불필요한 오해의 대상이 될 수 있다. 프로야구 선수의 존재가 일반인을 범주를 넘어서고 있고 매스컴의 주목을 받고 있다는 점을 고려하면 보다 상세한 정보 제공을 할 필요가 있다. 하지만 NC와 두산은 시간이 지나가기만 기다리는 모습이다. 두 구단은 실리를 취할 수 있었지만, 구단의 이미지 손상은 피할 수 없어 보인다. 두 구단의 사례는 좋은 않은 선례로 기억될 것으로 보인다.
이런 코로나로 인한 리그 중단 상황에서 호평을 받고 있는 구단도 있다. KIA 타이거즈가 대표적이다. KIA는 7월 11일 KT와의 홈경기에서 황당한 상황에 직면했다. 1군 엔트리에 있던 포수 2명이 코로나 확진자와 밀접 접촉자로 분류되면서 경기에 나설 수 없었기 때문이었다. 경기 시작을 얼마 남겨두지 못한 상황에서 KIA는 이들을 대신할 대체 엔트리를 구성해야 했다. 2군에서 급히 포수 한 명을 콜업하고 경기가 없었던 포수 한 명을 급히 호출했다. 이렇게 2군 포수들로 1군 엔트리를 변경하는 과정에서 경기 시작이 늦어지는 해프닝도 발생했다.
이런 어수선한 상황 속에서 KIA는 KT에 2 : 0으로 승리하며 그들의 연승 숫자를 6으로 늘렸다. 이 승리로 KIA는 7월 들어 전승 행진을 이어가게 됐다. 우천으로 취소한 경기를 제외하고 KIA는 모두 승리를 챙겼다. 한때 최하위까지 밀렸던 순위도 7위 롯데와 승차 없는 8위로 끌어올렸다. 무엇보다 선수들의 잇따른 부상과 투. 타의 부조화 속에서 깊은 침체에 빠졌던 팀 분위기를 극복했다는 점에서 연승의 의미가 크다. 또한, 방역 수칙을 충실히 이행하는데 따른 불이익에도 연승을 이어갔다는 점에서 큰 호평을 받았다.
KIA는 올 시즌 초반 좌완 에이스 양현종의 메이저리그 도전에 따른 선발 마운드 공백을 메우지 못했고 기대했던 외국인 원투 펀치 브룩스와 멩덴이 기대 이하의 모습을 보이면서 마운드 운영에 어려움을 겪었다. 두 외국이 투수가 나란히 부상으로 전력에서 이탈하며서 시름은 더 깊어졌다. 임기영이 최고의 시즌을 만들며 선발 마운드를 지키고 신인 이의리가 분전했지만, 정상적인 로테이션 구성도 어려운 선발 마운드는 허약하기만 했다. 여기에 불펜진 역시 주력 불펜 투수들의 부상과 부진으로 제 역할을 하지 못했다.
지난 시즌 주력 불펜 투수를 트레이드 카드로 활용할 만큼 단단했던 마운드로 예상을 뛰어넘는 선전을 했던 KIA였지만, 마운드가 붕괴 현상을 보이면서 성적을 바닥을 향할 수밖에 없었다. 여기에 팀 타선마저 부진하면서 상승 반전의 모멘텀을 만들 수 없었다. 중심 타선에 자리할 최형우, 나지완은 잦은 부상에 시달렸고 외국인 타자 터커 역시 교체를 고민할 정도로 부진했다. 사실상 중심 타선이 부재한 상황에서 팀 타선이 힘을 발휘하기 어려웠다. 백업 선수들의 역량마저 떨어지며 새로운 가능성도 찾을 수 없었다.
이에 구단 프런트와 코치진에 대한 비난 여론이 들끓었다. 선수 구성과 기용에 대한 문제점을 지적하는 목소리가 커졌다. 지난 시즌 부임 후 호평을 받았던 윌리엄스 감독의 지도력도 흔들렸다. 이런 분위기에서 KIA는 시즌 팀 방향성에 대한 고민을 하지 않을 수 없었다. 리빌딩의 가능성도 커졌다.
이 시점에 KIA는 반등에 성공했다. 7월 들어 KIA는 투. 타가 조화를 이루며 연승을 이어가고 있다. 그 연승이 NC, 두산, KT 등 상위권 팀들과의 대결이었다는 점은 큰 의미가 있었다. 지난 주말 KIA는 하위권 팀을 상대로 승수를 쌓아 선두 자리를 더 굳건히 하려는 KT에 2패를 안기며 선두권 경쟁을 더 뜨겁게 했다.
KIA는 최근 에이스 브룩스가 부상에서 돌아오면서 선발 마운드가 정비됐고 불펜진이 안정세를 되찾았다. 팀 타선도 득점권에서 집중력을 보이며 필요한 득점을 하고 있다. 투. 타가 조화를 이루는 느낌이다. 야수진에서 김태진은 주전 3루수 자리를 굳히며 3할 타율을 기록 중이고 장현식은 불펜의 믿을맨으로 크게 활약하고 있다. 이들은 지난 시즌 NC에서 트레이드로 영입한 선수로 최근 KIA 상승세를 이끌어가고 있다. 지난 일요일 경기에서는 급히 1군에 콜업한 신인 포수 권혁경이 수비에서 기대 이상의 활약을 하며 팀 2 : 0 승리에 주역이 되기도 했다. 잘 되는 팀이 전형을 KIA가 보여주고 있다.
KIA로서는 상승세에 가속도를 더할 시점에 리그 중단이 아쉬울 수 있다. 하지만 다수의 부상 선수가 있는 팀 사정상 한 달여의 중단 기간은 완전체 전력을 만들 수 있는 소중한 시간이다. 7월 6연승으로 포스트시즌에 대한 희망을 되살린 상황에서 전력을 제대로 추스른다면 순위 경쟁의 변수가 되기 충분하다. 무엇보다 방역 수칙 준수에 따른 불이익을 감수한 구단이라는 점은 구단에 대한 호감도를 상승시킬 수 있다. 이는 또 다른 긍정 효과로 이어질 수 있다.
어렵게 흔들리는 팀을 본 궤도로 올려놓은 KIA다. 이제는 리그 포기보다는 해볼 만하다는 상황이 만들어졌다. 과연 KIA가 지금의 상승 분위기를 긴 공백기 후 8월에도 이어갈 수 있을지 후반기 프로야구에서 중요한 관심사 중 하나다.
사진 : KIA 타이거즈, 글 : jihuni7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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