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 프로야구가 올림픽에 더해진 코로나 변수로 인해 한 달여의 긴 휴식기를 가지게 됐다. 7월 19일부터 8월 10일까지 올림픽 브레이크는 예정된 일이었지만, NC와 두산의 확진자 발생과 이에 따른 선수단의 대거 자가격리 사태 등이 겹치며 1주일 빠른 리그 중단 결정이 내려졌다.
이를 두고 여전히 형평성 문제와 향후 리그 파행의 가능성이 겹치며 비난 여론이 사그라들지 않고 있다. NC와 두산에 대한 야구팬들의 시선도 차갑다. 당장 코로나 확진자 여파와 우천 취소로 인한 잔여 경기가 대폭 늘었다. 리그 재개 이후 추가 확진자 발생 시 취소 경기가 더 늘어날 수 있다. 이에 KBO는 메이저리그에서 시행하고 있는 7이닝 더블헤더와 연장 승부치기 도입을 검토하고 있다. 팀당 144경기를 모두 소화하기 위해서는 불가피한 선택이 될 가능성이 크다. 이 또한 후반기 레이스에 큰 변수가 될 수 있다.
리그 역사상 없었던 시즌 도중 리그 중단에 대한 충격이 여전히 존재하지만, 리그 중단은 현실이 됐다. 이제 각 구단은 변화한 상황에 맞는 선수단 운영과 리그 전략을 다시 수립해야 할 상황이다. 선수들의 컨디션과 경기력 유지를 위해 리그 중간에 여름 캠프를 가동해야 할 수도 있다. 코로나 추가 감염 방지를 위한 세심한 관리도 필요해졌다. 이 공백기는 선수들에게 재충전의 시간이 될 수 있지만, 그 기간을 어떻게 활용하는지에 따라 구단 간 희비가 엇갈릴 수도 있다.
이러한 상황은 외국인 선수 교체를 더 적극적으로 할 수 있는 계기가 될 수 있다. 이미 외국인 선수 교체 카드를 사용한 구단도 있다. 최근 외국인 선수 교체를 선택한 구단들은 새롭게 영입한 외국인 선수의 자가 격리 기간에 따른 경기 공백을 덜할 수 있다는 점에서 호재로 작용할 수도 있다. 외국인 선수가 전력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매우 크다는 점을 고려하면 외국인 선수의 경기력과 교체는 시즌 재개 후 각 구단의 경기력에 큰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선두권에서 경쟁하는 KT, 삼성, LG는 한 명씩 외국인 선수를 교체했다. KT는 외국인 타자 알몬테를 떠나보내고 지난 시즌까지 한화에서 활약했던 외야수 호잉을 영입했다. 호잉은 2018, 2019 시즌 한화 외야진에서 공수에서 큰 역할을 했다. 2020 시즌 세 번째 시즌을 맞이한 호잉은 극심한 타격 부지에 시달리며 결국, 시즌 도중 방출되는 비운을 겪었다. 호잉은 미국 마이너리그에서 그의 선수 커리어를 다시 이어갔고 올 시즌 류현진이 소속된 토론토에서 메이저리그에 클 업 되기도 했다. 부상 선수를 대체하는 차원의 짧은 기간이었지만, 그의 경쟁력을 다시 확인하는 일이었다.
KT는 호잉에서 손을 내밀었다. KT는 외국인 타자 알몬테가 중심 타선에 힘을 실어줄 것으로 기대했지만, 알몬테의 성적은 이에 미치지 못했다. 여기에 주루와 수비에서 문제가 있었다. KT는 외야수로 활용이 제한된 알몬테를 계속 안고 가기 어려웠다. KT는 외국인 타자 없이도 강한 타선을 유지 중이었다. 이에 과감히 외국인 타자 교체를 선택했다. KT는 국내 선수들만으로 경쟁력 있는 타선을 구축한 만큼 뛰어난 수비 능력을 겸비한 호잉이 팀의 부족한 부분을 메워줄 수 있다는 판단을 했다. 마이너리그에서 타격감을 회복한 모습을 보였던 수년 간의 KBO 리그 경험이 있다는 점도 고려했다. KT 외국인 투수 데스파이네와 쿠에바스는 선발 마운드에서 큰 역할을 하고 있다. 호잉이 일정 역할을 한다면 투. 타 균형이 잘 이루어지고 있는 KT에 큰 히이 될 수 있다.
삼성은 에이스 역할을 하고 있는 뷰캐넌에 올 시즌 삼성 돌풍의 주역인 타자 피렐라에 더해 메이저리그 선수 이력이 있는 좌완 투수 몽고메리를 더했다. 삼성은 시즌 시작을 우완 파이어볼러 라이블리와 함께 했지만, 그의 부상으로 인연을 정리했다. 몽고메리는 메이저리그에서 경쟁력이 떨어진 모습이지만, 큰 키에 빠른 공을 던질 수 있는 좌완 투수로 KBO 리그에서 성공 가능성이 큰 유형이다. 실제로 몽고메리는 첫 등판에서 3이닝 6탈삼진의 위력투를 선보였다. 사사구 4개로 제구가 흔들리는 모습도 있었지만, 리그 중단 기간 적응기를 거치면 더 강력한 투수가 될 가능성이 있다. 몽고메리가 메이저리거의 저력을 발휘한다면 삼성은 리그 최강의 선발 마운드 구축이 가능하다. 이는 삼성의 돌풍을 더 거세게 할 수 있다.
LG는 외국인 타자 라모스를 교체했다. 지난 시즌 라모스는 LG의 취약 포지션이었던 1루수 자리를 완벽하게 메웠다. 지난 시즌 라모스는 정규리그에서 38홈런을 기록하며 공격력에서 아쉬움이 있었던 LG 1루수 포지션의 모습을 완전히 바꿔놓았다. 포스트시즌에서도 라모스는 엄청난 장타력을 보여줬다. 이에 LG는 크게 인상된 금액으로 그와 재계약을 체결했다.
하지만 2년 차 라모스는 지난 시즌과 크게 다른 모습이었다. 좀처럼 타격감을 끌어올리지 못했다. 장타력을 발휘할 수도 없었다. 여기에 부상이 겹쳤다. LG는 아직 20대 젊은 선수 라모스의 부활을 위해 인내의 시간을 가졌지만, 선두 경쟁을 해야 하는 팀 상황에서 기다림을 지속할 수 없었다. 마운드에 비해 그 힘이 크게 떨어지는 팀 타선을 빠르게 보강해야 했다.
LG는 파워히터 보어를 영입했다. 보어는 우투 좌타의 선수로 라모스의 1루수 자리를 대신할 수 있고 2020 시즌 일본 리그에서 활약한 경험이 있다. 이는 리그 적응에 유리함이 있다. 정교함은 다수 부족하지만, 파워가 돋보이는 타자다. 레벨이 한 단계 떨어지는 리그에서 콘택트 능력이 더 나아질 가능성이 크다. 리그가 중단되면서 적응의 시간을 더 가질 수도 있다. LG는 외국인 투수 켈리와 수아레즈가 원투 펀치로 제 역할을 하고 있다. 보어가 중심 타선에서 구심점 역할을 한다면 LG 타선에 큰 힘이 될 수 있다.
중위권 팀들은 상황이 엇갈린다. 선발 투수 3명이 모두 부상 등을 이유로 전력에서 이탈한 SSG는 급히 새로운 외국인 투수 가빌리오를 영입했다. SSG는 부상 이력이 없고 이닝 소화 능력에 중점을 두고 그를 영입했다. 문제는 영입 후 두 번의 등판에서 그의 투구 내용이 좋지 않았다는 점이다. 가빌리오는 각각의 경기에서 4실점, 7실점하며 강력한 선발 투수의 모습을 보여주지 못했다. 구위는 타자들을 압도할 수준이 아니었고 힘든 승부를 이어갔다. SSG는 가빌리오가 에이스의 모습을 되찾은 외국인 투수 폰트와 함께 원투 펀치로 나서길 원하지만, 가빌리오의 투구 내용은 그와 거리가 멀었다.
최근 마운드의 힘이 떨어지면서 성적도 내림세를 걷고 있는 SSG로서는 외국인 투수가 제 역할을 못한다면 고민이 커질 수 있다. 가빌리오를 급히 영입했던 SSG는 긴 휴식기 동안 또 다른 대안을 모색할 가능성이 있다.
리그 중단 사태에서 불편한 시선을 받고 있다. NC와 두산은 외국인 선수 교체보다는 컨디션 유지에 더 중점을 둘 가능성이 크다. NC는 지난 시즌 우승의 주역인 에이스 루친스키가 건재하고 외국인 타자 알테어의 활약도 뛰어나다. 올 시즌 새롭게 영입했던 외국인 투수 파슨스도 선발투수로 꾸준한 활약을 하고 있다.
두산은 부상 중인 에이스 로켓이 충분한 휴식과 재활을 할 수 있는 시간을 벌었다. 잔부상이 있는 외국인 타자 페르난데스에게도 리그 중단은 도움이 될 수 있다. 최근 호투 행진을 이어가고 있는 또 다른 외국인 투수 미란다가 그 흐름을 이어갈 수 없다는 점은 아쉬움이 있다. 하지만 전체적으로 외국인 선수에 있어 리그 중단과 긴 휴식기간은 두산에 도움이 될 수 있다.
키움은 이 기간 시즌 중 떠나보낸 외국인 타자 프레이타스를 대신할 새로운 외국인 타자 영입을 발표했다. 키움은 메이저리그 피츠버그에서 한때 활약하기도 했던 윌 크레익과 계약했다. 올 시즌 진기명기에도 오랫동안 남을 황당한 수비 실책으로 국내 야구팬들에게도 알려진 인물이다. 흑역사가 있지만, 그는 20대 젊은 나이에 파워가 있는 타자로 1루와 외야 수비가 가능하다. 주전 1루수 박병호의 노쇠화와 외야의 공격력에서 아쉬움이 있는 키움으로서는 맞춤형 영입이라 할 수 있다. 마침 긴 휴식기가 생기면서 적응에 대한 걱정도 덜었다.
하위권 3팀 역시 쉬어가는 의미가 있다. 타선의 폭발로 분위기 반전에 성공한 롯데는 여전히 불안한 마운드를 배재 정비할 시간이 생겼다. 지난 시즌 탈삼진왕의 면모를 되찾지 못하고 있는 에이스 스트레일리가 충분한 조정기를 거칠 수 있다. 풀 타임 첫 선발 투수 시즌을 보내고 있는 외국인 투수 프랑코도 체력을 비축할 수 있다. 잔부상이 있는 외국인 타자 마차도에게도 소중한 시간이다.
KIA 역시 부상 재활을 거친 에이스 브룩스와 재활의 마지막 단계에 있는 멩덴 두 외국인 투수가 여유 있게 시즌 후반을 준비할 수 있게 됐다. 좀처럼 반등의 계기를 만들지 못하고 있는 외국인 타자 터커에게도 소중한 시간이다. 다만, 7월 6연승으로 기력을 회복하며 포스트시즌에 대한 희망을 가지게 된 KIA로서는 공격력 보강을 위해 외국인 타자의 새로운 대안을 모색할 가능성도 있다. 터커로서는 휴식기를 허투루 흘려보낼 수 없는 상황이다.
최하위 한화는 리빌딩을 중점으로 하는 시즌이지만, 경기력 유지를 위해 외국인 선수들의 활약이 필요했다. 시즌 초반은 외국인 선수들이 기대 이상의 활약을 했지만, 시간이 흐르면서 양상이 달라졌다. 시즌 초반 호평을 받았던 외국인 투수 카펜터는 투구가 분석되면서 어려움이 생겼고 또 다른 외국인 투수 킹험이 부상 변수가 발목을 잡았다. 외국인 타지 힐리는 풍부한 메이저리그 경험을 바탕으로 중심 타자로서의 역할을 기대했지만, 함량 미달의 모습을 보였다.
결국, 힐리는 시즌 도중 방출됐다. 한화는 그 자리를 유틸리티 플레이어 페레스로 대신했다. 내야와 외야 수비가 모두 가능하고 스피드와 장타력을 겸비한 타격은 수베로 감독의 야구 스타일과 부합한다. 시즌 중단으로 자가격리와 리그 적응에 충분한 시간을 가질 수 있다는 점도 긍정적이다. 부상 이력이 있는 두 외국이 투수도 충분한 준비 기간을 가지게 됐다.
이렇게 리그 중단은 외국인 선수 운영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외국인 선수들의 희비가 크게 엇갈리고 있다. 외국인 선수 교체기에 있는 팀들에게는 유리하게 작용할 수도 있겠지만, 이런 유불리를 따지기 이전에 리그 중단 사태 발생은 결코 바람직한 일은 아니다. 경기 감각 유지 측면에서도 어려움이 생길 수 있고 먼 타국에 와있는 외국인 선수들에게 경기가 없는 공백기는 컨디션 유지에 어려움을 가져다줄 수도 있다. 각 구단의 세심한 관리가 필요한 상황이다. 다시 리그가 재개 되는 시점 이후 각 구단 외국인 선수들의 활약상을 지켜보는 것도 큰 재미가 될 것으로 보인다.
사진 : 삼성 라이온즈, SSG 랜더스, 글 : jihuni7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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