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야구 역사상 최초의 시즌 중 리그 중단까지 불러온 프로야구 NC 다이노스 선수들의 음주 일탈과 코로나 감염 사태가 프로야구 전체를 뒤흔들고 있다. 해당 선수들은 물론이고 미온적 대처와 사건 은폐 정황까지 의심받는 NC 구단은 엄청난 비난의 화살을 받고 있다.
시즌 중 감염병 상황이 심각한 상황에서 밤부터 새벽까지 외부인까지 포함된 술판이 있었다. 코로나 상황에도 리그 진행을 위해 애써온 리그 전체 구성원들의 노력을 무색하게 하는 일이었다. 감염법 위반에 따른 처벌 가능성도 크다. 당장 해당 선수들에 대한 KBO 차원의 중징계가 불가피하다. NC 역시 책임을 피하기 어려워 보인다. 무엇보다 리그에 대한 팬들의 신뢰가 크게 훼손됐다는 점은 너무나 큰 손실이다.
이 사건은 개막을 얼마 남겨두지 않고 있는 도쿄올림픽 야구 대표팀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도쿄 올림픽에서는 2008년 베이징 올림픽 이후 정식 종목에서 제외됐던 야구가 다시 포함됐다. 주최국 일본의 입김이 크게 작용한 결과다. 도쿄 올림픽 이후 야구는 다시 정식종목에서 제외된다. 올림픽에서 열리는 야구 경기를 볼 수 없는 더없이 소중한 기회다. 성적 면에서도 2008년 베이징 올림픽 금메달의 영광을 기억하고 있는 이들에게는 이번 대회에 대한 기대도 크다. 야구는 메달이 기대되는 유력한 구기종목이기도 하다.
대회를 앞두고 팀워크를 다져야 할 야구 국가대표팀이지만, 엔트리 변경이 불가피하게 됐다. 코로나 감염 사태의 원인을 제공한 NC 선수들 중 한 명이 국가대표 2루수 박민우였기 때문이었다. 이 사건은 그의 국가대표 자격에 대한 논란을 불러일으킬 수 있었다. 박민우는 스스로 국가대표에서 사퇴했다. 당시 함께 술자리를 했던 이들 중 박민우는 감염을 피했다. 그는 국가대표 예비 엔트리에 포함돼 백신을 접종 받았다. 그는 백신의 효과를 증명하는 역할만 한 채 소중한 기회를 스스로 져버렸다.
당장 그의 자리를 대신할 선수가 필요했다. 박민우의 포지션을 고려하면 유력 후보는 내야수가 예상됐다. 국가대표 선발 당시 탈락에 대한 아쉬움이 컸던 한화 2루수 정은원과 올 시즌 기량을 회복한 롯데 안치홍, 유격수와 3루수 수비가 모두 가능하고 타격에서 발전한 모습을 보인 KT 심우준에 상대적으로 부족함이 있는 외야수 발탁 가능성이 커 보였다. 대표팀의 선택은 롯데 신인 좌완 투수 김진욱이었다.
야수에 시선이 쏠려있었던 상황에서 예상치 못한 결정이었다. 올 시즌 그의 성적을 고려하면 언뜻 이해하기 어려운 측면도 있었다. 올 시즌 1군에서 17경기 등판한 김진욱은 방어율 8.07에 2승 5패의 성적을 기록 중이다. 리그 평균에도 크게 못 미치는 성적이다. 여기에 29이닝을 투구하면서 탈삼진 26개를 기록하는 동안 볼넷 27개로 제구에서도 불안감을 노출했다. 김진욱은 롯데가 고대했던 팀 미래를 책임질 좌완 선발 투수로 큰 기대를 모았지만, 이런 부진으로 선발 투수에서 탈락했고 2군에서 조정기를 거쳐야 했다. 이후 불펜 투수로 전환했다.
김진욱이 시행착오의 과정을 겪는 사이 올 시즌 함께 입단한 KIA의 신인 이의리는 팀 선발 투수 한자리를 차지했고 신인답지 않은 담대함과 위력적인 구위로 호평을 받았다. 김진욱과 같은 좌완 투수인 이의리는 좌완 투수가 부족한 대표팀에서 주목을 받았고 LG의 베테랑 차우찬과 함께 대표팀 24인 명단에 이름을 올렸다. 고교 2학년 때부터 고교 최고 투수로 인정받았던 김진욱이었지만, 프로에서 이의리와의 관계가 역전되는 순간이었다.
이런 김진욱에게 놀라운 반전이 일어났다. 여러 상황이 복합적으로 작용된 결과로 보인다. 우선 불펜 투수 김진욱의 가능성이 큰 요인이 됐다. 김진욱은 2군에서 조정기를 거친 후 불펜 투수로 전환했다. 롯데는 그가 앞으로 팀을 이끌어갈 선발 투수 자원이긴 하지만, 불펜 투수로 더 많은 경기 경험을 쌓는 과정을 거치도록 했다. 올 시즌 선발 투수로서 김진욱은 경기 초반 위력적인 구위를 과시하기도 했지만, 투구 수가 늘어나면서 급격히 페이스가 떨어지는 모습을 자주 연출했다. 아직은 긴 이닝을 소화할 수 있는 경기 운영 능력이나 힘의 배분, 볼 배합 등에서 보완할 점이 보였다. 롯데는 그가 불펜에서 짧은 이닝을 소화하면서 성공의 기억을 더 쌓고 자신감을 얻을 수 있도록 했다. 롯데의 열악한 불펜 상황도 고려한 결정이었다.
불펜 투수 김진욱은 분명 위력이 있었다. 기복이 있는 투구 내용도 있었지만, 이닝에 대한 부담을 던 김진욱의 구위는 타자들을 압도할만했다. 불펜 투수로 본격적으로 등판한 6월 이후 그의 성적 지표는 긍정적인 방향으로 바뀌었다. 타자들을 힘으로 제압할 수 있는 탈삼진 능력이 돋보였다. 특히, 높은 타점에서 나오는 직구는 쉽게 공략하지 어려운 공이었다.
마침 대표팀 마운드는 좌완 투수 보강이 필요했다. 이번 올림픽에서 대표팀은 마운드에 대한 고민이 크다. 오랜 세월 국가대표로 활약했던 류현진, 김광현, 양현종의 빅 3 좌완 투수가 함께 할 수 없다. 지난 시즌 초반 리드를 평정했던 특급 좌완 구창모는 부상에서 좀처럼 회복하지 못하고 있다. 또 다른 대안이 될 것으로 기대했던 삼성의 좌완 선발 투수 최채흥도 부상 여파가 남아있다. 이에 대표팀은 부상에서 회복했고 국제경기 경험이 풍부한 LG의 베테랑 좌완 차우찬을 대표팀에 포함했고 신인 투수로 돋보이는 활약을 하고 있는 이의리를 더했다.
대신 대표팀은 올림픽 상대 팀들에게 생소한 사이드암, 언더핸드 투수들을 다수 선발했다. 선발 등판하며 퀄리티스타트가 보장된 KT 고영표, 두산의 선발 마운드를 이끄는 사이드암 최원준, 선발과 불펜에서 두루 경험이 있는 키움 한현희를 포함했다. 마무리 투수는 키움의 조상우, LG 고우석이 자리했다. 선발 투수 군에 포함될 삼성의 우완 원태인과 롯데 박세웅, 한화 김민우까지 10명으로 마운드를 구성했다.
대표팀은 확실한 선발 투수가 없는 상황에서 다양한 유형의 투수들을 조합하는 마운드 운영 전략을 펼치기 위한 마운드를 구성했다. 하지만 복잡한 올림픽 야구 경기 일정의 고려하면 최대 8경기를 할 수 있는 상황에서 10명의 투수는 부족하다는 의견이 있었다. 이번 올림픽에서 야구는 6개 팀이 참여하지만, 3개 팀이 하는 예선전에 이어 패자부활전이 곳곳에 있다. 예선전에서 2패를 하더다로 패자부활전을 통해 결승에 진출할 수 있다. 개최국 일본의 조기 탈락을 막으려는 일본의 꼼수가 다분히 작용한 대진이라 할 수 있다. 매 경기가 결승전인 상황에서 다수의 투구 활용은 불가피하고 투수 부족 현상이 발생할 수도 있다. 여전히 부상 우려가 남아있는 차우찬의 몸 상태를 고려하면 좌완 투수의 보강이 필요하기도 했다.
여기에 우리 야구의 미래를 이끌어갈 선수에 대한 배려도 고려된 것으로 보인다. 이번 올림픽 야구 대표팀은 병역 혜택이라는 점은 이전보다 고려하지 않았다. 병역 미필 선수의 비율이 이전 대회보다 낮다. 이에 젊은 선수들의 비율이 상대적으로 낮았다. 그 와중에 야수진의 강백호, 마운드의 이의리, 김진욱은 소중한 경험을 쌓게 됐다. 강백호는 이미 리드 최고 레벨의 선수가 됐지만, 이의리, 김진욱은 이제 시작하는 선수들이다. 이들은 소속팀은 물론이고 앞으로 리그를 이끌어가야 하는 야구의 미래다. 미래 자원에 대한 과감한 투자의 성격도 있다.
김경문 감독 특유의 뚝심도 작용했다. 김경문 감독은 2008년 베이징 올림픽 전승 우승을 이끈 이력이 있고 국내 리그는 물론이고 국제경기 경험도 다수 있다. 그는 자신만의 야구 색깔로 명장의 반열에 올랐다. 김경문 감독은 이번 대표팀 선발에서 객관적 지표에서 벗어나 자신이 구상하는 팀에 맞는 선수들을 선발했다. 분명 논란이 있었지만, 김경문 감독은 자신의 소신을 굽히지 않았다. 김진욱은 김경문 감독이 시즌 초반부터 관심을 가지고 있었던 선수였다. 김경문 감독은 그를 선발할 수 있는 기회가 오자 주저 없이 그를 선택했다.
이제 남은 건 김진욱의 활약 여부다. 김진욱의 선발을 두고 기대와 함께 우려의 목소리도 있다. 김진욱에게는 큰 부담이다. 만약 부진한 투구 내용을 보인다면 비난의 파고를 감당하기 어려울 수도 있다. 이런 결과에 대한 걱정은 투구 내용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 김진욱으로서는 평정심을 유지하고 자신의 기량을 최대한 끌어내야 하는 과제가 있다. 마침 대표팀에는 리그 최고 포수진 양의지가 강민호가 있다. 이들과의 만남은 김진욱에게 큰 도움이 될 수 있다. 어쩌면 그가 크게 발전하는 계기가 될 수 있다. 구위만큼은 인정받고 있는 김진욱인 만큼 훌륭한 조력자의 존재는 그의 기량을 극대화할 수 있다.
몇몇 야구팬들은 그가 2008년 베이징 올림픽 당시 기존 선수의 부진으로 대체 선수로 극적으로 선발된 이후 맹활약하며 금메달 획득에 큰 역할을 한 윤석민의 사례가 재현되길 기대하고 있다. 큰 기회를 잡은 김진욱인 만큼 동기부여 요인이 그 누구보다 큰 것도 사실이다.
김진욱의 대표팀 선발로 롯데는 미래 에이스 박세웅과 함께 2명의 선수를 대표팀에 보내게 됐다. 부상의 우려도 있지만, 이들이 올림픽에서 활약을 하고 메달까지 따낸다면 남은 시즌을 물론이고 앞으로 야구선수로서 긍정의 에너지를 얻을 수 있다. 군 미필 선수인 이들이 병역 혜택까지 받을 수 있다면 팀에게도 엄청난 이득이다. 이런 장밋빛 전망의 실현을 위해서는 박세웅과 김진욱의 활약이 그 전제조건이다. 특히, 마지막에 기회를 잡은 김진욱으로서는 더 큰 절실함이 있다. 과연 김진욱이 자신을 선택한 결정이 옳았음을 올림픽에서의 활약으로 증명할 수 있을지 궁금하다.
사진 : 롯데 자이언츠, 글 : jihuni7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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