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쿄 올림픽 야구 조 예선 마지막 경기에서 미국에 패하며 조 2위를 차지한 야구 대표팀이 독특한 토너먼트를 시작했다. 패자 부활전이 가미된 이번 토너먼트는 한 번의 패배가 탈락이 아니다. 그 팀은 다시 한번 부활의 기회가 있다. 상대적으로 마운드 층이 두꺼운 개최국 일본이 혹시 모를 자국 팀의 조기 탈락이라는 변수를 없애려는 꼼수도 들어가 있는 방식이다. 하지만, 연승을 한 팀보다 더 많은 경기를 치러야 한다. 그만큼 힘들고 전력 소모가 극심하다. 금메달이라는 큰 목표를 가지고 있는 야구 대표팀에는 큰 부담이 될 수 있다.
대표팀 토너먼트의 시작은 극적인 역전 끝내기 승리였다. 대표팀은 8월 1일 반대 조 2위 도미니카와의 토너먼트 1라운드에서 1 : 3로 밀리던 경기는 9회 말 3득점으로 반전시키며 4 : 3으로 승리했다. 패했다면 내일이 없는 패자전에 나서야 했던 대표팀은 조 3위전 대결 승자인 이스라엘과 4강 진출권을 놓고 대결하게 됐다.
말 그대로 극적인 승리였다. 대표팀은 1회 초 선발 투수 의리가 흔들리며 1실점 했고 1회 말 양의지의 동점 희생 플라이로 동점에 성공했지만, 4회 초 이의리가 2점 홈런을 허용하며 1 : 3으로 끌려갔다. 하지만 이의리는 5회까지 추가 실점 없이 마운드를 지켰다 올 시즌 신인 투수 이의리는 3실점했지만, 강력한 직구와 날카롭게 떨어지는 체인지업으로 9개의 삼진을 잡아내는 역투를 했다. 원태인과 고영표 두 선배들로 해내지 못한 5이닝 투구에 성공했다. 국제 경기 첫 선발 등판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기대 이상의 호투였다.
문제는 타선이었다. 대표팀 타선은 40살을 넘긴 상대 좌완 선발 투수에 크게 고전했다. 1회 말 득점 기회에서 1득점했지만, 이후 출루한 주자를 홈으로 불러들이지 못했다. 도미니카의 선발 투수 발데스는 우리 나이로 45살로 KBO 리그 웬만한 감독 코치급의 연차고 구위 역시 직구 구속이 130킬로를 조금 넘어서는 수준이었다. 도미니카로서는 그에게 긴 이닝을 기대하지 않았을 것으로 보였다.
대표팀 타선은 미국과 일본 리그를 두루 경험한 좌투수에 완전히 타선이 완전히 말려들었다. 느린 직구와 외각으로 흘러나가는 슬라이더에 대응하지 못했다. 좌타자들이 주축인 대표팀 타선은 40대 노장 투수 공략의 해법을 찾지 못했다. 6회 1사까지 발데스는 100개가 넘는 공을 던지는 투혼을 발휘하며 대표팀 타선은 1실점을 막아냈다. 그가 한계 투구 수를 넘기지 않았다면 대표팀 타선의 시련을 더 길어질 수 있었다.
대표팀은 우타자 보강을 위해 황재균은 처음으로 선발 2루수로 기용하고 타격에서 부진한 강백호를 2번 타선으로 양의지를 4번 타순에 배치하는 등 선발 라인업에 변화를 줬다. 좌타자 위주의 타선의 균형을 맞추기 위한 시도였지만, 그 효과는 크지 않았다. 황재균은 본래 포지션인 3루가 아닌 2루로 출전한 경기에서 수비에 대한 부담이 있었고 타격에서 영행을 주는 모습이었다. 리그 최고 타자지만, 국제경기에서 큰 활약을 하지 못했던 양의지 역시 4번 타순에 부담이 있었다. 중심 타선에 힘을 실어 주어야 할 오재일도 부진했다.
타선의 부진은 답답한 경기 흐름으로 이어졌다. 대표팀은 리그 정상급 마무리 투수 고우석, 조상우를 연달아 마운드에 올리고 박세웅이 그다음을 지키며 추가 실점을 막았지만, 타선에서 2점 차를 극복하지 못했다. 그렇게 경기는 마지막을 향해갔다.
큰 전환점은 9회 초 수비였다. 대표팀은 무사 1루에서 마무리 오승환을 마운드에 올렸다. 실점을 막고 역전에 대한 의지의 표현이었지만, 오승환은 발 빠른 주자를 의식하다 견제구가 빠지며 무사 3루의 위기에 몰렸다. 추가 실점은 완벽한 패배가 될 수 있었다. 이 위기에서 오승환은 3타자를 연속 내야 땅볼로 막아내며 자신이 자초한 위기를 스스로 막아냈다. 조 예선 이스라엘전 승부치에서 무사 1, 2루 위기를 무실점으로 막아낸 그의 위기관리 능력이 다시 발휘된 순간이었다. 이는 9회 말 공격에 나서는 대표팀 타자들의 각오를 새롭게 했다.
마침 비슷한 시각 육상에서는 출전 선수 중 가장 낮은 랭킹이었지만, 높이뛰기에서 깜짝 결승에 진출한 우상혁의 활약이 이어지고 있었다. 한국 선수로는 25년 만에 올림픽 결승전에 진출한 우상혁은 오랜 세월 깨지지 않고 있던 234센티미터의 한국 신기록을 뛰어넘는 235센티 미터를 뛰어넘으며 선전 중이었다. 비록 메달권에서 조금 모자란 4위에 머물렀지만, 한국 육상사에 남을 일이었다. 우상혁은 긴장감 가득한 순간에도 미소를 지으며 스스로 텐션을 올리는 등 마치 신들린 사람처럼 높이뛰기 바를 넘고 또 넘었다.
이런 우상혁의 기가 전해진 탓인지 대표팀 타자들은 9회 말 무서운 집중력을 보였다. 대타 최주환의 내야 안타 출루는 역전극의 시작이었다. 대표팀은 리그 도루 1위인 대주자 김혜성을 투입했고 김혜성은 과감한 도루로 득점권으로 향했다. 이어진 박해민의 빗맞는 타구가 적시타로 연결되며 1점을 추격했다. 이후 두 번의 극적인 적시 안타가 나왔다.
1사 2루에서 이정후는 도미니카 마무리 투수와 끈질긴 볼 카운트 싸움하며 버텼고 좌측 펜스로 흘러가는 1타점 2루타를 때려냈고 대표팀은 동점에 성공했다. 득점은 여기서 멈추지 않았다. 2사 후 타석에 선 김현수는 상대 떨어지는 변화구를 걷어올려 우측 담장으로 향하는 끝내기 적시타를 때렸다. 대표팀의 4 : 3 끝내기 승리가 완성되는 순간이었다. 대표팀 타자들은 내내 고전했지만, 결정적인 순간 말 그대로 해줘야 타자 이정후, 김현수 두 좌타자가 그 역할을 해냈다. 조 예선에서 일본에 3 : 1로 앞서다 9회 말 역전 끝내기 패배를 당했던 도미니카는 다시 한국에 같은 패배를 당하며 고개를 숙여야 했다.
대표팀은 연장 끝내기 승부로 이어졌다면 승리를 장담할 수 없는 불확실성을 지우고 마운드의 추가 소모까지 막으며 다음 토너먼트로 향했다. 다음 상대 이스라엘은 조 예선에서 한차례 상대한 팀이다. 그들도 우리를 잘 분석했지만, 실전을 통해 우리도 이스라엘을 잘 분석했다. 요주의 타자들로 파악했다. 조 예선 경기를 통해 이스라엘의 마운드가 그리 강하지 않다는 점도 확인했다. 야간 경기 후 낮 경기라는 어려움이 있지만, 끝내기 승리로 상승 분위기를 만들었다는 점은 매우 긍정적이다.
하지만 마운드가 연일 상대 홈런포에 실점을 하는 장면은 철저한 분석이 필요하다. 보다 정교한 제구가 필요하다 여기에 대표팀의 약점을 파고드는 상대 팀들의 좌투수 등판에 대한 대응도 있어야 한다. 도미니카전에서 전성기를 훨씬 지난 40대 투수도 공략하지 못했다는 점은 아쉬움이 있었다. 타선이 보다 더 활발한 공격력으로 마운드의 부담을 덜어줘야 한다. 거듭된 경기에 마운드의 힘이 점점 떨어지고 있다는 점도 고려해야 할 부분이다.
힘겨운 여정의 연속이고 매 경기 쉽지 않은 승부가 이어지고 있다. 어려울 것으로 예상은 했지만, 대표팀의 메달로 가는 길은 결코 수월하지 않다. 대표님 선수 구성의 문제점도 드러나고 있고 경기 운이 작용한 측면도 있다. 하지만 도미니카 전에서 큰 고비를 넘겼다. 토너먼트의 특성상 경기 내용보다는 결과가 중요하다. 이기는 경기를 한다는 건 분명 의미가 있다. 도미니카전 끝내기 승리는 앞으로 여정에 큰 힘이 될 수 있다.
글 : jihuni7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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