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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쿄 올림픽 야구 대표팀이 다시 한번 주어진 결승 진출의 기회를 잡지 못했다. 야구 대표팀은 8월 5일 미국과의 패자 준결승에서 2 : 7로 패했다. 전날 일본과의 승자 준결승에서 2 : 5로 패한 대표팀은 두 번의 연속 패배로 도미니카와의 3.4위전으로 밀렸다. 애초 복잡한 올림픽 야구 경기 운영 방식이 호재가 될 것으로 기대했지만, 그 기회는 우리 것이 아니었다. 이로써 2008년 베이징 올림픽 야구 금메달에 이어 또 한 번의 금메달 기회도 함께 사라졌다. 

한 마디로 역부족의 경기였다. 대표팀은 경기 중반 밀리는 경기를 반전시킬 수 있었지만, 그 흐름을 우리 것으로 만들지 못했고 오히려 마운드에 붕괴되며 대량 실점했다. 그것으로 경기는 끝이었다. 개최국 일본에 이어 미국까지 그 벽은 단단했다. 

미국과의 준결승에서 대표팀은 선발 투수 이의리의 호투로 경기 초반 대등한 경기를 할 수 있었다. 이의리는 본선 라운드 도미니카전 5이닝 3실점 투구로 국제경기 경쟁력을 입증했다. 올 시즌 입단한 신인이었지만, 빠른 공을 던질 수 있는 좌완 투수의 장점을 제대로 발휘했다. 직구의 위력은 상대 타자를 힘으로 누를 수준이었고 날카롭게 떨어지는 체인지업도 위력적이었다. 미국은 이미 한차례 선발 등판한 이의리를 분석하고 경기에 나섰지만, 이의리의 구위는 위력이 있었다. 양의지 대신 선발 출전한 포수 강민호와의 호흡도 원활했다. 이의리는 3일 휴식 후 등판이라는 부담에도 젊은 패기를 앞세워 담대한 타구를 했다. 일본을 상대로 5득점하며 일본 마운드를 혼쭐냈던 미국의 강타선을 상대로 5회까지 2실점으로 버티며 호투했다. 일본전 고영표에 이어 선발 투수 기용은 성공적이었다. 

문제는 일본전에 이어 미국전에서도 선발 투수의 호투를 뒷받침할 타선의 지원이 부족했다. 대표팀은 이번 올림픽에서 타격에서 부진한 양의지와 오재일, 황재균을 선발 제외하고 선발 라인업을 변경했다. 양의지를 대신해 강민호가 선발 포수로 나섰고 오재일의 1루수 자리는 김현수가 대신했다. 황재균의 2루수 자리는 김혜성이 들어왔다. 김현수가 포지션 변화로 비어있는 외야 한자리를 이번 올림픽에서 처음으로 선발 출전하는 박건우가 대신했다. 그동안 김경문 감독은 부진한 선수들을 신뢰하는 믿음의 야구를 했지만, 결승 진출의 마지막 기회 앞에 변화를 택했다. 

 



하지만 그 효과는 크지 않았다. 양의지 대신 4번 타순에 자리한 김현수는 부담감을 떨치지 못했다. 이번 올림픽에서 고감도 타격감을 유지했던 그였지만, 1루수라는 수비 부담까지 겹치며 무안타로 침묵했다. 기대했던 강민호, 박건우의 활약도 보이지 않았다. 오히려 선발 2루수 김혜성이 공. 수에서 활약하며 팀에 활력소가 됐다. 중심 타선의 침묵은 그 효과를 반감시키고 말았다.

대표팀 타선은 미국 마이너리그 유망주의 공을 제대로 공략하지 못했다. 선발 투수 이의리가 빛나는 호투를 하고 있었지만, 초반 실점의 무게감만 더해졌다. 미국의 선발 투수 조 라이언은 조 예선전에서 상대했던 미국 선발 투수 마르티네즈보다 구위나 제구가 더 떨어지는 모습이었지만, 낯선 투수에 대표팀 타자들은 답답한 공격력을 이어갔다. 그 사이 미국은 2회 말 2사 후 적시 안타로 1득점, 4회 말 솔로 홈런으로 앞서나갔다. 

5회 초 기회가 찾아왔다. 1사 후 하위 타선인 허경민, 김혜성의 연속 안타로 1사 1, 3루 기회를 잡은 대표팀은 박혜민의 적시 안타로 1점을 추격했다 이에 미국은 조 라이언을 내리고 우완 불펜 투수 라이더 라이언을 마운드에 올렸다. 대표팀의 연이은 좌 타선에 대비해 좌투수를 올릴 것으로 예상했지만, 미국의 선택은 그렇지 않았다. 라이더 라이언은 공끝에 변화를 주는 싱커볼 투수였다. 땅볼 유도를 노린 미국의 선택이었다. 이 선택은 적중했다. 계속된 1사 1, 2루 기회에서 타석에 선 강백호는 힘 있는 타격을 했지만, 그 타구는 병살타로 연결됐다. 대표팀의 추격도 더는 없었다. 경기 중 가장 아쉬운 순간이었다. 

그 여파는 6회 말 수비에서 나타났다. 5회까지 많은 투구 수를 기록했던 이의리가 더는 마운드에 서기 어려웠다. 대표팀은 불펜을 가동했다. 미국 타자들에 익숙하지 않은 사이드암 최원준이 먼저 마운드 올랐다. 최원준은 긴 승부 끝에 볼넷으로 출루를 허용했다. 추가 실점이 패배와 직결되는 상황에서 대표팀은 빠른 투구 교체로 승부수를 던졌다. 좌완 차우찬이 상대 좌타를 범타 처리하며 아웃 카운트 하나를 잡았고 우완 원태인이 마운드에 올랐다. 조 예선 1차전 이스라엘전 선발 투수로 나섰던 원태인은 이번 대회 중반 불펜으로 위치를 변경했다. 핵심 불펜 투수들의 이닝 소화가 늘아나면서 생긴 부담을 멀티 이닝 소화가 가능한 원태인으로 대신하려는 전략이었다. 본선 라운드 이스라엘전에서 원태인 불펜 카드는 성공적이었고 미국전에 다시 꺼내 들었다. 

하지만 이 큰 점수 차로 앞섰던 이스라엘전과 1점 차 박빙인 미국전은 상황이 달랐다. 전문 불펜 투수가 아닌 원태인은 연속 안타를 허용하며 흔들렸고 추가 1실점을 하고 말았다. 원태인은 볼넷까지 허용하며 만루 위기에 몰렸다. 더는 실점하면 안 되는 상황에서 대표팀은 조상우 카드를 다시 꺼내 들었다. 위기 탈출을 위한 최상의 카드였지만, 조상우는 거듭된 등판으로 피로가 누적된 상태였다. 당연히 구위는 떨어져 있었다. 타자들을 힘으로 제압하는 유형의 조상우에게는 치명적이었다. 이전 등판에서 소방수 역할을 충실히 해냈던 조상우였지만, 그 역시 사람이었다. 구위가 떨어진 조상우는 연달에 적시 안타를 허용했고 미국은 순식간에 7 : 1로 앞서나갔다. 대표팀은 좌완 김진욱을 마운드에 올려 가까스로 이닝을 마무리했지만, 승부는 미국에 크게 기울었다. 

대표팀은 7회 초 오지환의 적시 2루타로 1득점하며 반격했지만, 150킬로 이상의 강속구를 던지는 미국의 또 다른 좌완 불펜 투수 앤서니 고즈에 막히며 더는 상황을 반전시키지 못했다. 이후 미국인 필승 불펜조를 아끼는 마
운드 운영을 하면서 결승전에 대비하는 경기 운영을 하는 여유까지 얻었다. 

대표팀은 김진욱에 이어 박세웅의 무실점으로 마운드를 지키고 8회 말 2사 후 마무리 오승환까지 마운드에 올리며 의지를 보였지만, 2 : 7의 차이를 극복하긴 어려웠다. 결국, 대표팀은 패자 부활전이 연이어 있는 이번 올림픽 라운드의 수혜자가 되지 못한 채 3.4위 전에 나서게 됐다. 

일본과 미국과의 준결승에서 대표팀은 선발 투수로 나선 고영표, 이의리가 호투하면서 가능성을 보였지만, 불펜진이 나서는 중반 이후 밀리는 경기를 하며 패했다. 초반 대등한 흐름에서 타선이 힘을 내야 했지만, 일본과 미국의 마운드를 공략하지 못했다. 연이은 등판에 지친 불펜진은 승부처 고비를 넘지 못했다. 일본과 미국인 대표팀이 승리한 상대인 이스라엘, 도미니카보다 강한 상대였다. 특히, 마운드의 힘이 매우 강했다.


그렇다 해도 마운드에 비해 강점이 있다고 여겼던 타선의 부진은 아쉬웠다. 리그 최고 타자들로 구성된 대표팀의 타선은 일본 리그 최고 레벨의 투수들은 물론이고 미국 마이너리그 투수들에게도 무기력했다. 기회에서 짜임새 있는 공격도 보여주지 못했다. 일본과 미국은 우리 타자들을 철저히 분석하고 대비한 모습이었다. 특히, 미국은 대표팀과의 경기에서 효과적인 마운드 운영을 했고 적극적인 수비 시프트로 대표팀 공격을 무력화하는 모습을 보였다. 그만큼 이번 대회 대비가 철저했다. 반대로 대표팀 타자들은 이런 일본과 미국에 대응하지 못했다. 

 



리드오프 박해민과 이정후, 김현수 정보다 제 역할을 했고 중심 타선의 침묵이 결정적이었다. 리그 최고 타자인 강백호, 양의지의 부진은 대표팀 공격의 흐름을 끊고 말았다. 연평균 수십억 원의 연봉을 받는 타자들이 미국 마이너리그 투수들의 공을 제대로 공략하지 못하는 모습은 야구팬들에게 답답함으로 다가올 수밖에 없었다. 이는 리그 수준에 대한 의문으로 이어질 수도 있다. 벌써부터 이에 대한 팬들의 비난이 쏟아지고 있다. 대표팀 선발부터 선수 기용에 대한 비난도 함께하고 있다.

하지만 아직 올림픽 야구는 끝나지 않았다. 대표팀은 동메달 획득의 기회가 남아있다. 분명 허탈한 상황이지만, 빈손 귀국은 더 큰 비난과 연결될 수 있다. 대표팀은 아쉬운 경기 내용이었지만, 매 경기 최선을 다했다. 선수들의 각오도 남달랐다. 힘이 부족해진 건 어쩔 수 없는 일이다. 남은 건 가지고 있는 역량을 발휘해 최선의 결과를 만드는 일이다.

문제는 3.4위전 상대 도미니카 전도 만만치 않다는 점이다. 도미니카는 하루 더 휴식을 가졌고 가지고 있는 마운드 역량을 모두 쏟아부을 수 있다. 도미니카에는 일본 리그에서 활약하는 수준급 투수들이 남아있다. 이미 본선 라운드에서 대표팀은 44살의 도미니카 좌완 베테랑 투수에 고전한 기억이 있다. 일본과 미국전과 같은 양상이 생길 수 있다. 여기에 마운드 운영도 쉽지 않다. 선발 투수 중 가장 좋은 내용의 투구를 했던 고영표, 이의리의 등판이 어렵다. 불펜진에서는 조상우가 떨어진 구위를 회복하기 어렵고 고우석은 일본전 충격을 극복해야 하는 과제가 있다.

선발 투수로 유력한 김민우는 본선 라운드 이스라엘전 호투했지만, 패하면 메달 획득이 불가능한 외나무다리 경기에서 평정심을 유지할 수 있을지 알 수 없다. 그나마 힘이 남아있는 불펜 투수 김진욱과 박세웅은 이번 올림픽에서 박빙의 순간 등판한 경험이 없다. 마무리 오승환 역시 이번 대회 멀티 이닝을 소화하며 부담이 있다. 가용 마운드 자원을 쥐어짜내야 하지만, 투수들의 컨디션이 정상이라 할 수 없다. 결국, 타자들의 큰 상실감을 딛고 도미니카 마운드를 공략할 수 있을지가 승패의 관건이 될 수 있다. 

분명, 일본과 미국과의 수준차를 절감한 올림픽이다. 우리 프로야구의 현주소도 확인할 수 있었다. 베이징 올림픽 금메달의 영광이 신화라는 사실도 알 수 있었다. 3.4위전에 임하는 선수들의 발걸음도 무거울 수 있다. 높아진 야구팬들의 눈높이에 동메달이라는 결과는 결코 만족스럽지 않을 수 있다. 하지만 이는 우리 야구의 마지막 자존심이다. 과연 대표팀의 마지막 힘을 짜내 메달 획득의 결과를 가져올 수 있을지 이대로 무너지고 말지 이는 8월 7일 도미니카전은 결코 소홀히 할 수 없는 이유다. 


글 : jihuni7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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