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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쿄 올림픽에서 구기 종목 중 메달 가능성이 가장 높았던 야구 대표팀이 빈손으로 그들의 여정을 마쳤다. 야구 대표팀은 8월 7일 도미니카와의 동메달 결정전에서 6 : 10으로 패했다. 대표팀은 0 : 4로 뒤지는 경기는 경기 중반 6 : 5로 역전하는 저력을 보였지만, 8회 말 대량 실점하며 무너졌다. 더는 반전이 없었고 최소한의 자존심이라 여겼던 동메달 역시 도미니카에 넘겨줘야 했다. 대표팀은 동메달 확정에 환호하는 도미니카 선수들을 뒤로하고 쓸쓸히 경기장을 나서야 했다. 

동메달 결정전은 1회 초 선발 투수 김민우의 난조로 어려운 경기를 해야 했다. 본선 라운드 이스라엘전에서 호투했던 김민우는 충분한 휴식 후 마운드에 올랐지만, 경기에 대한 중압감을 떨쳐내지 못하는 모습이었다. 공을 스트라이크존에 넣기 급급했다. 주무기 포크볼은 밋밋했고 가운데 몰리는 공이 많았다. 힘 있는 타격을 하는 도미니카 타자들에게 그 공은 좋은 먹잇감이었다. 김민우는 2점 홈런과 솔로 홈런을 연달아 허용했다. 자신감은 땅에 떨어졌다.

대표팀은 1회부터 불펜을 가동해야 했다. 최소한 김민우가 한 타순이 돌기 전 3회 정도는 막아줄 것으로 기대했겠지만, 경기 운영은 초반부터 흔들렸다. 대표팀은 차우찬에 이어 경기 후반을 책임질 불펜 투수 고우석까지 연달에 마운드에 올렸다. 내일이 없는 경기에서 불가피한 선택이었다. 고우석은 3회까지 추가 실점 없이 마운드는 안정시켰지만, 이미 대표팀은 1회에만 4실점했다. 

타선이 이를 극복해야 했지만, 대표팀은 이번 대회에서 두 번째 만나는 44살의 도미니카 선발 투수 발데스에 또다시 고전했다. 도미니카는 일본 리그에서 활약하는 좌완 투수 메르데스와 우완 강속구 투수 산체스의, 등판 가능성도 있었지만, 본선 라운드에서 호투했던 발데스 선발 카드를 다시 꺼내들었다.

 



대표팀은 하위 타선에서 타격감이 좋았던 허경민을 2번 타순에 배치하고 우타자인 박건우를 5번 타순에 상위 타순에 자리했던 강백호를 6번 타순에 배치하는 등 좌투수에 대비한 라인업으로 나섰다. 타자들은 상대 투수의 유인구를 참아내고 끈질긴 승부를 하는 등 두 번째 상대하는 투수에 집중력을 보였다. 하지만 답답함은 여전했다. 특히, 좌타자들은 구심의 바깥쪽 공에 후한 볼 판정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그 와중에 대표팀은 김현수의 솔로 홈런 등으로 2득점하며 격차를 좁혀나갔다. 분면 첫 번째 대결보다 선발 투수 발데스가 공략당하는 상황이었지만, 도미니카는 그를 길게 끌고 가면서 불펜을 아꼈다. 도미니카는 필승 카드로 여기는 좌완 에이스 메르데스의 투입 시점을 가능한 늦추려 했다. 1회 초 4득점이 있어 가능한 일이었다. 대표팀으로서는 가능한 한 빨리 도미니카의 선발 투수를 내려야 했지만, 그러지 못했다. 경기는 도미니카의 의도대로 흘러갔다. 대표팀은 고우석에 이어 박세웅을 이어 던지게 했고 박세웅이 5회 초 추가 1실점했지만, 마운드의 안정세를 이어갔다. 타선의 폭발이 없다면 이대로 경기가 끝날 수 있었다. 

5회 말 반전이 일어났다. 마침 세찬 비가 경기장에 내렸다. 그 비는 마운드에 있는 도미니카 선발 투수 발데스에 영향을 줬다. 대표팀은 연속 안타와 상대 폭투 등으로 빅이닝을 만들었다. 도미니카는 연달아 투수를 교체했지만, 대표팀은 4득점하며 경기를 6 : 5로 역전시켰다. 도미니카는 아끼던 필승 카드 메르데스를 마운드에 올렸지만, 다소 늦은 선택으로 보였다.

이때까지만 해도 대표팀의 승리 가능성은 매우 컸다. 대표팀은 6회와 7회를 조상우를 마운드에 올려 무실점으로 막아냈다. 조상우는 이번 올림픽에서 거의 매 경기 마운드에 올랐다. 그만큼 힘이 크게 소진됐다. 혹사 논란도 있었다. 야구팬들이 그에게 또 상우라는 별명을 붙을만하는 투구였다. 조상우는 무리한 등판이었지만, 다시 마운드에 올랐다. 구위는 떨어졌고 위기가 찾아왔지만, 조상우는 무실점으로 2이닝을 틀어막았다. 대표팀이 승리했다면 그의 투혼이 빛날 수 있었다. 

하지만 경기는 대표팀의 뜻대로 그 결과가 나오지 않았다. 대표팀은 불펜 카드를 모두 소진한 상황에서 조상우와 오승환에게 2이닝 씩을 책임지도록 했다. 초반 선발 투수의 급격한 난조로 불펜을 조기 가동한 결과였다. 나름 불가피한 일이었지만, 이는 결과적으로 패착이 됐다. 타선이 도미니카의 좌완 에이스 메르데스를 공략하지 못하면서 대표팀은 1점 차 불안한 리드를 계속 이어갔다. 홈런의 위험이 있는 상대 타선과 좁은 구장 상황은 투수에게 큰 부담이었다. 조상우는 슬기롭게 부담을 이겨냈지만, 8회 초 마운드에 오른 오승환은 그렇지 않았다. 

KBO 통산 300세이브를 넘어섰고 한. 미. 일 리그를 거치며 개인 통산 400세이브를 넘긴 베테랑도 이겨내기 힘든 부담이었다. 이미 이번 올림픽에서 수차례 멀티 이닝을 소화하면서 오승환의 구위는 떨어져 있었다. 동메달을 확정할 투수로 대표팀은 그를 선택했고 당연한 일이었지만, 오승환은 최악의 투구를 하고 말았다. 첫 타자를 안타로 출루시킨 이후 오승환은 안타와 볼넷으로 만루 위기를 자초했다. 안타는 1루수 오재일의 호수비에도 오승환의 베이스커버가 늦은 것이 원인이 됐고 볼넷은 실점을 막기 위해 어렵게 투구한 공이 빠졌다. 과거처럼 직구로 타자들을 압도하는 투구를 할 수 없는 오승환은 변화구와 유인구로 상황을 극복하려 했지만, 집중력을 한층 끌어올린 도미니카 타자들은 그의 의도대로 타격을 하지 않았다. 

극도의 긴장감은 돌부처로 불리는 오승환을 크게 흔들었다. 오승환은 폭투로 동점을 허용한데 이어 2루타와 홈런을 연달아 허용하며 8회 초에만 5실점했다. 승리에 대한 기대로 가득했던 대표팀 벤치는 순간 얼어붙었고 선수들의 표정 역시 허탈함이 가득했다. 오승환은 김진욱과 교체되며 고개를 숙였다. KBO 리그의 살아있는 전설이라 할 수 있는 오승환의 5실점 강판은 이번 올림픽 야구의 몰락을 상징하는 장면이었다. 그동안 국제 경기에서 8회는 야구 대표팀에게 기분 좋은 기억으로 가득했던 약속의 이닝이었다. 하지만 동메달 결정전 도미니카전과 일본과의 준결승전을 포함해 도쿄 올림픽에서 8회는 악몽의 이닝이 되고 말았다. 

 



이렇게 기울어진 승부는 정해진 결과를 향했다. 대표팀은 9회 말 무사 1, 2루의 기회를 잡았지만, 중심 타선이 연달에 범타로 물러나며 더는 반격하지 못했다. 마지막 타자가 된 대표팀 주장 김현수의 표정에는 실망감이 가득했다. 그는 이번 올림픽에서 대표팀 타선을 이끌며 분전했지만, 그의 활약은 메달 획득 실패와 함게 빛이 바래고 말았다. 김현수 외에 1번 타자로 최고의 활약을 했던 박해민, 유격수로서 안정된 수비와 타격 능력까지 보여준 오지환, 그와 키스톤 콤비를 이루며 공수에서 큰 역할을 한 2루수 김혜성, 최약체라는 대표팀 마운드에서 선발 투수로 최고의 투구를 했던 고영표와 신인 투수 이의리의 역투는 박수받을만했지만, 메달 획득 실패라는 결과 앞에 모두 묻히게 됐다. 

이러한 결과는 그래도 6개 팀이 출전하는 이번 올림픽에서 최소한 3위는 할 것이라는 막연한 기대마저 사라지게 했다. 가뜩이나 각종 부정적인 이슈로 프로야구가 크게 흔들리는 상황에서 올림픽 선전은 상황을 조금이라도 개선할 수 있는 기회였지만, 최소한의 목표조차 이루지 못한 현실은 야구팬들에게 충격 그 자체다. 10개 구단이 있고 연간 800만 명의 관중이 들어오는 최고 인기 스포츠인 우리 프로야구 수준이 이것밖에 안 되나 하는 실망감마다 드는 상황이다. 이에 올림픽 실패와 관련한 각족 보도가 언론에서 쏟아져 나오고 있다. 실패의 원인부터 프로야구 전반의 문제점을 지적하는 내용까지 부정적 이야기들이 연이어 각종 보도를 장식하고 있다. 

이번 도쿄 올림픽은 우리 프로야구의 수준을 제대로 확인하는 대회였다. 프로야구가 최고 인기 스포츠로 발전하긴 했지만, 국제 경쟁력은 그에 비례하지 못했음을 보여주고 말았다. 그들 리그 최고 선수들을 선발하고 치밀하게 대회를 준비한 일본은 제외하더라도 우리가 상대한 미국과 도미니카 등의 팀들은 메이저리그 40인 로스터에도 들어가지 못하는 선수들로 구성됐다. 과거 메이저리그에서 활약했던 베테랑들이 포함되긴 했지만, 이미 전성기를 훌쩍 지난 선수들이었다.

우리 대표팀은 메이저리그의 트리플 에이급 선수들에게 투. 타에서 우위를 점하지 못했다. 물론 기회가 없었던 건 아니었다. 대표팀은 일본과 미국과의 2번의 준결승전에서 선발 투수들의 기대 이상의 호투를 발판으로 중반까지 대등한 경기를 했고 승기를 잡을 수도 있었다. 하지만 팀 타선이 승부처에서 힘을 쓰지 못했고 마운드 운영의 중심이었던 불펜진이 무너지며 승부를 가져오지 못했다. 이런 아쉬움은 동메달 결정전에서 이어졌다. 아쉽다고 했지만, 그 결과는 분명한 우리의 실력이었다. 우리 리그에서도 약팀들이 매 경기 승부처에서 무너지며 승리보다  패전의 수를 더 쌓아가는 모습 그대로였다. 승부처를 극복하기에 우리의 힘이 모자랐다. 역대 가장 약한 대표팀이라는 우려가 현실이 됐다. 

하지만 이번 도쿄 올림픽 대표팀 선수 구성이 최선이었는지에 대한 의문은 여전히 남는다. 결과론이라 하지만, 이번 대표팀 선수 선발은 리그 성적을 최우선으로 고려하겠다는 원칙과 부합하지 못한 면이 많았다. 리그 최강의 셋업맨 한화 불펜 투수 강재민과 뛰어난 출루율을 자랑하는 한화 2루수 정은원의 대표팀 탈락은 두고두고 이야기가 나올 수 있는 부분이다.

강재민은 경기를 거듭할수록 불펜 투수 역할에 부담을 가졌던 최원준을 대신할 수 있는 사이드암 투수였고 정은원은 헴스트링 부상의 여파로 수비에서 전혀 활용할 수 없고 대타로만 나섰던 최주환을 대신할 수 있는 자원이었다. 이 밖에 대표팀 타선의 큰 약점이었던 우타자로서는 장타력 있는 거포 최정이라는 대안도 있었다. 대표팀은 황재균에게 그 역할을 기대했지만, 황재균은 큰 존재감을 보여주지 못했다. 이 밖에도 선수 구성을 둘러싼 잡음이 곳곳에서 있었다. 

더 큰 문제는 대표팀 선수들이 온전히 경기에만 집중할 수 없는 분위기였다. 애초 프로야구는 올림픽과 관련해 2주간의 브레이크 기간을 사전에 정해놨다. 이에 더해 코로나 관련 이슈로 리그 중단이 결정되면서 그 기간은 1주일이 더 연장됐다. 팀 조직력을 더 강화할 수 있는 시간이라고 할 수 있었지만, 대표 선수로 선발된 두 선수가 리그 중단을 불러온 방역수칙 위반에 연루되며 강한 징계를 받았고 대표팀에서 하차했다.

 



대표팀은 그 공백을 대체 선수로 메웠지만, 결코 긍정적인 변화는 아니었다. 코로나 감염 상황과 관련하여 해당 팀 선수는 자가 격리 등을 거치며 경기 감각이 떨어지는 문제도 있었다. 더 큰 문제는 프로야구에 대한 비난 가득한 시선이었다. 최고 인기 스포츠인 프로야구는 그동안 크고 작은 사건들이 발생하며 스스로의 명예를 실추시켰다. 그 사건은 선수들의 각종 일탈과 함께 프런트 등 구단들의 문제도 포함하고 있었다.

이런 상황에도 프로야구는 양적 팽창을 거듭했지만, 그에 비례해 비난 여론도 함께 받아야 했다. 이번 올림픽 앞두고도 야구 대표팀은 격려보다는 의구심이, 얼마나 더 잘 하는지 보자는 식의 차가운 시선이 많았다. 이는 결과에 대한 강한 부담으로 이어졌다. 선수들은 무거운 마음으로 대회를 준비해야 했다. 이런 팀을 추스르고 경기력을 끌어올리는데 필요한 건 감독과 코치진의 역량이었다. 2008년 베이징 올림픽 전승 우승의 신화를 이끌었던 김경문 감독에 대한 기대감이 컸다. 그가 선수 선발 과정에서 다소 이해 안 되는 부분이 있었어도 그의 뚝심과 믿음의 야구, 많은 경험이 큰 힘이 될 것으로 보였다. 


하지만 김경문 감독은 그동안 현장에서 꽤 오랜 기간 멀어져 있었다. 실전 경기 감각이 떨어져 있었다. 막상 대회에 들어가자 그의 지도력에 의문이 곳곳에서 발생했다. 마운드 운영은 매끄럽지 않았고 선발 라인업 역시 공격 생산력을 극대화하지 못했다. 이에 마운드는 조상우 카드가 남발되며 결정적인 순간 지친 조상우는 고비를 넘지 못했다. 팀 타선은 그가 믿었던 4번 타자 양의지가 부진했고 수비력 강화를 위해 주전 1루수로 기용했던 오재일 역시 타격에서 기여도가 미미했다. 리그 최고 타자로 세대교체의 주역인 강백호의 지명타자 기용도 기대했던 결과가 나오지 않았다.

선수들의 역량이 2008년 베이징 올림픽과 크게 달랐다는 점이 있었지만, 김경문 감독의 용병술과 전략은 상대 팀에 미치지 못했다. 결승전에 대결한 미국과 일본은 우리를 철저히 분석하고 이에 맞는 전략을 활용했다. 디테일한 야구에 약점이 있다고 하는 미국조차 우리 타자들에 맞는 수비 시프트를 사용하고 마운드 운영을 했다. 필요할 때는 기동력을 활용하고 작전도 활용했다. 일본 역시 다르지 않았다. 일본은 그들의 큰 소망이었던 올림픽 금메달의 영광을 품에 안았다.

도미니카 역시 상대적으로 투박해 보였지만, 전략적이었다. 메달이 걸린 동메달 결정전에서 가장 믿을 수 있는 투수를 최대한 아끼며 결국 승리를 가져왔다. 벤치의 역량에서 우리 대표팀은 상대에 밀렸다. 김경문 감독은 이 상황에서 선수 선발에 있어 그 책임을 미루거나 불필요한 발언으로 여론을 더 악화시키는 우를 범하기도 했다. 결국, 도쿄 올림픽의 실패로 김경문 감독 역시 그의 지도자 생활을 쓸쓸히 마감할 가능성이 커졌다. 

도쿄 올림픽은 우리 야구에 대해 다시 한번 되돌아보는 계기가 됐고 그렇게 돼야 한다. 7경기 중 3승 4패의 성적은 분명한 우리의 실력을 반영한 결과였다. 리그 규모는 커지고 인프라도 확충 발전했지만, 그에 걸맞은 경기력 향상을 이뤄냈는지에 대해서 깊게 생각할 필요가 있다. 10개 구단 체제가 되면서 리그 수준 저하 문제는 계속 제기됐다. 리그 경기력 향상을 위한 노력은 미흡했다.

이번 올림픽에서 연간 수십억 원의 연봉을 받는 타자들은 미국 트리플에이 수준의 투수들 공을 제대로 때려내지 못했다. 심지어 40대 도미니카 투수에게도 고전하며 야구팬들을 한숨짓게 했다. 상대적으로 투수들은 선전했지만, 승부처에서 자신 있게 내세울 카드가 절대적으로 부족했다. 불혹의 나이가 된 오승환이 마무리 투수로 나서야 했고 그의 커리어에 큰 오점을 남기고 말았다. 조상우는 극심한 혹사를 감내해야 했다. 우리 리그에서 외국인 투수들이 비중이 절대적으로 높은 현실이 그대로 반영된 대표팀의 마운드였다. 

 



이제는 리그 수준을 높이고 우리 야구의 수준을 전반적으로 높이는 노력이 절실하다. 우선 대표팀 선발과정에서도부터 공정성과 누구가 이해할 수 있는 기준이 마련돼야 한다. 이제 야구는 철저한 데이터 분석과 과학 기술이 결합되며 구단을 운영하고 선수들을 육성하고 있다. 이번 대표팀 선발은 그런 데이터가 제대로 반영됐는지 의문이다. 여전히 학연과 지연과 각종 이해관계가 고려됐다는 의심이 할 수밖에 없다. 앞으로 대표팀 구성부터 달라져야 한다. 지금의 기술 위원회 구성에서 부터 변화가 필요하다. 기존 야구인들이 돌려 막기 식으로 자리를 지키는 체제는 바뀌어야 한다. 보다 젊고 혁신적인 인사들이 그 자리에 들어가야 하고 과학적인 시스템을 만들어야 한다.

또한 리그 수준을 높이기 위해 각종 제도와 시스템 개혁이 필수적이다. 이제는 리그의 폐쇄성을 걷어내고 보다 열린 리그가 돼야 한다. 외국인 선수 제도를 보다 유연하게 바꾸고 선수들의 이동도 원활하게 해야 한다. 가뜩이나 한정된 선수 자원이 순환하지 못하는 구조를 벗어나야 한다. FA 연한을 단축하거나 보상 제도 유연화, 연차가 어느 정도 채워진 2군 선수들의 이동 활성화와 함께 이렇게 되면 거품 가득한 FA 시장의 문제도 해결될 수 있다.

육성형 외국인 선수 제도가 도입될 예정이지만, 축구에서 하는 아시안 쿼터제 등으로 대만이나 일본 선수의 유입도 가능토록 하는 것도 고려할 필요가 있다. 이는 외국인 선수를 보다 많이 받아들여 선수층을 늘리고 그들을 성장시켜 이적료를 받고 해외 구단에 보내는 등 구단들의 수익 구조를 하나 더 늘리는 일이 될 수 있다. 당장 국내 선수들의 입지가 줄어들 수도 있지만, 리그의 파이를 늘리면 결국 선수들에 이익이 될 수 있다. 구단과 선수 모두 각자의 입지를 유지하는 것에 그치지 말고 리그의 규모와 함께 질적 성장을 이루는 게 더 큰 도움이 된다는 인식을 가질 필요가 있다. 

이제 야구팬들의 수준은 매우 높아졌다. 야구팬들은 그들만의 공놀이에 그치는 야구를 원하지 않는다. 결과뿐만 아니라 경기 내용에도 관심이 많다. 충분히 이해할 수 있는 경기 수준과 선진화된 구단 운영, 높은 수준의 도덕성을 프로야구에 요구하고 있다. 더는 미워도 다시 한번 식의 애정을 주기 어렵다. 프로야구의 각종 문제에도 많은 야구팬들은 야구장을 찾고 경기를 보게 되지만, 새로운 팬의 유입을 기대할 수 없다.

각종 부정적 여론이 쌓인다면 미래 프로야구의 기반도 흔들릴 수 있다. 최고 인기 스포츠에 걸맞은 콘텐츠를 만들어내야 한다. 같은 4위지만 여자배구팀이 어려운 여건에도 자신의 모든 역량을 끄집어 내 강호들과 선전을 펼치며 큰 박수를 받았다는 점을 상기해야 한다. 이번 도쿄 올림픽은 부실한 프로야구의 콘텐츠의 이면을 그대로 보여줬다. 지금은 강한 비난과 비판이 앞으로는 외면이 될 수 있다. 이제는 제대로 된 변화가 필요한 시점이다. 


글 : jihuni7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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