각종 악재들이 연이어 발생하며 신뢰 상실의 위기에 직면한 프로야구가 후반기를 시작한다. 올림픽 실패의 아픔과 함께 시즌을 앞두고 또다시 악재가 쌓였다. KIA 에이스 브룩스가 그가 인터넷으로 주문한 전자 담배에서 대마 성분이 검출되는 사건으로 방출당했다. 키움의 외야수 송우현이 음주운전 관련 문제로 언론에 이름이 올랐다.
브룩스는 지난 시즌 후반기 리그 최고의 투수로 기량을 과시하고 있던 중 아들의 큰 사고로 시즌을 접어야 하는 아픔이 있었다. 이 과정에서 구단과 선수들의 그의 불행에 공감하며 시즌 도중 팀을 떠난 에이스를 응원했다. 이렇게 만들어진 끈끈한 유대관계는 재계약이 불투명하던 그가 올 시즌 다시 KIA 유니폼을 입는 요인 중 하나였다. 브룩스는 시즌 초반 부진과 부상이 겹치며 주춤했지만, 점차 기량을 되찾고 후반기 활약이 기대됐다.
전반기 막바지 연승으로 상승 반전에 성공한 KIA로서는 에이스 전력 이탈은 큰 손실이다. 눈에 보이는 전력의 마이너스와 함께 상실감이 클 수밖에 없다. 방역 관련 지침을 준수하는 구단으로 긍정 이미지까지 더했던 KIA로서는 예상치 못한 악재라 할 수 있다. KIA는 브룩스의 임의탈퇴와 퇴단을 발표하며 단호함을 보였다. 브룩스는 억울함을 주장하고 있지만, 마약 관련 문제는 너무 민감한 사안이다.
키움의 외야수 송우현은 2015 시즌 키움에 입단한 이후 기량을 발전시켜 올 시즌 주전으로 도약하는 과정이었다. 키움 육성 시스템의 성공작이라는 상징성과 함께 그의 아버지가 프로야구의 레전드 투수 송진우라는 점에서 그의 음주운전 사건은 그 충격이 더하다. 그는 대리운전 기사가 있었고 도로 주행 중 발생한 사고는 아니라는 항변을 하고 있지만, 가뜩이나 올 시즌 선수들의 음주 관련 일탈로 리그 전체가 큰 어려움에 직면하고 있다는 점을 고려하면 사려 깊지 못한 행동인 건 분명하다.
이렇게 누적되는 사건 사고로 팬들의 인내심의 한계를 시험하고 있는 프로야구지만, 후반기 일정은 시작해야 하고 각 구단은 주어진 여건에서 최선을 다할 의무가 있다. 아직 승부는 끝나지 않았고 각종 사건 사고들을 통해 각 구단의 희비가 엇갈리고 있다. 특히, 악재에서 자유로운 팀들에게는 후반기에 대한 기대감이 커질 수 있다.
롯데는 그중 한 팀이다. 롯데는 올 시즌 선수들의 일탈과 무관하다. 방역 관련 지침 준수를 위해 밀접 접촉자가 된 서튼 감독의 자가 격리자가 되자 시즌 중 감독대행을 임명해 이를 이행했다. 시즌 중단과 관련한 문제에서도 롯데는 반대 입장을 분명히 하며 팬들의 지지를 받았다. 롯데는 시즌 초반 부진한 성적과 감독 교체로 어수선한 분위기가 있었지만, 반등의 가능성을 만들기도 했다. 사실상 시즌을 포기할 상황에 몰리기도 했지만, 중위권 팀들의 악재와 전력 약화와 맞물리며 포스트시즌 진출의 희망을 가지게 됐다.
롯데는 의도하지 않았지만, 한 달여의 여름 브레이크 기간, 팀을 정비하고 전력을 보강했다. 여름 캠프를 통해 시즌 도중 부임했던 서튼 감독 체제가 자리를 잡을 시간을 생겼다. 트레이드로 전력을 보강했다. 좌완 불펜 투수 강윤구의 영입은 큰 힘이 될 수 있다. 강윤구는 가지고 있는 잠재력을 폭발시키지 못하는 아쉬움이 있지만, 불펜 투수로 활용도가 높다. 전 소속팀 NC에서 전력에서 배제되기도 했지만, 기량의 문제만은 아니었다. 강윤구는 선발에서 불펜으로 전환한 신인 김진욱에 의존하던 롯데 좌완 불펜진을 강화하는 효과가 기대된다.
이와 함께 롯데는 안치홍과 FA 계약의 옵션 조항 연장에 합의하며 올 시즌 후 그의 전력 이탈 가능성을 차단했다. 안치홍은 올 시즌 지난 시즌 부진했지만, 올 시즌 4할이 넘는 득점권 타율과 함께 팀 타선에서 해결사 역할을 하고 있다. 약점이던 2루수 수비도 안정감을 되찾았다. KIA의 프랜차이즈 스타였지만, 이제는 롯데 선수로 완전히 녹아들었다. 롯데는 그의 기량을 믿고 그와의 인연을 2년이 아닌 4년으로 연장했다. 이로 인해 롯데는 공수를 겸비한 2루수를 안정적으로 활용할 수 있게 됐다.
이와 함께 롯데는 상무에서 제대하는 경험 많은 포수 안중열과 빠른 공을 던질 수 있는 투수 정성종이 전력에 가세했다. 안중열은 상무에서 약점이던 타격에서 큰 발전을 보였다. 롯데 포수 중 1군 경기 경험도 상대적으로 많다. 새롭게 구성된 지시완, 정보근 1군 포수진의 대안이 될 수 있다. 이에 롯데는 지난 시즌 1번 포수였던 김준태를 KT로 트레이드할 수 있었다. 그는 부상으로 경기 출전을 못하고 있지만, 그동안 공. 수에서 발전된 모습을 보였다. 좌타자로 출루 능력이 있고 하위 타선에서 간간이 터지는 홈런포는 타선에 활력소였다.
롯데는 넘치는 포수 자원을 정리하고 미래 투수 자원 확보를 위해 그를 트레이드 카드로 내놓았다. 그와 함께 지난 시즌 사이클링 히트를 기록하는 등 뒤늦게 기량을 꽃피운 백업 내야수 오윤석도 함께 떠나보냈다. 오윤석은 상시 출전만 한다면 훨씬 나은 성적이 기대되는 선수로 가치고 있었지만, 올 시즌 그와 비슷한 유형의 멀티 능력을 겸비한 20대 내야수 김민수가 부상하면서 입지가 흔들렸다. 경기 출전 수도 크게 줄었고 그 탓인지 그의 장인 타격에서도 부진하며 1, 2군을 오가야 했다. 롯데는 그에게 새로운 길을 열어주고 내야의 백업진을 20대 김민수, 배성근으로 재편했다.
대신 롯데는 장래가 기대되는 사이드암 투수 이강준을 영입했다. 아직 기량이 만개하지 못한 유망주지만 이강준은 140킬로 후반의 직구를 던질 수 있다. KT에서 쉽게 내줄 수 없는 자원이었다. 롯데는 우승을 위해 온 힘을 다하고 있는 KT의 가려운 곳을 긁어줄 수 있는 선수들을 제시했고 KT는 윈나우를 결정했다. 이강준은 당장은 아니어도 잘 육성하면 불펜에서 큰 힘이 될 수 있다. 마침 롯데는 기량 하락세로 두드러지고 있는 오현택 외에 불펜에서 활용할 수 있는 언더핸드, 사이드암 투수가 부족하다. 서준원이 있지만, 그는 선발 투수 자원이다. 이강준이 약점이 제구력만 개선이 된다면 올 시즌 중에도 불펜진에서 역할을 할 수도 있다. 그렇게 된다면 롯데에게는 최고의 시나리오다.
이렇게 전력 보강과 팀 정비를 한 롯데는 전반기 막바지 부상을 당했던 중심 타자 정훈이 완벽한 몸 상태로 시즌을 준비하고 있고 늦깎이 신인왕에 도전하고 있는 외야수 추재현도 부상에서 벗어났다. 팀의 큰 약점인 마운드도 정비할 수 있었다. 지난 시즌 많은 이닝을 소화한 탓인지 다소 부진한 모습을 보이던 스트레일리가 힘을 회복했고 경기를 거듭할수록 제구의 안정을 되찾으며 가능성을 보였던 외국인 투수 프랑코에게 확실한 조정기를 가지게 했다. 프랑코는 코로나 영향으로 실전 경기 경험이 부족했고 불펜에서 선발투수로 전환한 첫 시즌으로 체력적인 문제가 발생할 수 있었다. 그 시점에 여름 브레이크가 있었다.
여기에 서준원, 최영환을 확실히 선발 로테이션에 포함했다. 서준원은 시즌 초반 불안한 투구로 선발과 불펜도 아닌 어정쩡한 위치에 있었다. 서준원은 여름 브레이크 기간 선발 투수로 다시 몸을 만들었다. 전반기 대체 선발 투수로 가능성을 보였던 최영환도 재정비의 시간을 가졌다. 이들은 3선발 투수 박세웅이 올림픽 참가로 곧바로 선발 로테이션에 포함되기 어려운 상황에서 선발 로테이션에서 중요한 역할을 해야 한다. 개인적으로 선발 투수로 완전히 자리를 잡는 기회가 될 수 있다. 서준원과 최영환이 기대만큼의 투구를 한다면 베테랑 선발 투수 노경은과 함께 보다 유기적인 선발 투수진 운영이 가능하다.
불펜진은 앞서 언급한 강윤구가 좌완 불펜진의 한자리를 메웠고 기존 불펜 투수들이 힘을 회복할 수 있었다. 부상 중이던 셋업맨 최준용이 복귀 가능성을 높이는 점도 긍정적이다. 롯데 불펜진은 마무리 김원중을 시작으로 베테랑 구승민과 박진형, 가장 뛰어난 구위의 최준용, 김진욱과 강윤구의 좌완 불펜, 전반기 가장 인상적인 투구를 했던 불펜 투수 진명호까지 더해지며 질적으로 양적으로 나아진 모습이다.
롯데가 선발과 불펜에서 리그 팀 방어율 최하위의 모습에서 벗어난다면 팀 전력은 한층 강해질 수 있다. 이미 롯데 팀 타선은 간판타자 이대호를 불변의 자리 같았던 4번 타순이 아닌 다른 타순에 배치하는 것이 더 효과적일 정도로 강력해졌다. 전문 대타 요원이었던 베테랑 타자 이병규가 전격 은퇴를 선언해도 전력에 큰 문제가 없을 정도로 백업층도 두꺼워졌다. 이는 야수 2명을 시즌 중 팀의 미래를 위해 트레이드 카드로 내놓을 수 있는 배경이 됐다.
이렇게 롯데의 후반기 준비는 순조로웠다. 클린 구단의 이미지를 만들었다는 점도 반가운 일이다. 남은 건 야구를 잘 하는 일이다. 롯데는 2017 시즌 포스트시즌에 진출하기도 했지만, 이대호의 복귀 이후 성적에서 하위권을 벗어나지 못해다. 레전드의 귀환이 무색했다. 이에 롯데는 팀 프런트를 전면 개편하고 기존의 시스템에도 큰 변화를 가져왔다. 감독과 단장의 불화도 있었지만, 단장에 힘을 실어주는 조치로 방향성을 유지했다. 점점 그 성과가 나타나고 있다. 하지만 성적이 뒷받침되지 못한다면 변화에 힘을 실릴 수 없다. 우리 리그는 성적과 무관한 팀 리빌딩을 할 수 없는 환경이다.
롯데는 성적과 리빌딩을 모두 잡아야 하는 과제가 있다. 7월까지 그 가능성이 보였고 이제 8월에는 가능성을 현실로 만들어야 한다. 5위권 팀과 5경기 차는 부담이 되지만, 주변 환경은 롯데에 유리하게 조성됐다. 8월에도 상승세를 유지한다면 순위 반등의 희망을 더 가시화할 수 있다. 과연 롯데가 8월 한 달 어떤 경기력을 보여줄지 순위 판도 변화의 중심이 될 수 있을지 궁금하다.
사진 : 롯데 자이언츠, 글 : jihuni7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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