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야구가 코로나 확진사 발생을 불러온 심야 술판 사건과 올림픽에서의 메달 획득 실패 등 각종 악재를 뒤로하고 8월 10일부터 후반기 일정을 시작한다. 코로나 확진자 발생 여파로 야심 차게 준비했던 올스타전 개최도 무산됐다. 이미 예정된 올림픽 브레이크 일정보다 일주일 일찍 시즌을 중단한 탓에 앞으로 일정은 한층 빡빡한 경기 일정을 소화해야 한다.
KBO는 이를 위해 후반기 연장전 폐지와 포스트시즌 일정 축소 등 대비책을 마련했지만, 여름에서 가을로 가는 길목에 발생하는 잦은 비와 여전히 심각한 코로나 상항 등 리그를 위협하는 요소들이 곳곳에 자리하고 있다. 살얼음판을 걷는 후반기다.
하지만 이런 문제와는 별도로 프로야구의 가장 위협 요소는 급격히 식어버린 팬심이다. 시즌 중단 사태를 초래했던 코로나 확진자 발생 사태의 여전히 여전하다. 그 원인이 방역 수칙을 어긴 심야 술판이었다는 점은 팬들에게 큰 실망감을 가져다주었다. 코로나 상황에도 치열한 순위 경쟁을 통해 관심도를 높여왔던 프로야구는 그 이미지에 치명적인 타격을 입었다. 관련 선수들은 KBO와 구단의 징계를 받았지만, 해당 구단은 물론이고 KBO 역시 큰 비난 여론에 직면해야 했다.
사건의 중심에 있었던 NC 다이노스는 주력 선수인 박석민, 이명기, 박민우, 권희동이 잔여 경기 출전 금지되면서 심각한 전력 손실을 입었다. 이에 NC는 대표이사가 교체되고 구단 수뇌부가 사실상 퇴진했다. 구단주인 김택진 대표가 직접 사과를 해야 했다. 올 시즌 주전들의 부상과 전력 약화로 디팬딩 챔피언의 위치가 흔들리고 있었던 NC는 후반기 일정에 큰 어려움이 발생했다. 더 큰 문제는 지난 시즌 정규리그, 한국시리즈 우승으로 다져진 구단에 대한 긍정 이미지가 한순간에 무너졌다는 점이다. 이런 NC뿐만 아니라 확진자 발생 사태에 책임이 있는 한화와 두산 구단 역시 비난을 받았다. 두산은 NC와 함께 기존 코로나 관련 규칙이 있음에도 리그 조기 중단을 강하게 주장하면서 여론의 역풍을 맞아야 했다.
이렇게 프로야구에 대한 악화된 여론을 조금이나마 무마할 수 있는 기회가 있었다. 2008년 베이징 올림픽 이후 다시 올림픽 종목으로 부활한 야구 종목에서의 선전이 그것이었다. 하지만 대표 선수 선발에서부터 잡음이 있었던 야구 대표팀은 역대 최약체라는 우려대로 참가 6개국 중 4위로 메달 획득에 실패했다. 대표팀 선수들은 프로야구에 대한 차가운 시선을 분명 알고 있었고 메달에 대한 의지를 경기 중 보였지만, 상대팀의 전력은 강했다.
대표팀은 금메달을 차지한 개최국 일본은 물론이고 은메달을 차지한 미국에도 밀렸다. 동메달을 놓고 대결한 도미니카전에서도 크게 밀리는 경기를 경기 중반 역전하는 저력을 보였지만, 경기 후반 고비를 넘기 못하고 역전패했다. 허망한 결과였다. 프로야구 세계 3대 리그라는 명성과 달리 대표팀의 수준은 그에 미치지 못했다. 7번의 경기에서 3승 4패, 우리 프로야구의 수준을 극명하게 느끼는 올림픽이었다. 야구 대표팀의 실패는 가뜩이나 악화된 프로야구 대한 여론을 더 악화시켰다. 애초 야구 대표팀에 대한 대중의 시선은 곱지 않았다. 이를 깨뜨릴 결과가 필요했지만, 빈손 귀국이었다.
그 위상이 크게 흔들린 프로야구는 땅에 떨어진 신뢰를 다시 회복해야 하는 과제를 안고 시즌을 시작해야 한다. 하지만 올림픽 실패에 따른 후유증은 걱정되는 부분이다. 올림픽에서 온 힘을 다한 선수들의 체력 문제가 부상 우려도 상존하고 있다. 여름 브레이크 기간 후반기를 대비한 구단들이지만, 대표팀에 있었던 주력 선수들에 대한 걱정이 클 수밖에 없다.
더 큰 문제는 앞서 언급했지만, 나아지지 않는 코로나 상황이다. 사실상 최고 방역 단계인 4단계가 유지되고 있다. 프로야구는 무관중 경기가 불가피하다. 이미 관중 수익 감소로 어려움이 커진 구단들의 재정적 부담이 더 커질 수밖에 없다. 무엇보다 원활할 리그 진행에 대한 우려가 크다. 현 상황에서 후반기 시즌 중 선수와 코치진 등에서 확진자가 추가로 발생할 가능성이 상존하고 있다. 지역별 이동을 해야 하고 외부 숙소 이용이 많은 프로야구의 특성상 감염의 위험은 언제나 있다. 철저한 방역을 한다고 하지만, 원하지 않는 상황이 발생할 수 있다.
이미 방역 수칙을 스스로 무너뜨리고 고치며 리그 중단을 했던 KBO다. 만약, 확진자가 또 발생한다면 다시 한번 리그를 중단해야 할 수도 있다. 이제는 잔여 경기를 치를 일정의 여유도 없다. 프로야구 역사상 최초의 리그 중단을 뛰어넘는 리그 단축의 결과가 나올 수도 있다. 이는 또 한 번의 신뢰 추락과 연결될 수 있다. 프로야구 구성원 모두의 각별한 주의가 요구된다.
프로야구 후반기는 각종 흥미요소가 가득하다. 선두 경쟁은 여전히 치열하고 각 팀별로 전력을 다시 구축할 시간도 있었다. 3강을 형성하고 있는 KT는 트레이드를 통해 백업 내야수 오윤석과 포수 김준태를 롯데에서 영입했다. 대신 팀이 기대하는 150킬로에 이르는 빠른 공을 던지는 사이드암 투수인 유망주 이강준을 내주는 출혈을 감수했다. 올 시즌 우승에 대한 강한 의지의 표현이다. KT를 추격하는 LG 역시 가만히 있지 않았다.
LG는 선발 투수 정찬헌을 보내고 키움의 프랜차이즈 선수인 서건창을 영입했다. LG는 오랜 숙원인 공격력을 갖춘 2루수를 보강했다. LG는 선발 로테이션에 있는 투수를 잃었지만, 풍부한 투수 자원으로 이를 메울 수 있다. LG는 선발 투수 3명이 후반기 레이스를 함께 할 수 없는 키움의 빈자리를 채워주는 대신 필요한 부분을 채웠다. 3강 중 한 팀인 삼성은 외부로부터의 전력 보강은 없었지만, 부상 선수들의 회복할 시간이 있었고 완벽한 전력으로 후반기를 시작할 수 있다.
중위권 팀들은 전력을 다시 새롭게 할 시간을 벌었지만, 전력의 부족함을 메웠다 할 수 없다. 이는 하위권 팀들에 기회가 될 수 있다. 중위권 순위 경쟁이 가열될 수 있는 원인이다. SSG는 어려운 마운드 사정에도 타선의 집중력으로 어렵게 상위권을 유지했지만, 점점 중위권으로 밀리는 상황에 휴식기를 맞이했다. 도움 되는 일이었지만, 전력의 빈자리를 채우지는 못했다. 두산은 부상 선수들의 복귀가 반갑지만, 리드 중단의 책임을 피할 수 없다는 점은 큰 부담이다. 주력 불펜 투수 박치국의 부상과 시즌 아웃도 아픈 부분이다.
올 시즌 최악의 상황에 있는 NC는 심각한 전력 누수에 복귀를 고대했던 좌완 에이스 구창모의 시즌 아웃이라는 우울한 소식이 더해졌다. 도쿄 올림픽에서의 부진으로 큰 비난을 받았던 주전 포수 겸 4번 타자 양의지가 부담을 잘 벗어날 수 있을지도 고민되는 부분이다. 이에 NC는 브레이크 기간 롯데로부터 내년 시즌 신인 지명권을 받고 좌완 불펜 강윤구를 내주는 트레이를 단행했다. 올 시즌 전력에서 멀어져있지만, 예비 자원으로 활용 가능한 강윤구를 내주면서 미래 자원을 추가했다. NC의 올 시즌 운영 기조가 달라질 수 있음을 보여주는 예였다.
흔들리는 중위권 팀들을 상대로 롯데와 KIA가 도전장을 내밀 태세다. 롯데는 브레이크 기간 과감한 트레이드로 팀 유휴 전력을 정리하고 해당 선수들에게 길을 터줬다. 대신 NC로부터 팀에 절대적으로 필요했던 좌완 불펜 강윤구를 얻었고 팀의 미래 자원인 이강준을 KT에서 얻었다. 이강준은 후반기 불펜의 히든카드로도 활용할 수 있다. 올 시즌 후 계약 해지권이 있었던 주전 2루수 안치홍과 2년 계약 연장 옵션에 합의하면서 전력을 안정시키는 조치도 했다. 시즌 중 새롭게 감독으로 부임한 서튼 감독 체제를 더 단단히 할 시간도 있었다.
롯데는 6월부터 달라진 경기력을 선보였다. 여름 브레이크가 큰 도움이 되었을 가능성이 크다. 롯데와 비슷한 위치에 있는 KIS는 전반기 막바지 연승을 이어가며 긴 침체기를 벗어났다. 마운드가 안정을 찾았고 타선도 점차 회복세를 보였다. 브레이크 기간 부상 선수들이 복귀하면서 마운드가 더 단단해졌다. 올림픽에서 2경기 연속 호투한 신인 투수 이의리가 더 나은 투구를 할 가능성도 있다. 롯데와 함께 KIA 역시 후반기 시즌에 대한 기대가 크다.
이런 상황 변화와 순위 경쟁의 유동성 증가는 흥행에 분명 긍정 요소가 될 수 있다. 다만, 이런 흥행 요소들을 제대로 활용할 수 없는 여러 문제들이 함께 하고 있다는 점은 아쉬움으로 다가온다. 물론, 그 문제들은 프로야구 구성원들이 자초한 측면이 강하다. 하지만 리그는 계속되어야 하고 남은 시즌 최상의 플레이를 해야 할 의무는 여전히 남아있다. 프로야구가 남은 시즌을 어떻게 이어갈 수 있을지 그들 앞에 놓인 길이 결코 쉽지 않다는 건 분명하다.
글 : jihuni7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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