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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드컵 예선 조 1위, 월드컵 예선 무패까지 중요한 목표에 모두 실패한 월드컵 아시아 지역 예선 최종전이었다. 3월 29일 열린 UAE와의 월드컵 예선 10라운드 원정 경기에서 대표팀은 무기력한 경기 끝에 0 : 1로 패했다. 대표팀은 승리했다면 조 1위로 본선에 오를 수 있었지만, 그 자리를 이란에 내주고 말았다. 승리고 월드컵 예선을 마무리하고자 했던 계획도 어긋나고 말았다. 한국에 승리한 UAE는 조 3위에게 주어지는 플레오프 진출권을 극적으로 따냈다. 

무난한 승리가 예상되는 경기였다. 중동 팀과 항상 어려운 경기를 많이 했던 대표팀이었지만 UAE는 그동안 전적에서 큰 우세를 보였던 상대였다. 또한, 가장 어려운 상대였던 이란과의 홈경기에서 2 : 0 완승을 하면서 상승세를 탄 대표팀이었다. 무엇보다 10년 넘게 이어진 이란전 무승 징크스를 깼다는 점도 대표팀에게는 큰 의미가 있었다. 하지만 우려되는 부분이 없는 건 아니었다.

이란과의 홈경기에서도 드러났지만, 코로나 감염 사태와 부상 등으로 최상의 전력을 구축하지 못했다. 베스트 11 중 중원에서 큰 역할을 하는 황인범이 이란전에 이어 나서지 못했고 미드필더와 수비에서 전력 누수가 있었다. 여기에 UAE전을 앞두고 공격진에 힘을 실어줄 카드인 조규성이 코로나 확진으로 함께 하지 못했다. 주전 선수 중 황인범만이 제외된 상황이었지만, 이들을 뒷받침해줄 교체 자원이 절대 부족했다.

여기에 대표팀은 서울에서 홈 경기후 UAE까지 긴 원정길이었다. 최종 예선 내내 이어진 일정이었지만, 강팀 이란전 이후 긴 원정이라는 점은 체력적인 부담을 가중시킬 수 있었다. 활용할 수 있는 선수 자원이 크게 줄어든 상황에서 주전들에 대한 의존도가 한층 더 커지는 것도 문제였다. 대표팀의 주축을 이루는 유럽파 선수들은 유럽에서 서울로 다시 중동으로 긴 거리를 이동했다. 이들은 이란전에서 대부분 풀타임을 소화한 상태였다. 

 

 



이런 부담에서 역대 전적으로 선수들의 레임 밸류 등을 고려하면 승리 가능성이 큰 경기로 보였다. 대표팀은 지난 이란전 스타팅 멤버 중 골키퍼를 김승규에서 조현우로 교체한 것 외에는 그 멤버를 그대로 선발 출전시켰다. 사실 이들을 대체할 자원도 부족했다. 이는 우려했던 체력 문제로 이어졌다. 대표팀 선수들의 움직임은 지난 이란전과 크게 달랐다. 공. 수 전환의 속도가 늦어졌고 움직임도 기민하지 못했다.

이는 원활한 패스를 어렵게 했다. 이란전에서 상대 압박을 이겨낸 빠르고 정확한 패스와 상대 배후 침투가 보이지 않았다. 이는 공격 작업을 무디게 했고 공격을 단조롭게 했다. 여기에 라인을 바싹 끌어올리며 공격을 지원하고 상대를 압박하던 수비 움직임도 이란전만큼의 조직력과 기민함이 나오지 않았다. 

이런 한국을 상대하는 UAE는 한국에 대한 대비를 철저히 한 모습이었다. 그들은 수비에 중점을 둔 전술로 한국 진영에서부터 압박을 하며 적극적인 수비를 했다. 이전 경기에서 UAE가 보여주지 않았던 모습이었다. 전통적으로 UAE는 한국전에서 수비라인을 내리고 수비를 두텁게 하는 전술이 많았다. 전방부터 강한 압박은 하지 않았다. 이런 달라진 UAE에 대표팀 선수들은 다소 당황하는 모습이었다.

특히, 수비형 미드필더에 정우영을 홀로 세우는 전술의 약점을 UAE는 파고들었다. 전방 압박으로 정우영은 원활하게 전방에 패스를 뿌릴 수 없었다. 공격형 미드필더 이재성, 권창훈 등이 정우영과 보조를 맞추며 탈압박 플레이를 해야 했지만, 정우영은 미드필더에서 고립되는 일이 많았다. 전반적으로 미드필더 선수들의 기동력이 떨어져 보였다. 이는 수비에도 부담이 됐다.

한국은 이란전에서 좌우 윙백들이 적극적으로 공격에 나서고 수비에도 함께 블록을 형성하며 수비벽을 두껍게 했다. 그 기반에는 미드필더들의 활발한 움직임이 바탕에 있었다. UAE전에는 그런 모습이 사라졌다. 미디필더 싸움에서 밀리면서 수비에서 미드필더를 거쳐 공격진으로 공이 나가는 빌드업 축구가 시작점부터 막혔다. 수비에서 공을 돌리는 시간이 늘었고 그마저도 상대 압박에 불안한 장면을 자주 노출했다. UAE는 전반부터 대표팀의 패스를 끊어 수차례 위협적인 장면을 만들었다. 대표팀은 많은 공 점유율을 유지하긴 했지만, 공격의 날카로움을 보여주지 못한 채 의미 없이 공을 돌리는 일이 많았다. 빌드업 축구의 답답함이 다시 보였다. 

UAE는 매우 강한 의지로 경기에 나선 듯 보였다. 그들은 한국전에서 승점이 절실했다. 만약 패하게 된다면 조 3위에 주어지는 플레오프 티켓을 장담할 수 없었다. 중동 선수들이 우리에 비해 정신력이 떨어지고 쉽게 무너지는 경향이 많았지만, 최종 경기에 나서는 UAE 선수들은 그렇지 않았다. 경기에 대한 높은 집중력을 보였다. 수비 조직력도 강한 압박과 함께 두꺼운 수비벽을 구축하며 한국의 공세를 효과적으로 막아냈다.

UAE는 홈팀이었지만, 수비를 5명을 기용하는 수비적 전술로 실점을 막는데 주력했다. 대신 중간중간 날카로운 기습으로 대표팀을 괴롭혔다. 예상과 달리 대등한 경기가 이어졌다. 전반전 0 : 0은 UAE에 성공적이었고 대표팀에는 매우 답답한 내용이었다. 

이 흐름은 후반전에도 이어졌다. 대표팀은 UAE의 수비벽을 쉽게 허물지 못했다. UAE는 좌우 측면 돌파를 허용하면서도 중앙을 두텁게 하는 수비를 했다. 대표팀은 좌우 측 크로스를 수차례 시도했지만, 정확한 슈팅으로 이어지지 못했다. 무수히 많은 코너킥이 있었지만, 득점과 거리가 멀었다. 답답한 흐름이 이어졌다. 시간이 흐를수록 초조해지는 건 대표팀이었다. 

이런 상황에서 UAE 선취 골이 터졌다. 대표팀 수비진의 실수로 얻은 기회가 UAE의 득점으로 이어졌다. 경기 내내 이어진 UAE의 두터운 수비, 빠른 기습의 전략이 성공한 순간이었다. 이후 경기는 대표팀에 더 답답하게 전개됐다. UAE는 수비를 더 강화하는 잠그기 전략으로 나왔다. 대표팀은 좀처럼 공격의 실마리를 찾지 못했다.

대표팀 에이스 손흥민을 포함해 황의조, 황희찬 등 최전방 공격 라인과 미드필더까지 적극적으로 상대 골문을 두드렸지만, 골과는 거리가 있었다. 그 중간 결정적인 슛 2개가 골대를 맞는 불운까지 겹쳤다. 답답한 흐름을 깨줄 공격 자원도 부족했다. 후반 공격 강화를 위해 조영욱과 남태희가 교체 투입됐지만, 큰 성과는 없었다. 그렇게 하염없이 시간이 흘렀다. 대표팀 선수들은 시간이 흐를수록 더 지친 모습이 역력했다. 공격은 시간이 흐를수록 무디어진 칼과 같이 날카로움을 잃었다. 결국, 한 골의 격차는 좁혀지지 않았다. 무승의 결과도 조 1위 결과도 사막의 신기루처럼 사리지고 말았다. 

아쉬운 결과였다. 분명 여러 가지로 힘든 여건이었지만, 한 수 아래 전력의 팀에게 펼친 졸전은 분명 문제가 있었다. 벤투 감독 역시 이례적으로 선수단에게 아쉬움을 표현하며 경기 내용에 대한 불만의 목소리를 냈다. 무엇보다. 경기를 거듭하면서 완성도가 높아졌다는 호평을 받았던 빌드업 축구가 다시 벽에 부딪혔다는 점은 살펴볼 필요가 있다.

빌드업 축구는 전 선수들의 유기적인 움직임이 전제되어야 하고 빠른 패스로 상대 압박을 벗어나야 했지만, UAE 전은 모든 게 잘 이루어지지 않았다. 또한, 승점에 대한 강한 열망과 의지로 경기에 나선 UAE와 달리 우리 대표팀 선수들의 모습은 절실함과 거리가 있어 보였다. 벤투 감독이 정신력에 대한 문제를 지적한 건 분명 의미가 있었다. 대표팀은 UAE가 어떤 자세로 경기에 나설지를 어느 정도 예측하고 경기에 나섰다. 그런 상대의 기세를 누르지 못하고 오히려 밀리는 경기를 하며 경기를 어렵게 했다. 

 

 



월드컵 본선에서는 대표팀은 UAE보다 훨씬 수준 높은 팀들과 상대해야 한다. 그들이 우리 대표팀의 전술을 깊이 있게 연구하고 대응한다는 점에서 빌드업 축구를 더 발전시켜야 하는 과제를 남겼다. 또한, 어려운 상황에서도 이를 극복할 수 있는 전술적 움직임과 함께 정신적으로 더 강해져야 함을 느끼는 경기였다. 

월드컵 최종 예선에서 유종의 미를 거두지는 못했다. 내용과 결과에서 대표팀은 할 말이 없는 경기였다. 하지만 예선에서 이런 경기를 했다는 건 역설적으로 본선에 앞서 소중한 경험이 될 수도 있다. 대표팀의 약점과 부족함을 다시 한번 일깨워주었기 때문이다. 이제 월드컵은 또 다른 시작을 앞두고 있다. 아시아 지역 예선만 끝났을 뿐이다.

대표팀은 최종 예선전을 시작하는 시점의 여러 우려를 이겨내고 발전된 모습을 보였다. 경기력도 긍정적인 변화를 거듭했다. 대표팀 에이스 손흥민의 활용법도 재정립했고 그가 없는 상황에서의 대처법도 마련했다. 새로운 얼굴들이 대표팀에 가세했고 팀 전력도 완성도를 더했다. 최종 경기 패배로 지난 예선에서의 긍정적인 면을 모두 부정할 수 없는 이유다. 

한국과 함께 같은 조의 이란, 반대편의 조의 사우디아라비아와 일본이 아시아 지역 예선에서 월드컵 본선 진출을 확정했다. 개최국 카타르까지 5개국의 아시아를 대표해 월드컵 본선에 나선다. 여기에 플레이오프전에 나설 호주와 UAE에게도 본선 진출의 문은 열려있다. 

4월 2일 본선 조 추첨이 있다. 한국은 조 추첨에서 보다 나은 포트 3에 배정될 가능성이 크지만, 아직 확정되지 않은 포트 4 자리에는 유럽과 남미 팀이 자리할 가능성이 크다. 결코 유리하다 할 수 없다. 또한, 16강 진출을 위해 최소 2위를 확보해야 한다는 점에서 본선은 한층 더 힘겨운 싸움을 예고하고 있다. 우리의 부족함을 채우는 것과 함께 상대팀들에게 대한 면밀한 분석도 병행해야 한다. 진짜 유종의 미를 거둘 기회는 월드컵 본선에서 아직 남아있다. 예선 최종전의 아쉬움이 큰 보약이 될지 그 답은 대표팀이 가지고 있다고 할 수 있다. 



사진 : FIFA/AFC, 글 : jihuni7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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