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야구 2023 시즌을 앞둔 스토브리그에서 가장 큰 관심을 받았던 건 FA 시장에 나온 포수 4인의 행선지였다. 리그에서 아주 귀한 포수 자원이 그것도 그 팀의 주전 포수들이 대거 시장에 나왔다는 것도 이채로웠고 두 번째 FA 자격을 얻었지만, 여전히 리그 최고 포수로 활약하고 있는 양의지의 존재감이 큰 탓도 있었다.
결과적으로 FA 포수 4인은 포수 보강이 필요한 팀들의 치열한 영입 경쟁이 불러왔고 모두 팀을 옮기는 결정을 했다. 우선, NC의 창단 첫 우승을 이끌었던 양의지가 최고 포수로서 성장한 팀이었던 두산으로 돌아갔다. 양의지는 30대 후반의 나이에도 여전히 공. 수에서 최고 기량을 유지하고 있었고 이는 대형 계약으로 이어졌다.
양의지는 최대 6년간 152억원의 계약을 했다. 과거 두산에서 NC로 이적할 때 받은 4년간 125억원 못지않은 계약이었다. 이를 통해 양의지는 40살이 넘어서도 현역 선수로 활약할 수 있는 기회를 보장받았다. 양의지의 두산 계약은 이승엽 신임 감독의 강력한 요청과 함께 7시즌 연속 한국시리즈 진출 성공 후 지난 시즌 하위권으로 추락한 두산이 팀을 새롭게 재건하기 위한 새로운 구심점으로 양의지를 필요로 한 점이 크게 작용했다. 양의지 역시 선수 생활의 마무리를 두산에서 하고 싶은 마음도 있었다.
양의지의 팀이 결정된 이후 다른 FA 포수들의 계약도 빠르게 이어졌다. 이미 FA 시장이 열리기 전부터 롯데행 가능성이 크게 대두되던 LG 프랜차이즈 포수 유강남이 롯데와 4년간 80억원에 계약했다. 수년간 포수난에 시달리던 롯데는 일찌감치 유강남의 영입을 준비했고 빠르게 움직여 그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유강남은 LG에서 활약할 당시 거의 매 시즌 풀타임을 소화하면서 부상 이력이 거의 없는 내구성이 장점이었다. 여기에 리그 최고 수준의 포구 능력과 상대적으로 젊은 나이, 만만치 않은 타격 능력까지 롯데가 원하는 공. 수를 겸비한 포수자원이었다.
다만, 최근 타격에서 점점 내림세를 보인다는 점에서 롯데의 계약은 오버페이라는 평가도 있었다. 그럼에도 롯데는 풀타임을 소화할 수 있는 확실한 주전 포수가 절실했고 젊은 투수들이 많은 팀 상화에서 안정적 포구와 투수 리드가 가능한 포수가 필요했다. 양의지가 가장 적합한 선수였지만, 롯데는 보다 현실적인 대안을 찾아 올인했다. 롯데는 수도권 팀에서 지방팀으로 이적해야 하는 유강남에게 LG에서 제시한 금액을 크게 상회하는 조건을 제시했고 계약을 이끌어냈다.
LG는 유강남의 잔류에 온 힘을 다했지만, 올 시즌부터 시행되는 샐러리캡 제도의 한계를 극복할 수 없었다. 대신 LG는 KIA의 주전 포수 박동원을 4년간 65억원의 계약으로 신속히 영입해 그 공백을 메웠다. 박동원은 풍부한 경험에 홈런 생산 능력이 있고 상위권의 도루 저지 능력이 장점이었다.
지난 시즌 중 많은 대가를 지불하고 박동원을 트레이드 영입한 KIA는 당연히 박동원에 장기 계약을 할 것으로 보였지만, 박동원과 KIA와 FA 협상을 지지부진했고 박동원의 LG행을 KIA는 지켜봐야 했다. 박동원의 이와 같은 선택은 프로야구 개막 직전 터져 나온 장정석 KIA 전 단장의 박동원에 대한 FA 뒷돈 요구 파문과 함께 그 이유가 어렴풋이 밝혀졌다.
이런 포수 이동의 마침표는 두산의 주전 포수 박세혁의 NC 이적으로 마침표를 찍었다. 박세혁은 두산에서 줄 곳 활약했던 프랜차이지 선수였지만, 양의지의 두산 복귀가 이루어지면서 그 입지가 크게 흔들렸다. 마침 박세혁은 최근 시즌에서 공. 수에서 경기력이 내림세를 보이면서 가치 평가가 낮아지는 상황이었다. 양의지의 두산행과 함께 박세혁 역시 FA 시장에서 어려움이 커질 가능성도 있었지만, 이는 그에게 기회가 됐다.
양의지가 떠난 NC는 당장 풀타임 주전 포수가 필요했다. 내부 육성은 시간이 필요했고 트레이드는 현실적으로 어려움이 많았다. NC는 아직 시장에 남아있던 FA 포수 박세혁을 주목했다. 협상 테이블이 차려졌고 박세혁은 4년간 46억원의 조건으로 FA 계약했다.
이렇게 수백억원의 돈이 오간 포수 FA 시장의 결과가 시즌 개막과 함께 나타나고 있다. 포수 최고 대우를 받았던 양의지는 여전히 그의 클래스를 그대로 보여주고 있다. 양의지는 두산이 기대했던 팀의 구심점으로 그리고 포수로서 중심 타자로서 FA 포수의 가치를 입증하고 있다.
양의지는 30대 후반으로 접어드는 나이와 WBC 참가 후유증 우려에도 거의 전 경기를 출전하고 있고 안정된 수비와 투수 리드로 젊은 투수들이 대거 1군에 포함된 두산 마운드 안정에 큰 역할을 하고 있다. 타격에서도 양의지는 홈런은 1개에 불과하지만, 3할을 크게 웃도는 타율에 타점 생산력을 보여주고 있다. 특히, 득점권에서 매우 높은 타율은 그의 클러치 능력을 그대로 보여주고 있다. 현재까지 두산의 양의지에 대한 투자는 성공적이다.
롯데에서 새롭게 시즌을 시작한 유강남은 아직 팀에 완전히 녹아들지 못한 모습이다. 롯데는 유강남의 타격 능력 이상으로 투수 리드와 수비 능력에 높은 평가를 했지만, 그 부분에서 아직 아쉬움이 있다. 유강남은 아직 롯데 투수들의 성향을 완전히 파악하지 못했고 그의 장점인 뛰어난 프레이밍 능력을 발휘하지 못하고 있다.
여기에 상대 기동력 야구에 대응하는 도루 저지에서도 아쉬움을 보이고 있다. 타격에서는 투수 친화 구장인 잠실 홈구장을 벗어난 효과가 기대됐지만, 2할을 조금 넘기는 타율과 함께 큰 역할을 하지 못하고 있다. 유강남의 이런 상황은 올 시즌 초반 전반적인 마운드의 부진과 함께 유강남에 대한 평가를 부정적으로 하게 하고 있다.
마침, 함께 FA 선수로 영입된 유격수 노진혁이 공. 수에서 존재감을 점점 높여가는 것과 대조를 이루고 있다. 하지만 최근 유강남은 팀 적응력이 높이고 수비적인 부분에서 기대했던 모습을 보이기 시작했다. 아직은 그에 대한 평가를 하기에는 다소 시간이 필요해 보인다.
LG의 새로운 주전 포수 박동원은 오랜 세월 키움에서 감독과 선수로 있었던 염경엽 감독과의 케미와 함께 그 활약이 기대됐지만, 아직은 고개를 갸우뚱하게 하는 모습이다. 타격에서 박동원은 언제든 홈런을 때려낼 수 있는 타자로 타선에 활력소가 되는 건 분명하다. LG에 부족한 우타 거포형 타자라는 점도 장점이다. 4개의 홈런으로 이 부분 상위권에 자리하고 있기도 하다. 하지만, 2할대 초반 타율로 정교함에서는 아쉬움이 있다.
수비에서 박동원은 이전 LG 주전 포수였던 유강남과 달리 도루 저지에서 우위를 보일 것으로 예상됐지만, 현재까지 LG의 팀 도루 저지율은 26.9%로 하위권이다. 유강남이 주전 포수로 있는 롯데와 큰 차이가 없다. 양의지가 주전 포수로 있는 두산의 도루 저지율 46.2%와 큰 격차가 있다. 포수가 약하다는 평가를 받는 SSG의 44.4%, KIA의 30%로 비교해도 아쉬운 수치다. 여기에 박동원은 시즌 초반 수비 집중력과 세밀한 플레이에서 종종 허점을 보이고 있다. 포수의 첫 번째 덕목이 수비에 있음을 고려하면 아쉬운 부분이다. 그의 장점인 일발 장타력의 타격 능력에 어울리는 수비가 더 필요한 박동원이다.
두산에서 NC로 옮긴 박세혁은 반전의 시즌을 만들고 있다. 박세혁은 떠 밀리듯 두산을 떠났지만, 새로운 팀 NC의 포수 고민을 상당 부분 지워주는 활약을 하고 있다. 타격에서는 통산 타율을 크게 웃도는 타율과 함께 2번 타순에도 설 정도로 인상적인 모습이다. 수비에서도 젊은 투수들이 다수 엔트리에 있는 마운드를 안정적으로 리드하고 있다. NC가 시즌 초반 한층 강해진 마운드의 힘으로 상위권에 자리할 수 있었던 데는 박세혁의 역할이 컸다.
하지만 박세혁은 경기 중 상대 타자의 방망이에 머리를 맞는 부상으로 상승 흐름이 끊어지고 말았다. 공교롭게도 박세혁이 부상으로 빠진 기간 NC는 깊은 부진에 빠지며 5할 승률마저 위협받는 상황에 빠졌다. 그 과정에서는 충격적인 역전패도 있었다. NC는 박세혁이 부상에서 복귀한 경기에서 긴 연패를 끊었다. 그만큼 박세혁의 NC에서 존재감은 매우 커졌다. 지금의 활약을 이어간다면 성공한 FA 영입이 될 가능성이 크다.
이렇게 시즌 초반 FA 포수들의 활약은 그 명암이 엇갈리고 있다. 하지만 아직은 FA 포수들의 성공과 실패를 판단하긴 이르다. 시즌은 많이 남아있고 평가의 중요한 기준은 시즌 최종 성적에 있기 때문이다. 과연 FA 포수 4인이 그들을 영입한 구단들의 투자에 대한 평가를 긍정적으로 만드는 결과를 만들 수 있을지 분명한 건 그 포수들의 활약이 팀 성적에 매우 큰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점이다.
사진 : 롯데 자이언츠, NC 다이노스
글 : jihuni7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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