新 테이블세터진의 지속 활약이 필요한 롯데

지난주 롯데는 극심한 타격 부진을 해소하기 위해 타순과 라인업에서 상당한 변화를 주었습니다. 한화전에선 결과과 신통치 않았습니다. 올히려 선수들의 자신감을 더 떨어뜨리고 혼란만 가중시킨다는 비난이 있었습니다. 동계 훈련기간 구상했던 라인업을 흔드는 것이 결코 팀에 도움이 되지 않을것이라는 전망이 많았습니다. 하지만 좀처럼 살아나지 않는 타선은 극약처방을 불가피하게 만들었습니다.

주말 SK전에서 롯데는 타선의 부활 가능성을 확인했습니다. 불펜의 난조가 아쉬웠지만 팀 타선은 토요일, 일요일 경기에서 각각 7득점했고 안타는 모두 두 자리수를 기록했습니다. 그 상대가 SK였다는 점에서 타선의 회복세가 결코 일시적 현상이 아니라는 확실을 가지게 했습니다. 타자들의 집중력은 좋아졌고 끈질긴 승부는 SK 투수들을 당혹스럽게 만들었습니다. 그들의 방심을 롯데는 끝까지 물고 늘어지면서 마지막 까지 좋은 승부를 할 수 있었습니다.

이러한 롯데타선의 부활에는 새롭게 조합된 테이블 세터진의 활약이 있었습니다. 롯데는 지난 주 부터 전준우, 황재균 테이블 세터진을 본격 가동했습니다. 일시적인 타순 변화가 아니었습니다. 투수의 유형에 따른 또 다른 변화가 없었습니다. 공교롭게도 이 두 선수의 타격이 활발해 지면서 롯데 타선은 활력을 되찾았습니다.

1번 전준우 선수는 토요일 5타수 3안타 2득점, 일요일 5타수 1안타를 기록했습니다. 2번 황재균 선수는 토요일 6타수 3안타 3타점, 일요일 5타수 2안타 2득점으로 꾸준히 출루에 성공했고 빠른 발을 이용해서 주루 플레이도 활발히 전개했습니다. 이들이 지속 출루에 성공하면서 롯데의 중심타선 특히, 이대호 선수는 주자를 둔 상태에서 자주 타격을 할 수 있었고 이는 상대 투수들에게 큰 압박감으로 다가왔습니다. 

일요일 경기에서 이대호 선수는 홈런 2개를 기록하면서 장타자로서의 면모를 되찾았고 타격 침체가 장기화되던 홍성흔 선수 역시 2안타를 기록하면서 감을 찾아가는 모습이었습니다. 롯데 타선이 부진한 동안 나홀로 타격을 하는 경우가 많았던 롯데 중심 타자들이 모처럼 한 상 가득한 상태에서 그 힘을 발휘할 수 있었습니다. 중심 타선의 회복은 결국 팀 타선 전체의 회복세로 이어졌습니다.

시즌 초반 전준우, 황재균 선수의 테이블 세터진은 전혀 구상되지 않았을 것입니다. 시즌 개막전 이후 이 두 선수는 하위타선에 위치했습니다. 전준우 선수는 7번, 황재균 선수는 주로 9번에 배치되었습니다. 두 선수는 공교롭게도 수비 포지션이 변경된 공통점이 있었습니다. 전준우 선수는 호타 주족의 외야수라는 가능성을 뒤로하고 3루로 배치되었습니다. 황재균 선수는 대형 3루수라는 가능성 대신 유격수로서 시즌 개막을 맞이했습니다.

이러한 수비 변동을 감안한 탓인지 이들은 타격 부담이 적은 하위타선에서 시즌을 시작했습니다. 이들이 자신의 공격력을 보여준다면 롯데는 상하위 타선이 모두 강한 공격력을 유지할 수 있었습니다. 이러한 기대는 시즌 초반부터 흔들렸습니다. 전준우, 황재균 선수는 모두 타격에서 부진을 면치 못했습니다. 테이블 세터진 역시 손아섭 선수의 부상이 결장이 길어지면서 초반 구상을 삐그덕 거리게 만들었습니다.

김주찬, 손아섭의 테이블 세터진은 초반부터 가동될 수 없었습니다. 대신 2번타순에 기용된 이승화 선수는 극심한 타격부진에서 헤어나지 못했습니다. 롯데의 2번 자리는 타선의 큰 구멍이 되었습니다. 결국 이승화 선수는 안타를 기록하지 못하고 2군으로 내려갈 수 밖에 없었습니다. 1번 김주찬 선수 역시 타격 부진이 지속되었습니다. 2할을 겨우 넘기는 타율은 그의 출루를 힘들게 만들었습니다.

김주찬 선수는 공을 많이 보고 오랜 승부를 즐기지 않습니다. 출루율이 높은편도 아닙니다. 좋은 타격을 바탕으로 출루율을 유지하는 선수이고 찬스에서의 결정력을 지니고 있습니다. 그가 출루만 하면 극강의 도루능력으로 상대 내야진을 흔들어 놓을 수 있습니다. 작년 시즌 김주찬 선수의 출루는 많은 득점과 연결되었고 그 역시 도루왕의 문턱까지 갈 정도로 한층 향상된 주루플레이 능력을 보여주었습니다.

하지만 올 시즌 김주찬 선수는 출루의 기회가 원천적으로 막히면서 큰 활약을 하지 못했습니다. 결국 그의 타순은 하위타선으로 조정되었습니다. 그래도 그의 타격감은 살아나지 않았고 롯데의 기동력 야구에도 차질이 생겼습니다. 급기야 지난 주말경기에서 몸맞는 공에 의한 부상불운이 겹치면서 1군 엔트리에서 제외되고 말았습니다.

이렇게 롯데의 테이블 세터진은 흔들리는 1, 2번 타자의 타격 부진이 함께 하면서 그 기능을 발휘하지 못하는 상황이었습니다. 그것을 메우기 위해 조성환 선수와 박종윤 선수가 2번에 기용되기도 했지만 조성환 선수 역시 계속된 타격 부진으로 그 역할을 할 수 없었고 박종윤 선수는 좋은 타격감을 유지했지만 1루수라는 수비 포지션이 항시 출장을 할 수 없게 만들었습니다.

결국 롯데의 양승호 감독이 선택은 전준우, 황재균 선수의 조합이었습니다. 중견수로 복귀하면서 2년차 징크스에서 벗어나 타격감을 되찾고 있는 전준우 선수와 유격수와 3루수를 오가는 것에 익숙해지면서 컨디션을 회복중인 젊은 두 선수에게 기대를 걸었습니다. 한화전에서 이들의 활약은 크지 않았습니다. 팀 타선 역시 부진이 지속되었습니다.

하지만 주말 SK전을 통해 이들은 테이블세터진을 확실히 자리매김했습니다. 젊고 역동적인 타격은 팀 타선에 큰 활력소가 되었습니다. 1번에 중용된 전준우 선수는 타격 침체에서 회복되면서 1할대의 타율을 2할대 후반으로 끌어올렸습니다. 적극적이 도루와 공격적인 주루플레이는 팀 공격에서 새로운 돌파구를 열어주었습니다.

2번 황재균 선수 역시 부진에서 벗어나고 있습니다. 수비 이동으로 공수 모두에서 불안감을 노출했던 황재균 선수는 밀어치는 스윙이 되면서 타격감을 회복하고 있습니다. 그 역시 빠른발을 이용한 주루 플레이로 테이블세터로서 제 역할을 해내고 있습니다. 토요일 경기에서는 결승타점을 포함 3타점을 기록하면서 승리의 주역이 되기도 했습니다.

롯데로서는 침체된 타선도 회복되고 다소 자신감을 잃었던 젊은 두 선수의 감각도 되찾게 하는 두 가지 긍정적 효과를 지난 주말 얻었습니다.여기에 3번에 배치된 손아섭 선수 역시 근성있는 플레이로 팀에 긍적의 자극을 주면서 롯데 타선은 모처럼 강타선의 면모를 과시할 수 있었습니다. 조성환 선수의 타격감 회복에 시간이 필요하고 김주찬 선수마저 부상으로 2군에 내려간 상황에서 전준우, 황재균 테이블 세터진의 조합은 당분간 유지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전준우, 황재균 선수의 테이블 세터진이 시즌 내내 유지될지는 아직 미지수입니다. 조성환 선수가 자신의 타격감을 되찾고 3번에 복귀한다면 황재균 선수는 다시 하위타선으로 내려갈 가능성이 높습니다. 여기에 김주찬 선수까지 완벽한 컨디션으로 복귀한다면 이들은 하위타선으로 배치될 수 있습니다. 그렇다고해도 이는 상하위 타선 모두가 강해지는 효과를 얻을 수 있기에 나쁜 현상은 아닐 것입니다.

지난 주 롯데는 수 차례 시행착오끝에 어렵게 반전의 계기를 마련했습니다. 롯데가 살아나기 위해서는 타선의 회복이 급선무였고 그것이 주말 경기에서 나타났습니다. 단 두경기만으로 팀 타선의 부활을 확신하기 어렵지만 반가운 변화임에는 틀림없습니다. 그리고 그 중심에는 젊은 두 명의 테이블세터진이 있었습니다.

이 두선수는 미래의 롯데 중심 선수들입니다. 시즌 초반의 부진은 일종의 성장통이었습니다. 이제 자리를 잡아가는 이들에게 또 한번 변화를 주는 일은 없어야 할 것입니다. 중견수 전준우, 3루수 황재균이 이들의 기량을 극대화할 수 있는 포지션임을 지난 주 볼 수 있었습니다. 롯데의 타격상승세가 지속된다면 새로운 테이블 세터진의 조합을 원래대로 복귀시킬 이유는 없을 것으로 보입니다.

롯데는 이번 주 중위권에 자리한 LG, KIA와 차례로 대결합니다. 하위권을 탈출하기위해서는 꼭 넘어야할 상대들입니다. 또한 롯데의 전력이 회복되었는지 여부를 확인할 수 있는 대결이 될 것입니다. 새롭게 구성된 테이블세터진이 지난 주말과 같이 푸짐한 상차림을 해준다면 롯데의 공격은 좋은 분위기를 계속 유지할 수 있습니다. 과연 이 두선수의 활약이 일회성에 그칠지 계속 이어질지 궁금한 한 주입니다.


김포총각/심종열 (http://gimpoman.tistory.com/, @youlsim)
사진 : 롯데자이언츠 홈페이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