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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회 초 롯데 공격, 삼성의 2 : 0 리드, 마무리 투수는 오승환, 승패는 이미 결정된 것이나 다름없었습니다. 하지만 롯데는 그 상황을 극적으로 뒤집었습니다. 9회 초 마지막 경기에서 롯데는 철벽 마무리 오승환을 상대로 6득점 하는 타선의 폭발력으로 6 : 2 승리를 만들어냈습니다. 야구는 9회 말 2아웃 부터라는 말과 일치하지는 않았지만, 야구는 끝날 때까지 그 결과를 알 수 없음을 입증한 것입니다.

 

승리하긴 했지만 경기 초반 분위기는 삼성이 잡았습니다. 삼성은 선발 투수 윤성환의 호투와 하위타선에서 얻어낸 선취점을 바탕으로 리드를 계속 유지했습니다. 삼성 선발 윤성환은 빠르지는 않았지만 공 끝에 힘이 실린 묵직한 직구와 주 무기 커브를 대신한 스플리터, 슬라이더를 효과적으로 배합하면서 롯데 타선을 효과적으로 막아냈습니다.

 

주말 경기를 비로 치르지 못한 롯데 타선은 윤성환의 힘 있는 직구에 방망이가 밀렸고 팀 전체적으로 타격감이 좋지 못했습니다. 롯데는 윤성환이 마운드를 지킨 6.0이닝 동안 단 4안타에 그쳤습니다. 득점 기회에서 보여준 높은 집중력도 없었습니다. 최고의 공격력을 과시하던 롯데였지만 지난 봄비에 식어버린 방망이는 좀처럼 힘을 발휘하지 못했습니다.

 

이런 타선의 침묵속에 롯데 선발 유먼의 호투는 점점 빛이 바래져 갔습니다. 유먼은 6.0이닝 5피안타 2사사구 2실점으로 또 한 번의 퀄리티 스타트에 성공했습니다. 거의 매 이닝 주자를 출루시킬 정도로 삼성 타선을 압도하지는 못했지만, 위기관리 능력을 발휘하면서 실점을 최소화했습니다. 제구는 여전히 안정적이었고 변화구의 각도도 좋았습니다.

 

 

 

 

 

 

하지만 2회말 하위 타선인 이정식과의 승부에서 집중력을 잃으면서 적시타를 허용한 장면이나 6회 초 연이은 폭투와 더블 스틸 허용으로 추가 실점을 허용한 장면은 아쉬움이 있었습니다. 6회말 실점은 유먼의 제구가 잠시 흔들린 부분도 있었지만, 포수 강민호의 세심한 블로킹과 원할한 수비가 있었다면 충분히 실점을 막을 수 있었습니다. 이렇게 유먼은 타선의 지원 부족과 수비진의 섬세하지 못한 플레이라는 이중고 속에 첫 패전을 맞이할 상황에 몰렸습니다.

 

반면 삼성은 중심 타자인 최형우와 채태인이 여전히 타격 부진에서 벗어나지 못했지만 베테랑 이승엽의 몸을 사리지 않는 플레이를 발판삼아 승리에 더 가까이 다가설 수 있었습니다. 최근 연일 멀티 히트를 기록중인 이승엽은 화요일 경기에서도 또 한 번의 멀티히트로 타선을 주도했습니다. 6회말에는 과감한 주루 플레이로 2점째 득점을 하는 투혼을 발휘했습니다.

 

삼성은 2 : 0 상황에서 그들이 자랑하는 철벽 불펜을 가동하면서 승리를 굳히려 했습니다. 윤성환에 이어 장원삼, 권오준은 완벽한 투구로 반격의 기회를 주지 않았습니다. 타격감이 떨어진 롯데 타선은 삼성 투수들의 힘있는 공에 제대로 대응하지 못했습니다. 이대로 경기는 삼성의 승리로 끝나는 듯 보였습니다. 롯데의 1위 자리도 한 순간의 꿈이 되는 것 같았습니다.

 

하지만 롯데는 포기하지 않았습니다. 유먼에 이어 나온 불펜진이 무실점 투구로 추격의 발판을 마련했습니다. 김성배, 이명우, 이용훈으로 이어지는 불펜진은 더 이상을 실점을 허용하지 않았습니다. 계속 리드를 빼앗기는 경기였지만 가능성의 끈을 놓치지 않았습니다. 오승환이라는 태산이 9회 초 그들을 기다리고 있었지만 롯데는 스스로 무너지지 않았습니다.

 

운명의 9회초, 예상대로 오승환이 등판했고 2점의 차이는 너무나 커보였습니다. 실점 자체가 낯선 오승환에게 타격감이 뚝 떨어진 롯데 타선이 대응하기 힘든 분위기였습니다. 하지만 전준우의 한방이 분위기를 순식간에 롯데쪽으로 돌려놓았습니다. 전준우는 오승환이 승부구로 던진 몸쪽 직구를 좌측 담장을 넘기는 홈런으로 연결했습니다.

 

여전히 2 : 1 삼성의 리드, 하지만 오승환의 마음에 큰 파동이 일기 시작했습니다. 삼진을 노리고 자신있게 던진 직구가 장타로 연결되었다는 사실이 오승환을 흔들리게 만들었습니다. 롯데 타자들을 더 큰 자신감으로 오승환을 상대했습니다. 홍성흔은 2스트라익 이후 짧게 끊어치는 타격으로 안타를 기록했고 공격흐름을 계속 이어갈 수 있도록 해주었습니다. 

 

 

 

 

 

 

 

무사 1루에서 롯데는 벤치의 작전과 타자들의 한층 높아진 집중력으로 큰 사건을 만들어냈습니다. 연속 안타 기록을 이어가던 박종윤은 착실한 번트로 자신보다 팀을 위해 헌신했습니다. 1사 2루, 안타 하나면 동점이 될 수 있는 상황이 되었습니다. 타격감이 좋았던 강민호, 손아섭에서 동점타를 기대한 것입니다. 

 

강민호가 삼진으로 물러날 때까지만 해도 경기는 삼성의 승리 분위기였습니다. 롯데의 추격도 여기까지가 될 가능성이 높았습니다. 여기서 삼성 벤치는 손아섭을 고의사구로 거르는 선택을 했습니다. 오승환의 구위가 좋지 못함을 스스로 인정한 것입니다. 평소의 돌 직구라면 2사 2루에서 정면 승부를 선택해야 할 상황이었습니다. 삼성은 1할대 타율로 타격이 부진한 황재균을 선택했습니다. 

 

이 선택은 큰 패착이 되었습니다. 황재균은 오승환의 몸쪽 승부구를 또 한 번 적시타로 연결했습니다. 롯데가 바랬던 동점 득점이 예상치 못한 타선에 나온 것입니다. 다 잡은 경기를 원점으로 돌린 삼성, 그리고 오승환을 허탈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동점 이후 오승환은 흔들리는 기색이 역력했습니다. 또 다른 투수가 필요했지만, 삼성은 오승환을 그대로 밀어붙였습니다. 

 

이 상황에서 문규현의 대수비로 경기에 나섰던 신인 신본기는 끈질긴 선구로 볼넷을 얻었습니다. 2사 만루의 찬스가 이어졌습니다. 삼성은 또 한번 투수 교체 타이밍을 잡을 수 있었습니다. 하지만 삼성의 선택은 오승환이었습니다. 하지만 그의 구위를 이미 크게 떨어져 있었습니다. 최근 타격감이 상승세로 돌아선 김주찬은 천금의 적시타로 롯데의 역전을 이끌었습니다.

 

 

 

 

 

 

삼성은 뒤늦게 안지만을 투입했지만 이미 분위기가 넘어간 뒤였습니다. 롯데는 조성환의 적시타로 오승환이 남긴 두 명의 주자를 모두 홈으로 불러들였습니다. 오승환은 한 시즌 동안 자신이 할 수 있는 실점을 한 경기에 모두 다하고 말았습니다. 6 : 2 로 벌어진 경기는 더 이상의 변화를 허용치 않았습니다.

 

롯데는 최대성에게 경기 마무리를 맡겼습니다. 세이브 상황이 아닌 것도 있었지만 김사율을 아끼고 최대성에게 자신감을 더 심어주기 위한 포석이었습니다. 최대성은 세 타자를 가볍게 막아내면서 벤치의 의도를 100% 충족시켜주었습니다. 8회 말까지 패배를 향해 가던 롯데는 9회초 대역전극을 펼치면서 반전드라마를 완성했습니다. 롯데 타선은 단 1이닝만 폭발했지만, 그 파괴력은 상상 그 이상이었습니다.

 

지난 주말 한화전 승리로 팀 분위기를 끌어올리려 했던 삼성의 꿈은 물거품이 되었고 롯데는 패배 일보 직전의 경기를 뒤집으면서 1위 자리를 굳건히 지켜냈습니다. 이용훈은 0.1이닝만을 던지고 행운의 3승째를 따내는 행운을 얻었습니다. 롯데로서는 이보다 더 좋을 수 없는 경기였고 삼성은 악몽과 같은 경기였습니다.

 

이 승리로 롯데는 상승 분위기를 지속시킬 수 있게 되었고 우천 휴식으로 떨어진 경기 감각도 최고조로 올려놓을 수 있게 되었습니다. 롯데는 기적 같은 역전승과 함께 새로운 에이스로 떠오른 유먼의 가능성을 확인했고 무엇보다 힘든 승부를 이겨냈다는 점에서 단순한 1승 그 이상의 효과를 얻은 경기였습니다. 

 

롯데로서는 이 분위기를 그대로 이어가고 싶을 것입니다. 반면 삼성은 아직 회복되지 못한 팀 타선을 정비하고 충격 패의 후유증을 털어내는 것이 급해졌습니다. 롯데가 연승 분위기를 그대로 이어갈지, 삼성의 반격이 나타날지 양 팀의 남은 두 경기도 접전이 예상됩니다.

 

 

 

Gimpoman/심종열 (http://gimpoman.tistory.com/, http://www.facebook.com/gimpoman)

사진 : 롯데자이언츠 홈페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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