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와 SK의 주중 3연전은 2위와 3위 팀 간 대결이라는 점에서 큰 관심이 쏠렸습니다. 하지만 양 팀이 최근 상황은 그리 좋지 못했습니다. 두 팀 모두 연패에 빠져있고 지난주 투타에 걸쳐 어려움을 겪었기 때문입니다. 순위 싸움 이전에 연패탈출이 급선무인 양 팀의 사정이었습니다. 어느 한 팀은 연패를 지속해야 하는 상황, 그 주인공은 SK였습니다.
롯데는 경기 초반 강민호가 4타점으로 팀 공격을 주도했고 SK보다 앞선 타선의 집중력을 바탕으로 6 : 4로 승리했습니다. 주말 3연전 전 패의 충격을 벗어날 수 있었고, 롯데 선발 고원준은 2군에서 1군으로 복귀한 이후 2경기 연속 선발승을 거둘 수 있었습니다. 마무리 김사율은 2년 연속 20세이브를 기록하면서 승리의 의미를 더했습니다.
반면 SK는 초반 경기 흐름을 잡지 못했습니다. 롯데보다 하나 더 많은 11안타를 기록하면서 타격 부진에서 벗어났지만, 타선의 집중력에서 밀리면서 더 많은 잔루를 양산했고 승리로 가는 길을 열진 못했습니다. 기대했던 선발 윤희상이 초반 위기를 극복하지 못하고 무너진 것도 큰 악재였습니다. SK는 경기 후반 추격전을 펼치면서 특유의 끈끈함을 보여주었지만, 롯데의 불펜에 막히면서 연패탈출에 실패했습니다.
초반부터 경기 분위기는 활발한 타격전 조짐을 보였습니다. 양 팀의 선발 고원준, 윤희상은 빠른 공으로 타자들을 압도하기보다는 변화구 구사 비율을 높이는 투구를 했습니다. 연패 탈출을 위해 높은 집중력을 보인 상태 타선에 이러한 투구는 기를 살려주는 결과를 가져왔습니다. 2회부터 경기는 득점을 주고받는 내용을 보였습니다.
(4타점 맹타 강민호, 롯데 연패 탈출을 이끌다.)
선취 득점은 롯데에서 나왔습니다. 2회 말 2사 후 타석에 들어선 강민호는 윤희상에 끈질긴 승부를 펼쳤고 우측 담장을 넘기는 솔로 홈런을 쳐냈습니다. 비교적 제구가 잘된 공이었지만 힘을 빼고 밀어친 강민호의 타이밍이 좋았습니다. 롯데 타선은 지나 주말과 달리 윤희상에게 많은 공을 던지게 하면서 긴 승부를 이어가려는 모습이었습니다. 강민호 역시 그런 과정에서 홈런을 얻었습니다.
선취 득점에 성공하면서 경기 주도권을 잡았던 롯데였지만 살아난 SK의 공격력에 4회 초 역전을 허용하고 말았습니다. 이전 공격에서 거듭된 득점 기회를 놓치면서 심각한 응집력 부족 현상을 이어갔던 SK는 4회 초 노장 조인성의 2타점 적시타로 경기 흐름을 바꿀 기회를 잡았습니다. 롯데 고원준은 초반부터 체인지업 비율을 높이면서 SK 타자들을 상대했지만, 한계가 있었습니다. 노련한 SK 타자들에게 변화구 위주 투구는 효과적이지 못했습니다. 4회 초 몸 맞는 공이 빌미가 되면서 실점한 것도 내용상 좋지 못했습니다.
매 이닝 SK 타선의 부진으로 위기를 넘기는 모습이었습니다. 하지만 4회 초, 노련한 조인성의 벽을 넘지 못하면서 실점을 피할 수 없었습니다. 2실점 이후 흔들리는 기색이 역력했던 고원준은 가까스로 이닝을 종료할 수 있었습니다. 롯데로서는 불안한 경기 흐름이었습니다. 이런 롯데의 불안함과 흔들리는 고원준을 살린 건 강민호의 3타점 2루타였습니다.
롯데는 이어진 4회 말 공격에서 중심 타선인 손아섭, 홍성흔의 연속 안타로 득점 기회를 잡았습니다. 실점에 부담을 가진 SK 윤희상은 박종윤 타석에서 어렵게 승부했지만, 박종윤이 침착하게 공을 고르면서 만루로 상황이 변했습니다. 윤희상으로서는 첫 타석 홈런으로 좋은 타격감을 보이고 있는 강민호를 만루 위기에서 만나지 말았어야 했습니다.
SK의 우려대로 강민호의 좋은 타격감은 또 한 번의 장타로 이어졌습니다. 강민호는 바깥쪽 슬라이더를 가볍게 당겨쳤고 그 공은 좌측 선상에 떨어지는 행운이 깃든 적시타였습니다. 롯데는 적극적인 베이스러닝으로 3명의 주자가 모두 홈에 들어올 수 있었습니다. 기세가 오른 롯데는 이후 조성환, 황재균의 연속 안타가 나오면서 4회 말에만 4득점 하는 집중력을 보여주었습니다. 타선의 갑작스러운 부진으로 속을 태우던 주말과는 너무나 다른 공격이었습니다.
경기 주도권을 확실히 잡은 롯데는 5회 말 조성환의 적시타로 1득점을 더 추가했습니다. 6 : 2의 리드는 최근 롯데의 불펜을 고려하면 여유를 가질 수 있는 차이였습니다. 타선의 득점지원 속에 선발 고원준 역시 한층 안정된 투구를 할 수 있었습니다. 실점 이후에는 직구의 비중을 높이면서 과감하게 타자와 승부하는 모습이었습니다. 5회 초 위기에서는 140킬로를 웃도는 힘 있는 직구로 삼진을 잡아내기도 했습니다.
롯데 고원준과 달리 SK 윤희상은 제 컨디션을 찾지 못하고 조기 강판 당하고 말았습니다. 경기 초반 입든 손가락 쪽 부상이 부담되었던 것으로 보입니다. 특유의 과감한 승부보다는 변화구 위주의 투구를 한 것이 좋지 못한 결과를 만들어냈습니다. 최근 불펜이 약해진 SK는 윤희상에게 6이닝 이상의 투구를 기대했지만, 조기 불펜 가동이 불가피했습니다.
초반 위기를 넘긴 롯데 고원준, 그러지 못한 SK 윤희상 두 선발 투수의 희비는 경기 흐름과 바로 연결되었습니다. 롯데는 초반 6득점으로 여유를 가질 수 있었습니다. SK는 선발 투수가 일찍 무너지면서 경기 운영전략에 변화를 가져와야 했습니다. 롯데는 6회 초부터 불펜을 가동하면서 지키는 야구로 돌아섰고 SK 역시 불펜진이 무실점 투구를 하면서 추격의 희망을 품을 수 있었습니다.
SK는 쉽게 포기하지 않았습니다. 그들의 타선 역시 부진의 늪에서 벗어난 모습이었습니다. SK는 6회 초 롯데의 바뀐 투수 최대성을 상대로 정근우의 적시타로 1점을 추격했습니다. 8회 초에서는 김성배에 추가 1득점 하면서 마지막까지 포기하지 않는 경기를 했습니다. 하지만 경기를 뒤집을 결정타가 나오지 않았습니다. 초반 4점 차를 극복하기에는 힘이 모자랐습니다.
결국, 경기는 김사율이 완벽하게 경기를 마무리한 롯데의 승리였습니다. 롯데는 투타에서 부진했던 주말의 아픈 기억을 지워낼 수 있었습니다. 모처럼 공격과 수비, 마운드에 조화를 이루면서 주중 첫 경기를 기분 좋게 잡아냈습니다. 선발 고원준은 공수에 걸친 동료들의 도움속에 5.1이닝 8피안타 3실점으로 선발승을 따냈습니다.
(1군 복귀 후 2연승 고원준, 상승세 이어갈까?)
아직 불안감을 완전히 떨치지 못한 아쉬움이 있지만, 이전 경기보다 더 좋은 내용의 투구로 앞으로 경기에 대한 기대감을 높였습니다. 롯데로서는 선발의 한 축인 이용훈이 부상으로 로테이션을 한 번 걸러야 하는 상황에서 고원준이 회복 조짐을 보였다는 것이 너무나 반가운 일이었을 것입니다. 부진하던 타격이 살아난 것 또한 승리의 의미를 더했습니다.
반면 SK는 투타의 짜임새가 이전보다 떨어지면서 경기를 내주고 말았습니다. 선수들 전체가 연패에 대한 부담감이 큰 모습이었습니다. 부상자 속출로 전력의 누수가 극심한 SK로서는 연패 탈출을 통해 분위기 전환을 노렸지만그 힘이 이전같지 않았습니다. 다만 집단 슬럼프 조짐을 보이던 타선이 완연한 회복세를 보였다는 점이 큰 위안이었습니다.
롯데는 화요일 경기 승리로 2위 자리를 더 확고하게 지키게 되었습니다. SK는 상승세의 두산에도 밀리면서 4위로 한 계단 더 순위가 밀렸습니다. SK로서는 떨어진 순위를 끌어올리기 위해서도 연패를 빨리 끊어야 하는 상황입니다. 롯데는 수요일 사도스키를 SK는 부시를 선발로 예고했습니다. 두 팀 모두 팀 내 비중이 높은 선발 투수들이 나서는 만큼 승리에 대한 기대치가 높은 경기가 될 것입니다.
롯데는 다시 찾아온 상승분위기를 살리려 할 것이고 SK는 연패 탈출을 위해 더 집중하는 경기를 할 것으로 보입니다. 연패 탈출 후 연승을 노리는 롯데, 연패에서 벗어나야 하는 SK, 상반된 상황이지만 승리에 대한 열망을 모두 똑같은 두 팀입니다. 어느 팀이 더 강한 집중력을 발휘할지가 승부의 중요한 관건이 될 것으로 보입니다.
Gimpoman/심종열 (http://gimpoman.tistory.com/, http://www.facebook.com/gimpoman)
사진 : 롯데자이언츠 홈페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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