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와 한화의 주중 첫 경기는 타자들보다 투수들에 유리한 조건이었습니다. 월요일 하루 휴식일은 타자들의 감을 떨어뜨렸고 비가 오락가락하는 습도 높은 날씨는 타구의 비거리를 줄였습니다. 여기에 양 팀 주력 선수들이 부상으로 선발 라인업에서 제외된 경기였습니다. 주심의 스트라이트 존 역시 넓었습니다. 선발 투수인 롯데의 유먼, 한화의 유창식 모두 편안한 투구를 할 조건이 마련된 것입니다.
투수 우위의 예상은 경기 초반부터 들어맞았습니다. 양 팀이 선발투수들은 초반 호투로 경기를 투수전으로 이끌었습니다. 1점 차의 팽팽한 승부가 경기 중반까지 이어졌습니다. 승부의 명암은 공수에서 드러난 미세한 차이가 결정적이었습니다. 한화는 수비 실책, 주루 미숙, 밀어내기 볼넷 등 승부처에서 스스로 흐름을 끊거나 스스로 주저앉는 모습을 보였습니다.
롯데는 한화의 작은 실수를 놓치지 않고 자신들의 것으로 만들었고 원활하지 못한 공격에도 승리를 위한 점수를 얻을 수 있었습니다. 결국, 경기는 선발 유먼과 불펜진이 무실점 투구를 합작한 롯데의 3 : 0 승리였습니다. 한화는 선발로 나선 신예 유창식이 기대 이상으로 호투하고 선발 요원인 송창식을 경기 중반 승부처에 불펜으로 투입하는 총력전으로 맞섰지만, 중심 타자인 김태균, 장성호의 결장으로 타선의 힘이 크게 떨어졌고 작은 플레이에서 미숙함을 드러내며 팀 완봉패를 당하고 말았습니다.
롯데는 화요일 경기 승리로 삼성에 패한 SK를 밀어내고 1위로 자리하게 되었습니다. 지난주 부터 지속된 상승세를 이어갔다는 것도 의미가 있었습니다. 무엇보다 타선이 부진한 가운데서도 투수진이 실점을 최소화하고 필요한 1점을 얻어내는 작은 야구로 승리를 가져갔다는 점에서 지금의 상승세가 반짝 상승세가 아닌 이기는 야구를 할 수 있는 팀, 강팀의 면모를 보였다는 점이 긍정적이었습니다.
(에이스의 투구로 롯데 연승을 이끈 유먼)
경기 초반 롯데는 팀 배팅에 의한 선취점으로 리드를 잡았습니다. 1회 말 김주찬의 2루타 출루 이후 진루타와 희생플라이가 이어지면서 1점을 먼저 득점할 수 있었습니다. 1점을 짜내는 야구가 주효했습니다. 롯데는 팀의 에이스 유먼이 선발로 나섰고 상승분위기를 이어가기 위해 선취 득점이 필요했고 경기 시작과 동시에 그 목적을 이루어냈습니다.
선취 득점에 성공하긴 했지만 롯데의 공격은 이후 유창식의 과감한 투구에 밀리는 모습을 보였습니다. 1회 말 몸이 덜 풀린 상황에서 실점을 허용하긴 했지만, 유창식은 이후 공격적인 피칭으로 무실점 호투를 이어갔습니다. 특히 오른쪽 타자 무릅쪽을 파고드는 직구는 그 위력이 상당했습니다. 몸쪽공에 부담을 느낀 롯데 타자들은 그 공에 대비하다 유창식의 슬라이더, 가끔 던지는 포크볼에 대응하지 못하면서 1회 말 이후 이렇다할 공격력을 보여주지 못했습니다.
롯데 타선이 1회 이후 침묵했지만, 롯데의 1점 차 리드는 굳건했습니다. 그 중심에는 선발로 나선 유먼이 있었습니다. 유먼은 날카로운 직구와 슬라이더, 체인지업을 섞어 던지면서 한화 타선을 꽁꽁 틀어막았습니다. 누상에 주자가 없는 상황에서는 직구 위주의 투구로 맞혀 잡는 패턴이었지만 위기 상황에서는 전력 투구로 삼진을 연거푸 뽑아내는 투구로 스스로 위기를 넘겼습니다.
롯데는 유먼의 호투를 바탕으로 리드를 계속 유지할 수 있었습니다. 유먼은 5회까지 삼진 9개를 잡아내는 괴력을 과시하면서 위력적인 구위를 과시했습니다. 한화는 장성호, 김태균 두 중심 타자의 공백을 실감해야 했습니다. 나름 유먼에 대비한 타순을 구축했지만 큰 힘을 발휘하지 못했습니다. 어렵게 얻은 기회에서도 무기력한 공격력으로 일관했습니다.
완벽투를 하고 있던 유먼이었지만 한 가지 불안요소가 있었습니다. 투구 수가 평소보다 많다는 점이었습니다. 많은 탈삼진은 기분 좋은 일이었지만 그 과정에 투구 수가 늘어났습니다. 5회 초 수비에 들어설 때 유먼의 투구수는 80개를 웃돌고 있었습니다. 이 점은 큰 위기와 연결되었습니다. 평소보다 일찍 구위가 떨어졌고 제구마저 불안하게 만들었습니다.
5회 초 한화는 경기 흐름을 바꿀 절호의 기회를 잡았습니다. 유먼이 볼넷 2개를 내주면서 스스로 위기를 자초한 것입니다. 1사 1,2에서 백승룡을 상대한 유먼은 제구가 들쑥 날쑥 하면서 여러움을 구종 선택에 어려움을 겪었습니다. 중요한 승부처였습니다. 여기서 한화의 결정적인 주루 실수가 양 팀의 희비를 엇갈리게 했습니다. 유먼은 투구 동작 과정에서 발을 빼며 주자를 견제했고 2루 주자 정범모는 견제를 예측하지 못했습니다.
결국 정범모가 허무하게 런다운 아웃되면서 한화는 좋은 흐름을 스스로 끊고 말았습니다. 순간 떨어진 집중력이 문제였습니다. 한 숨 돌린 유먼은 10개 째 삼진을 잡아내면서 5회 초 위기를 무사히 넘겼습니다. 하지만 100개에 육박하는 투수구가 부담이었습니다. 불펜의 소모를 줄여야 하는 상황이었지만 다소 빠른 불펜가동이 예상되었습니다.
하지만 롯데는 6회 초 수비에서도 유먼을 계속 마운드에 올렸습니다. 가능하면 선발 투수를 길게 가져가려는 의도였습니다. 유먼이 한 타자라도 더 상대해주고 불펜을 투입하려는 의도였습니다. 여기서 한화의 생각하는 야구가 필요했습니다. 좀 더 길게 볼 카운트 승부를 하면서 유먼을 일찍 마운드에서 내릴 수 있어야 했습니다.
하지만 한화의 타자들을 전략적인 배팅을 하지 못했습니다. 초구부터 쉽게 방망이가 나가면서 쉽게 3자 범퇴를 당한 것입니다. 구위가 떨어져 눈에 들어오는 유먼의 공에 의욕적으로 대응했지만, 잔뜩 힘이 들어간 타격으로 변화가 심한 유먼의 공을 때릴 수 없었습니다. 롯데는 불펜의 투입 시기를 늦출 수 있었습니다. 유먼은 6.2이닝 3피안타 무실점의 퀄리티 스타트를 완성하고 마운드를 내려올 수 있었습니다.
6회 초 공격을 쉽게 끝낸 한화는 6회 말 수비에서 중요한 승부처를 맞이했습니다. 롯데에게도 중요한 순간이었습니다. 한화의 위기 관리능력이 필요했습니다. 한화는 6회 말 1사 만루의 위기에서 호투하던 유창식을 내리고 선발요원 송창식을 마운드에 올렸습니다. 유창식의 구위가 다소 떨어진 상황에서 흔들리는 모습을 보였고 이에 한호 벤치는 실점하지 않겠다는 의지에서 나온 승부수였습니다.
송창식이 강민호를 삼진으로 잡아낼 때 까지만 해도 한화 벤치의 의도는 적중하는 듯 보였습니다. 다음 타자 박종윤에 대한 지나친 견제가 예상치 못한 상황을 만들었습니다. 강민호를 과감한 승부로 잡아낸 유창식은 최근 타격감이 절정에 있는 박종윤을 상대로 코너워크를 의식하면서 볼카운트가 몰렸습니다. 결국, 송창식은 박종윤을 밀어내기 볼넷으로 내보내면서 롯데에 소중한 추가점을 헌납하고 말았습니다.
롯데의 2 : 0 리드는 여전히 근소했지만, 경기 흐름은 롯데쪽으로 기울게 하는 득점이었습니다. 이전 득점 기회를 놓쳤던 한화로서는 힘이 빠지는 순간이었습니다. 승부처에서 부족한 세밀함이 수비에서도 나타난 것입니다. 이후 롯데는 유먼에 이어 강영식, 김성배, 김사율이 효과적으로 이어 던지면서 한화에 더는 기회를 주지 않았습니다.
한화는 두 외국인 투수 션헨과 바티스타를 9회 초 함께 올리면서 포기하지 않는 경기를 했지만, 강민호에 쐐기 1타점 적시타를 허용하면서 추격의 힘을 잃고 말았습니다. 한화는 뒤지는 상황에서 두 외국인 투수를 불펜으로 기용해야 하는 선수 운영의 비효율성을 노출하면서 우울한 화요일을 보내야 했습니다. 한화는 주전들의 부상과 떨어지는 집중력으로 승리하는 방법을 찾지 못했습니다. 팀 4안타로 승리를 기대하긴 부족함이 많았습니다.
(되 살아난 타격감, 돌아온 1번타자 김주찬)
반면 롯데는 타격에서 주어진 기회에 비해 득점력이 떨어지는 아쉬움이 있었지만 지키는 야구가 통하면서 연승 분위기를 유지했고 선두에 올라서는 기쁨도 누렸습니다. 박빙의 승부에서도 흔들리지 않는 경기력을 보이면서 주중 3연전을 기분 좋게 할 수 있었습니다. 8안타가 집중되진 못했지만 득점이 필요할 때 득점이 이루어지면서 투수진의 호투를 잘 뒷받침해 주었습니다.
김주찬은 완연한 타격 회복세를 보이면서 1번 타자의 역할을 확실하게 해주었고 중심 타선에서 손아섭이 2안타 1타점, 강민호가 2안타 1타점으로 좋은 모습을 보여주었습니다. 비가 오는 날씨였지만 내외야의 수비도 깔끔하게 이루어지면서 승리의 중요한 바탕이 되었습니다. 팀 전체가 안정감을 유지하면서 쉽게 무너지지 않는 경기력을 보여주었습니다.
화요일 경기에서 롯데와 한화는 작지만 쉽게 채워지지 않는 전력의 차이를 느낄 수 있었습니다. 그 차이는 1위와 8위라는 순위로 나타났습니다. 수요일 경기에 한화는 양훈을 롯데는 2군에서 돌아온 고원준이 선발투수로 예고했습니다. 6월 들어 주춤하고 있는 양훈이나 아직 구위를 회복하지 못하고 있는 고원준 모두 상대 타선을 완벽하게 막기는 어려워 보입니다.
어느 팀이 상대 선발투수를 초반부터 공략해서 리드를 가져올지가 승부의 흐름을 좌우할 가능성이 높습니다. 한화가 화요일 경기의 부진을 씻어내고 반격에 성공할지 롯데가 상승분위기를 이어갈지 궁금해집니다. 한화는 올 시즌 롯데전에 강한 면모가 다시 재현되길 기대하지만 현재 팀 분위기를 고려하면 롯데의 우세 쪽으로 기우는 느낌을 지울수는 없습니다.
Gimpoman/심종열 (http://gimpoman.tistory.com/, http://www.facebook.com/gimpoman, @youlsim)
사진 : 롯데자이언츠 홈페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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