술술풀린 롯데, 잔루남발 삼성

롯데와 삼성의 토요일 경기는 1위와 2위의 대결이기도 했고 연승 팀의 대결이기도 했습니다. 장맛비가 가지고 온 이틀간의 휴식이 어느 팀에 더 유리하게 작용했을지도 관심이 가는 경기였습니다. 결론적으로 비로 인한 휴식은 홈팀인 롯데에 더 유리하게 작용했습니다. 롯데는 공격에서 한층 더 높은  집중력을 발휘하며 초반 리드를 잡았고 선반 유먼의 호투가 함께 하면서 7 : 0 완승을 거뒀습니다. 

 

경기 초반 득점기회에서 나온 집중력 차이가 승부에 큰 영향을 미쳤습니다. 삼성은 1회와 3회 잡은 1사 만루의 득점기회를 모두 놓쳤습니다. 롯데 수비진의 어설픈 수비에 편승한 기회였기에 그 아쉬움이 더했습니다. 반면 롯데는 위기 뒤의 기회라는 야구의 속설을 그대로 재현하면서 주어진 득점기회를 자신들의 것으로 만들었습니다. 롯데는 경기 초반 득점을 쌓아갔고 경기 주도권을 잡을 수 있었습니다.

 

양 팀은 선발 투수 로테이션에 변화를 주었습니다. 삼성은 금요일 선발 등판이 예고되었던 장원삼을 배영수로 롯데는 송승준에서 유먼으로 로테이션에 변화를 주었습니다. 삼성은 출전 공백이 길었던 배영수의 경기감각을 배려한 등판이었고 롯데는 에이스 유먼의 활용을 극대화하려는 변화였습니다. 에이스가 나선 롯데로서는 승리를 해야 하는 경기였습니다.

 

롯데의 기대와 달리 경기 초반 유먼의 투구는 불안했습니다. 제구가 정교하지 못했고 투구 수도 많았습니다. 유먼은 경기 초반 직구 위주의 투구로 삼성 타자들을 상대했습니다. 특히 우타자 바깥쪽 제구에 신경을 쓰는 투구를 했습니다. 코너워크를 하려 한 것은 좋았지만, 공이 자꾸만 벗어났고 평소와 달리 볼넷이 많았습니다. 초반 위기는 모두 볼넷에 의한 것이었습니다.

 

 

 

(3타점 홍성흔, 4번 타자의 힘을 보여주다.)

 

 

하지만 위기관리 능력을 발휘하면서 무실점 투구를 이어갔습니다. 삼성 타선의 집중력 부재도 이에 한몫했습니다. 상대 투수의 볼넷과 롯데 내야진의 실책성 수비 덕분에 차려진 밥상을 삼성은 제대로 챙기지 못했습니다. 특히, 믿었던 중심 타자들이 범타로 물러난 것이 아쉬웠습니다. 1회 초에서는 최형우의 타구가 느린 2루수 직선타로 걸리면서 병살이 되었습니다. 3회 초에서는 박석민이 기대에 부응하지 못했습니다. 올 시즌 여전히 깨어나지 못하고 있는 최형우는 두 차례 만루 기회에서 모두 타석에 들어섰지만, 팀에 기여하지 못했습니다.

 

삼성의 공격이 주춤하는 사이 롯데는 삼성 선발 배영수 공략에 성공하면서 공격에서 신바람을 냈습니다. 4번 홍성흔의 해결능력이 돋보였습니다. 1회 말 공격에서 홍성흔은 2사 2루에서 우전 적시타로 팀의 선취 득점을 만들어주었습니다. 3회 말에는 손아섭의 1타점 2루타 이후 이어진 1사 2, 3루 기회에서 또 한 번 2타점 적시타를 때려내면서 경기 흐름을 롯데 쪽으로 가져오게 하는데 크게 기여했습니다.

 

3회 말 안타를 배영수의 투구 패턴을 읽고 끈질기게 승부를 펼친 것이 적중한 타격이었습니다. 삼성이 잔루를 남발하는 사이 롯데는 출루한 주자들을 확실하게 불러들이면서 격차를 벌렸습니다. 삼성 선발 배영수는 비 덕분에 충분한 휴식을 가지고 등판했고 구위도 나쁘지 않았지만, 결정적인 순간 제구가 가운데 몰리는 경향이 있었고 다소 단조로운 볼 배합이 읽히면서 고전을 면치 못했습니다.

 

선발 투수의 난조는 수비마저 흔들리게 했습니다. 4회 말 롯데는 박준서의 행운의 2루타와 폭투로 맞이한 1사 3루 기회에서 문규현의 적시타로 5 : 0이 넉넉한 리드를 만들 수 있었습니다. 이 과정에서 최형우는 단타 처리를 해야 할 타구를 무리하게 잡으려다 2루타를 만들어주었고 노장 진갑용은 그답지 않게 포구실수로 주자를 더 진루시켜주었습니다. 이어진 문규현의 적시타 역시 전진 수비가 아니면 잡을 수 있는 빗맞는 타구였습니다. 롯데는 경기 운이 따랐지만, 삼성은 뭔가 안된다는 느낌이 강하게 드는 초반 흐름이었습니다.

 

5 : 0으로 벌어진 경기는 롯데의 일방적인 페이스로 전개되었습니다. 삼성은 5회부터 불펜을 가동했습니다. 실점을 막으려는 의도도 있었지만, 경기가 어렵다는 것을 인정한 마운드 운영이었습니다. 삼성은 심창민에 이어 선발 요원인 고든에게 2이닝을 맡기면서 컨디션 조절을 위해 배려했습니다. 롯데는 6회 말 고든을 상대로 3안타를 집중하면서 2득점 했고 7 : 0으로 점수 차를 벌리면서 사실상 승리를 예약했습니다.

 

삼성은 지난 선발 등판에서 부진하면서 조기 강판 당했던 고든이 다시 좋은 감각을 찾길 기대했지만, 그것마저 어긋나면서 선발 투수를 불펜으로 투입한 의미가 퇴색하고 말았습니다. 삼성이 조기에 불펜을 가동한 것과 반대로 롯데는 선발 유먼을 최대한 길게 끌고 갔습니다. 유먼은 경기 초반 많은 투구수로 불안한 모습이었습니다. 하지만 타선의 확실한 지원 속에 이닝을 거듭할수록 안정감을 보였습니다.

 

초반 직구 위주에서 이후 체인지업과 슬라이더를 적절히 조화시키면서 6.2이닝 5피안타 무실점으로 호투했습니다. 볼넷 4개가 문제였지만 위기상황을 잘 극복하면서 팀 승리에 중요한 발판을 마련해주었습니다. 롯데는 유먼이 이어 이명우, 김수완을 이어 던지게 하면서 불펜의 소모를 줄이면서도 실점하지 않았습니다. 롯데는 투타의 조화속에 팀 완봉승을 완성했습니다.

 

삼성은 초반 득점 기회에서 이를 살리지 못했고 중반 이후 점수 차가 벌어지자 의욕을 잃었고 타선에서 무기력함을 드러내며 반격의 기회를 잡지 못했습니다. 최근 살아난 삼성 타선을 고려하면 팀 5안타는 부족함이 많았습니다. 비로 계속 경기가 순연된 것이 타자들의 타격감을 떨어뜨렸습니다. 홈팀 롯데보다 원정팀 삼성이 비로 인한 경기감각 저하에 더 큰 영향을 받은 것으로 보였습니다.

 

 

 

(초반 외줄타기 투구 유먼, 실점은 없었다.)

 

 

롯데는 토요일 경기 승리로 다시 1위 자리를 되찾았습니다. 조성환의 부상 공백이라는 악재가 있었지만, 박준서가 이를 잘 메워주었고 상.하위타선 가릴 것 없이 좋은 타격감을 보여주었습니다. 특히 득점 기회에서 보여준 집중력이 돋보이는 경기였습니다. 반면 삼성은 믿었던 배영수가 초반 무너지면서 경기를 쉽게 풀어갈 수 없었습니다.

 

삼성은 장맛비로 선발 로테이션이 꼬이면서 그 순서를 다시 조정했지만 그 효과를 얻지 못했습니다. 삼성으로서는 연승의 분위기가 비로 인해 끊어졌다는 것이 아쉬웠을 것입니다. 이런 삼성에 비해 롯데는 주중 SK전에 2승을 하긴 했지만 선수들의 체력적으로 부담이 큰 상황에서 내린 장맛비가 원기 회복에 큰 도움을 주었고 경기력을 끌어올리는데 긍정적으로 작용했습니다. 

 

이렇게 주말 첫 대결에서 희비가 엇갈린 양 팀은 삼성 탈보트, 롯데 송승준을 일요일 경기 선발로 예고했습니다. 롯데는 다시 시작된 연승을 이어가고 싶을 것이고 내심 1위 자리를 더 확실히 하려 할 것입니다. 올 시즌 삼성전에 약했던 면모도 일신하고 싶을 것입니다. 이와 맞선 삼성 역시 팀 완봉패의 기억을 지우고 기분 좋게 한 주를 끝내기 위해 더 집중하는 경기를 할 것으로 예상됩니다. 

 

토요일 경기에서 롯데의 예상치 못한 완승으로 싱겁게 끝난 1, 2위 팀 간 주말 대결이 일요일에는 어떤 양상으로 펼쳐질지 그 결과가 궁금해집니다.

 

 

Gimpoman/심종열 (http://gimpoman.tistory.com/, http://www.facebook.com/gimpoman)

사진 : 롯데 자이언츠 홈페이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