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롯데와 KIA의 주중 첫 경기는 경기 막판까지 긴장을 늦출 수 없는 승부였습니다. 롯데와 KIA는 1점 차의 치열한 접전을 펼쳤고 그 승자는 롯데였습니다. 롯데는 8회 말 불펜과 수비가 동시에 무너지면서 자멸한 KIA를 상대로 역전에 성공하면서 5 : 4 로 경기를 잡아냈습니다. 승리했지만 롯데 역시 마무리 김사율이 불안한 투구를 하면서 놀란 가슴을 쓸어내리는 경기를 해야 했습니다. 이긴 팀도 진 팀도 개운한 경기는 아니었습니다.

 

경기 초반 분위기는 롯데가 주도했습니다. 롯데는 송승준을 KIA는 소사를 선발 투수로 내세웠습니다. 송승준은 부상 후유증에 시달리면서 부진을 탈출하지 못하는 상황이었고 소사는 리그 적응에 성공하면서 KIA 마운드의 확실한 축으로 자리하고 있는 선수였습니다. 최근 등판 때 투구 내용도 소사가 앞서 있었습니다. 롯데와의 대결에서도 그 내용이 좋았습니다.

 

최근 침체 분위기에 빠진 롯데를 상대로 한 KIA로서는 강속구를 앞세운 소사가 또 한 번 롯데 타선을 효과적으로 막아주길 기대했을 것입니다.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롯데전 약세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KIA로선 롯데전에 좋은 투구를 했던 소사에 거는 기대가 클 수 밖에 없었습니다. 예상대로 소사는 150킬로를 넘는 강속구와 싱커, 고속 슬라이더를 앞세워 롯데 타선을 압도했습니다.

 

이런 소사와 맞대결한 송승준은 다소 불안한 투구를 했습니다. 제구가 정교하지 못하면서 승부구가 가운데 몰리는 경우가 많았고 몸 상태도 완벽하지 못한 모습이었습니다. 어려운 여건에서 송승준은 온 힘을 다한 투구로 초반 고비를 무실점으로 넘겼습니다. 많은 경험은 위기 상황에서 범타를 유도하게 했습니다. 1회 초 무사 1, 2루, 3회 초 1사 2루에 위기에도 송승준은 위기관리 능력을 발휘하면서 대등한 선발 싸움을 해주었습니다.

 

 

 

(2경기 연속 적시타 홍성흔, 너무나 소중했던 타점)

 

 

송승준이 무실점 투구를 하는 사이 롯데는 3회 말 득점 기회를 살리면서 2점을 먼저 선취했습니다. KIA 수비진의 아쉬운 수비가 이에 한몫했습니다. 무사에 황재균이 안타로 출루하면서 잡은 기회에서 롯데는 보내기 번트 이후 9번 이승화의 재치있는 번트 안타로 소사를 흔들었습니다. 예상치 못한 곳에서 허를 찔린 소사는 순간 난조를 보였습니다.

 

이 상황에서 KIA 수비진은 소사를 도와주지 못했습니다. 김주찬의 우익수 플라이 때는 어설픈 중계 플레이로 황재균의 득점과 이승화의 2루 태그업을 동시에 허용했습니다. 홈으로 들어오는 주자를 잡을지 2루로 향하는 주자를 잡을지를 결정하지 못한 어정쩡한 플레이가 실점 후 또 다시 위기를 이어가게 했습니다. 잘못된 판단은 이어진 박준서의 적시타로 추가 실점과 바로 연결되었습니다.

 

이 과정에서 우익수 김상현은 판단 실수로 공을 빠뜨려 3루타를 허용했습니다. KIA는 최근 경기에서 터지지 않는 타선을 고려 공격적인 라인업을 구성했습니다. 2군에서 맹타를 치고 있던 김주형을 선발 3루수로 부상에서 돌아온 김상현은 우익수로 기용했습니다. 포수 역시 타격이 좋은 차일목을 주전으로 내세웠습니다. 공격력 강화를 위한 고심의 흔적들이었습니다. 3회 말 아쉬운 수비가 연속되면서 이러한 KIA의 구상은 차질이 생겼습니다.

 

초반 기선제압에 성공한 롯데였지만 타자를 압도하지 못하는 송승준의 투구를 고려하면 빠른 시간 내 추가점이 필요했습니다. 송승준의 모처럼 세 타자를 깔끔하게 막아낸 후 맞이한 4회 말 선두타자 강민호의 안타는 그 가능성을 높였습니다. 하지만 후속타가 나오지 않았습니다. 롯데는 주자 2명을 남기도 이닝을 마쳤습니다. 흔들리던 소사도 안정을 되찾았습니다.

 

롯데의 기세가 주춤하자 KIA는 반격의 기회를 잡았고 확실한 결과물을 만들어냈습니다. 5회 초 첫 타자 안치홍이 행운의 안타로 출루한 이후 송승준은 다시 흔들렸습니다. 안정을 찾아가던 제구도 흔들렸고 몸에 힘이 들어가는 투구를 했습니다. 승리투수 요건을 채워야 하는 이닝이라는 점도 송승준에 큰 압박감이었을 것입니다.

 

무사에 출루한 안치홍은 도루로 롯데 배터리를 흔들었고 차일목이 적시타를 치면서 1점 차로 롯데를 추격했습니다. 후속타자 조영훈이 범타로 물러날 때까지만 해도 이대로 송승준이 이대로 이닝을 마칠 것 같았습니다. 여기서 나온 김주형의 2점 홈런은 송승준과 팀을 망연자실하게 만들었습니다. 송승준이 무심코 던진 변화구가 가운데 몰린 것이 나쁠 결과를 가지고온 것입니다. KIA는 단숨에 역전에 성공했습니다.

 

역전을 허용한 이후 송승준은 페이스가 급격히 떨어졌습니다. 마운드에 서 있는 것조차 힘겨워 보였습니다. 롯데 벤치는 불펜의 조기 가동을 결정했습니다. 송승준은 4.1이닝 6피안타 3실점의 부진한 성적과 주자 2명을 남기고 마운드를 물러났습니다. 롯데는 새롭게 1군 엔트리에 등록된 박동욱을 과감하게 기용했고 박동욱은 남은 5회 초 수비를 잘 마무리 했습니다.

 

다시 KIA의 3 : 2 리드, 한 점 차는 불안한 리드였지만 롯데의 타선은 좀처럼 그 점수를 극복하지 못했습니다. 소사의 벽을 넘지 못했다는 것이 더 맞았습니다. 소사의 구위는 떨어지지 않았고 위기 상황에서 더 위력을 발휘했습니다. 롯데는 6회 말 무사 2루, 7회 말 1사 2루의 기회를 모두 득점과 연결하지 못했습니다. 경기 주도권은 소사의 호투를 등에 입은 KIA가 주도했습니다.

 

롯데는 송승준에 이어 박동욱, 최대성, 이승호를 차례로 마운드에 올리면서 더는 실점하지 않았습니다. 롯데 불펜은 무안타로 KIA 타선을 묶었습니다. 소사의 나 홀로 역투와 반대로 롯데는 적절한 투수 교체와 이어던지기로 다시 대등한 흐름을 만들었습니다. KIA로서는 경기 후반 투구 수 100개를 넘긴 소사의 교체를 검토해야 했지만 불펜에 대한 확신이 없었습니다.

 

6회와 7회 위기를 넘기면서 힘을 많이 소진한 소사는 8회 말 수비에도 마운드에 올라야 했습니다. 소사의 투구도 좋았지만, KIA의 고민도 함축된 투수 운영이었습니다. 한 이닝을 더 넘겨주기를 소사에 기대했던 KIA의 희망은 롯데의 첫 타자 박준서의 안타 출루로 더는 이어갈 수 없었습니다. 이미 구위가 떨어진 소사를 더는 끌고 가기 어려웠습니다.

 

KIA는 신예 불펜 에이스 박지훈을 먼저 마운드에 올렸습니다. 하지만 박지훈은 타이트한 경기에서 자신감이 없었습니다. 볼넷을 내주고 제구마저 흔들렸습니다. 박지훈은 한 타자를 볼넷을 내보내고 마운드를 물러났습니다. KIA는 1사 1, 2루에서 노련한 유동훈에게 위기탈출을 기대했습니다. 문제는 유동훈도 제구가 흔들렸다는 점입니다. 유동훈은 강민호마저 볼넷으로 내보내면서 1사 만루 위기를 자초했습니다.

 

두 필승 불펜이 난조를 보이자 KIA는 양현종 카드를 내밀었습니다. 최근 구위가 살아난 양현종에서 기대를 건 것입니다. KIA는 한 이닝에만 투수 3명을 연달아 투입하면서 승리에 대한 강한 의지를 보였습니다. 이러한 벤치의 의도를 아는지 모르는지 KIA의 수비진은 연속된 실책성 플레이로 역전의 결정적 빌미를 제공하고 말았습니다. 

 

양현종의 폭투가 그 시작이었습니다. 낮은 공이긴 했지만, 포수가 막아낼 수 있는 공이었습니다. KIA의 필승 의지가 너무 쉽게 무너진 장면이었습니다. 1점도 주지 않으려 불펜 운영을 했지만 너무 쉽게 동점 허용하고 말았습니다. 이어나온 박종윤의 3루 땅볼 때는 3루수 김주형의 송구가 크게 벗어나면서 추가 실점을 허용했습니다. 여유가 있는 상황이었지만, 3루수로서 경기경험이 많지 않은 김주형은 너무 마음이 급했습니다. 여유가 있었지만 포수가 쉽게 받을 수 없는 악송구로 3루 주자의 홈 득점을 허용하고 말았습니다.

 

위기에서 안타 하나 없이 역전을 허용한 이어나온 KIA는 힘이 빠질 수밖에 없었습니다. 이어진 홍성흔의 적시타는 롯데의 4 : 3의 리드를  5 : 3으로 돌려놓은 것은 물론이고 좀 더 편하게 남은 이닝을 맞이하게 하는 타점이었습니다. 홍성흔의 안타로 추가된 한 점은 경기 마무리 단계에서 큰 힘을 발휘했습니다. KIA는 선발 소사가 만들어준 승리 기회를 그대로 불펜 난조와 수비의 실책으로 너무 쉽게 내주고 말았습니다.

 

역전에 성공한 롯데는 9회 초 수비에서 마무리 김사율을 올려 경기를 마무리하려 했습니다. 승리로 가는 당연한 순서였습니다. 사기가 크게 떨어진 KIA의 분위기를 고려하면 쉽게 경기가 끝날 것 같았습니다. 첫 타자 김상현을 외야 플라이로 잡아낼 때까지 롯데의 승리는 변함이 없어 보였습니다. 김원섭의 2루타는 경기의 긴장감을 다시 높였습니다.

 

장타를 허용한 이후 김사율은 갑자기 흔들렸습니다. 제구가 높게 형성되고 변화구가 밋밋하게 떨어졌습니다. 안치홍의 적시타로 한 점 차로 추격한 KIA는 조영훈의 안타까지 나오면서 다시 한번 추격의 희망을 되살렸습니다. 롯데로서는 예상하지 못한 흐름이었습니다. 하지만 KIA의 이어진 공격이 하위타순과 연결된다는 것이 롯데에 또 다른 행운이었습니다. 

 

KIA는 1사 1, 2루 득점 기회에서 타석에 들어선 김상훈을 대신할 대타 투입이 힘들었습니다. 이미 선발 포수였던 차일목을 교체한 상황, 노련한 김상훈에게 기대를 걸어야 했습니다. 최소한 병살만 면한다면 2점 홈런을 기록했던 김주형의 다음 타석에서 적시타를 기대할 수도 있었습니다. 하지만 김상훈의 타격은 최악의 결과를 낳고 말았습니다. 김상훈은 힘있게 김사율의 공을 때렸지만, 유격수 정면으로 타구가 향하면서 가장 생각하지 싫었던 병살타와 연결되었습니다. KIA의 마지막 희망 역시 허무하게 사라졌습니다.

 

롯데는 경기 막판 진땀을 흘렸지만 김사율이 더는 실점하지 않으면서 접전의 경기를 승리로 마무리했습니다. 선발 등판한 송승준이 여전히 부진에서 벗어나지 못했지만 새롭게 불펜진에 가세한 박동욱이 중간에 징검다리를 잘 놓아주었고 그 뒤를 이은 불펜진이 무안타로 호투하면서 승리의 발판을 마련할 수 있었습니다. 불펜 싸움에서의 우위가 결국 역전승의 원동력이 되었습니다.

 

반면 KIA는 선발 소사의 눈부신 호투에도 8회 말 마지막 고비를 넘기지 못하면서 스스로 무너졌습니다. 올 시즌 KIA의 고질적인 약점이 불펜진이 위기상황을 극복하지 못했고 수비마저 덩달아 흔들리면서 좋은 분위기가 이어지던 경기를 그르치고 말았습니다. KIA는 공격을 중시하는 라인업으로 5회 초 역전을 이끌었고 승리 일보 직전까지 다가갔지만, 수비의 허술함에 발목이 잡히면서 마지막에 웃을 수 없었습니다.

 

3루수 김주형, 우익수 김상현의 기용은 공격적인 면에서 성공을 거뒀지만 중요한 순간 허점을 드러냈습니다. 절반의 성공이었지만, 패배의 결과는 너무나 아프게 다가왔습니다. 반면 롯데는 조성환을 대신해 박준서를 선발 2루수 겸 2번 타자로 기용한 것이 적중하면서 공격의 실마리를 풀 수 있었습니다.

 

 

 

(한 여름 밤 스릴 선사한 롤러코스터 피칭, 끝내 승리 지킨 김사율)

 

 

 

박준서는 3회 말 1타점 3루타와 함께 롯데 역전의 계기를 마련해준 8회 말 안타로 팀 승리에 크게 기여했습니다. 6번으로 타순이 조정된 홍성흔 역시 8회 말 중요한 1타점 적시타로 팀 승리에 일조했습니다. 이 두 선수의 활약과 함께 끝까지 포기하지 않고 집중력을 발휘한 선수들의 플레이가 조화를 이루면서 중요한 승리를 거둘 수 있었습니다. 

 

롯데는 화요일 경기 승리로 후위 그룹과 격차를 유지하는 것과 동시에 두산과의 승차를 반게임으로 유지할 수 있었습니다. 긴 원정을 마치고 홈경기를 치르는 선수들의 움직임은 지난주보다 활발했고 집중력이 있었습니다. 불펜투수들의 컨디션도 좋았습니다. 주말까지 이어질 홈 경기에 대한 기대를 높였습니다. 

 

이와 반대로 KIA는 승리 문턱에서 자멸하는 경기를 하면서 큰 타격을 입게 되었습니다. 선수들의 사기에도 악영향을 줄 수 있는 패배였습니다. 롯데전 약세를 계속 이어간다는 점도 패배를 더 아프게 했습니다. 순위도 5할 승률에 승수가 두 개 부족해지면서 6위로 내려앉았습니다. KIA로서는 롯데에 대한 천적관계를 깨는 것이 시급해졌습니다.

 

7월 마지막 경기를 마친 양 팀은 8월 첫 경기에 외국인 투수를 선발로 예고했습니다. 롯데는 사도스키, KIA는 앤서니의 선발 맞대결입니다. 두 선수 모두 최근 투구 내용이 좋았습니다. 그 분위기만 이어간다면 많은 득점이 날 수 있는 경기가 아닙니다. 승부처에서 더 집중하는 팀이 승리를 가져갈 가능성이 높습니다. 롯데가 KIA전 강세를 홈에서 계속 이어갈지 KIA의 반격이 나올지 양팀 모두 순위경쟁에서 중요한 일전임이 틀림없습니다.

 

 

Gimpoman/심종열 (http://gimpoman.tistory.com/, http://www.facebook.com/gimpoman)

사진 : 롯데 자이언츠 홈페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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