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왕에서 야인이 된 한대화, 한화의 심기일전 가져올까?

최하위 한화가 드디어 칼을 빼들었다. 올 시즌 계약이 종료되는 한대화 감독이 시즌 종료를 얼마 남겨두지 않은 시점에서 전격 경질된 것이다. 올 시즌 내내 부진한 성적에도 감독교체의 움직임이 없었던 한화였기에 갑작스러운 결정에 그 충격이 클 수밖에 없다. 최근 들어 계속되고 있는 무기력한 경기력에 대한 질책성의 의미가 큰 것으로 보인다.

 

지난 시즌 하위팀의 돌풍을 일으키며 야왕이라는 칭호까지 들었던 한대화 감독이었지만 성적으로 말해야 하는 프로의 냉혹함에 더는 버틸 수 없었다. 시즌 전 활발한 전력 보강으로 기대를 모았던 한화였지만 기대에 한 참 못 미치는 성적으로 팬들의 실망이 커지는 시점이었다. 여기에 어의 없는 실책이 연발되는 최근 경기는 팬들의 인내심이 한계에 이르게 한 것이 사실이었다. 한화 팬들 사이에서는 한대화 감독에 대한 불만의 목소리가 커졌고 감독 경질로 이어지게 된 것이다.

 

올 시즌 한화는 메이저리거 박찬호를 비롯하여 일본에서 돌아온 김태균, FA 불펜투수 송신영을 영입하면서 포스트 시즌 진출의 꿈을 키웠다. 이전과 투타에서 알찬 전력보강이 이루어졌고 지난 시즌 막판 돌풍으로 선수들의 자신감도 상승 되어 있었다. 여기에 오랜 기간 기회를 주면 성장을 기다렸던 젊은 선수들의 기량이 만개할 것이라는 전망이 함께 하면서 더 큰 목표를 가지기도 했다.

 

하지만 현실은 결코 장밋빛이 아니었다. 시즌 초반 에이스 류현진이 부상으로 자리를 비우는 일이 많아졌고 기대했던 젊은 선발진은 제대로 가동되지 못하고 붕괴되었다. 마무리 바티스타는 연일 불 쇼를 하면서 팀의 사기를 더 떨어뜨렸다. 여기에 불펜에 힘을 실어줄 것으로 기대했던 베테랑 송신영은 실망스러운 투구로 전력에 보탬이 되지 못했다.

 

 

 

 

 

한화는 시즌 초반부터 마운드 불안에 시달려야 했다. 여기에 고질적인 수비 불안이 겹치면서 한화의 지키는 야구가 무너지고 말았다. 노장 박찬호가 연패 스토퍼로 분전했지만, 불혹의 선수에게 팀의 에이스 역할을 기대하기는 무리였다. 류현진이 돌아와 에이스의 위용을 다시 뽐내긴 했지만 무너진 한화의 마운드는 시즌 내내 회복불능 상태에 빠졌다.

 

시즌 후반기 투수 코치를 송진우로 교체하고 마무리 바티스타를 선발투수로 돌리고 안승민을 마무리 투수로 전환하는 마운드 개편이 이루어진 후 어느 정도 틀을 갖추었지만 4위권 추격을 하기에는 한 참 뒤떨어진 후였다. 한화로서는 동계훈련 기간 구상한 투구 운영이 무너진 셈이고 그 틀을 자꾸 변경하면서 마운드의 해법 찾기에 너무 긴 시간을 보내고 말았다.

 

이런 마운드를 보완한 타선 역시 불만족스러웠다. 일본에서 돌아온 김태균이 4할에 육박하는 타율과 함께 타격 각 부분에 선두권을 유지하면서 MVP급 활약을 하고 있지만, 그의 힘만으로 타선을 살릴 수 없었다. 김태균 효과가 기대되었던 중심 타선의 장성호, 최진행이 기대만큼 활약하지 못하고 있다. 장성호는 지난 시즌보다 좋아진 모습이지만 나이에 따른 장타력 저하와 체력 문제를 피할 수 없었다. 중심 타선의 또 다른 한 축 최진행은 기복이 심한 타격으로 신뢰를 주지 못하고 있다.

 

이와  붙박이 테이블 세터진을 구축하지 못하면서 타선이 힘이 더 떨어지고 말았다. 최근 오선진이 1번 타자로 자리를 잡았지만 그러기까지 너무 많은 시행착오가 있었다. 김태균이 맹타를 휘두르고 있지만 그를 뒷받침해줄 선수들의 부족했던 한화였다. 문제는 타선의 부진을 해결한 해법이 없었다는 점이다. 엷은 선수층은 대안 마련을 쉽지 않게했고 그나마 타선에 활력소가 되었던 두 노장 강동우, 정원석 등의 선수들도 기량저하와 부상으로 1군에서 큰 역할을 하지 못했다.

 

김태균이라는 거물 타자를 영입했고 그 역시 기대에 부응하는 활약을 하고 있지만, 부족한 야수 자원에 대한 보강이 이루어지 않은 것이다. 시즌 내내 한화는 선수 부족에 시달렸다. 2군에서 젊은 선수들을 올려 기량을 시험했지만 함량 미달인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무너진 마운드와 부실한 타선, 투타에서 지난해보다 더 퇴보된 모습을 보인 한화가 좋은 성적을 올리긴 어려웠다.

 

지난 시즌 승리의 맛을 보면서 달라진 모습을 보였던 한화 선수들도 다시 패배가 익숙해지면서 플레이에 자신감이 떨어졌고 이는 경기력 저하로 이어졌다. 시즌 전 상위권 진출에 대한 부푼 꿈이 쉽게 무너지면서 후반기 한화는 더 깊은 나락을 빠져들었다. 에이스 류현진은 후반기 역투를 하면서 팀 분위기를 살려보려 했지만 동료의 지원이 너무 부족했다.

 

어느 순간 류현진에게는 불운의 에이스라는 칭호가 붙었다. 이미 소년 가장이라는 별명을 가지고 있었던 류현진이었지만 올 시즌 류현진은 더 외로워 보인다. 그가 등판하면 침묵하는 타선, 어이없는 실책으로 그의 어깨를 무겁게 하는 수비까지 류현진의 승수쌓기는 험난하기만 했다. 지금의 페이스라면 부상 속에서도 꾸준이 이어졌던 두자리 승수를 기록하는 것도 힘들어 보인다.

 

이런 류현진과 함께 고향팀에서 선수생활의 마지막을 화려하게 마무리하고 싶었던 박찬호도 초라한 시즌을 보낼 수 밖에 없게 되었다. 박찬호는 꾸준히 선발 로테이션을 지키면서 한화 선발진의 한 축을 담당했지만, 나이에 따른 구위 저하를 피할 수 없었다. 한 때 팀의 연패를 끊어주는 또 다른 수호신 역할을 하긴 했지만, 투구수의 한계로 그 역할에 한계가 있었다. 최근에는 박찬호의 구질에 적응한 상대 팀들에 공략당하면서 승수 쌓기가 더 어려워졌다. 여기에 팀의 침체까지 겹치면서 박찬호의 국내무대 복귀의 결과를 더 초라하게 만들고 있다.

 

이렇게 한화는 여러 면에서 팀 전체의 분위기가 크게 가라앉아 있다. 지난 시즌 후반기 타선의 무서운 폭발력으로 큰바람을 일으켰던 때와 너무 다른 모습이다. 전력이 크게 보강되었다고 자부했지만 팀 성적은 뒷걸음질 치고 있다. 그 끝을 알 수 없는 부진이 계속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한대화 감독은 해법을 찾지 못했고 팬들의 비난은 자연스럽게 그에게 몰렸다.

 

결국, 지난 주말 KIA와의 3연전에서 무기력하게 3연패를 당하면서 구단은 더는 인내할 수 없었다. 선수들의 의욕이 떨어진 상황을 방치할 수 없었던 것이다. 한화가 쓸 수 있는 방법은 충격 요법이었고 그것은 감독의 경질로 이어졌다. 이미 올 시즌 부진으로 재계약이 불투명했던 한대화 감독이었지만 유종의 미를 거둘 기회마저 박탈당하면서 쓸쓸히 팀을 떠나야 하는 상황이 온 것이다.

 

한화의 부진을 감독의 책임으로만 치부하기에는 무리가 있다. 아직 2군 전용 연습장이 없는 부실한 팜시스템은 선수의 내부 보강을 원활하게 하지 못했고 이는 주전과 비주전의 격차를 더 크게 만들었다. 쓸 수 있는 선수가 부족한 상황에서 한 두 명의 스타플레이어 영입으로 전력을 획기적으로 강화시킬 수 없음을 보여주었다. 한화로서는 팀 전력의 화려함만을 보고 긍정의 전망을 했지만 그것은 신기루에 불과했다.

 

당장 한여름이 되면서 한화는 더 큰 추락을 경험해야 했다. 전력의 약세를 극복할 수 없었던 것이다. 이런 저런 응급처방으로 버티던 마운드는 다시 힘을 잃었고 부족한 선수층은 선수들의 체력 부담을 더 심화시켰다. 최근 수비에서 나온 어이없는 플레이들은 체력 저하에 따른 집중력 부족에서도 그 원인을 찾을 수 있다. 무엇보다 지는 경기가 계속되면서 선수들의 의지마저 상실된 것이 더 큰 문제였다.

 

한대화 감독의 경질은 시즌 후반기 무기력함을 벗어나려는 몸부림으로 볼 수 있다. 감독의 경질로 당장 팀이 달라질지는 미지수다. 부족한 전력을 메울 방법이 있는 것도 아니다. 그럼에도 극약 처방을 한 것은 의욕 상실에 빠진 선수들에 대한 경고 의미도 있을 것이다. 여기에 팬들의 비난을 잠재울 수 있는 가장 가시적인 방법이라는 점도 고려되었을 것이다.

 

하지만 한화는 감독교체 등 충격요법 외에 전력 보강을 위한 장기 플랜 마련이 절실한 상황이다. 지금 전력이라면 그 어떤 감독이 오더라도 고전할 수밖에 없다. 현재 공사가 진행중인 2군 전용 연습장을 하루빨리 완공하고 내부 선수수급 방안에 대한 전략 마련이 선행되어야 한다. 외국인 선수 영입에도 더 큰 노력을 기울일 필요가 있다. 

 

만약 한대화 감독의 경질이 지금의 어려움을 당장 모면하는 방편으로만 활용된다면 팬들의 역풍은 더 거세질 수 있음을 알아야 할 것이다. 이제 야왕에서 다시 야인이 된 한대화 감독이다. 고향 팀 한화에서 한대화 감독은 떨어지는 전력의 팀을 일으켜 세우기 위해 노력했지만 그 결과는 좋지 못했다. 올 시즌 가시적인 전력 보강이 이루어진 상황에서도 부진이 깊어지는 상황은 한대화 감독에게도 큰 부담이었다. 결국, 성적 부진의 책임을 피할 수 없었다.  

 

많은 비난 여론이 있을 수 있음에도 한화는 감독교체 카드를 시즌 중 꺼내 들었다. 그만큼 사정이 절박했음을 방증한다. 과연 한대화 감독의 전격 경질로 분위기를 쇄신한 한화가 시즌 후반기 심기일전하는 모습을 보일 수 있을지 아니면 더 깊은 침체에 빠져들지 아직은 알 수 없다. 하지만 중요한 것은 부진한 한화를 응원하고 그들의 승리를 갈망하는 팬들이 여전히 많다는 점이다. 

만약 한화가 감독교체를 성적부진에 대한 희생양 정도로 여긴다면 더 큰 역풍을 맞을 수 있다. 한화로서는 남은 시즌 한화 팬들에 기대에 부응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는 경기를 하는 것이 중요한 과제가 될 것으로 보인다.

 

 Gimpoman/심종열 (http://gimpoman.tistory.com/, http://www.facebook.com/gimpoman)

사진 : 한화 이글스 홈페이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