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롯데와 KIA의 시즌 첫 더블헤더는 KIA의 1승 1무 우세로 끝났다. 내심 1위까지 노렸던 롯데는 예상치 못했던 결과였고 KIA는 갈길 바쁜 롯데에 확실한 고춧가루를 선물했다. 경기 내용도 1차전 KIA의 10 : 1 승리, 2차전 연장 12회 8 : 8 무승부로 롯데에 심리적으로 2패와도 같은 최악의 결과였다. 롯데는 원투펀치라 할 수 있는 유먼, 송승준을 모두 투입하고 불펜을 총 동원했지만 아쉬움만 쌓인 경기였다.

 

1차전은 선발 투수의 위기관리 능력과 타선의 집중력 차이에서 KIA가 롯데는 앞선 경기였다. 롯데는 선발 송승준이 4회 말에만 5점을 내주는 난조를 보이면서 경기 주도권을 KIA에 내주고 말았다. 이후 등판한 불펜 김수완마저 5실점 하면서 롯데는 추격의지를 상실하고 말았다. 사실상 경기를 중반 이후 포기하는 느낌이었다. 두 명의 투수만으로 경기를 마무리 지은 것이 위안일 정도였다.

 

KIA는 선발 김진우가 제구력 난조로 어려움을 겪었지만, 고비마다 집중력을 잃지 않는 과감한 승부로 실점을 막았다. 타선 역시 제구가 높게 형성되는 롯데 선발 송승준을 상대로 모처럼 집중력을 발휘하면서 대량 득점에 성공했다. 타선의 지원을 받으면서 구위를 회복했다. 김진우는 6이닝 4피안타 1실점 호투로 시즌 8승에 성공하면서 두 자리 승수에 대한 희망을 높였다.

 

롯데는 김진우의 싱커와 커브, 과감한 몸쪽 승부에 득점 기회 때마다 대응하지 못하면서 반전의 계기를 마련하지 못했다. 수요일 9회 역전승 이후 상승세를 탈 것으로 기대되었지만, 비로 경기가 취소된 것이 경기 감각에 나쁜 영향을 준 것으로 보였다. 선수들의 집중력이 떨어졌고 배트 스피드가 빠르지 못했다. 롯데는 김진우 이후 등판한 KIA의 젊은 불펜진에도 고전하면서 0패를 모면하는 데 만족해야 했다.

 

 

 

(DH 1차전, 최근 상승세가 대량 실점으로 끊어진 송승준)

 

 

 

1차전 완패를 당한 롯데는 2차전 승리가 절실했다. 2차전 이후 롯데는 삼성과의 원정 2연전을 위해 대구로 이동해야 하는 상황이었다. 내심 1위 탈환까지 노렸던 롯데였지만 장원삼, 탈보트 두 원투펀치를 롯데전에 투입할 삼성을 상대로 한 2경기는 위기보다 큰 부담이었다. 연패를 당한다면 3위 SK의 추격에도 더 신경을 써야 하는 롯데였기 때문이었다.

 

롯데는 에이스 유먼을 등판시켜 승리에 대한 강한 의지를 나타냈다. KIA 역시 에이스 윤석민을 내세웠지만, 윤석민은 롯데전에 약점을 보이는 투수였다. 이는 경기 초반 분위기에 영향을 주었다. 윤석민에 자신감을 가지고 있는 롯데 타선은 1차전과 달리 적극적인 배팅으로 윤석민을 몰아붙였고 넉넉한 리드를 잡을 수 있었다.

 

1회 전준우, 홍성흔, 강민호의 2루타 3개가 집중되면서 가볍게 2점을 선취한 롯데는 홍성흔의 3점 홈런으로 리드폭을 더 넓혔다. 연패를 당하지 않으려는 선수들의 의지가 긍정적으로 작용했다. KIA 선발 윤석민은 롯데 타선을 상대로 직구와 슬라이더를 앞세워 힘대 힘의 대결을 했지만 제구가 대체로 높았고 공 끝의 힘이 떨어지면서 고전을 면치 못했다. 윤석민은 5회 초에도 전준우에 3루타를 허용한 이후 조성환에 적시 2루타를 허용하고 5이닝 7피안타 6실점의 초라한 성적을 남기도 마운드를 물러나야 했다.

 

상대 에이스를 무너뜨린 롯데의 낙승이 예상되는 경기 분위기였다. 하지만 롯데 에이스 유먼의 투구 내용도 좋지 못했다. 특유의 낮은 제구가 흔들리면서 직구와 변화구 모두 높게 형성되었다. 1차전에서 불방이를 휘둘렀던 KIA 타선은 타순이 한 바퀴 돈 이후 유먼의 구질에 적응했고 활발한 공격을 펼쳤다.

 

올 시즌 방어율 부분 2위 투수답게 짠물 투를 하는 유먼은 위기관리 능력에서 뛰어난 모습이었지만 이날은 그렇지 못했다. 4회 말 김주형에 적시타를 허용하며 1실점 한 유먼은 5회 말 극심한 난조에 빠지면서 4실점 하는 부진을 보였다. 비가 오면서 미끄러진 마운드에 적응하지 못하며 투구에 힘을 제대로 싣지 못하는 모습이었고 볼 판정 등에 민감한 반응을 보였다. 다소 냉정함이 떨어진 유먼을 상대로 KIA 타선은 대량 득점에 성공했다.

 

승리가 꼭 필요한 경기였고 이미 불펜진에 정대현을 대기시킨 롯데로서는 과감한 투구 교체도 고려할 수 있는 상황이었다. 나지완에 2타점 2루타로 2실점 한 직후 과감한 불펜진 운영을 할 기회였다. 하지만 롯데는 에이스의 승리에 대한 의지를 존중하는 결정을 내렸다. 유먼은 이후 박기남에 2타점 적시타를 또다시 허용했고 6 : 5로 쫓기는 경기가 되고 말았다.

 

유먼은 승리 투수 요건을 채우고 마운드를 물러날 수 있었지만, 롯데는 힘겨운 승부를 해야 했다. 가라앉은 KIA의 분위기를 되살려준 것은 물론이고 불펜의 부담을 더 크게 했기 때문이었다. 롯데는 유먼이 가능한 오랜 이닝을 소화하면서 주말 삼성전에 대비한 힘을 비축하고자 했지만, 불펜을 총 가동해야 하는 상항으로 몰리고 말았다. 경기 상황이 매우 급하게 되면서 선수들의 피로감도 높아질 수 밖에 없었다.

 

이후 롯데는 정대현의 6회와 7회 거듭된 위기를 무실점으로 넘기고 8회 말 등판한 최대성이 가볍에 8회 말을 넘기면서 철벽 불페의 힘으로 KIA의 공세를 확실하게 막아냈다. KIA의 공격이 주춤하는 사이 롯데는 8회 초 강민호가 중월 솔로 홈런을 터뜨리면서 승리를 굳히는 듯 보였다. 롯데는 마무리 김사율을 9회 말 등판시키는 정해진 순서로 승리를 지키려 했다.

 

하지만 이미 수요일 경기에서 힘겨운 투구로 불안감을 노출했던 김사율이었다. 유독 KIA전에서 고전하는 김사율은 2점차로 여유가 있었지만 또 다시 흔들렸다. 김사율은 9회 말 첫 타자 김선빈을 몸 맞는 공으로 내보면서 불안감을 증폭시켰다. 이후 안치홍, 김원섭에도 볼넷을 내준 김사율은 1사 만루의 위기를 자초했다. 김상훈에 적시타를 허용한 김사율은 1실점 이후 자신감도 떨어져 보였다.

 

롯데는 김성배를 긴급 투입하면서 위기 탈출을 노렸지만, 박기남에 중견수 희생플라이를 허용하며 끝내 승리를 지키지 못했다. 김성배가 더는 실점하지 않으면서 연장으로 승부를 끌고갔지만 허탈한 순간이었다. 결과적으로 롯데로는 이상 징후를 보이는 김사율을 조기 교체할 필요가 있었다. 팀의 마무리 투수를 존중하는 것도 좋지만 져서는 안 되는 경기에서 과감한 결정을 해도 이상할 것이 없었다. 

 

포스트시즌과 같은 꼭 승리해야 하는 경기에서 롯데는 두 차례 투수교체 타이밍에서 아쉬움을 남기면서 힘겨운 연장 승부를 해야했다. 이미 한 경기를 치른 상황에서 하는 연장전은 양 팀 선수들의 체력을 더 고갈시켰다. 양 팀 불펜투수들에 타자들이 대응하지 못하면서 7 : 7 의 겨기는 연장 12회까지 이어졌다.

 

12회 초 롯데는 KIA 불펜의 난조를 틈타 8 : 7 리드를 잡을 수 있었다. 롯데는 1사 후 용덕한의 볼넷 출루와 손용석, 황재균의 연속안타로 만루 기회를 잡았다. KIA는 유동훈에 이어 좌완 진해수를 마운드에 올렸지만, 경험이 부족한 진해수는 위기 상황에 큰 부담을 가졌다. 결국, 진해수는 밀어내기 볼넷을 허용했고 롯데는 천금같은 득점을 할 수 있었다.

 

연장 12회 승부에서 12회 초 득점은 승리를 결정지을 득점으로 보였다. 김성배, 강영식 두 불펜 투수들이 확실하게 마운드를 지키고 있었기에 롯데는 승리 가능성을 더 높일 수 있었다. 롯데는 강영식에 경기 마무리를 맡겼고 강영식은 위력적인 투구로 2아웃을 잡아내며 순조롭게 경기를 이끌었다. 접전의 경기가 롯데 쪽으로 넘어오는 순간이었다. 

 

 

 

(타선의 지원에도 부진한 투구로 에이스답지 못했던 유먼)

 

 

 

하지만 생각하지 못한 홈런 한 방이 롯데의 희망을 사라지게 하였다. KIA는 마지막 대타 카드로 황정립을 내세웠고 황정립은 강영식의 가운데 몰린 직구를 우월 홈런으로 연결하면서 승부를 다시 원점으로 돌려놓았다. 강영식은 신인 타자를 상대로 빠른 승부를 걸어갔지만 젊은 타자의 패기를 생각하지 못했다. 지나친 자신감이 큰 화가 되고 말았다. 

 

결국, 경기는 8 : 8 무승부로 마무리되었고 롯데는 1무 1패의 불만족스러운 성적표를 받아야 했다. 대구로 가는 발걸음이 무거워진 것도 당연했다. 롯데는 유먼, 송승준, 두 주력 선발을 모두 투입하면서 2승을 노렸지만 2패를 당하지 않은 것을 다행이라 여길정도의 결과를 받아들여야 했다. 롯데로서는 좋지 못한 결과는 물론이고 두 선발 원투펀치와 마무리 김사율의 컨디션 난조가 더 걱정스러운 더블헤더였다.

 

반면 KIA는 사실상 4강에 대한 희망이 사라졌지만, 선수들이 집중력을 발휘하면서 연패를 끊었고 1차전 대승에 이어 2차전 5점차로 뒤지던 경기를 무승부로 만드는 저력을 발휘하면서 롯데전에 약했던 면모를 일신하고 자존심을 회복할 수 있었다. 다만 에이스 윤석민이 롯데전에 대한 징크스를 극복하지 못했다는 것이 아쉬움이었다. 

 

롯데는 1위 추격에 제동이 걸렸다. 당장 주말 삼성전에 극심한 피로감과 무게감이 떨어지는 선발 매치업을 극복해야 한다. 떨어진 팀 분위기를 극복하지 못하고 삼성과의 주말 경기 결과마저 좋지 못하다면 다음 주 초 SK와의 대결은 2위 자리마저 위협받는 상황에서 해야 하는 상황이다. 롯데는 희망 속에 치른 KIA와의 더블헤더의 결과가 좋지 못하면서 향후 일정에 큰 부담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높아졌다.

 

롯데가 이 위기를 어떻게 극복할 수 있을지 다시 부진에 빠지면서 힘겨운 2위 싸움을 하게 될지 주말 삼성전에 나서는 롯데의 부담이 더 커진것은 사실이다.

 

Gimpoman/심종열 (http://gimpoman.tistory.com/, http://www.facebook.com/gimpoman)

사진 : 롯데 자이언츠 홈페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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