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막판에 몰렸지만, SK의 가을 야구 DNA는 살아있었다. SK는 롯데와의 PO 4차전에서 선발 마리오 빛나는 역투와 박희수, 정우람 두 불펜 에이스의 경기 마무리로 2 : 1로 롯데를 제압했다. SK는 홈에서 10년 넘은 한국시리즈 진출의 숙원을 풀려는 롯데의 의도를 좌절시키며 5차전으로 승부를 끌고 갔다. 롯데는 마지막까지 추격의 불씨를 살려보려 했지만, 전반적인 타선 부진속에 마지막 승부를 피할 수 없게 되었다.

 

2, 3차전 연속 패배로 팀 분위기가 급격히 떨어진 SK는 롯데의 상승세에 고전하는 경기가 예상되었다. 이런 SK가 믿을 수 있는 것은 선발투수와 힘이 남아있는 불펜진이었다. 이러한 SK의 기대를 SK 선발 마리오는 100% 충족시켜주었다. 올 시즌 팀의 1선발로 활약하던 마리오는 시즌 후반기 부상으로 장기 결장을 했었다. 정규리그 막판 복귀했지만, 경기 감각의 문제를 피할 수 없었다. 패배가 곧 시리즈 탈락을 하는 경기에서 마리오는 그 부담감도 극복해야 했다.

 

부담이 큰 경기였지만, 마리오는 긴장된 경기를 즐기는 모습이었다. 마리오는 상승세의 롯데 타선을 완벽하게 제압하면서 초반 흐름을 SK 쪽으로 가지고 오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이런 마리오의 호투를 뒷받침한 무기는 타자를 압도하는 구위가 아니었다. 마리오는 다양한 변화구와 낮은 제구력, 속도의 가감을 적절히 활용하며 롯데 타선을 곤혹스럽게 했다. 야간 경기 이후 이어진 낮 경기라는 변수도 투수들보다 타자쪽에 불리하게 작용했다. 타선의 활약에 더 높은 비중을 두고 있는 롯데에 유리할 것이 없는 조건이었다.

 

롯데는 마리오 공략에 대한 해법을 찾지 못하면서 시리즈 연승의 분위기를 이어가지 못했다. 롯데 타자들은 서두르지 않고 끈질기게 대응했지만, 타이밍을 제대로 맞추지 못했다. 출루조차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으면서 공격에서 꽉 막힌 흐름을 반전시키지 못했다. 투수력에서 자신이 있는 SK로서는 저득점 경기가 되는 것이 유리하게 작용할 수 있었고 그렇게 경기가 전개되었다.

 

 

 

(유일한 홈런, 유일한 타점 홍성흔)

 

 

 

SK가 마리오의 원맨쇼로 초반 무실점 행진을 이어갔다면 롯데는 그동안 등판하지 않았던 투수들의 적절히 활용하면서 SK의 공격을 막아냈다. 롯데는 선발투수로 나선 진명호가 부담감을 이기지 못하고 제구력 난조로 무너졌지만, 뒤이어 등판한 이정민이 위기를 넘기면서 대등한 경기 흐름을 만들 수 있었다. 이정민은 3회초  무사 1, 2루 위기를 넘기며 선발 진명호의 부진을 메워주었다.

 

SK는 마리오가 마운드를 확실하게 지켜주었지만, 타선이 득점 기회를 연이어 놓치면서 어렵게 경기를 이끌었다. 1회 초 무사 1, 2루 기회에서는 3번 최정에 보내기를 지시하면서까지 선취 득점 의지를 보였지만 후속타 불발로 뜻을 이루지 못했다. 3회 초 무사 1, 2루 기회에서는 보내기 번트 실패가 빌미가 되면서 또 한 번 득점에 실패했다. 주어진 득점 기회를 좀처럼 놓치지 않는 것이 장점인 SK였지만, 벼랑 끝 승부의 중압감을 피하지 못했다. 

 

연이은 득점 기회를 놓쳤던 SK는 5회 초 마침내 선취 득점을 이룰 수 있었다. 이미 1회와 3회 무사에 출루하면서 공격 첨병의 역할을 확실하게 해준 1번 정근우의 출루가 그 시작이었다. 1사 후 안타로 출루한 정근우는 박재상의 2루타 때 거침없는 주루 플레이로 선취 득점의 주인공이 되었다. 3회 위기를 넘긴 이후 안정된 투구를 하던 이정민은 자신이 맞이한 두 번째 위기를 넘지 못하고 마운드를 강영식에 넘겨야 했다. 불리한 볼카운트에서 스트라이크를 잡기 위해 던진 직구가 박재상의 노림수가 걸린 것이 문제였다.

 

롯데는 추가 실점 위기를 강영식이 넘기면서 역전의 여지를 계속 남겼다. 최선이 마리오에 눌리고 있었지만 1점 차는 충분히 뒤집을 수 있는 차이였다. 마침 롯데 타선은 4회 이후 마리오의 공에 조금씩 적응하는 모습이었다. 롯데는 주력 불펜을 아끼면서도 실점을 최소화했고 때를 기다리는 야구를 했다. 하지만 7회 초 SK가 추가 득점하면서 롯데의 바램은 조금 어긋나고 말았다.

 

SK는 7회 초 또다시 정근우의 2루타로 공격의 포문을 열었고 최정의 적시타로 귀중한 추가점을 얻을 수 있었다. 롯데는 강영식에 이어 최대성에게 위기 탈출을 기대했지만, 최대성의 컨디션은 타자를 압도할 구위를 보이지 못했다. 최대성은 힘대 힘의 대결을 했지만, 최정의 방망이를 피하지 못했다. 결과론이지만 변화구 타이밍이 좋지 못한 최정에게 가운데 몰리는 직구 승부는 좋은 선택이 아니었다.

 

 

 

(4차전에서 허락받지 못한 롯데의 시리즈 승리 세리머니)

 

 

 

롯데는 이후 김사율이 무실점 투구로 다시 마운드를 안정시켰고 SK 불펜을 상대로 반격의 기회를 잡을 수 있었다. SK는 투구 수 100개에 이른 마리오를 내리고 7회 말부터 박희수를 마운드에 올리며 한발 빠른 불펜 운영을 했다. 하지만 박희수의 공이 그리 좋지 못했다. 이미 한 차례 구원 실패를 경험한 박희수는 긴장된 모습이 역력했다. 특기인 낮은 제구가 나오지 않았다.

 

롯데는 박희수를 상대로 반전을 기대할 수 있었지만, 타선이 기회를 살리지 못했다. 7회 말 무사 1루에서 강민호는 다소 성급한 초구 공격으로 병살타를 때리면 공격 기회를 무산시키고 말았다. 8회 말 황재균의 안타로 잡은 무사 1루 기회에서는 대타 조성환의 잘 맞은 타구가 유격수 정면으로 향하는 불운 속에 또 하나의 병살타가 되면서 추격의 동력을 잃고 말았다.

 

롯데는 9회 말 4번 홍성흔이 SK 마무리 정우람을 상대로 솔로 홈런을 작렬하며 한 점 차까지 추격하는 데 성공했지만, 더는 득점하지 못하면서 또 한 번의 역전 희망을 현실로 만드는 데는 실패했다. SK 정우람은 홍성흔에 홈런을 허용한 이후 흔들리기도 했지만, 다시 집중력을 발휘하며 팀 승리를 지켜냈다. 롯데는 SK의 필승불펜 박희수, 정우람을 상대로 밀리지 않는 경기를 했다는 것에서 위안을 찾을 수 있었다.

 

결국, 경기는 마운드의 우위를 바탕으로 경기를 주도한 SK의 승리로 마감되었고 양 팀은 피할 수 없는 마지막 승부를 해야하는 상황이 되었다. 롯데는 리드를 당한 상황에서 주력 불펜을 아끼면서 5차전을 고려한 마운드 운영을 했다. 그동안 등판하지 않았던 불펜 투수들이 선전하면서 절반의 성공을 거둘 수 있었다. 하지만 팀 타선이 다시 침체했다는 점은 5차전을 앞두고 우려되는 부분이다.

 

롯데 타선은 그동안 많은 경기를 하면서 지친 모습이었다. 배트 스피드가 다소 쳐지면서 타구에 힘이 덜 실리는 듯 보였다. 롯데로서는 5차전 선발 투수로 내정된 유먼을 중심으로 송승준과 포스트 시즌 최고의 투구를 하는 김성배, 무릅 통증으로 경기에 나서지 못했던 정대현까지 대기하는 필승 마운드 조합을 구성한 상황이다. 타자들이 얼마나 체력 회복을 얼마나 잘 할 수 있을지가 중요한 과제가 되었다.

 

 

 

 

(5차전 롯데의 운명을 짊어진 에이스 유먼)

 

 

 

반대로 4차전 승리로 반전의 발판을 마련한 SK는 홈인 인천에서 5차전을 치를 수 있게 되었고 전성기 기량을 회복한 김광현이 나선다는 점에서 승리 가능성을 높일 수 있게 되었다. 2차전 선발로 등판한 윤희상과 PO에서 한 번도 등판하지 않은 채병용도 대기하고 있다. 마운드는 분명 근소한 우위를 점할 수 있다. 여기에 1번 정근우가 미친 타격감을 과시하며 테이블 세터의 역할을 확실하게 해준다는 것도 긍정적인 부분이다. 4차전 SK의 득점은 모두 정근우의 출루에서 비롯되었다.

 

다만 최정을 제외한 중심 타선의 결정력이 눈에 띄게 떨어지고 마무리 듀오 박희수, 정우람이 롯데 타선에 위압감을 주지 못하고 있다는 점은 우려를 높이고 있다. 경기 후반 마운드의 우위를 확신할 수 없게 된 것이다. SK로서는 4차전 승리의 여세를 몰아 그 분위기를 5차전까지 이어갈 필요가 있다.

 

이제 롯데와 SK는 더는 물러설 수 없는 내일이 없는 승부를 앞두고 있다. 전력의 모든 부분은 다 분석이 되었고 내놓을 수 있는 수도 모두 드러났다. 어느 팀이 긴장감이 큰 승부에서 자신들의 기량을 평정심을 가지고 발휘할지가 승부에 관건이 되었다. 5차전을 치르고 PO에 승리한다 해도 1위 삼성과의 KS 승부는 가시밭길이 될 수밖에 없다. 하지만 KS를 생각할 수 있는 것도 5차전에 승리한 다음에 가능한 일이다.

 

과연 롯데가 2011년의 5차전 패배를 설욕하고 오랜 염원을 이룰지 SK가 가을야구 강자의 면모를 되찾으며 정규리그 2위의 자존심을 지켜낼지 일단 4차전 승리로 기사회생한 홈 팀 SK가 조금 더 유리한 고지를 점령한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모든 것을 다 쏟아부을 5차전 승부는 객관적인 예측을 유명무실하게 하는 승부가 될 가능성이 높다.

 

Gimpoman/심종열 (http://gimpoman.tistory.com/, http://www.facebook.com/gimpoman)

사진 : 롯데 자이언츠 홈페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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