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와 SK의 PO 승부는 이제 마지막 5차전만 남겨두고 있다. 이미 모든 전력을 쏟아부은 양 팀은 남아 있는 힘을 모두 다해야 하는 상황이다. 양 팀의 치열한 접전은 벌써부 터 한국시리즈의 맥빠진 승부를 예상케 하고 있다. 프로야구의 최고의 잔치인 한국시리즈 승부가 소문난 잔치 먹을 것 없는 상황이 벌어질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이미 지칠대로 지친 롯데와 SK 모두 1위 삼성과의 대결에서 정상적인 전력으로 임하기 어렵다. 5차전에서 승리한다 해도 상처뿐인 영광이 될 수 있다. 그만큼 롯데와 SK는 우열을 가리기 어려운 접전을 펼쳤다. 어느 팀이든 승리 후 치러야 하는 한국시리즈의 어려움보다는 시리즈 승리에 집중할 수밖에 없다. 누구도 시즌을 더 일찍 접고 싶은 마음은 절대 없을 것이다.
내일이 없는 5차전 승부는 예측을 불허하고 있다. 이미 4차례 경기에서 양 팀은 반전의 반전을 거듭했다. 믿었던 불펜이 무너지는 아픔도 함께 겪었고 롯데 고원준, SK 마리오같이 예상하지 못했던 선발 투수들의 호투도 있었다. 타선 역시 상대에 강할 것이라 믿었던 선수들의 제 역할을 하지 못하면서 타선의 힘을 반감시키고 있다. 롯데는 박종윤이 SK는 박정권이 중심 타자로서 힘을 발휘하지 못하고 있다.
이렇게 반전의 반전을 거듭한 시리즈지만 마지막 5차전의 저울추는 일단 SK 쪽으로 조금 기운 느낌이다. SK는 1차전 탈삼진 10개를 기록할 정도로 쾌조의 컨디션을 보인 김광현이 충분한 휴식 후 선발 등판한다. 그 뒤를 받칠 것으로 예상되는 채병용은 아직 포스트 시즌에 등판하지 않고 힘을 비축한 상황이고 윤희상, 박정배 등도 언제든 등판이 가능하다. 가용 투수 자원에서 SK는 롯데를 앞서고 있다.
(롯데 자이언츠 승리의 하이파이브 계속?)
타선에서도 SK는 4차전 4안타 맹타를 휘두른 정근우의 부활이 타선에 활력을 불어넣어 주고 있다. 정근우는 투수전으로 이어진 4차전에서 팀의 2득점에 모두 관여하며 테이블세터로서 최고의 활약을 했다. SK는 시즌 중 기동력의 야구로 롯데를 흔들며 많은 재미를 본 기억이 있다. 정근우의 출루는 곧바로 롯데 배터리의 불안감을 높이고 박재상, 최정, 이호준으로 이어진 중심 타선에 큰 플러스 요인 될 수 있다.
SK로서는 정근우가 5차전에서 4차전과 같은 타격감을 유지한다면 공격을 더욱 더 쉽게 풀어갈 수 있다. 테이블 세터진에서 밀리는 롯데로서는 아쉬움 부분이 아닐 수 없다. SK로서는 공격의 다변화를 통해 득점 루트를 다양화할 수 있고, 이는 저득점 경기가 예상되는 5차전에서 한 점 한 점을 낼 수 있는 중요한 무기가 될 수 있다. 경기 주도권을 잡을 가능성도 높아진다.
또한, SK는 지난 2011년 PO에서 좋은 기억이 있다. 지난해 롯데와 SK는 PO에서 5차전까지 가는 접전 끝에 승리한 것이 그것이다. 당시 SK는 전력이 밀린다는 평가를 받고 이었고, 김성근 전 감독 전격 경질 이후 팀 분위기가 급 하락세를 탄 상황이었다. 그럼에도 SK 선수들으 그들만의 가을 야구 노하우를 바탕으로 한국시리즈 진출을 이뤄냈다.
SK는 지난해 승리경험이 정신적으로 선수들에 큰 힘이 될 수 있다. 그때와 달리 홈에서 최종전을 치른다는 것도 긍정적인 부분이다. 부산에서 광적인 롯데 팬들의 응원 속에 경기하는 것 보다는 홈 팬들의 성원을 받을 수 있는 것이 도움될 수 있다. SK로서는 홈 경기의 이점과 선수들의 상대적으로 많은 경험, 전력누수가 없는 이점을 살려 최후의 승자로 남길 기대할 것으로 보인다.
SK에 맞선 롯데는 주어진 여건이 상대적으로 좋지 못하다. 우선 선수들의 전반적 컨디션이 떨어져 있다. 포스트 시즌이 4경기를 더 치른 롯데 선수들은 체력적인 면에서 부담스럽다. 부상 선수도 많다.우선 불펜의 기둥 정대현은 1차전 투구 때 얻은 부상에서 회복하지 못하고 있다. 등판을 한다해도 전력 투수가 힘든 상황이다. 이는 승부처에서 정대현 카드를 쓰기 어려움을 의미한다. 정대현이 등판한다 해도 투구 수와 이닝에 큰 제약이 따를 수밖에 없다. 롯데로서는 큰 마이너스 요인이다.
(손아섭, 계속 폭발할 수 있을까?)
베테랑 조성환은 3차전에서 천금의 적시 안타를 기록하긴 했지만, 발목이 좋지 못하다. 수비와 주루에서 완벽한 모습이 아니다. 활용에 있어 제약이 따를 수밖에 없다. 불펜의 파이이볼러 최대성 역시 몸에 무리가 온 상황이다. 등판은 가능하지만, 공 끝의 힘이 떨어져 있다. 구질이 다양하지 못한 최대성이의 강속구가 힘을 잃었다는 것은 접전의 순간 등판을 망설이게 할 것으로 보인다.
여기에 정대현을 대신해 불펜의 중심으로 떠오른 김성배 역시 무리한 등판으로 좋은 컨디션이 아니다. 4차전 등판하지 않으면서 2일간의 휴식을 얻었지만, 준PO부터 매 경기 등판하다시피 한 김성배가 위력적인 구위를 유지할 수 있을지는 의문이 들 수밖에 없다. 롯데로서는 김성배가 가능하면 많은 이닝을 이끌어줘야 하는 상황이다.
5차전 불펜 대기가 예상되는 선발 요원 송승준과 더불어 불펜의 핵심 역할을 해야 하지만, 많은 투구 수는 큰 부담이 될 수 있다. 유먼의 뒤를 받쳐줄 송승준 역시 포스트시즌에서 선발과 불펜을 오가며 활약했다. 팀 기여도는 높았지만, 그 역시 체력소모가 심했다. 5차전 등판 때 좋은 투구를 할 수 있을지는 확신이 서지 않는다. 이 밖에도 롯데는 선수들 대부분 체력적으로 힘들어하는 기색이 역력했다.
매 경기 숨막히는 접전을 이어온 후유증은 분명 존재한다. 4차전 롯데 타자들은 SK 선발 마리오의 완급조절 투구에 고전을 면치 못했다. 마리오의 호투가 돋보였지만, 롯데 타자들의 체력저하도 한 몫했다. 이미 준PO 포함 포스즌 시즌이 이어지면서 지친 타자들이 5차전에서 얼마나 회복되었을지 4차전에서 침체된 타선의 분위기를 깰 수 있을지가 롯데에 중요하다.
롯데는 선발로 나서는 에이스 유먼이 김광현과 대등한 마운드 싸움을 해줘야 승리 가능성을 높일 수 있다. 1차전에서 유먼은 직구의 구위나 투구 수 등에서 정규시즌 보다 떨어지는 모습이었다. 주 무기 체인지업을 적절히 활용하면서 호투했지만, 타격감을 회복한 SK 타자들과의 두 번째 승부에서는 볼 배합이나 제구에 좀 더 신경을 쓸 필요가 있다. 뒤를 받치는 가용투수 자원이 수적으로 적다는 점은 유먼의 어깨를 더 무겁게 한다.
롯데는 유먼 이후 송승준, 김성배를 축으로 불펜 운영을 할 가능성이 높다. 두 선수 모두 무리한 등판이 될 수 있지만, 대안이 마땅치 않다. 이명우, 강영식, 이승호, 세 명의 좌완아 투수들이 SK 좌타선을 잘 봉쇄하면서 이들의 부담을 덜어줘야 하는 상황이다. 강영식이 지난 3, 4차전에서 투구 내용이 좋았다는 점은 투수 기용폭을 넓혀줄 것으로 보인다.
다소 밀리는 마운드는 타선이 선전으로 극복할 필요가 있다. 앞서 언급한 대로 롯데 타선이 4차전 부진을 벗어나야 한다. 패하긴 했지만, 4차전에서 9회 말 터진 홍성흔의 1점 홈런은 큰 의미가 있었다. 롯데는 이번 시리즈를 통해서 박희수, 정우람으로 이어지는 SK의 좌완 불펜 에이스들이 난공불락의 투수들이 아님을 확인했다. 정규 시즌과 달리 롯데 타자들을 이들에 위축된 타격을 하지 않았다. 더 활발했다.
롯데로서는 초반 밀리는 경기를 하지 않는다면 경기 후반에도 공격적인 면에서 좋은 경기를 할 가능성이 높다. 실제 롯데는 포스트 시즌 내내 후반 뒷심을 발휘하며 역전승으로 승리한 경우가 많았다. PO 역시 다르지 않았다. 이전과 달리 롯데는 올해 포스트 시즌에서 끈끈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경기 막판까지 포기하지 않는 플레이로 수 차례 반전을 만들어냈다.
바꿔말하면 초반 리드를 지켜낼 수 있다면 더 편안한 경기를 할 가능성이 높아지는 롯데다. 두 번째 대결하는 김광현의 힘 있는 공에 얼마나 잘 대응할지가 경기 흐름에 영향을 줄 것이다. 롯데 타선은 1차전 김광현에 힘에서 크게 밀렸다. 지친 선수들이 충분히 휴식하고 다시 나온 김광현과의 대결에서 어떤 타격을 할지는 5차전 승부에서 중요한 변수가 될 수 있다.
(롯데 불펜의 마지막 보루 김성배)
이렇게 여러 가지로 양 팀을 비교해 보았지만 5차전 승부는 객관적 지표들이 큰 의미가 없는 승부라 할 수 있다. 양 팀 모두 피로감이 극심하고 승부에 대한 긴장감이 최고조로 올라와 있다. SK가 체력 면이나 투수 운용에서 다소 여유가 있지만, 어디까지나 예상에 불과하다. SK는 이번 시리즈 내내 그들다운 빈틈없는 야구를 하지 못했다. 그 틈을 롯데는 파고들었고 시리즈는 팽팽하게 전개되었다.
2011년 SK는 5차전 승리로 한국시리즈에 진출한 기억이 있지만, 어디까지나 과거의 일일 뿐이다. 2011년 롯데는 초반에 마운드가 붕괴하면서 스스로 무너졌지만, 2012 준PO, PO의 롯데는 달라진 면모를 보이고 있다. 어느 팀도 승리를 장담할 수 없다. 자신들이 할 수 있는 플레이를 잘 하는 것이 중요하다. 결국, 타격에서 더 집중력을 발휘하고 수비에서 쉬운 타구를 실 수 하지 않는 기본에 더 충실한 팀이 승리에 가까워질 가능성이 높다.
한국시리즈에 선착한 삼성은 표정관리를 해야 할 상황이다. PO 승리 팀의 후유증이 그만큼 극심하다. 하루를 쉬고 대구에서 한국시리즈 1차전을 치러야 한다는 것은 큰 부담이다. 보나 마나 한 시리즈가 될 것이라는 우려가 크다. 하지만 시리즈 내내 두 팀이 보여준 끈끈한 야구를 보면 어느 팀도 쉽게 물러서지 않을 것이다.
다음을 기약하고 대비하기에 양 팀은 너무나 먼 길을 와버렸다. 되돌아 갈 수 없다면 상대를 이기고 그 행보를 이어가야 한다. 롯데와 SK 중 어느 팀이 최후의 승자가 되고 대구행 티켓을 손에 넣을지 과연 어느 팀이 내일을 기약할 수 있을지 오늘 경기가 끝나고 내일 있을 한국시리즈 미디어데이 행사를 보면 그 결과를 알 수 있을 것이다.
Gimpoman/심종열 (http://gimpoman.tistory.com/, http://www.facebook.com/gimpoman)
사진 : 롯데 자이언츠 홈페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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