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토브리그 막바지 깜짝 트레이드가 성사되었다. 한화 장성호와 롯데의 신인 송창현의 트레이드가 그것이다. 예상하는 이가 거의 없었던 깜짝 트레이드였다. 롯데는 김주찬, 홍성흔을 잃고 이들을 대신할 보상선수로 고심하던 중이었다. 롯데는 그에 앞서 장성호를 영입하면서 타선의 빈자리를 메우는 데 성공했다.
롯데와 한화의 트레이는 분명한 목적을 가지고 이루어졌다. 한화는 미래를 롯데는 현재 필요한 전력을 보강했다. 롯데는 경험이 풍부한 중심 타자를 얻었고 한화는 가능성 있는 좌완 투수를 얻었다. 한화가 장성호를 보내고 받은 송창현은 롯데가 올 시즌 신인 지명한 선수였다. 프로에 정식 데뷔하지도 않은 선수를 지명했다는 것은 그의 성장 가능성을 높이 보았다고 볼 수 있다.
비록 전성기가 지났다고 하지만 장성호라는 거물을 내주고 받은 선수라면 한화의 기대치가 크다는 것을 의미한다. 경우에 따라서 올 시즌부터 중용될 가능성이 높다. 한화는 김태완 등이 군 제대 후 복귀하면서 생긴 포지션 중복 문제를 해결하는 효과도 얻었다. 김태균이 붙박이 1루수로 자리한 상황에서 한화는 지명타자로 장성호 대신 김태완을 선택했다.
한화로서는 KIA에서 한화로 팀을 옮긴 이후 성적 하락세를 지속 중인 장성호의 활용도가 떨어질 수밖에 없었다. 한대화 감독 시절 장성호를 영입하기 위해 많은 노력을 했던 한화였지만, 투수력 보강을 위해 미련없이 장성호를 떠나보내는 선택을 했다. 장성호는 다른 변수가 없다면 선수생활의 마지막을 롯데에서 보내게 되었다.
한화로 오기 전 장성호는 1996년 고졸 선수로 해태에 입단한 이후 두 자리 수 홈런, 3할의 타율, 80타점을 이룰 수 있는 장타력 있는 교타자로 이름을 날렸다. 팀내에는 물론 ,리그를 대표하는 좌타자로 명성을 쌓아갔다. 1루수와 좌익수를 모두 볼 수 있는 수비력도 수준급 이상이었다. 장성호는 팀이 KIA로 팀이 옷을 바꿔입은 이후에도 꾸준한 활약으로 자신의 가치를 높였다.
장성호는 대형 FA 계약으로 그 가치를 인정받았고 KIA의 중심 선수로 그 활약을 이어갔다. 하지만 장성호는 FA 계약 이후 잦은 부상에 시달렸고 각종 공격지표가 하락하기 시작했다. 특히 장타력에서 있어 그 정도가 심했다. 자연스럽게 타점 생산력도 급감했다. 중심 타자로서 중량감이 떨어지고 말았다. 그 사이 최희섭이 KIA로 입단하면서 장성호의 팀 내 입지는 크게 줄고 말았다.
최희섭이 주전 1루수로 자리하면서 장성호는 지명타자나 외야수로 포지션을 옮겨야 했다. 장성호는 변화된 현실에 적응하지 못했다. 계속된 부상도 그에게 큰 고통이었다. 2009 시즌 KIA가 우승할 당시 장성호는 우승 멤버로 자리했지만, 부진한 성적으로 기쁨을 만끽할 수 없었다. 이미 시즌에서 장성호는 경기 출전 수가 급감했고 주전자리 마저 위협받는 상황이었기 때문이었다.
장성호는 더 많은 출전 기회를 원했다. 또 한 번의 FA 기회를 잡은 장성호는 주전 1루수로 뛸 수 있는 팀으로 이적을 원했다. 장성호의 바람은 보상선수 규정에 묶여 이루어지지 못했다. 당시 한화는 장성호를 원했지만, 보상선수 문제로 선뜻 그를 영입할 수 없었다. 결국 장성호는 우여곡절 트레이드를 통해 2010 시즌부터 한화 유니폼을 입고 경기에 나설 수 있었다. 마음이 떠난 선수와 KIA는 더는 함께 할 수 없었다.
장성호는 두 번째 팀에서 강한 의욕을 가지고 시즌에 임했지만, 부상의 굴레를 벗어나지 못했다. 한화는 새로운 환경에서 장성호가 다시 살아날 것을 기대했지만, 장성호는 부상 재활을 반복하면서 해마다 동계 훈련을 제대로 소화하지 못했다. 30살을 훌쩍 넘긴 선수에게 이는 큰 부담이 되었다. 그 사이 날카롭던 배트 스피드는 더 무디어졌고 파워나 정교함은 더 떨어졌다. 평범한 선수로 되어버린 것이다.
이런 장성호에 올 시즌 돌아온 김태균은 넘지 못할 벽이었다. KIA에서 최희섭에 한화에서 김태균에게 밀리면서 장성호는 지명타자로 보직을 옮겨야 했다. 올 시즌 장성호는 부상에서 어느 정도 벗어나면서 재기의 가능성을 보였지만, 중심 타자로의 역할을 기대할 정도는 아니었다. 군에서 그를 대체할 선수들이 복귀하자 한화는 30대 후반에 접어든 장성호에 대한 미련을 버렸다.
한화에서 설 자리가 없었지만, 롯데는 장성호에 기회의 땅이 될 수 있다. 당장 롯데는 홍성흔이 떠난 자리를 그가 대신해주길 기대하고 있다. 타선의 약화로 고심하던 롯데에 장성호는 단비와 같은 존재다. 젊은 선수들로 중심 타선을 채워야 하는 롯데로서는 그들을 묶어줄 베테랑이 절실했고 장성호가 선택되었다. 한화에서보다 장성호의 입지가 더 단단해질 것으로 보인다.
장성호는 당장 롯데의 지명타자 겸 중심 타자로 중용될 가능성이 높다. 장성호의 영입으로 롯데는 타선에 부족한 경험을 채워넣을 수 있게 되었다. 장성호가 강력한 리더십을 발휘하는 선수는 아니지만, 조성환 홀로 감당해야 할 팀의 구심점 역할을 나눠질수도 있게 되었다. 장성호가 가진 경험은 젊은 선수들의 발전에 필요한 자양분이 될 수 있다. 보이지 않는 플러스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여기에 올 시즌 들어 재기 가능성을 보였다는 점도 롯데의 선택에 중요하게 작용했다. 해마다 부상에 신음하던 장성호는 올 시즌 풀타임에 가까운 130경기를 소화했다. 안타 수 113개를 기록하며 타격감도 많이 끌어올렸다. 타율은 0.263으로 전성기에 미치지 못하지만, 52타점으로 만만치 않은 클러치 능력을 보여주었다. 근래 들어 가장 좋은 성적이었다.
만약 장성호가 롯데에서 그 회복세를 지속한다면 큰 힘이 될 수 있다. 중심 타선의 허전함도 어느 정도 메울 수 있다. 주전 1루수 박종윤과 중심 타자 후보로 이름이 거론되는 김대우 등에도 큰 자극제가 될 수 있다. 롯데에 부족한 좌타선을 보강하는 효과도 있다. 롯데는 올 시즌 득점권 타율에서 아쉬움이 많았다. 중심 타선의 해결능력에서 부족함이 많았다. 비록, 장타력이 떨어지고 전성기가 지난 장성호지만, 롯데에 부족한 득점력을 높이는 데 있어 중요한 역할을 할 수 있다.
또한, 통산 기록에서 의미있는 기록을 다수 보유하고 있는 장성호의 존재는 팀의 마케팅적 측면에서도 큰 도움이 될 수 있다. 문제는 장성호가 건강하게 시즌을 보낼 수 있을지와 얼마나 빨리 팀과 융화할 수 있을지 여부다. 시즌 종료 직후 장성호는 부상으로 마무리 훈련을 소하지 못하고 있다. 이 점은 트레이드의 중요한 계기가 되었다.
이런 장성호의 전격 트레이드에는 한화의 신임 김응용 감독의 의중이 크게 반영되었다. 김응용 감독은 보다 더 역동적이고 젊은 팀으로 한화를 이끌고 갈 것임을 이번 트레이드 분명히 했다. 덧붙여서 팀 분위기를 일신하는 차원에서 트레이드를 단행한 측면도 있다. 이렇다 할 전력 보강이 없는 상황에서 기존 선수들의 기량향상이 급한 한화로서는 의욕적인 팀 분위기를 유지해야 했고, 그 과정에서 장성호의 트레이드가 단행되었다. 그의 몸 상태에 대한 확신이 떨어진 것도 트레이드에 영향을 주었을 것으로 보인다.
롯데는 장성호가 부상을 모두 떨쳐내고 동계훈련을 충실히 한다면 충분히 역할을 해줄것이라는 기대감을 가지고 그를 영입한다. 장성호가 가능하면 많은 경기를 뛰어주기를 기대할 것이다. 이것이 이루어지지 못한다면 트레이드의 효과는 반감된다. 롯데는 장성호가 성적을 떠나 풀 타임 시즌을 소화해주는 것에 더 큰 비중을 둘 가능성이 높다. 벤치에서 팀의 중심을 잡아줄 베테랑의 역할이 필요한 롯데이기 때문이다.
한 때 스나이퍼라는 별명을 얻으며 승승장구하던 장성호였지만 그 역시 세월의 무게를 느끼고 있다. 팀을 2번째 옮긴다는 것은 큰 부담이 될 수 있다. 성장 가능성이 있다고 하지만 무명의 신인과 트레이드되었다는 점은 장성호의 자존심이 상할 수 있는 부분이다. 의욕이 크게 떨어질 수도 있다. 하지만 롯데에서 장성호의 가치는 상당하다. 다시 한번 의욕을 가질 수 있는 환경은 조성되어있다.
장성호가 롯데에서 올 시즌보다 좋은 모습을 보인다면 타선의 숨통을 틔울 수 있다. 장성호 역시 보다 많은 팬들의 성원속에 선수 생활의 후반기를 더 화려하게 보낼 수 있다. 롯데 장성호의 부활은 롯데도 살고 장성호도 사는 길이 될 수 있다. 과연 장성호가 롯데의 기대대로 베테랑의 힘을 보여줄지 이 부분은 롯데의 내년 타선 구상에 중요한 키맨이 된 것만은 분명하다.
Gimpoman/심종열 (http://gimpoman.tistory.com/, http://www.facebook.com/gimpoman)
사진 : 한화 이글스 홈페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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