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뜨거웠던 프로야구 FA 시장의 열기가 사라지고 각 팀은 새로운 시즌을 위한 본격 준비에 들어갔다. 수요자의 증가로 올 FA 시장은 풍성했다. 시장에 나온 선수들은 잔류, 이적에 상관없이 원하는 다년 계약을 이끌어냈다. 미계약에 의한 선수생명 위기라는 극한 상황도 발생하지 않았다. 모처럼 시장에 나온 FA 대상 선수들의 모두 웃을 수 있었다.

 

하지만 선수 간 온도 차는 존재했다. 4년간 수입억 원의 금액을 보장받은 선수들은 대박 계약으로 부와 명예를 한번에 거머쥐었지만, 그에 가려진 다년 계약 선수들도 있었다. FA 시장만 열리면 대두하는 부익부 빈익빈 현상이 사라지지 않았다. 충분한 기량을 가지고 있으면서 보상선수 규정에 걸려 FA 신청조차 하지 못한 선수들은 소중한 기회를 사용하지도 못했다. 

 

대형 계약을 맺은 선수들은 따뜻한 겨울을 맞이하게 되었지만, 제도의 오류로 인한 기회 상실의 문제는 분명 짚고 넘어가야 할 문제다. 제도 개선의 말은 매년 있었지만, 대형 계약소식에 묻혀 소수의 목소리로 그치고 말았다. 아직은 제도의 이면보다는 몇 몇 선수들의 대형계약에 더 큰 관심을 보이는 것이 현실이다.

 

수십억 원이 넘는 금액이 오가는 현실속에 작지만 그 선수에게 너무나 의미있는 계약이 있었다. 넥센의 베테랑 불펜투수 이정훈의 2년 계약이 그것이었다. 이정훈은 FA 신청 자체가 불투명한 선수였다. NC의 특별지명을 고려한 허수 신청이라는 말도 있었다. 하지만 넥센은 이정훈과 2년 계약을 체결했다. 2년에 최대 5억, 어떻게 보면 초라한 계약이라 할 수 있다.

 

 

 

 

 


 

 

하지만 이정훈에게 소중한 결과물이다. 1997년 고졸 선수로 롯데에 입단하면서 시작된 프로선수 생활 동안 그의 의지대로 연봉계약을 맺은 것이 때문이었다. 주로 불펜에서 활약하면서 그 존재감이 크지 않았던 탓에 이정훈은 15년의 세월이 흘러 30대 후반의 나이가 돼서야 FA 신청 자격을 얻을 수 있었다. 이정훈은 생애 처음이자 마지막 기회를 꼭 살리고 싶었고 팀이 이에 화답했다.

 

이정훈은 롯데 시절 스토브리그에서 쓰라린 경험이 있다. 2009년 시즌 이정훈은 10년 넘는 기다림 끝내 생애 최고의 시즌을 보냈다. 당시 롯데는 불펜투수진 불안으로 고심하던 상황이었고 이정훈은 필승 조로 가장 믿음직한 투구를 해주었다. 부상으로 그전 시즌을 통째로 날린 이후 얻은 결과이기에 더 값졌다.

 

이런 활약은 당연히 연봉의 대폭 상승을 기대케 했다. 하지만 이정훈의 바람은 큰 장벽에 부딪혔다. 구단은 그동안 큰 활약을 하지 못한 노장 투수에 후하지 못했다. 연봉협상은 장기화되었고 접점을 찾지 못했다. 결국, 양측은 800만 원의 차이를 좁히지 못했다. 이정훈은 연봉조정 신청으로 자신의 주장을 관철하려 했지만, 계란으로 바위를 깨는 무리한 도전이었다.

 

이정훈과 롯데 구단의 대립은 당시 야구팬들의 큰 관심을 모았다. 롯데 팬들 대부분은 구단의 처사에 반감을 드러냈다. 가뜩이나 선수 연봉협상과 구단 운영에서 팬들의 비판이 많았던 롯데는 팬들의 강력한 반발에 직면해야 했다. 이정훈은 구단의 연봉안을 받아들여야 했지만, 팬들은 모금 운동까지 벌이며 이정훈을 응원했다. 그만큼 이정훈의 연봉조정 신청은 큰 의미가 있었다.

 

선수의 가치를 제대로 인정받고자 했던 이정훈의 노력은 큰 대가를 치러야했다. 이정훈은 연봉협상이 길어지면서 동계 훈련을 충실히 받지 못했고 부상이 겹치면서 2010년 시즌 부진에 빠지고 말았다. 팀 최고의 불펜 투수였던 이정훈의 모습이 사라지고 말았다. 어렵게 쌓아올린 팀 내 입지도 다시 무너지고 말았다. 그가 부진한 사이 젊은 투수들이 성장했기 때문이었다.

 

이는 트레이드로 팀을 옮기게 되는 결정적 계기가 되었다. 2011년 시즌을 앞두고 이정훈은 10년 넘게 몸담았던 롯데를 떠나 넥센으로 둥지를 옮겨야 했다. 당시 롯데는 넥센의 영건 고원준을 얻기 위해 이정훈과 유망주 타자 박정준을 넥센으로 보냈다. 당시 현금이 포함된 트레이드라는 의심을 받을 정도로 큰 이슈가 되었던 사건이었다.

 

이정훈은 그렇게 쫓기듯 롯데를 떠났다. 그리고 넥센의 불펜투수로 새 출발 했다. 이정훈은 많은 경험을 바탕으로 넥센에서 꾸준한 모습을 보였다. 하지만 성적면에서 2009년 시즌과 같은 모습은 재현되지 않았다. 지난해 3점대 방어율로 준수한 성적을 올렸지만, 올 시즌 방어율이 4점대로 치솟으면서 불안감을 노출하기도 했다. 시즌 초반 넥센이 상승세를 탈 때 불펜의 믿음맨으로 빼어난 활약을 했던 이정훈이기에 그 아쉬움이 더했다. 이정훈은 시즌 초반과 후반 극명한 성적차이가 있었다. 나이에 따른 체력적 문제도 분명 영향을 미쳤다.

 

이러한 편차는 FA 시장에서 그의 가치를 떨어뜨렸다. 30대 후반에 접어든 전성기가 지난 불펜 투수에 다년 계약을 기대하기 어려웠다. 이정훈의 FA 신청이 무모해 보일 수도 있었다. 넥센은 이정훈이 필요했다. 팀의 주축을 이루는 젊은 투수들에 좋은 본보기가 되는 베테랑이 이정훈이었다. 화려하지 않았지만 10년을 훌쩍 넘기는 동안 선수생활을 이어간다는 것은 철저한 자기관리가 있어 가능한 일이기 때문이었다.

 

넥센은 2년 계약으로 이정훈에 힘을 실어주었다. 이정훈은 프로선수 생활 처음으로 억대 연봉을 받을 수 있게 되었다. 긴 세월을 넘어 이뤄낸 성과했다. 그의 성실성과 끊임없는 노력이 있어 가능한 일이었다. 이정훈으로서는 넥센에서 선수생활의 마지막 불꽃을 태울 기회를 잡았다. 더 큰 의욕을 가지고 내년 시즌을 준비할 수 있게 되었다.







 

이정훈의 예는 2군에서 내일 준비하는 선수들에 좋은 본보기가 될 수 있다. 철저한 자기관리만 있다면 뒤늦게라도 프로 무대에서 인정받을 수 있음을 이정훈은 보여주었다. 얼마전까지 이정훈은 프로데뷔 이후 화려한 스포트라이트를 받은 기억이 거의 없고 1, 2군을 오가는 그저그런 투수 중 하나였다. 인고의 세월을 넘어선 결과이기에 이정훈에게 5억은 수십억 이상의 가치 그 이상이라 할 수 있다. 

 

이정훈과 같은 위치에 있는 상당 수 선수들은 이미 선수생활을 접고 다른 길을 찾았다. 이정훈은 흔들리지 않고 야구에만 집중했다. 그 결과 작지만 소중한 결과물을 얻어냈다. 이제 이정훈은 분위기를 크게 바꾼 넥센에서 또 다른 시즌을 준비하고 있다. FA 계약을 했다고 하지만, 치열한 경쟁이 그를 기다리고 있다. 팀 분위기를 크게 바꾼 넥센의 상황을 고려하면 베테랑 투수에 대한 예우를 기대하기 어렵다.

 

이정훈 자신도 이를 모를리 없다. 올 시즌 아쉬운 성적을 뒤로하고 넥센 불펜의 믿을맨으로 다시 확실하게 자리하고 싶은 마음이 간절할 것으로 보인다. 이정훈이 올 시즌 초반과 같은 투구만 계속 할 수 있다면 넥센 불펜에 큰 힘이 될 수 있다. 김병현과 함께 넥센 투수진에 부족한 경험을 채워줄수도 있다. 더 나아가 마무리 손승락의 부담도 크게 덜 수 있다. 넥센의 이정훈과의 다년 계약을 베테랑에 대한 배려많으로 볼 수 없는 이유다. 

 

이제 이정훈은 FA 계약을 통해 안정을 찾았고 먼 기억 속에 남아있는 800만원의 아픔도 지울 수 있게 되었다. 30대 후반의 노장 투수가 만들어갈 내년 시즌의 이야기가 어떻게 전개될지 자신의 가치를 성적으로 보여줄 수 있을지 그의 끊임없는 도전과 노력에 박수를 보낸다. 


 

Gimpoman/심종열 (http://gimpoman.tistory.com/, http://www.facebook.com/gimpoman)

사진 : 넥센 히어로즈 홈페이지, 심종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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