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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야구 스토브리그의 막바지, 각 팀은 2013년 시즌을 함께할 선수들을 선택할 시간이 되었다. 본인 의지와 상관없이 옷을 벗어야 하는 선수들도 있고 새로운 팀에서 새 출발 하는 선수들도 있다. 그중에서 40살을 바라보는 노장 선수들의 거취는 항상 불안하다. 세대교체의 거친 물살을 헤쳐나가야 하기 때문이다.

 

올 시즌 스토브리그에서 노장 선수들의 입지는 이전과 다른 모습이다. 9구단 창단과 이어질 10구단 창단의 여파는 선수부족을 불가피하게 하고 있다. 기량이 검증된 노장 선수들을 쉽게 내칠 수 없는 이유다. 상당수 노장 선수들은 팀 잔류를 보장받았다. FA 시장에서도 30대 후반의 홍성흔, 이호준이 호조건에 다년 계약에 성공했다. 베테랑의 가치를 인정받은 탓이다.

 

LG의 최동수는 타고난 성실함과 올 시즌 좋은 성적으로 내년 시즌을 기약할 수 있게 되었다. 삼성 우승의 주역 중 한 명인 진갑용도 그 입지가 탄탄하다. SK의 박경완 역시 오랜 부상 재활에도 엔트리 잔류에 성공했다. 박경완의 경우 SK내에서 주전 확보가 쉽지 않지만, 여러 팀들이 그를 탐내고 있다. 수비적인 면에서 그의 기량에 대한 신뢰도는 여전하다. FA 미아에서 올 시즌 SK에 극적으로 합류한 최영필 역시 또 한번 의 시즌을 보장받았다.

 

이렇게 노장 선수들의 잔류가 속속 확정되는 가운데 다른 길을 걷는 선수가 있다. SK의 중심 선수 중 한 명이었던 박재홍이 그런 상황이다. 현재 박재홍은 자유계약 신분이지만 SK로 부터 사실상 방출된 것이나 다름없다. SK는 박재홍에게 선수 은퇴와 코치 연수를 제안했지만, 박재홍은 현역 선수로 남기를 희망했다. SK는 외야수로서 활용도가 떨어진 고액 연봉선수를 더 품고 가기 힘들었다. SK는 나름 박재홍에 배려를 했지만, 박재홍은 이를 거절했다. 자연스럽게 SK와 박재홍의 관계는 정리됐다.

 

 

 

 

  

박재홍은 은퇴와 선수생활 연장의 갈림길에서 스스로 길을 찾아야 한다. 40을 넘기는 나이와 높은 연봉은 타 팀으로의 이적을 쉽지 않게 하는 요소다. 선수협회장이라는 신분 역시 큰 걸림돌이 되고 있다. 올 시즌 박재홍은 1군에서의 출전 기회를 잡기 힘들었다. 포스트시즌에서도 그의 모습을 찾아볼 수 없었다. 전력 외로 분류되면서 팀내 입지는 크게 줄었다.

 

올 시즌 박재홍은 적은 기회에서도 녹슬지 않은 타격감을 과시했다. 통산 300홈런을 넘기는 선수가 되기도 했다. 그가 기록한 통산 300홈런, 267개의 도루는 호타준족의 상징으로 상당 기간 깨기 힘든 통산기록이다. 하지만 세월의 무게를 그도 피해가지 못했다. 현저하게 떨어진 수비 능력은 그의 활용도를 극히 제한했다. 조동화가 복귀한 이후 SK는 외야수 구성에서 박재홍을 사실상 제외했다. 박재홍은 대타 요원 또는 백업요원으로 경기에 나서야 했다. 시즌 후반 그마저도 군에서 제대한 이재원에 내주면서 1군에 더 머물 수 없었다.

 

이렇게 박쟁홍은 선수생활을 마감해야 할 위기에 처했다. 그가 기록한 통산 기록 역시 더는 이어가지 못할 상황이다. 박재홍은 마지막 기회를 잡으려 하지만 주변의 상황이 그리 좋지 못하다. 박재홍을 영입할 수 있는 팀은 한화, NC, 롯데 등을 들 수 있지만, 앞서 제기된 문제들이 큰 장벽이 되고 있다. 박재홍으로서는 연봉의 대폭 삭감이 불가피하지만, 그걸 감수하더라고 새 둥지 찾기가 쉽지 않아 보인다.

 

한화는 한 명의 선수가 아쉽긴 하지만, 김태완이 군에서 제대하면서 지명타자 자리가 채워졌다. 풀 타임 외야수로 활약이 어려운 박재홍을 영입한다면 포지션 중복을 피할 수 없다. 신생팀 NC의 경우 지명타자 겸 4번 타자로 이호준을 영입한 상황이다. 박재홍의 영입은 중복 영입이 될 수 있다. 젊은 선수를 중용하는 김경문 감독의 특성상 대타 요원으로 주로 활용하지 않는다면 영입이 어렵다.

 

타선 약화로 고심하고 있는 롯데 역시 후보군이다. 당장 롯데는 경험이 풍부한 지명타자 요원이 필요하다. 박재홍이 예전 기량의 70% 정도만 발휘한다 해도 큰 보탬이 되겠지만, 최근 기량의 급격한 하락을 보인 박재홍의 영입은 부담스럽다. 롯데 구단의 특성상 선수협회장인 박재홍의 영입 결정은 어려운 선택이다.

 

박재홍은 1996년 넥센의 전신 현대에 입단한 이후 신인 돌풍을 일으키며 프로야구판을 크게 흔들었다. 신인 때부터 박재홍은 최강 현대의 중심에 서 있었다. 정교함과 장타력, 도루능력까지 모두 갖춘 공격 능력에 수비에서는 포수를 제외한 모든 포지션을 소화할 수 있는 다재다능함을 갖춘 천재형 선수였다. 일생의 한 번도 하기 어려운 30-30클럽에 두 번 가입한 것은 그의 능력을 보여주는 훈장과도 같다.

 

하지만 그런 빛나는 이면에 어둠도 있었다. 누구보다 자존심기 강한 박재홍에게는 자기중심적이고 팀과 잘 융화하지 못한다는 꼬리표가 따라다녔다. 꾸준함으로 팀에 기여했지만, 그 가치에 대한 평가를 제대로 받지 못했다. 실제 2003, 2004 시즌 현대에서 KIA로 팀을 옮긴 이후 박재홍은 팀 적응에 실패하면서 침체기에 빠지기도 했다. 그에 대한 나쁜 평가가 더 대두하는 계기가 되었다. 

 

박재홍은 이후 SK로 다시 트레이드되면서 제2의 전성기를 맞이했다. 정신적으로 안정을 찾은 박재홍은 SK의 전성기를 이끄는 주역이 되었다. FA 다년 계약을 하면서 안정적인 선수생활도 할 수 있었다. 그가 쌓아올린 통산 기록은 어느새 SK의 자랑이 되었다. 박재홍은 프랜차이즈 스타는 아니었지만, SK를 대표하는 선수 중 하나가 되었다. 

 

올 시즌을 앞둔 시점에서는 각종 비리사건으로 표류하던 프로야구 선수협의 회장으로 강력한 리더십을 발휘하기도 했다. 박재홍이 가지고 있었던 이미지를 깨는 모습이었다. 박재홍의 과감한 결정과 추진력은 선수협을 다시 안정시키는 데 있어 큰 힘이 되었다. 하지만, 점점 떨어지는 기량과 부상, 이에 따른 기회 상실은 선수로서의 박재홍에 큰 위기로 다가왔과 눈앞에 현실이 되었다.

  

 

 

 

 

이렇게 허허벌판에 내던져진 박재홍의 상황은 긍정적이지 못하다. 전성기 시절 리틀 쿠바라는 별명을 얻으며 리그를 호령했던 그에게는 격세지감을 느끼게 하는 상황이다. 자칫 이대로 선수생활을 마감해야 할 수도 있다. 그럼에도 박재홍은 선수생활에 대한 의지가 강하다. 자신의 기량에 대한 확신이 있기에 가능한 일이다. 최근 박재홍은 출전기회 자체를 제한당했다.

 

박재홍은 충분한 출전기회를 얻고 싶어한다. 그리고 납득이 가는 은퇴를 원하고 있다. 이런 바램을 SK에서 이룰 순 없게되었다. 새로운 팀에서 마지막 불꽃을 태울 기회를 얻어야 한다. 현실은 어렵기만 하다. 이대로 프로야구의 또 다른 레전드가 쓸쓸히 그라운드를 떠난다는 것은 분명 아쉬운 일이다.

 

많은 야구팬들은 박재홍이 다시 기회를 잡고 전무후무한 300-300 클럽을 달성하기를 기대하고 있다. 물론 현시점에서 불가능에 가까운 일이다. 하지만 이러한 도전을 볼 수 있고 응원할 수 있다는 것 자체만으로도 가치 있는 일이 될 수 있다. 많이 바뀌긴 했지만, 여전히 우리 프로야구에서 노장의 위치는 바람에 흔들리는 갈대와 같이 불안하다. 조그만 틈을 보이면 퇴출의 위기에 처할 수밖에 없다.

 

박재홍 역시 과거의 이력이 큰 도움이 되지 못했다. 그래도 중요한 건 갈대는 흔들려도 꺽이지 않는다는 점이다. 박재홍은 그런 갈대가 되고 싶어한다. 박재홍이 가지고 있는 경험과 통산 기록의 가치는 상당하다. 이대로 멈추기엔 아쉬움이 많다. 과연 박재홍이 자신의 가치를 알아주는 팀에서 40살 불혹의 도전을 계속 이어갈 수 있을지 그의 행보가 주목된다. 

 

Gimpoman/심종열 (http://gimpoman.tistory.com/, http://www.facebook.com/gimpoman)

사진 : SK 와이번스 홈페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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