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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울 추위가 맹위를 떨치는 요즘, 프로야구에 비보가 전해졌다. 차세대 거포로 기대를 모았던 이두환의 별세소식이다. 이두환은 희귀 암이 폐로 전이되면서 힘든 나날을 보내고 있었다. 최근 그 사실이 외부로 전해지고 온정의 손길이 이어졌지만, 병마는 그를 하늘나라로 데려가고 말았다.

 

그의 쾌유를 비는 동료 선수들과 야구인들의 자선경기와 행사가 있었던 날, 그의 사망소식이 전해지면서 그 안타까움은 더 할 수밖에 없었다. 이제 겨우 20대 중반의 젊은 나이, 오랜 2군 생활을 접고 비상할 기회에서 이두환은 뜻하지 않은 병으로 좌절하고 말았다. 왼쪽 다리를 절단하는 힘겨운 병과의 사투에도 이두환은 재활의 의지를 보였지만, 하늘은 그의 의지에 답해주지 않았다. 

 

이두환은 2007년 두산의 2라운드 지명으로 프로 유니폼을 입은 고졸 타자였다. 당당한 체격에서 뿜어져 나오는 장타력을 바탕으로 청소년대표에서도 중심 타자로 활약했다. 고졸 타자로 2라운드 10순위로 지명받았다는 점은 그의 가능성을 두산이 인정한 탓이었다. 이두환은 우타 거포로서 김동주를 이을 수 있는 유망주로 기대를 모았다.

 

하지만 프로의 벽은 높았다. 2007년 입단 이후 이두환은 주로 2군에 머물렀다. 두산의 야수진의 두터운 선수층을 비집고 들어오기 쉽지 않았다. 2010년 그에게 기회가 찾아왔다. 이두환은 시즌 후반기 13경기에 나서며 25타수만을 기록했지만, 거포로서의 자질을 유감없이 발휘했다. 그 해 이두환은 1군에서 0.320의 타율과 1홈런, 6타점의 기록을 남겼다. 하지만 거침없는 스윙과 타격감은 인상적이었다.

 

 

 

 

 

 

이렇게 야구 인생의 새로운 전기를 마련하는 듯했던 이두환이었지만, 더는 1군에서 기회가 주어지지 않았다. 부상이 이어졌고 두산의 야수진은 여전히 두터웠다. 그가 자리를 잡아야 할 두산의 내야진은 경쟁이 더 치열했다. 2011년 시즌 이두환은 2군에 머물러야 했다. 하지만 가능성 있는 이두환의 1군 기록이 2010년 13경기에서 끝날 것이라고 생각한 이는 거의 없었다.

 

올 시즌을 앞두고 이두환은 2차 드래프트로 KIA로 둥지를 옮겼다. 두산은 차세대 거포로 육성하던 이두환을 40인 로스터에 넣지 않았다. 예상치 못한 선택이었다. 군 제대 선수들의 속속 복귀하는 과정에서 즉시 전력감을 더 보호한 탓이었다. 이두환은 정든 팀을 떠나야 했다. 아쉬움이 있었지만, KIA는 기회의 땅이 될 수 있었다.

 

올 시즌을 앞두고 KIA는 공격력 약화에 고심하고 있었다. 중심 타자들의 잇따른 부상은 거포 부재 현상을 심화시켰다. 이두환이 잠재력을 발휘한다면 1군에서 더 많은 기회를 잡을 여지가 많았다. KIA 역시 이두환에 대한 기대가 컷다. 더 넓게 열린 기회의 문은 이두환의 의욕을 더 크게 할 수 있었다. 2차 드래프트의 성공 사례로 기록될 가능성이 높았다.

 

하지만 이두환은 시즌 준비과정에서 부상으로 공백을 가져야 했고 줄 곳 2군에 머물러야 했다. 그리고 부상인 줄 알았던 부위에 암이 자라고 있음을 알게 되었다. 그를 괴롭히던 통증의 원인을 알았지만, 이미 병은 상당 부분 진행된 다음이었다. 이두환은 외롭게 투병해야 했다. 새로운 팀에서 적응하기도 전에 이두환은 고통의 시간을 홀로 견뎌야 했다.

 

이두환의 투병 소식이 많은 이들에게 전해질 즈음에 이두환의 병세는 크게 악화된 다음이었다. 프로야구가 700만 관중을 돌파하고 최고 인기를 구가할 때, 제10구단 창단을 경축하고 있을 때 이두환은 차가운 병실에서 병마와 홀로 싸워야 했다. 어느 해 보다 화려한 해를 보낸 프로야구였지만, 이두환은 어둠 속에서 사투를 벌이고 있었다.

 

최근에서 그의 사정을 알고 많은 동료와 야구인들이 따뜻한 손길을 내밀었지만, 이두환은 그 손길을 다 잡아보지 못하고 세상과 작별해야 했다. 그라운드에서 그 꿈을 펼쳐야 할 젊은 선수는 그 꿈이 피어나기도 전에 영원히 그라운드를 떠나고 말았다. 그를 아는 많은 이들과 팬들의 성원도 그를 살려내지 못했다.

 

이렇게 젊은 거포의 꿈은 허무하게 꺾이고 말았다. 뜻하지 않은 병이었지만, 안타까운 마음을 지울 수 없다. 스스로 자신의 몸을 잘 챙겨야 하지만 여전히 부족한 구단의 선수관리에 아쉬움이 남는다. 초기에 병을 발견할 수 있었다면 이런 결과를 사전에 막을 수 있을 않았을까 하는 아쉬움이 생긴다.

 

그동안 우리 프로야구는 경기장 시설미비는 물론이고 시스템 측면에서 선수들의 부상과 건강관리에 소홀한 것이 사실이다. 고인이 된 임수혁 선수의 얘는 허술한 프로야구 시스템의 한 단면이었다. 과거 해태의 에이스로 성장하고 있었던 김상진도 부상을 치료하다 뒤늦게 암을 발견했지만, 때를 놓쳐 젊은 나이에 저 세상으로 떠나보낸 경우다.

 

 

 

 

 

 

이두환 역시 지속된 통증을 호소할 때, 조금만 더 세심하게 살폈다면 다른 결과를 만들 수 있었다. 10구단 창단을 눈앞에 두고 있는 우리 프로야구의 어두운 면이 드러났다고 할 수밖에 없다. 프로야구 선수는 프로야구를 이끄는 중요한 자원이다. 이들의 건강을 지킬 수 있는 시스템 마련이 시급하다. 주기적인 건강검진을 의무화할 필요가 있다. 구단의 선수관리가 좀 더 세밀할 필요가 있다. 프로야구 선수협 역시 선수들의 복지에 대해 구체적인 대안을 내놓고 공론화 해야 한다.

 

젊은 거포의 꿈은 더는 실현될 수 없다. 그의 이름도 내년 시즌이 되면 잊혀져 갈 수밖에 없다. 수 많은 선수들이 프로에 들어오고 떠나간다. 이두환 역시 그런 물결속에 일 부분이 될 것이고 몇 줄의 프로필로만 그의 이름이 남을 것이다. 이제 이런 안타까움을 더는 반복하지 말아야 한다.

 

그동안 양적 팽창에만 주력하고 앞만 보고 달렸던 프로야구였다. 이젠 주변을 둘러보고 열악한 조건에서 꿈을 위해 노력하는 보이지 않는 선수들과 같은 음지에 있는 이들에게도 눈길을 보낼 때가 되었다. 그들 역시 프로야구를 발전시키는 중요한 구성원이기 때문이다. 치열한 경쟁만 있는 곳이 아님을 프로야구 스스로 보여줘야 할 때다.

 

이두환은 돌아올 수 없는 곳으로 먼 길을 떠났다. 헛된 바람이지만, 그곳에서는 아프지 말고 마음껏 그라운드를 누비길 기대한다. 제2, 제3의 이두환이 더는 나오지 말아야 한다. 다시 한 번 이두환 선수의 명복을 빈다.

 

Gimpoman/심종열 (http://gimpoman.tistory.com/, http://www.facebook.com/gimpoma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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