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 야구에서 포수 포지션의 중요성은 날로 커지고 있다. 좋은 포수를 보유하지 못한 팀이 상위권에 오를 수 없다는 것은 이제 정설이 되었다. 그 좋은 포수를 키워내는 것은 더 힘들어진 것이 현실이기도 하다. 포수는 다른 야수들과 달리 경험을 통해 선수가 성장한다. 좋은 투수리드는 물론이고 경기 전체를 볼 수 있는 눈이 필요하다. 도루 저지 능력도 있어야 한다. 최근에는 공격력도 중요한 덕목이 되고 있다.
공격과 수비능력을 모두 지난 포수를 보유한 것은 그 팀에 큰 축복이 아닐 수 없다. 하지만 그런 포수를 만들어 내는 것은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니다. 트레이드 절대 불가 선수로 포수가 큰 비중을 차지하는 것도 이런 이유에 있다. 올 시즌 하위권에 쳐진 팀들의 대부분은 포수 문제로 골머리를 앓았다. 주전 포수들의 기량이 기대에 미치지 못했거나 이를 대체할 선수가 부족했다.
DTD의 악몽을 떨쳐내지 못한 LG 역시 이 점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올 시즌 LG는 FA 계약으로 팀을 떠난 조인성의 공백을 절감해야 했다. LG는 기존 포수자원들의 내부 경쟁으로 이를 극복할 수 있다고 여겼지만, 결과는 그렇지 못했다. LG는 노장 심광호부터 신인 조윤준까지 4~5명의 포수가 주전으로 나섰지만, 만족스럽지 못했다.
포수의 불안은 투수력과 더 나아가 팀 전력의 안정감을 떨어뜨렸다. 올 시즌 LG의 4강 진출 실패의 이면에는 포수의 불안이 크게 작용했다. 이런 LG에 또 다른 악재가 스토브리그 동안 발생했다. NC의 특별지명에서 포수 김태군이 지명되면서 포수 자원이 더 줄었다. 김태군은 주전 포수로 가장 많은 경기를 출전한 포수였다. 공격력이 다소 떨어지지만 투수리드와 주자견제 능력에서 높은 점수를 받았었다.
(윤요섭, 공격형 포수로 안착 가능할까?)
LG는 무슨 이유에서였는지 김태군을 보호하지 않았고 NC는 김태군을 지명했다. LG로서는 다소 예상치 못한 결과였다. 당장 급한 불을 꺼야 하는 상황이 되었다. 노장 심광호마저 부상 등의 이유로 은퇴를 결정한 상황, LG는 경험 있는 포수가 필요했다. 당장 올 시즌 1군에서 뛴 경험이 있는 윤요섭, 조윤준이 있었지만, 이들로는 부족함이 있었다.
LG는 백방으로 포수 트레이드를 추진했다. LG는 금기와 같았던 삼성과의 3 : 3 트레이드를 통해 베테랑급 포수 현재윤을 영입하는 데 성공했다. LG의 절실함이 만든 트레이드였다. LG는 당장 내년 시즌 주전으로 뛸 포수를 얻었다. 현재윤으로서도 삼성에서 좁아진 입지를 벗어나 새로운 기회를 잡았다.
현재윤은 수년간 삼성의 주전 포수 진갑용을 뒷받침하는 제2 포수로 쏠쏠한 활약을 했다. 공격은 다소 약했지만 화이팅 넘치는 플레이로 팀에 큰 활력소가 되었다. 하지만 현재윤은 지난해부터 출전 경기 수가 크게 줄어들었다. 급기야 올 시즌에는 1군에서 단 한 경기도 나서지 못했다. 부상의 원인도 있었지만, 2군에서 조차 10경기에 출전에 그쳤다. 사실상 전력 외로 분류되고 말았다.
현재윤의 자리에는 타격이 좋은 이지영과 성실한 플레이가 돋보이는 이정식 등 젊은 포수들이 자리했다. 내년 시즌에도 현재윤의 자리는 없었다. 이런 현재윤에 관심이 있었던 LG는 적극 트레이드를 추진했고 현재윤은 10년 넘게 선수생활을 했던 삼성을 떠나게 되었다. LG와 현재윤 모두 윈윈 할 수 있는 상황이 만들어졌다.
내년 시즌 현재윤은 LG의 주전 포수가 될 가능성이 가장 높다. 부상만 없다면 경험 면에서 타 선수들의 압도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현재윤에 도전하는 2명의 젊은 포수들도 저마다의 장점을 바탕으로 주전을 노리고 있다. LG는 3인의 포수들이 경쟁하면서 포수진 전체의 업그레이드를 기대할 수도 있다.
현재윤이 풍부한 경험과 안정감을 내세운다면 윤요섭과 조윤준은 젊은 패기를 내세울 수 있다. 윤요섭은 경우 올 시즌 후반기 공격형 포수로 가능성을 높였다. 윤요섭은 해병대에서 군 복무를 마친 선수로 관심을 받았던 선수였다. 군 복무의 공백이 있었지만, 타격 능력만큼은 인정받았다. 특히 대타로서 윤요섭은 높은 확률을 보였다. 하지만 많은 주전으로 나서기 위한 수비 포지션이 문제였다.
포수로 프로에 입단하긴 했지만, 타격 능력을 더 인정받으면서 수비에 나서지 못한 윤요섭이었다. 포수 출신인 그에게 타 포지션이 마땅치 않았다. 주로 대타로 나설 수밖에 없었다. 올 시즌 내내 포수 난에 시달리던 LG는 리그 후반기 윤요섭을 포수로 기용하는 강수를 던졌다. 팀의 4강 진출이 좌절된 시점에 윤요섭은 포수로서 가능성을 시험받았다.
윤요섭은 분명 수비에서 문제점을 드러냈다. 블로킹과 주자 견제에서 공백이 느껴졌다. 장점이 타격에도 지장을 주는 모습이었다. 윤요섭은 경기에 나설수록 안정감을 찾았다. 윤요섭은 올 시즌 75경기에 나서면서 타율 0.298을 기록하면서 공격력을 겸비한 포수로서 또 다른 가능성을 발견할 수 있었다. 30대에 접어든 그에게 모험과도 같은 시도였지만, 그 결과는 기대 이상이었다.
올 시즌 경험을 바탕으로 윤요섭은 상대적으로 앞선 공격력 우위로 주전 포수 자리에 도전할 것으로 보인다. 물론, 부족한 수비 능력의 보완이 필수적이다. 풀 타임을 뛸 수 있는 체력도 함께 보강해야 한다. 더 많은 경기, 더 좋은 성적을 위해서도 윤요섭은 포수로서도 능력을 보일 필요가 있다.
이런 윤요섭과 함께 젊은 포수로서 가능성을 보인 조윤준 역시 투지 있는 플레이로 1군 진입을 노리고 있다. 조윤준은 올 시즌 중반까지 2군에 주로 머물렀지만, 시즌 막판 주전 포수의 기회를 잡을 수 있었다. 변화구 공략에 어려움을 겪으며 타격에서는 부족함이 있었지만, 신인답지 않은 투수리드와 수비 능력을 보여주었다. 다만 블로킹과 세세한 부분에는 부족함이 있었다.
(조윤준, 패기로 경험 이길 수 있을까?)
아직 성장이 필요한 조윤준이지만, 젊은 선수에 기회를 주는 것을 주저하지 않는 김기태 감독의 성향을 고려하면 전격 발탁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동계훈련 기간 부족한 부분을 얼마가 채울 수 있을지가 관건이 될것으로 보인다. 더 발전된 모습을 보인다면 올 시즌 23경기 출전보다 더 많은 기회를 주전이나 백업으로 부여받을 가능성이 있다.
이렇게 LG는 현재윤의 영입으로 포수난을 벗어날 계기를 만들었다. 현재윤이 가장 앞서 있지만, 경쟁에 따라 주전 포수 구도가 바뀔 수도 있다. 동계훈련의 성과에 중요하게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내년 시즌을 앞두고 LG는 내부 FA를 모두 잡았고 필요한 부분에 외부 영입을 하면서 전력의 내실화를 추구했다. 선수들의 각오도 단단하다. 외국인 선수 영입만 잘 이루어진다면 달라진 올 시즌보다 나은 모습을 보일수 있는 발판을 마련한 LG다. 그러기 위해 포수 포지션의 안정화는 필요한 부분이다. 떠나간 조인성의 공백을 최소화 해야 한다. 올 시즌 LG는 프랜차이즈 스타인 조인성을 떠나보낸 대가를 제대로 치러야 했다. 조인성은 SK에서 여전한 기량을 과시하면서 SK의 한국시리즈 진출에 크게 기여했다.
LG는 조인성의 활약을 보면서 씁쓸한 마음을 감출 수 없었다. 이제 그런 아쉬움을 씻어내고 새로운 대안을 찾아야 한다. 팀 내 경쟁구도가 만들어졌다는 점은 고무적이다. 과연 현재윤이 굴러 온 돌에서 팀의 새로은 박힌 돌로 주전 포수로 확실하게 자리할지 윤요섭과 조윤준이 젊은 힘으로 새로운 주전 포수가 될지 현재윤이 조금 앞서 가고 있지만, 내년 시즌 개막까지 경쟁은 지속할 전망이다.
Gimpoman/심종열 (http://gimpoman.tistory.com/, http://www.facebook.com/gimpoman)
사진 : LG 트윈스 홈페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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