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리즈 스윕을 노리는 넥센과 홈 3연패를 막으려는 두산의 목요일 대결은 승리 의지가 충돌하는 접전이었다. 타선이 경기를 주도하던 이전 경기와 다르게 목요일은 1점 차의 저득점 경기였다. 넥센은 11개, 두산은 7개의 사사구를 공격 때 얻었지만, 양 팀 모두 차려진 밥상을 제대로 받아먹지 못했다. 연이틀 활발한 공격력을 보여주었던 두산과 넥센의 타선이 함께 주춤했다. 득점이 날듯 말듯 양 팀은 주어진 득점기회를 살리지 못했다. 권투로 치면 잔 펀치를 수없이 주고받는 경기였다.
연장 승부로 이어진 양팀의 대결은 연장 11회 말 정수빈의 끝내기 안타가 나온 두산의 2 : 1 승리로 마감되었다. 연패 탈출을 위한 두산 선수들의 의지가 강했고 더 끈질겼다. 두산은 홈 3연패 위기에서 벗어났고 넥센은 연승에 제동이 걸렸다. 두산은 모처럼 마운드가 버텨주면서 승리의 발판을 마련할 수 있었다. 넥센은 연 이틀 활발하던 타선이 결정력에 문제를 드러내며 아쉬움을 남겼다.
넥센의 나이트, 두산의 노경은, 선발 투수만 놓고 본다면 투수전이 예상되는 경기였다. 하지만 두 투수 모두 최근 내용이 좋지 못했다. 양 팀 타선의 분위기도 상승세였다. 나이트는 시즌 4승을 거두고 있었지만, 들쑥날쑥한 투구로 지난해와 같은 모습을 보이지 못하고 있었다. 지난해 선풍을 일으켰던 노경은 역시 WBC 참가 후유증과 실질적인 2년 차 징크스를 떨쳐내지 못하는 시즌 초반이었다.
선발 투수의 불안감을 안고 시작한 경기는 예상외로 무득점 공방으로 이어졌다. 양 팀 선발 투수들은 매 이닝 주자를 출루시켰지만, 실점하지 않았다. 위기의 순간, 집중력을 잃지 않았다. 두산보다는 넥센의 공격에 더 아쉬움이 많았다. 특히 3회 초 노경은의 제구가 흔들리며 잡은 만루 기회에서 이성열이 삼진으로 물러난 장면은 경기 전체를 놓고 볼 때 중요한 승부처였다. 이후 노경은이 안정을 찾았기 때문이었다.
공격에 대한 넥센의 아쉬움이 쌓이던 5회 말 두산은 선취득점에 성공하며 리드를 잡았다. 두산의 공세를 노련하게 막아내던 넥센 선발 나이트는 발 빠른 선두타자 오재원을 볼넷으로 내보냈고 두산은 양의지의 보내기 번트와 정수빈의 적시 안타로 가볍게 한 점을 선취했다. 정수빈의 재치있는 타격이 빛나는 순간이었다. 이후 두산은 김현수의 적시타로 추가 득점의 기회를 잡았지만, 정수빈이 홈에서 아웃당하면서 더는 공격 흐름을 이어가지 못했다.
하지만 두산의 선취 1득점은 이닝을 거듭할수록 무게감을 더했다. 넥센 타선은 두산 선발 노경은을 공략하지 못했고 두산의 1 : 0 리드는 계속 이어졌다. 문제는 노경은의 투구 수였다. 경기 초반 많은 볼넷을 내준 것이 부담이었다. 두산은 불펜 가동이 불가피했다. 두산의 불펜이 가동된 8회 초 두산의 우려는 현실이 되었다.
8회 초 넥센은 1사 후 이성열의 2루타로 잡은 기회에서 박동원의 적시타로 동점에 성공했다. 두산은 마무리 투수 역할을 하는 오현택을 7회 1사 이후 등판시키면서 승리 의지를 보였지만, 오현택이 8회 초 고비를 넘기지 못했다. 2사 후 하위 타자를 상대로 적시타를 허용했다는 점이 아쉬움을 더했다. 동점을 이룬 양 팀은 불펜 대결로 경기 제2막을 열었다.
7.1이닝 1실점의 나이트 6.2이닝 1실점의 노경은은 모두 승리와 인연을 맺지 못했다. 두 투수 모두 최근 부진했던 투구를 씻어냈다는 점에서 만족해야 하는 경기였다. 경기 후반 양 팀은 필승 불펜 조를 투입하며 상대 타선을 막았다. 넥센은 박성훈, 송신영, 한현희를 차례로 투입했고 두산은 오현택에 이어 홍상삼으로 마운드를 이어갔다.
넥센 불펜진대 홍상삼의 대결 양상이었다. 하지만 내용은 대등했다. 홍상삼의 투구가 빛났다. 부상 복귀 후 불안한 모습을 보였던 홍상삼이었다. 올 시즌 두산의 마무리 투수로 기대를 모았지만, 컨디션을 끌어올리지 못하는 상황이었다. 하지만 1 : 1의 숨 막히는 상황에서 마운드에 오른 홍상삼은 지난해 최강 셋업맨의 모습을 재현했다. 이에 맞서는 넥센 불펜진 역시 만만치 않은 힘으로 맞대응했다.
경기는 연장으로 이어졌다. 연장 11회까지 이어진 긴 승부의 마침표를 찍는 선수는 정수빈이었다. 넥센은 11회 말 마정길을 마운드에 올렸다. 필승 불펜 조의 투입이 아니었다. 경기 후 4일 휴식이 있는 두산과 달리 넥센은 주말 3연전을 고려하지 않을 수 없었다. 두산은 넥센의 방패가 헐거워진 틈을 놓치지 않았다. 선두 이종욱의 2루타로 득점 기회를 잡은 두산은 넥센의 만루 작전을 이겨내며 결승점을 뽑아냈다.
정수빈은 1사 만루에서 끝내기 안타로 팀에 소중한 승리를 안겨주었다. 팀의 2득점이 모두 정수빈의 타격에서 나왔다. 정수빈의 활약에 두산은 안도의 한숨을 쉴 수 있었다. 넥센은 최선을 다했지만, 타선이 집중력이 3일 연속 나오지 않았고 두산의 승리 의지를 끝내 넘지 못했다. 경기 막판 두산의 좌타자 라인을 막을 좌완 불펜투수가 아쉬운 넥센이었다. 에이스 나이트가 좋은 투구내용을 보였다는 것이 위안이었다.
두산은 힘겨운 승부였지만, 이를 이겨내며 승리 분위기 속에 4일 휴식을 취할 수 있게 되었다. 원투펀치 역할을 해야 할 노경은이 회복세를 보였고 홍상삼이 2.2이닝 무실점 투구로 위력을 되찾았다는 것이 승리 이상의 수확이었다. 하지만 좌타자들보다 우타자 라인의 부진이 눈에 띄었다는 점이 옥의 티였다. 이런 아쉬움에도 마운드가 모처럼 제 역할을 했다는 것이 두산에 큰 의미가 있었다.
올 시즌 마운드 붕괴현상에 고심하고 두산으로서는 이번 승리로 마운드가 다시 힘을 되찾을 계기를 마련했다. 4일 휴식 후 경기에 나설 두산의 마운드가 이전과 다른 모습을 보일 수 있을지도 상위권 판도에 큰 영향을 줄 것으로 보인다.
Gimpoman/심종열 (http://gimpoman.tistory.com/, http://www.facebook.com/gimpoman)
사진 : 두산 베어스 홈페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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