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와 SK의 주말 3연전 첫 경기는 경기 마지막까지 긴장된 승부였다. 양 팀 모두 모든 전력을 쏟아부은 경기의 결과는 SK의 5 : 4, 9회 말 끝내기 역전승이었다. 롯데는 다 잡은 승리를 불펜이 지키지 못했고 4연승이 좌절됐다. SK 역시 마무리 박희수의 조기 등판 카드가 실패하며 패배 위기에 몰렸지만, 그동안 나오지 않았던 끈끈한 야구로 경기 막판 롯데 수비진의 빈틈을 파고들어 끝내 역전에 성공했다.
롯데의 선취 득점, 길어진 롯데의 1 : 0 리드
롯데는 유먼, SK는 세든을 선발투수로 내세웠다. 두 투수는 좌완이라는 공통점과 함께 사실상 팀의 에이스 역할을 하는 투수들이었다. 하지만 두 투수 모두 최근 투구 내용은 좋지 못했다. 롯데 유먼은 이전 2경기에서 대량 실점하며 오랜 이닝을 버티지 못했고 세든 역시 1점대 방어율을 유지하고 있지만, 이전 KIA전에서 고전하는 모습이었다.
어느 투수가 초반을 잘 넘어갈 수 있을지가 중요했다. 롯데 유먼은 초반 무난한 모습이었지만, 세든은 힘들었다. 롯데는 1회 초 세든이 볼넷 2개를 내주면 흔들린 사이 전준우의 적시 2루타로 선취득점에 성공했다. 하지만 2볼넷 2안타를 기록한 이닝으로는 부족함이 느껴지는 공격이었다. 황재균의 주루사와 작전 실패가 아쉬웠다.
1회 공격이 아쉽기는 SK도 마찬가지였다. SK는 선두타자 정근우의 안타 출루로 무사에 기회를 잡았지만, 정근우가 무리한 도루로 아웃당하면서 공격 흐름을 이어가지 못했다. 최근 잘 맞고 있는 최정 타석에서 나온 3루 도루는 무리가 있었다. 아쉬움을 주고받았지만, 롯데의 선취 득점은 오랜 이닝 위력을 발휘했다. 양 팀 선발투수들이 안정을 찾으면서 무실점 투구를 이어갔기 때문이었다.
롯데 유먼은 날카로운 체인지업으로 SK 세든은 각도 큰 변화구로 효과적인 투구를 했다. 선발 투수들의 호투 속에 경기는 한 점차 팽팽한 승부가 중반까지 이어졌다.
(3안타 3타점에도 승리의 주역 되지 못한 전준우)
전준우의 2점 홈런, 이어진 SK의 대반격 그리고 동점
불안한 리드를 지키던 롯데는 6회 초 전준우의 2점 홈런으로 더 멀리 달아날 수 있었다. 1회 1실점 이후 안정된 투수를 하던 SK 선발 세든은 초반 많은 투구 수가 부담이 되었다. 위력이 떨어진 세든의 공을 전준우가 놓치지 않았다. 전준우는 1회 1타점 2루타에 이어 6회 2점 홈런으로 롯데 타선을 홀로 이끌었다. 롯데가 승리했다면 전준우는 최고 수훈 선수가 될 수 있었다.
전준우의 활약은 SK의 7회 말 반격으로 빛이 바랬다. 이전까지 무실점 투구를 했던 롯데 선발 유먼은 7회 말 급격히 흔들리는 모습을 보였다. 선두 타자 김상현에 2루타를 허용한 유먼은 김강민, 박정권에 연속 2루타를 허용하며 순식간에 2실점 했다. 유먼은 투구 수에도 여유가 있었고 공에 힘도 있었지만, 7회 말 수비에서 조금 서두르는 모습이었다. 이는 좋았던 투구 리듬을 흔들리게 했다. SK의 노련한 타자들을 그 기회를 제대로 살렸다.
SK 공격은 그것이 끝이 아니었다. SK는 선발 포수 조인성을 대신해 기용한 대타 조성우의 적시 안타로 3 : 3 동점으로 이루는 데 성공했다. 롯데의 우세가 사라지는 순간이었다. 롯데 선발 유먼은 동점 허용 이후 더 흔들렸다. 롯데는 6회 2사 상황에서 정대현을 마운드에 올려 SK 타선의 상승세를 막아야 했다. 이전 두산과의 주중 3연전에서 불펜 소모가 많았던 롯데로서는 반갑지 않은 불펜투입이었다.
승부수의 충돌, 다시 승기 잡은 롯데
동점이 된 경기 후반은 불펜대결로 이닝이 이어졌다. 8회 승부처에서 SK 불펜은 버티지 못했고 롯데 불펜은 고비는 넘겼다. 롯데는 동점을 허용했지만, 위기에 대처하는 불펜의 힘에서 앞서며 다시 승기를 잡을 수 있었다. 8회 초 롯데는 1사 후 전준우의 2루타로 잡은 기회에서 잇따른 대타 기용으로 SK마운드를 흔들며 5 : 4로 다시 한걸음 더 달아났다.
SK는 7이닝 3실점으로 호투한 세든에 이어 박정배를 두 번째 투수로 마운드에 올렸지만, 박정배는 한점차 승부의 중압감을 이겨내지 못했다. 박정배는 박준서, 김대우로 이어지는 롯데의 좌타 대타에 연거푸 볼넷을 허용했다. 자칫 대량실점을 할 위기였다. SK는 마무리 박희수를 동점 상황에 투입하는 승부수로 위기를 탈출하려 했다.
하지만 박희수가 만루에 나온 이승화에 몸맞는공 밀어내기를 허용하며 SK의 승리 의지가 꺾이고 말았다. 평소 박희수의 모습이라면 절대 예상할 수 없는 장면이었다. 이어 나온 황재균을 삼진 처리하며 추가 실점을 막았지만, 승부처에서 마무리 투수의 실점은 팀 사기를 떨어뜨릴 수 밖에 없었다.
이렇게 롯데가 대타 승부수로 득점한 반면 SK는 8회 말 롯데 3루수 황재균의 실책으로 잡은 기회를 득점과 연결하지 못했다. SK는 대주자 김상현 카드를 꺼내 들었지만, 김상현의 도루가 강민호의 호송구에 아웃당하면서 소중한 주자를 잃고 말았다. 8회 공방전에서 얻은 결과물의 차이는 롯데의 승리를 예감하게 했다.
롯데 철벽 불펜의 붕괴, SK의 극적인 역전승
롯데는 1.1이닝 무실점으로 호투한 정대현에 이어 9회 말 이명우를 마운드에 올렸다. 첫 타자인 박정권이 좌타자임을 고려한 기용이었다. 좌완 이명우가 좌타자 박정권을 잡아주면 마무리 김성배가 훨씬 편하게 9회 말을 막아줄 것이라는 계산이 있었다. 롯데의 승리 구상은 교체 유격수 박기혁의 아쉬운 수비로 엉클어지고 말았다.
박정권의 타구는 잘 맞긴 했지만, 유격수 정면 타구였다. 박기혁의 수비력이라면 충분히 잡을 수 있었다. 하지만 박기혁은 그 타구를 글러브에서 빠뜨렸고 내야안타로 만들어주고 말았다. 실책이라고 해도 될 정도로 아쉬운 순간이었다. 결국, 김성배는 더 힘든 상황에서 마무리 투수로 등판해야 했다. 하지만 김성배의 공은 평소보다 위력이 크게 떨어졌고 가운데 몰렸다. 최근 잦은 등판으로 지친 모습이었다.
SK는 보내기 번트에 이은 정상호의 2루타로 4 : 4 동점에 성공했다. 분위기를 반전시킨 SK는 1사 2루에서 나온 정근우의 적시타로 절망을 환희로 바꿨다. 마무리 박희수를 조기 투입한 SK로서는 연장 승부로 간다면 부담이 가중될 수 있었지만, 정근우가 그 고민을 해결해주었다. 정근우의 끝내기 안타는 극적인 승리와 함께 SK 불펜의 과부하를 조금 덜어주는 효과도 가져다주었다.
(무너진 연속 세이브 성공, 김성배)
하위권 탈출 계기 잡은 SK, 지친 불펜이 걱정스러운 롯데
SK는 5위 롯데와의 맞대결 승리고 상위권 추격의 발판을 마련했다. 경기 초반 타선이 부진으로 힘든 경기를 했지만, 후반 SK다운 집중력이 살아나며 중요한 승부를 자신들 것으로 가져왔다. SK는 간판타자 최정이 무안타로 침묵했지만, 1번 타자 정근우가 끝내기 안타 포함 멀티 히트로 타선의 선봉장 역할을 잘해주었고 최근 슬럼프 탈출의 기미를 보이는 박정권이 중요한 순도 높은 2안타로 팀에 승리에 큰 보탬이 되었다.
선발 세든은 3실점 했지만, 이전 경기의 불안감을 떨쳐내는 투구로 7이닝을 버텨주었고 이것이 후반 역전승의 밑거름이 되었다. SK로서는 팀 전체가 마지막까지 포기하지 않는 야구로 역전승을 일궈냈다는 점에서 승리 의미가 더했다.
롯데는 극적 승리의 주연이 되지 못하면서 연승 가도에 제동이 걸렸다. 3안타 3타점으로 쾌조의 타격감을 과시한 전준우의 활약도 빛이 바랬다. 유먼은 7회 고비를 넘기지 못했지만, 6.2이닝 3실점으로 선발 투수의 역할을 해주었다. 정대현의 등판도 성공적이었다. 하지만 마무리 김성배가 연속 세이브를 이어가지 못하고 무너진 것이 아쉬웠다. 역전패의 발단이 수비의 허술함에서 시작되었다는 점도 아쉬움을 더했다.
최근 불펜진 소모가 많았던 롯데로서는 주력 불펜을 투입한 경기에서 끝내기 역전패를 당했다는 점이 패배를 더 아프게 했다. 롯데로서는 다소 떨어진 선수들의 집중력 회복과 함께 지친 모습을 보이고 있는 주력 불펜진 운영을 어떻게 할지가 남은 주말 3연전에 중요한 과제가 될 것으로 보인다.
사진 : 롯데자이언츠 홈페이지, 글 : 김포맨 (심종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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