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와 SK의 주말 3연전 위닝 시리즈의 주인공은 SK였다. SK는 역전과 동점이 반복되는 치열한 접전의 승부에서 8회 말 나온 정상호의 3점 홈런을 앞세워 8 : 5로 승리했다. SK는 불펜진의 난조로 4 : 1로 앞서던 경기를 역전당하며 패배의 위기에 위기에 몰렸다. 하지만 경기 후반 롯데 필승 불펜진 공략에 성공하며 재역전승 했다.
롯데는 경기 초반 선발 투수 이재곤의 난조와 조기 강판으로 어렵게 시작된 경기를 뒤집는 저력을 발휘했지만, 불펜진이 1점 차 리드를 지키지 못했다. 이번 주 등판이 많았던 필승 불펜진은 지쳐있었고 SK의 승리 의지와 집중력을 막아낼 수 없었다. 위닝 시리즈에 실패한 롯데는 상위권 팀들과의 격차를 줄이지 못했고 6위 두산과의 격차가 3경기 차로 줄어들고 말았다.
극과 극의 선발투수 투구 내용이 다른 초반 분위기
선발 투수의 초반 투구내용이 초반 경기 흐름을 SK 쪽으로 이끌었다. 양 팀은 5선발 투수들이 나서는 경기였다. 롯데 이재곤, SK 백인식은 모두 젊은 투수라는 공통점이 있었다. 초반 분위기에 민감한 투수들이었다. 롯데 선발 이재곤은 초반 극심한 난조를 극복하지 못했고 SK 선발 백인식의 예상을 뛰어넘는 호투로 SK의 초반 리드를 이끌었다. 구위나 제구 모두 만족스러운 투구였다.
SK는 이재곤을 상대로 1회 말 4득점 하며 기선제압에 성공했다. SK는 선두 정근우의 안타 출루에 이어 조동화의 볼넷, 최정의 내야안타로 잡은 무사 만루 기회에서 박정권의 2루타로 2점을 선취했다. 이어 나온 김상현이 2타점 적시타로 SK는 초반 대량 득점에 성공했다. 하지만 김상현의 주루사가 공격 흐름을 끊고 말았다. 이재곤은 가까스로 1회를 넘길 수 있었다.
2회 수비에도 이재곤은 불안한 투구를 지속했다. 이재곤은 2사 후 정근우에 안타를 허용한 이후 볼넷 2개를 연거푸 내주며 만루 위기를 자초했다. 롯데는 최근 2군에서 콜업된 김수완을 급히 마운드에 올렸다. 더는 밀릴 수 없다는 벤치의 의지가 반영된 마운드 운영이었다. 김수완은 첫 타석에서 3타점 2루타를 때려냈던 박정권을 범타 처리하며 급한 불을 껐다.
롯데가 선발 투수의 초반 부진으로 고전하는 사이 SK는 선발 백인식의 호투로 편안한 경기를 할 수 있었다. 초반 타선 지원을 받은 백인식은 한결 편안한 투구를 할 수 있었다. 구위나 제구 모두 좋았다. 롯데 타자들을 올 시즌 처음 상대하는 투수에 대한 대응이 잘 이루어지지 않았다. 2회 초 강민호의 솔로 홈런으로 한 점을 만회한 이후 공격력을 보여주지 못했다.
(너무 쉽게 무너지 선발 이재곤)
무너진 양 팀 불펜, 경기는 혼전 속으로
SK의 4 : 1 리드가 이어지던 대결은 중반 이후 잠들어 있던 롯데 타선이 살아나며 접전으로 바뀌었다. 롯데 공격의 시발점은 정훈의 2루타 였다. 6회 초 1사 후 롯데는 정훈의 2루타로 잡은 기회에서 2득점 하며 SK를 턱밑까지 추격했다. 첫 타석에서 SK 선발 백인식에 안타를 때려내며 좋은 타격감을 보여주었던 정훈은 꽉 막힌 타선에 물꼬를 트는 2루타로 팀 공격을 주도했다.
SK는 황재균에 적시 안타를 허용한 이후 흔들리던 선발 백인식을 내리고 불펜진을 투입했지만, 롯데 타선의 기를 더 살려주고 말았다. 두 번째 투수로 등판한 진해수는 좌타자 이승화, 손아섭과의 승부에 실패했다. 이승화에 볼넷, 손아섭의 적시 안타를 허용하며 벤치의 기대에 부응하지 못했다. 하지만 롯데는 손아섭의 적시 안타 때 이승화의 주루사가 나오며 더는 공격 흐름을 이어가지 못했다. 이어 나온 강민호마저 삼진으로 물러나면서 롯데는 1점 차로 추격하는데 만족해야 했다.
밀리는 경기 흐름을 반전시킨 롯데는 6회 말 이재곤에 이어 3.1이닝 무실점 투구로 SK 공격을 잘 막아내던 김수완을 내리고 필승 불펜진을 투입했다. 김수완의 투구 내용을 고려하면 좀 더 끌고 갈 수 있었지만, 적극적인 불펜 운영으로 승부수를 던졌다. 하지만 6회부터 등판한 정대현의 컨디션이 좋지 못했다. 정대현은 첫 타자 김상현을 긴 승부 끝에 볼넷으로 출루시키며 불안하게 이닝을 시작했다.
SK는 김강민에 보내기 번트를 시도하며 추가점을 노렸다. 하지만 김상현이 롯데 포수 강민호에 견제에 걸려 아웃당하면서 공격 흐름이 끊어졌다. 하지만 SK는 김강민, 박진만이 정대현을 상대로 연속 안타를 때려내면서 1사 1, 2루의 기회를 다시 잡았다. SK는 2사 후 박재상의 볼넷으로 만루기회까지 잡았지만, 정대현에 이어 나온 김승회를 정근우가 범타로 물러나면서 아쉽게 이닝을 마쳐야 했다.
SK가 달아나지 못하자 롯데는 7회 초 곧바로 반격에 성공했다. 롯데는 1사 후 전준우의 볼넷, 대타 김대우의 안타로 잡은 1사 1, 2루 기회에서 신본기의 적시 2루타와 정훈의 희생플라이를 묶어 5 : 4로 경기를 뒤집는 데 성공했다. SK는 최영필, 이재영을 두 번째 투수 진해수에 이어 잇따라 등판시켰지만, 고비를 넘지 못했다. 줄곳 리드를 지키던 경기를 역전당한 SK로서는 분위기가 크게 가라앉을 수밖에 없었다.
베테랑의 홈런포 롯데 불펜의 마지막 보루 무너뜨린 SK
역전에 성공했지만, 롯데 역시 불펜진 운영에 어려움이 있었다. 필승불펜 투수들의 과부하 현상이 심화되었기 때문이었다. 3일 연속 투입되었던 마무리 김성배의 등판이 힘든 상황에서 롯데는 김승회가 경기를 사실상 마무리 해야 했다. 하지만 김승회 역시 이번 주 많은 투구로 지쳐있었다. 롯데는 불안한 시선으로 그의 투구를 지켜봐야 했다.
SK는 김승회 공략에 성공하며 다시 경기 흐름을 가져올 수 있었다. 7회 말 나온 박정권의 홈런이 결정적이었다. 박정권은 김승회와 끈질긴 승부를 펼친 끝에 우측 담장을 넘기는 솔로 홈런을 폭발시키며 경기를 다시 동점으로 이끌었다. 김승회의 변화구를 노린 노림수가 적중한 수간이었다. 직구의 위력이 떨어진 김승회는 변화구 비중을 높이며 긴 이닝 투구를 대비했지만, 박정권이 이 패턴을 읽고 있었다.
동점에 성공한 SK는 8회 말 타선의 집중력을 다시 한번 보이며 승부를 사실상 결정지었다. SK는 선두 김강민의 안타와 교체로 출전한 김성현의 안타로 잡은 무사 1, 3루 기회에서 정상호의 3점 홈런으로 안개 속 혼전을 그들 것으로 만들었다. 롯데 배터리는 정상호를 상대로 몸쪽 직구 승부로 땅볼을 노렸지만, 주말 3연전 내내 좋은 타격감을 유지하고 있었던 정상호는 그 공을 노리고 있었다. 정상호가 걷어 올린 타구는 좌측 담장을 넘겼고 그것으로 끝이었다.
SK는 이재영의 8회 초 무실점 투구에 이어 마무리 박희수가 9회 초 삼자 범퇴로 경기를 마무리하면서 위닝 시리즈를 완성했다. 박정권은 홈런포함 2안타 3타점으로 타선을 이끌었고 길었던 슬럼프에서 완전히 벗어난 모습을 보였다. 주말 3연전 내내 득점기회에 강한 모습을 보였던 정상호는 결승 3점 홈런으로 베테랑의 힘을 유감없이 발휘했다.
(지친 김승회, 그에게 필요한 건 휴식)
지친 롯데의 불펜, 반전의 계기 마련한 SK
롯데는 경기 후반 집중력을 보이며 역전을 이루는 데 성공했지만, 믿었던 불펜진이 무너지며 아쉬운 패배를 당하고 말았다. 경기 패배와 더불어 정대현, 김승회, 김성배로 이어지는 필승 불펜진이 지쳐있다는 것이 롯데에 큰 불안요소가 될 가능성이 높아졌다. 롯데는 최근 경기에서 높은 승률을 유지하고 있지만, 필승 불펜 조를 뒷받침할 불펜진을 활용하는 불펜운영이 필요해 보인다.
SK는 부진했던 주력 타자들이 회복세를 보이고 있다는 점이 긍정적이었다. 여기에 특유의 끈끈한 야구가 살아나고 있다는 것도 다음 경기를 기대하게 했다. 현재 상위권과의 격차가 크지만, 해마다 위기를 딛고 상위권에 이름을 올렸던 그들의 저력이 살아난다면 프로야구 순위 판도에 큰 영향을 줄 가능성은 여전히 남아있다.
주말 3연전 내내 접전을 펼쳤던 롯데와 SK였다. 롯데는 상승세가 지속되는 과정에서 숨겨져 있었던 문제들을 보완할 필요가 있고 SK는 다시 잡은 상승세의 기회를 이어가야 하는 과제가 남겨졌다.
사진 : 롯데 자이언츠 홈페이지, 글 : 김포맨(심종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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