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시즌 LG의 야구는 과거 전성기 시절 신바람 야구 그 자체다. 5월에서 6월을 관통하는 동안 LG는 패배를 모르는 팀이었다. 완벽한 투.타 조화 속에 무섭게 승수를 쌓아갔고 상위권 판도를 뿌리부터 흔들었다. 현재 3위에 자리하고 있지만, 최근 LG의 기세는 1위 삼성도 막을 수 없을 정도가 되었다. 현재 LG는 가장 상대하고 싶지 않은 팀이 되었다. 상승세 때 맞이한 4일 휴식이 너무나 아쉬울 정도다.
5월 중순까지만 해도 하위권을 전전하던 팀이라는 것이 믿기지 않을 정도다. LG의 선전은 그동안 팀의 부진으로 숨죽이고 있던 LG의 팬들의 열정까지 다시 깨어나게 했다. LG 팬들은 이제 그들의 승리에 열광하며 팀을 마음껏 응원할 수 있다. 오랜 숙원인 가을 야구 역시 그 어느 때보다 가까워졌다. 팀의 상승세는 올스타 팬 투표에도 변화를 가져왔다. 현재 서군 엔트리는 모두 LG 선수들로 채워져 있다.
성적과 인기구단의 명성을 되찾은 LG의 올 시즌 돌풍은 이제 일시적인 현상이 아닌 수년간 고정되어 있던 순위 판도를 바꿀 가능성을 높이고 있다. 소위 말하는 DTD(내려갈 팀은 내려간다)의 오랜 저주마저 날려버릴 기세다.
알찬 전력 보강, 신.구의 조화로 완성된 조직력
시즌 초반 LG는 상위권 후보가 아니었다. 다크호스 정도였다. 하지만 LG는 비시즌 기간 알차게 전력을 보강했고 묵묵히 팀 조직력을 만들어 갔다. 삼성으로부터 포수 현재윤, 내야수 손주인을 트레이드로 받아들였고 베테랑 불펜투수 정현욱을 FA로 영입했다. 삼성과의 선수 교류를 하지 않았던 전통을 깬 결정이었고 이들은 LG의 전력은 핵심으로 자리했고 올 시즌 알토란 같은 활약을 하고 있다.
과거 LG는 선수 영입에있어 이름값을 우선시했다. 화려한 선수구성은 가능했지만, 팀 성적과 연결되지 않았다. 이번에 LG는 팀이 필요한 선수를 영입하는 데 주력했다. 이름보다 내실이 우선이었다. 우승팀의 노하우를 지난 선수들의 영입은 기존 선수들에 긍정의 자극제가 될 수 있었다. 느슨했던 팀 내 경쟁구도가 강화되면서 선수단 전체에 긴장감을 불어넣을 수 있었다.
외부로부터 선수 영입과 함께 LG는 젊은 선수들의 잠재력 폭발로 전력의 내실을 기할 수 있었다. 가지고 있는 잠재력을 폭발시키지 못하던 정의윤은 팀의 4번 타자로 자리했고 김용의, 문선재는 1루수 플래툰 시스템 속에서 선의 경쟁자로 놀라운 기량발전을 보였다. 이들은 팀 타선의 활력소를 넘어 LG 타선의 중심 선수로 자리했다.
공.수에서 기복이 심했던 유격수 오지환도 한층 안정된 기량을 선보이며 팀의 1번 타자로 팀 타선의 선봉장 역할을 확실히 해주고 있다. 최근에서 2군에서 쾌조의 컨디션을 보이던 작은 이병규가 1군에서 타선에 힘을 실어주고 있다.
젊은 선수들의 활약과 함께 베테랑 선수들의 선전도 팀을 더 강하게 만들었다. 부상으로 시즌 중반 합류한 이병규는 마흔을 앞둔 나이가 무색할 정도의 공격력을 보여주고 있다. 이병규는 3할 중반에 이르는 고타율을 유지하며 박용택과 함께 LG 중심타선을 이끌고 있다. 여기에 올 시즌 FA 계약에서 팀에 잔류한 정성훈, 이진영도 내.외야에서 자신이 해야할 역할을 확실히 해주고 있다.
신진급 선수의 기량향상과 함께 기존 선수들의 분전은 LG 라인업을 신.구 조화가 잘 이루어지는 이상적인 구조로 만들었다. 베테랑 선수들의 이에 그치지 않고 강한 리더십으로 선수들을 하나로 모았고 모래알 같았던 LG의 조직력도 단단해졌다. 선수들의 승리에 대한 강한 근성으로 뭉쳤고 패배하는 경기도 쉽게 내주지 않는 끈끈한 팀이 되었다. 특정 선수의 활약에 의존하는 것이 아닌 진정한 팀이 된 느낌이다.
강해진 마운드 사라진 뒷문 불안
수년간 LG는 공격력에 비해 힘이 크게 떨어지는 마운드가 고민이었다. 올 시즌 초반도 마찬가지였다. 불펜진은 정현욱의 영입과 봉중근의 성공적 마무리 투수 정착으로 고민을 덜었지만, 선발 마운드는 리즈, 주키치 두 외국인 선수를 제외하면 믿음을 주지 못했다. 그나마 믿었던 주키치가 부진에 빠지면서 LG선발진은 붕괴 위기에 몰리기도 했다.
국내파 선수들의 선전과 류제국의 가세는 LG 선발 마운드를 변화시켰다. 잠수함 듀오 유규민, 신정락은 기대 이상의 호투로 선발 로테이션을 꾸준히 지켰다. 이는 두 외국인 투수에 의존하던 LG에 큰 힘이 되었다. 시즌 중반 긴 공백기를 딛고 팀 선발진에 합류한 류제국 역시 성공적으로 선발진에 정착했다. 올 시즌 적응기를 거쳐야 한다는 평가가 많았지만, 류제국은 팀의 든든한 선발 투수로 자리했다.
선발 마운드의 안정은 불펜진의 과부하를 줄여주었다. 이는 고질적인 뒷문 불안을 극복하는 데 큰 힘이 되었다. LG는 경기 지난해 필승 불펜으로 활약하던 유원상이 부상으로 1군에 복귀하지 못했지만, 정현욱, 봉중근이 승리 불펜으로 중심을 잡아주고 베테랑과 신예들이 조화된 불펜진을 적재적소에 활용하면서 중반 이후 승부에도 자신감을 가질 수 있게 되었다.
올 시즌 LG는 팀 방어율 1위를 기록할 정도로 강력한 마운드를 구축했다. 마운드의 안정은 LG의 상승세의 중요한 버팀목이 되고 있다. 계속된 부진으로 2군행을 자처했던 주키치가 본래 모습을 되찼고 부상에서 회복중인 유원상이 불펜진에 가세한다면 LG 마운드는 한층 더 강해질 수 있다. 마운드가 더 강해질 수 있다는 점은 LG의 올 시즌 남은 일정을 더 희망적으로 만들고 있다.
강력한 DTD의 저주 풀어낼까?
무서운 상승세를 유지 중인 LG지만, 해마다 반복되는 여름철 이후 추락을 거듭했던 과거 이력은 작은 불안감으로 남아있다. 수년간 LG는 시즌 초반 기세를 이어가지 못하고 주저앉기를 거듭했다. 지난해도 다르지 않았다. 올 시즌은 분명 다른 행보를 보이고 있지만, 팀 상승세가 꺾이고 위기가 찾아오면 나쁜 기억이 되살아 날 수밖에 없다.
하지만 LG는 이미 시즌 초반 위기를 극복하며 예방주사를 맞았다. 성적부진과 함께 발생한 승리 세레머니 논란은 팀을 더 강하게 하는 계기가 되었다. 시즌 후반 닥칠 위기를 미리 경험하고 이겨냈다는 것은 앞으로 위기 극복에 큰 도움이 될 수 있다.
전력적인 면에서 과거와 달리 선수층도 두터워졌고 마운드는 몰라보게 강해졌다. 선수들의 경기에 임하는 자세도 적극적이고 진지한 LG다. 지난해 시행착오를 극복하고 팀을 하나로 모은 김기태 감독의 지도력도 선수들과 잘 조화를 이루고 있다. 주력 선수의 부상소식도 들리지 않는다. 웬만한 돌발 악재가 아니라면 현재 LG의 상승세는 계속될 가능성이 높다.
LG에게 주어진 이번 주 4일간의 휴식은 상승세를 지속하지 못한 아쉬움 보다는 지친 불펜진과 주력 선수들이 힘을 충전 할 기회가 될 수 있다. LG로서는 4일 휴식 후 맞이하는 SK와의 주말 3연전이 중요하다. 최근 SK는 주력 선수들이 제 페이스를 찾으면서 서서히 강팀의 저력을 보이고 있다.
무엇보다 5월의 LG처럼 SK는 절박하다. 상위권 팀과의 대결에서 승리가 필요하다. 이 시점에서 만난 LG는 SK에게 상위권 도약을 위해 넘어야 할 산이다. 전력 약화로 흔들리던 SK가 아니다. 더 밀리면 안되는 상황에서 승리 의지도 어느 때보다 강하다. 4일 휴식 후 경기감각이 떨어진 상황에서 경기 집중력이 높아진 SK를 상대로 LG가 고전할 가능성이 있다. 하지만 LG가 SK와의 3연전을 잘 넘긴다면 다음 상대는 사실상 내년 시즌 준비 모드로 돌입한 한화다. DTD의 주술을 깨뜨릴 수 있는 대진이다.
LG가 4일 휴식의 효과를 상승세 유지의 중요한 자양분으로 삼을 수 있을지 아니면 좋았던 분위기가 가라앉는 악재로 작용할지 올 시즌 LG의 모습은 전자의 가능성이 높다. LG가 올여름 지긋지긋한 저주를 떨쳐내고 가을 야구를 위한 행보를 계속 이어갈지 주목된다.
사진 : LG 트윈스 홈페이지, 글 : 김포맨(심종열)
'스포츠 > 야구' 카테고리의 다른 글
손민한, 베테랑의 역투도 막지 못한 NC 연패 [NC대두산 6월 29일] (0) | 2013.06.30 |
---|---|
미지의 선수에서 최고 1번 타자로 거듭난 NC 김종호 (3) | 2013.06.29 |
안갯속 승부 승리의 길 잃은 롯데, 길 찾은 SK [롯데 vs SK 6월 23일] (2) | 2013.06.24 |
막판 집중력 차이가 가른 승부, 좌절된 롯데 연승 [롯데 대 SK 6월 21일] (0) | 2013.06.22 |
연이은 악재에 신음했던 넥센, 휴식이 보약 될까? (1) | 2013.06.18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