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하위 한화의 고춧가루가 1위 LG의 발목을 잡은 목요일 프로야구는 3위 두산이 다시 상승세를 이어가면 선두권에 가세하며 1위 삼파전의 가능성이 높였다. 4위 넥센은 연장 접전 끝에 NC를 누르며 4위 자리를 더 공고히 했다. 이런 넥센을 추격하는 롯데와 SK의 5, 6위 팀 간 대결은 상위권 팀들의 경기 이상을 관심이 가는 승부였다.
양 팀은 전날 경기에서 패배의 아픔을 안고 서울에서 부산으로 먼 길을 이동한 상황이었다. 몸과 마음이 모두 피곤할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멀어진 가을 야구 희망을 되살리기 위해 서로를 넘는 것 외에 다른 방법이 없었다. 승리에 대할 절실함이 클 수밖에 없었고 포스트 시즌과 같은 긴장감이 감도는 경기였다. 이런 긴장된 승부의 결과는 SK의 6 : 3 승리였다.
SK는 초반 롯데 마운드가 흔들리며 득점한 3점을 기반으로 에이스로 돌아온 김광현이 호투를 더해 초반 기선제압에 성공했고 경기 마지막까지 주도권을 놓치지 않았다. SK는 안타 수 15대8 이 말해주듯 공격력에서 롯데를 압도했다. SK 선발 김광현은 제구에 다소 어려움이 있었지만, 6이닝 동안 7피안타 5탈삼진 실점으로 버텨내며 시즌 10승에 성공했다.
SK는 김광현의 퀄리티스타트에 이어 불펜진이 안정된 투구를 하면서 롯데 공격을 효과적으로 막았고 필요한 순간 타선이 득점에 성공하는 투. 타 조화를 보였고 목요일 승리로 롯데는 밀어내고 5위로 자리바꿈에 성공했다. 롯데는 선발 홍성민이 경기에 대한 중압감을 이겨내지 못하고 3실점으로 무너졌고 경기 후반 승부처에서는 불펜진이 고비를 넘기지 못했다. 타선 역시 중반 이후 침묵하며 경기 흐름을 돌려놓지 못했다. 투.타에서 모두 밀린 롯데가 승리하기는 힘들었다. 롯데는 가을 야구의 작은 희망마저 SK에 넘겨줬다.
(갑작스러운 등판에도 관록의 호투 보여준, 김사율)
중압감을 극복 못한 홍성민
관록투로 위기 넘긴 김광현
승리가 필요한 경기, 선발 투수의 부담은 그 어떤 경기보다 클 수밖에 없었다. 바꿔 말해 선발 투수의 초반 투구 내용이 중요했다. 롯데 선발 홍성민은 초보 선발의 한계를 드러냈고 김광현은 좋은 못한 컨디션에도 관록으로 초반 고비를 넘겼다. 선발투수의 역량 차이는 초반 SK가 경기 흐름을 가져가는 데 영향을 주었다.
1회 초 SK는 롯데 선발 홍성민의 난조를 틈타 3득점 했고 초반 기선제압에 성공했다. SK는 1사 후 4안타를 몰아치며 홍성민을 압박했다. 타자들의 집중력이 최고조에 있는 경기에서 홍성민은 기 싸움에서 밀리고 말았다. 결국, 홍성민은 1회를 넘기지 못했다. 4피안타, 볼넷 2개의 기록을 남기고 강판당했다. 롯데는 불리한 선발 맞대결이었지만, 예상치 못한 선발투수의 난조가 당혹스러울 수밖에 없었다.
롯데는 김사율을 급히 마운드에 올렸다. 김사율은 준비할 사이도 없는 등판이었지만, 경험 많은 투수답게 추가 실점 없이 1회를 넘겼다. 김사율은 이후 3회까지 무실점 투구를 하면서 마운드를 안정시켰다. 타선이 힘이 필요한 롯데였다. 하지만 롯데의 공격은 원활하지 못했다. 1회 말 롯데는 선두 황재균의 2루타와 3번 손아섭의 내야 땅볼로 한 점을 추격했고 전준우, 박종윤의 연속 안타로 김광현을 압박했다.
하지만 강민호가 범타로 물러나면서 더는 득점하지 못했다. SK 선발 김광현의 구위나 제구 모두 최고 컨디션과 거리가 있었지만, 관록의 투구로 이를 극복했다. 김광현은 1회 말 실점 이후 슬라이더 비율을 높이며 다소 서두르는 롯데 타선에 범타를 이끌어냈고 2회와 3회를 무실점으로 막았다.
포수들의 홈런 공방전, 한 점차로 SK 추격한 롯데
경기는 다시 접전으로
1회에 득점을 주고받은 양 팀 타선은 잠시 숨 고르기에 들어갔다. 양 팀은 4회 초, 말에 득점을 다시 주고받았고 경기는 다시 접전 양상으로 변했다. 4회 초 SK는 선두 정상호의 솔로 홈런으로 4 : 1로 앞서 갔다. 하지만 이어진 기회에서 SK는 확실한 우위를 점할 기회를 놓쳤다. 홈런 허용 이후 다소 제구가 흔들린 김사율을 상대로 SK는 2개의 볼넷을 얻었지만, 결정타는 나오지 않았다. 이는 롯데의 반격을 불러왔다.
롯데는 4회 말 공격에서 선두 전준우의 볼넷과 1사 후 나온 강민호의 2점 홈런으로 1점 차로 SK를 추격했다. 다소 불안한 가운데도 관록으로 버티던 김광현의 높은 실투가 강민호의 스윙 궤적에 걸려들었다. 기세가 오른 롯데는 2명의 주자를 더 출루시켰지만, 더는 득점을 하지 못했다. 양 팀은 4회 공격에서 모두 아쉬움을 남겼다.
타선의 분전에 힘을 얻은 롯데 두 번째 투수 김사율은 5회와 6회를 무실점으로 막아내며 실질적인 선발 투수 역할을 확실히 해주었다. 5회 초에는 3루수 황재균의 멋진 수비까지 더해지며 경기 흐름이 롯데로 넘어오는 듯 보였다. 하지만 5회 말 롯데는 2사 후 전준우의 2루타와 박종윤의 내야안타 때 동점 기회를 놓치며 흐름을 가져오지 못했다.
박종윤의 안타는 SK 2루수 정근우의 글러브를 맞고 굴절된 타구였다. 2사에 발 빠른 2루 주자 전준우가 빠른 스타트를 한 상황, 홈을 노릴 수 있었다. 하지만 롯데 3루 베이스 코치는 전준우를 멈추게 했다. 전 타석에서 홈런을 때려낸 강민호가 다음 타석에 있음을 고려한 결정이었지만, 강민호는 범타로 물러났고 SK의 리드와 김광현의 승리투수 요건은 그대로 유지됐다.
동점 위기를 넘긴 김광현은 6회 1사까지 마운드를 지키며 7피안타 3실점으로 이기는 상황에서 마운드를 물러날 수 있었다. 피안타가 많았지만, 포수 정상호와 좋은 호흡을 보이며 위기를 잘 넘겼다. 롯데 두 번째 투수 김사율 역시 어려운 상황에서 마운드에 올랐지만, 5.1이닝 3피안타 실점의 호투로 기대 이상의 호투를 했다.
양팀은 이후 불펜을 가동하며 실점을 막았다. SK는 윤길현에 이어 박정배로 이어지는 필승 조를 연이어 마운드에 올렸고 롯데 역시 이명우, 정대현을 차례로 마운드에 올렸다. 양 팀 승리 불펜조 대결을 결과는 승패를 가르는 마지막 변수였다. SK 불펜은 완벽했지만, 롯데 불펜은 그렇지 못했다.
(빛바랜 2점 홈런, 강민호)
무너진 불펜, 마지막 희망 잃은 롯데
막판 집중력, 마지막 희망 되살린 SK
필승 불펜 조가 모두 투입되며 팽팽하게 이어지던 경기는 SK의 추가 득점이 이어지며 승부의 추가 SK 쪽으로 급격히 기울었다. 8회 초 SK는 박재상, 정상호의 연속 안타와 대타 한동민의 적시 안타가 이어지며 1점을 더 추가했다. 롯데는 이명우에 이어 정대현을 마운드에 올렸지만, SK는 대타, 대주자를 연이어 투입하면서 추가 득점에 성공했다. 정대현은 실점을 막아야 하는 상황에 등판했지만, 좌타자 한동민의 벽을 넘지 못했다. 한동민의 적시타가 나온 장면에서 사실상 승부가 결정된 것이나 다름없었다.
필승 카드가 무너진 롯데는 9회 초 신예 이상화를 마운드에 올렸다. SK는 이상화를 상대로 조인성이 적시타를 때려내며 쐐기 득점에 성공했고 롯데의 추격의지를 완전히 꺾었다. SK는 9회 말 마무리 박희수를 마운드에 올렸고 박희수는 3점 차 편안한 상황에서 시즌 21세이브를 수확할 수 있었다. 공격에서 SK는 박정권, 김강민이 각각 3안타, 4안타를 몰아치며 타선을 이끌었고 하위 타선의 정상호는 솔로 홈런 포함 2안타로 그 뒤를 받혀주었다. 많은 잔루가 흠이이었지만, 전반적으로 투.타의 조화가 좋았다.
목요일 승리로 SK는 5위 롯데를 6위로 밀어내며 4위 추격의 불씨를 되살렸다. 4위 넥센과 4.5게임 차는 분명 큰 격차지만, SK가 무서운 상승세를 타고 있다는 점을 고려하면 4위 넥센이 무조건 안심할 수 있는 상황이라 할 수 없게 되었다. 반면 롯데는 수요일 넥센과의 대결에서 아쉬운 패배를 당한 후유증을 씻어내지 못했다. 전체적으로 팀 분위기기가 크게 쳐진 느낌이었다.
김사율의 역투와 타선에서 황재균, 전준우, 박종윤의 멀티 히트, 강민호의 2점 홈런이 있었지만, 떨어진 분위기를 되살리지 못했다. 타선을 이끌어야 할 손아섭이 무안타로 침묵하고 부상으로 주전 2루수 정훈이 교체된 것도 악영향을 주었다. 롯데는 SK전에서 실낱같은 희망을 되살려보려 했지만, 목요일 패배로 더 깊은 수렁으로 빠져들었다.
롯데는 금요일 경기에서 에이스 유먼에게 마지막 희망을 걸어야 할 것으로 보인다. 유먼마저 승리를 가져다주지 못한다면 롯데는 내년 시즌을 기약해야 할 처지가 될 가능성이 높다. SK는 롯데전 연승으로 상승세를 계속 이어가야 한다. 선수들의 의욕도 충만하여 있고 마운드가 안정되었다는 점이 기대감을 높이고 있다. 롯데와 SK의 목요일 경기는 같은 4위 추격자의 희비를 극명하게 엇갈리게 했다.
사진 : 롯데 자이언츠 홈페이지, 글 : 김포맨(심종열), 이메일 : youlsim74@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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