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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프로야구에서 가장 극적인 한 해를 보낸 팀은 두산이었다. 특히 가을 야구에서 두산은 가장 빛나는 팀이었다. 준PO에서 한국시리즈에 이르는 두산의 포스트시즌 여정은 기적과도 같았다. 비록 한국시리즈 마지막 고비를 넘지 못하고 준우승에 머물렀지만, 두산 팬들은 역대 가장 길고 뜨거웠던 가을 야구를 즐길 수 있었다. 


하지만 포스트시즌의 흥분이 채 가라앉기도 전에 두산은 엄청난 변화의 소용돌이 속으로 빠져들었다. 포스트시즌 기적을 일궈냈던 주역들이 하나 둘 팀을 떠났다. FA 이종우, 손시헌, 최준석을 시작으로 베테랑 외야수 임재철, 선발 원투 펀치로 활약하던 김선우는 잠실 라이벌 LG 유니폼을 입었다. 이 외에도 두산의 황금기를 이끌었던 좌완 불펜 이혜천과 두산의 1차 지명 선수였던 서동환도 삼성으로 이적했다. 거포 유망주 윤석민 또한 넥센으로 트레이되어 떠났다. 


이 모든 것이 한국시리즈가 끝나고 한 달도 안된 사이 벌어진 일이었다. 이런 변화의 물결은 한국시리즈 준우승을 이끌었던 김진욱 감독의 전격 경질로 이어졌다. 그리고 선택된 감독은 우리 야구팬들에 생소한 송일수 두산 2군 감독이었다. 두산은 포스트시즌의 기억을 뒤로하고 과감한 팀 개편을 선택했지만, 반발 여론이 만만치 않다. 구단 프런트에 대한 두산 팬들의 여론은 아직도 차갑다. 


고액 연봉을 받았던 선수들의 대부분 정리된 탓에 두산 그룹 위기설과 맞물리면서 각종 억측도 나오는 상황이다. 각 팀별로 스토브리그에서 변화의 과정을 겪지만, 두산의 변화는 예상을 한 참 뛰어넘는 수준이었다. 어떤 변화가 더 있을지 두산 팬들은 걱정어린 시선이 더 많은 사실이다. 많은 우려속에서도 두산은 두터운 선수층을 바탕으로 체질 개선을 계속 시도하고 있다. 


 

 

(느림의 미학 제대로 보여준 유희관) 



두산의 강력한 팜시스템은 야수 부분에서 돋보였다. 상당 수 선수가 이탈했지만, 두산이 자신감을 가질 수 있는 원천이기도 하다. 하지만 마운드에 있어 두산은 유망주 육성이 원할하지 않았다. 타 팀의 공통된 고민이지만, 선발 투수가 항상 부족한 두산이었다. 2012시즌 이용찬, 노경은이 강력한 선발 투수로 거듭나면서 선발 야구의 가능성을 보였지만, 이용찬의 부상으로 이탈하면서 선발진이 헐거워진 두산이었다. 


올 시즌 두산은 에이스 니퍼트와 짝을 이룰 외국인 투수의 부진으로 고심을 거듭해야 했다. 시즌 초반 원투펀치 역할을 해야 할 노경은도 WBC 참가 후유증으로 부진했고 베테랑 김선우 역시 구속저하와 부상이 겹치면서 선발진에 힘을 보태지 못했다. 강력한 타선의 힘으로 버티긴 했지만, 장기 레이스에서 마운드의 불안은 두산의 큰 약점이었다. 


이런 두산의 마운드에 새롭게 가세한 유희관은 가뭄 끝에 내린 단비 그 이상이었다. 유희관은 불펜투수로 시즌을 시작했지만, 시즌 중반 이후 선발 로테이션에 가세하면서 에이스 니퍼트가 부상으로 출전하지 못한 시즌 후반기 사실상 에이스 역할을 했다. 유희관은 올 시즌 41경기에 나서며 10승 7패 1세이브 3홀드 방어율 3.53의 성적을 남겼다. 사실상 첫 풀 타임 시즌에 나선 선수라고 믿기지 않는 활약이었다. 


유희관의 활약은 포스트시즌에서도 계속 이어졌다. 유희관은 준PO부터 한국시리즈에 이르기까지 두산 마운드의 중심이었다. 유희관은 심리적 압박감이 큰 경기에서도 흔들림 없는 투구로 에이스 역할을 해주었다. 비록 한국시리즈 2경기에서 아쉬움을 남겼지만, 야수들의 실책과 벤치의 판단 실수에 기인한 부분이 컸다. 


이렇게 유희관은 정규리그, 포스트시즌 맹활약을 바탕으로 신인왕 후보로 NC의 이재학과 자웅을 겨루기도 했다. 수상에는 실패했지만, 유희관은 두산은 미래를 이끌 선발 투수로 자신의 존재감을 확실히 알렸다. 유희관은 성공이 더 주목받는 것은 투수의 성공 요건을 갖추지 못한 상황에서 이뤄낸 결과라는 점이다. 


유희관은 좌완 투수라는 장점이 있지만, 직구 구속이 130킬로대 중반으로 빠르지 못하다. 타자들의 기량이 나날이 발전하는 상황에서 큰 단점이라 할 수 있다. 하지만 유희관은 타자들의 타이밍을 빼앗는 능력에서 탁월한 모습을 보였다. 속도의 가감을 통해 130킬로대 직구를 강속구로 둔갑시켰다. 제구가 동반된 변화구와 과감성, 코너를 찌를 제구를 동반한 유희관의 공에 타자들은 어려움을 겪어야 했다. 



유희관의 성공요인

130킬로의 직구를 150킬로의 직구로 만드는 속도 가감 능력

날카로운 제구력과 위기에서도 흔들리지 않는 대범함 



그 돌풍이 오래가지 못할 것이라는 예상을 깨고 유희관은 시즌 내내 자신의 페이스를 유지하며 선발 투수로 확실하게 자리를 잡을 수 있었다. 좌완 원 포인트 릴리프 정도의 활용도를 스스로 극대화 시킨 유희관이었다. 유희관은 2009년 대졸 선수로 입단할 당시 큰 주목을 받지 못한 선수였다. 지명 순서도 2차 6라운드 42순위였다. 빠른 공이 없는 평범한 좌완 투수에 대한 평가는 냉정했다.


입단 후에도 유희관은 좌완 투수가 아쉬운 두산에서 출전기회를 잡지 못했다. 2009, 2010시즌을 큰 활약 없이 보낸 유희관은 상무행을 선택했고 2년동안 기량을 발전시켰다. 상무에서 2년은 유희관이 새롭게 태어나는 계기가 되었다. 유희관을 그곳에서 2년간의 경험을 바탕으로 선발투수로서의 가능성을 찾았고 올 시즌 그 이름을 확실하게 알릴 수 있었다. 


이렇게 유희관은 무명의 시간과 자신의 단점을 극복하고 두산의 선발 투수로 자리했다. 그의 올 시즌 연봉이 2600만원에 불과하다는 사실은 그의 활약이 얼마나 대단했는지 바로 보여주는 예라 할 수 있다. 긴축재정에 들어간 두산으로서도 그의 올 시즌 활약을 외면할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상당폭의 연봉 상승이 기대된다. 


2013시즌 엄청난 활약을 했지만, 이제 유희관은 프로선수로서 첫발을 내디딘 것이나 다름없다. 타 팀들은 유희관 공략을 위해 상당한 연구를 할 것으로 보인다. 내년에도 좋은 모습을 보이기 위해서는 더 많은 노력이 필요한 유희관이다. 하지만 긴 인고의 시간을 이겨낸 유희관이기에 쉽게 무너질 것으로 보이지 않는다. 


유희관은 올 시즌 두산의 최고 히트상품이라고 해도 될 정도의 모습을 보였다. 내년 시즌 젊은 팀으로 새롭게 변신할 두산에서 유희관은 주축을 이룰 선수다. 그에 대한 기대도 훨씬 더 커질 수밖에 없다. 유희관이 젊은 선수들이 흔히 겪는 2년 차 징크스를 이겨내고 내년에도 선발 투수로서 활약을 이어갈 수 있을지 주목된다. 


사진 : 두산베어스 페이스북, 글 : 심종열, 이메일 : youlsim74@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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