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과 창원을 연고로 한 롯데와 NC의 2014시즌 첫 대결은 정규 이닝에서 승부를 가리지 못하고 연장 12회까지 이어진 접전이었다. 양 팀은 가지고 있는 전력을 모두 쏟아부었고 강한 승리 의지로 맞섰다. 그리고 그 결과는 3 : 3 동점에서 연장 12회 초 2득점 한 NC의 5 : 3 승리였다. NC는 지난 주말 LG전 3연승에 이어 연승의 숫자를 하나 더 늘렸고 1위 자리도 지켜냈다.
롯데는 0 : 2로 뒤지던 7회 초 2사 만루에서 나온 전준우의 극적인 3타점 3루타를 앞세워 승리 일보 직전까지 이르렀지만, 9회 초 마무리 김성배가 대타로 들어선 NC의 외국인 타자 테임즈에 동점 솔로 홈런을 허용하면서 원치 않는 연장 승부를 해야 했다. 롯데로서는 불펜진을 모두 투입하고도 승리하지 못하면서 큰 타격을 입었다.
롯데와 NC의 선발 투수 옥스프링과 웨버는 각각 6이닝 2실점 7이닝 3실점의 퀄리티 스타트에 성공했지만, 경기 복잡해진 승부는 그들에게 승리 투수의 기회를 주지 않았다. 롯데는 정훈과 히메네스가 2안타를 때려내며 팀 공격을 주도했지만, 공격의 연결이 매끄럽지 못했고 득점력에 문제를 드러냈다. NC는 12회 초 결승 적시타의 주인공 나성범은 3안타 경기를 하면서 돋보이는 활약을 했고 하위 타순인 조영훈, 손시헌은 롯데 선발 옥스프링을 상대로 솔로 홈런을 때려내며 초반 분위기를 가져오는 데 기여했다.
이 외에도 NC는 올 시즌 불안한 모습을 보였던 불펜진의 1점 차의 박빙 승부에서 안정된 투구로 팀 승리의 디딤돌을 놓아주었고 연장 승부에서도 선수 전체가 집중력을 유지하며 승리로 가는 문을 열 수 있었다. 롯데는 초반 힘들었던 승부를 역전시키는 저력을 보여주었지만, NC의 끈끈함을 이겨내지 못하면서 한 주의 시작을 어둡게 할 수밖에 없었다.
(9회 초 극적 동점 홈런, 테임즈)
1. 선발 투수의 호투, 홈런포 2방으로 앞서 가는 NC
경기 초반 양 팀 선발 투수의 면면은 타격전보다 투수전의 가능성을 높였다. 롯데 선발 옥스프링은 시즌 1승에 2점대 방어율을 이에 맞서는 NC 선발 웨버 역시 시즌 2승에 2점대 방어율을 유지하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예상대로 초반은 타격보다 투수들의 호투에 더 시선이 가는 경기였다.
양 팀의 선발투수는 평소와 다른 볼 배합으로 상대 타자의 타이밍을 빼앗았다. 옥스프링은 주 무기 컷패스트볼과 커브 대신 직구의 비중을 높여 NC 타자들을 혼란스럽게 했고 고속 커브가 주 무기기 웨버 역시 직구 비율을 높인 것인 효과를 봤다. 분석과 다른 선발 투수들의 볼 배합에 양 팀 타자 모두 고전했다.
투수전 속에 NC는 하위 타선의 홈런으로 리드를 잡았다. 2회 초 NC는 외국인 타자 테임즈를 대신해 선발 1루수로 출전한 조영훈의 솔로 홈런으로 선취 득점한 데 이어, 5회 초에는 손시헌이 솔로 홈런으로 때려내며 2 : 0 리드를 잡았다. 외국인 타자 영입으로 주전 자리를 잃었던 조영훈은 자신의 존재감을 알리는 한 방이었다. 옥스프링의 변화구 실투를 놓치지 않은 결과였다. 손시헌의 한 방은 옥스프링은 몸쪽 직구 승부를 기다려 때려낸 홈런이었다. 그의 경험이 돋보였다.
NC가 장타로 경기를 풀어갔다면 롯데는 1, 2회 선두 타자가 출루한 기회를 모두 살리지 못하면서 끌려가는 경기를 할 수밖에 없었다. 초반 고비를 넘긴 웨버는 힘 있는 직구와 고속 커브를 적절히 조화시키며 무난한 투구를 했다. 롯데는 1, 2회 공격 이후 선두 타자 출루에 실패하며 득점 기회를 좀처럼 잡지 못했다.
옥스피링은 불의의 홈런을 2개 허용했지만, 6이닝 4피안타 2실점의 호투로 선발 투수의 역할을 다해주었다. 하지만 옥스프링에게 주어진 것은 패전의 위기였다. NC는 선발 웨버의 호투 속에 2 : 0 리드를 굳건히 지켰다.
2. 행운의 7회 롯데, 행운은 9회 NC, 승부는 연장으로
끌려가던 롯데는 NC 선발 웨버의 구위가 떨어진 7회 말 결정적 기회를 잡았다. 시작은 2사 후 나온 강민호의 2루타였다. 이어 나온 황재균의 볼넷으로 1, 2루 두 명의 주자를 출루시킨 롯데는 강민호를 대신해 신본기를 대주자로 선발 출전하지 않았던 거포 최준석을 대타로 기용하며 NC 선발 웨버를 압박했다. 보통의 마운드 운영이라면 불펜진 가동이 필요한 시점이었다.
NC는 선발 웨버를 믿는 선택했다. 투구 수도 여유가 있었고 위기 상황에서 불펜진에 대한 확신이 떨어지는 것도 결정의 요인이었다. 하지만 대타 최준석의 내야 안타가 나오면서 상황은 급박해졌다. 2사지만 만루 상황은 NC에 경기 중 가장 큰 위기였다. 이 상항에서 나온 전준우의 3타점 3루타는 한 순간에 경기 흐름을 바꿨다.
NC의 선택은 실패로 돌아간 순간이었다. 주말 3연전에서 부상 후유증에서 벗어나 타격감을 회복하는 모습을 보였던 전준우는 결정적인 순간 팀을 살리는 한 방으로 진가를 발휘했다. NC로서는 홈런 2방으로 앞서 간 이후 추가 득점을 하지 못한 것이 결국, 큰 화를 불러오고 말았다.
행운의 7회에 역전한 롯데는 8회 말 다시 한 번 득점 기회를 잡았다. 추가 득점이 나온다면 승리를 굳힐 수 있었지만, 이번에는 대타 대주자 작전이 통하지 않았다. NC 불펜진은 위기를 넘기며 마지막 희망도 지켰다. 롯데는 3 : 2 한 점차 조금 불안한 리드, 9호 초 롯데는 마무리 김성배를 마운드에 올렸다. 첫 타자 이호준을 삼진 처리할 때까지는 무난한 승리가 예상됐다.
여기서 NC는 아껴둔 대타 카드 테임즈를 꺼내 들었고 테임즈는 김성배의 변화구를 우측 담장을 넘기는 홈런으로 연결했다. 경기는 다시 3 : 3 원점으로 돌아왔다. 올 시즌 초반 불안한 모습을 보이고 있는 김성배는 한 점 차 리드를 지키지 못했다. 9회 말 NC 불펜진을 상대로 롯데가 득점하지 못하면서 경기는 다시 연장전으로 이어졌다.
(빛바랜 7회 말 3타점 역전 3루타, 전준우)
3. 연장 불패 이어간 NC, 믿었던 불펜 무너진 롯데
연장전은 불펜진의 호투 속에 팽팽한 마운드 대결로 이어졌다. 주력 타자들이 대주자로 바뀌면서 롯데 타선이 연장전에서 힘을 내지 못한 반면, NC는 보다 공격적이 모습을 보였다. 10호 초 NC는 2사 1, 2루에서 나온 나성범의 우전 안타로 재 역전의 순간을 맞이했지만, 롯데 우익수 손아섭의 멋진 홈 송부로 대주자 박민우가 홈에서 아웃되며 아쉬운 순간을 보내야 했다.
11회 초에도 NC는 두 명의 주자를 출루시키며 득점권에 주자를 보냈지만, 후속타는 나오지 않았다. 롯데의 주력 불펜진의 강했고 위기에도 흔들림이 없었다. 이에 맞선 NC의 젊은 불펜 투수들도 힘 있는 투구로 롯데 불펜진 못지않은 투구를 했다. 무승부의 기운이 감돌던 12회 초 NC는 롯데 불펜투수 정대현을 상대로 2점을 득점하며 경기를 자신들의 것으로 가져왔다.
1사 후 이종욱의 안타와 권희동의 볼넷으로 1, 2루 기회를 잡은 NC는 나성범의 좌측 선상에 떨어지는 2루타와 이호준의 희생타가 이어지며 결정적 득점에 성공했다. 롯데는 믿었던 정대현이 무너지며 역전에 성공했던 7회 말을 한 때의 기억속에만 남겨두게 됐다. NC는 마무리 김진성이 12회 말을 깔끔하게 막아내며 길었던 승부의 마침표를 찍었다.
NC는 연장전 불패의 흐름을 이어갔고 연승도 이어갔다. 지난해와 달리 한 점 차 박빙의 승부에도 강한 모습을 보이면서 지금의 단독 1위가 우연이 아닌 실력임을 보여주었다. 롯데는 어렵게 잡은 승리 기회를 불펜이 지켜주지 못하면서 한 주의 시작을 무겁게 해야 했다. 전력 소모가 극심한 연장 승부 패배가 앞으로 일정에도 큰 부담이 될 가능성이 높은 롯데다.
이렇게 영남 라이벌의 첫 대결은 뜨거운 접전이었다. NC가 기세를 몰아 연승을 계속 이어갈지 롯데가 반격할지 주중 3연전 남은 2번의 승부도 치열하게 전개될 것으로 보인다.
사진 : 롯데 자이언츠, NC 다이노스 홈페이지, 글 : 심종열 (http://blog.naver.com/youlsim74, http://gimpoman.tistor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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