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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국인 타자의 활약이 돋보이는 프로야구 초반, 조금 늦었지만, 롯데도 지난주 외국인 타자 히메네스의 활약으로 상승 분위기를 만드는 데 성공했다. 시즌 초반 부상으로 경기에 출전하지 못했던 히메네스는 부상 복귀 후 첫 경기인 지난 목요일 LG전에서 연장 승부를 결정짓는 끝내기 3점 홈런으로 자신의 존재감을 확실히 드러냈다. 롯데가 바라는 거포의 모습 그대로였다.

이미 이전 경기에서 불펜진의 소모가 상당했음에도 1무 1패로 시리​즈를 밀리고 있었던 롯데로서는 그 경기에서 패했다면 상당한 후유증에 시달릴 수 있었다. 히메네스의 끝내기 홈런은 팀에 너무나도 값진 승리를 안겨주는 한 방이었다. 히메네스는 이에 그치지 않고 주말 KIA와의 3연전에서 힘있는 타격으로 롯데 타선의 힘을 한층 더 업그레이드시켰다.

거구의 몸에서 나오는 벼락같은 스윙은 상대 투수에 상당한 압박감이 되고 있다. 타고난 힘과 함께 공을 보는 눈이 있다는 점도 큰 장점이다. 경기에 대한 집중력과 근성있는 플레이도 높은 점수를 줄 수 있는 또 하나의 장점이다. 특히, 누상에 출루한 이후 보여주는 저돌적인 베이스런닝은 여타 선수들의 긍정적인 자극제가 될 정도다.

​(괴력의 4번 타자 가능성 높인 히메네스)

이런 공격적인 면 외에 히메네스가 1루수로서 수준급 수비 능력까지 겸비하고 있어 공.수에서 팀 공헌도가 높다. 팀 적응력도 좋다. 다만 햄스트링 부상을 안고 시즌을 치러야 한다는 점은 부담이다. 그의 투지 넘치는 플레이는 부상 재발의 위험이 크다. 부상 관리가 중요한 히메네스다.

히메네스의 등장은 가장 큰 위기에 처한 선수는 애초 박종윤이었다. 롯데를 대표하는 타자인 이대호가 일본리그에 진출한 이후 박종윤은 주전 1루수로서 기회를 잡았지만, 확실히 주전 자리를 굳히지 못했다. 최상 수비능력과 성실함, 만만치 않은 타격 능력이 있지만, 리그를 대표하는 강타자가 즐비한 1루수 포지션임을 고려하면 공격력에서 아쉬움이 있었다. 타 팀의 1루수가 대부분 중심 타선에 배치된 현실에서 박종윤은 부족함이 있었다.

롯데가 FA로 최준석을 영입한 이유 중 가장 큰 요인은 1루수의 공격력을 강화시키기 위해서였다. 롯데는 최준석과 히메네스를 묶어 1루수와 지명타자로 번갈아 기용하려는 계획이었다. 자연스럽게 박종윤은 백업으로 밀리는 처지가 됐다. 그나마도 1루수 포지션에 다수의 선수가 경쟁하는 상황에서 1군 엔트리 진입도 쉽지 않았다. 베테랑 장성호가 있고 1루 수비가 가능한 조성환도 시범경기 타격감 좋았다. 김대우라는 좌타 거포도 경쟁자였다.

이런 경쟁은 박종윤을 각성시켰다. 박종윤은 시즌에 들어오면서 맹타를 휘둘렀다. 손아섭과 함께 시즌 초반 롯데 타선을 이끌었다. 약점으로 지적되던 높은 쪽 공도 장타로 만들어내는 타격은 그의 약점을 없앴다. 겨우내 연마한 타격폼 변화가 익숙해진 결과였다. 또 하나의 약점이었던 멘탈 부분도 강화되면서 박종윤은 공수를 겸비한 선수로 롯데 타선에 큰 힘이 됐다. 박종윤의 시즌 초반 타격감은 주전 1루수 경쟁에 뛰어들어도 손색이 없을 정도다.

박종윤의 활약이 커지면 커질수록 롯데 벤치의 고민은 더 늘어날 수밖에 없게 됐다. 시즌 초반 부진한 최준석을 대신해 박종윤이 활약하는 것은 반가운 일이지만, 고액 연봉을 주고 영입한 최준석을 벤치에 머물게 하기는 부담스럽기 때문이었다. 경험 풍부한 최준석이기에 시즌 초반 부진으로 그의 기량이 떨어졌다고 할 수도 없는 상황이다. 롯데는 지난 주 타격감이 좋지 못한 최준석을 벤치에 앉히고 히메네스, 박종윤을 선발 출전하는 라인업을 구축하기도 했다. 그 결과도 좋았다.

​(1루수 경쟁에 불붙인 활약, 박종윤)

위기의 남자가 최준석이 될 수 있는 상황이었다. 하지만 최준석은 주전 탈락에 시위라도 하듯 대타로 등장한 경기에서 홈런포를 가동하며 자신의 존재감을 과시했다. 결국, 토요일, 일요일 경기에서 롯데는 최준석, 히메네스 콤비를 4, 5번 타순에 배치하는 시즌 전 구상한 라인업을 다시 가동했다. 상대 선발이 좌투수라는 점도 있었지만, 타격감이 최고조에 있는 박종윤을 이틀 연속 벤치에 앉히고 활용하지 못하는 점은 큰 아쉬움이었다. 이제 세 선수의 공존방안 모색이 시급해졌다.

​우수한 선수가 많으면 많을수록 좋은 것이 야구다. 팀 내 경쟁으로 팀 전력을 더 끌어올릴수도 있다. 하지만 그 선수들의 포지션이 중복되어 선수의 기량을 100% 활용하지 못한다면 전력에 마이너스 요인이 될 수 있다. 롯데의 3인 3색 1루수 경쟁은 분명 행복한 고민이지만, 타선의 힘을 극대화하지 못한다는 점은 결코 바람직하지 않다. 이 부분은 올 시즌 내내 롯데를 고민하게 할 것으로 보인다.

롯데가 3인의 경쟁체제를 통해 선수들의 기량을 유지시킴과 동시에 체력 안배를 이뤄가면서 타선 강화를 위한 지렛대로 활용할 수 있을지 포지션 중복의 문제를 계속 안고 갈지 아직은 긍정의 효과가 더 커 보인다.

사진 : 롯데 자이언츠 홈페이지, 글 : 심종열 (​http://blog.naver.com/youlsim74, http://gimpoman.tistor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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