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여름 프로야구는 삼성의 독주체제 구축과 두산, NC, 넥센이 나란히 선 2위 싸움, 한화, SK, KIA가 격차가 좁아진 5위 싸움으로 순위 판도가 세분화되고 있다. 선두 경쟁팀이 물로 물리는 틈을 타 삼성은 소리 없이 승부를 쌓으면서 2위와의 격차를 4경기차로 벌렸다. 그에 대한 반작용으로 함께 선두 경쟁을 펼치던 세 팀이 비좁은 2위 자리를 놓고 함께 자리하게 됐다.
여기에 한화와 SK가 주춤하는 사이 KIA가 지난주 파죽의 6연승을 달리며 그들과의 격차는 좁혔다. 5위까지 주어지는 가을야구 티켓 전쟁에 무려 7개 팀이 얽혀있는 형국이다. 이런 치열해진 순위 경쟁 와중에 서서히 그 대열에서 이탈하는 팀이 나타나고 있다. 신생팀 kt는 전력의 약세로 일찌감치 순위 경쟁과는 거리가 멀어졌다. 과감한 트레이드와 외국인 선수 교체로 전력을 보강한 후반기 변수가 되고 있지만, 윗 순위와의 격차가 상당하다.
이런 kt 바로 위 9위를 달리고 있는 LG도 가을야구가 가물거리고 있다. 물론, 지난해 기적같은 반전 드라마를 연출하며 하위권에서 포스트시즌 진출을 이뤄낸 기억이 있지만, 올 시즌은 그때와 상황이 너무 다르다. 당시 팀 상승세를 이끌었던 베테랑들이 노소화 조짐을 보이고 있고 마운드의 힘이 크게 떨어졌다. 젊은 선수들의 과감히 기용하며 분위기 쇄신을 노렸지만, 한계가 드러나고 있다. 현시점에서 LG의 하위권 탈출은 쉽지 않아 보인다.
(치고 달리고 막아내고 공. 수 고군분투 아두치)
이런 LG와 더불어 8위 롯데 역시 힘겨운 여름을 보내긴 마찬가지다. 롯데는 올 시즌 초반 성공적인 외국인 선수 영입과 강력해진 타선의 힘으로 바탕으로 하위권이라는 평가를 뒤집고 상위권 돌풍을 일으켰다. 시즌 중간 과감한 트레이드는 팀의 약점을 보완하고 상승세를 유지할 한 수로 여겨졌다.
하지만 여름으로 접어들면서 롯데는 끝 모를 추락을 거듭했다. 롯데는 투. 타의 불균형 속에 위닝 시리즈를 가져가지 못했고 좀처럼 승수를 쌓아갈 수 없었다. 그 사이 롯데의 순위는 접점 그 숫자를 늘렸다. 급기야 후반기를 시작하는 시점에 롯데는 최 하위권에 자리하게 됐다.
롯데는 후반기 시작과 동시에 난맥상을 보이던 마운드를 개편하고 타선을 정비하면서 재 도약을 위한 변화를 가져왔다. 효과는 있었다. 상대적으로 에이스 린드블럼에 비해 역할 비중이 낮었던 또 다른 외국인 투수 레일리가 더 발전된 모습을 보였고 데뷔 첫 승을 기록하지 못해 애태우던 신예 박세웅이 각성하면서 선발진이 강화됐다.
여기에 부진에 늪에 빠져있던 주력 타자들이 타격감이 살아났다. 1번 타자로 고정된 손아섭은 테이블 세터로서 역할을 충실히 해주었고 외국인 타자 아두치는 4번 타자로 기용된 이후 롯데 팀 역사상 처음으로 20 - 20을 달성하며 맹활약했다. 부상과 체력 저하에 어려움을 겪던 황재균, 강민호도 점점 시즌 초반의 모습을 찾아가고 있다. 여기에 홈런이 실종됐던 최준석의 방망이도 다시 뜨거워졌다. 시즌 내내 타격 부진으로 마음을 고생을 했던 주전 1루수 박종윤 역시 공격에서 힘을 냈다.
이런 타선의 선전 속에 팀 역시 해보자는 분위기가 형성됐다. 롯데는 7월이 끝나가는 시점에 2연속 위닝 시리즈에 성공하며 상승 분위기를 타는 듯 보였다. 하지만 지난 주말 kt 전에서 롯데는 좋았던 분위기를 일순간 상실했다. 안정적이던 마운드가 완전히 붕괴하면서 위닝시리즈를 내주고 말았다.
일찌감치 승부를 포기한 토요일 경기를 논외로 치더라도 일요일 경기는 주력 불펜진들이 다시 무너지며서 충분히 잡을 수 있는 경기를 놓쳤다는 점에서 아쉬움이 클 수밖에 없었다. 특히, 부상에서 돌아온 이후 불펜진의 힘을 실어줄 것으로 기대했던 정대현과 마무리 이성민이 모두 난타당하면서 롯데의 고민을 깊게 했다.
이에 더해 이성민은 경기 중 SNS를 한 사실이 드러나면서 팬들의 강한 비판을 받아야 했다. 가뜩이나 구단과 이종운 감독의 팀 운영방식에 대한 팬들의 비판 여론이 거세지고 있는 상황에서 이런 여론을 더 키을 수 있는 일이기도 했다. 개인적인 일이라고 할 수도 있지만, 위기에 빠진 팀 상황에 대한 선수들의 마음가짐에 의문을 제기할 수도 있기에 가볍게 넘길 수 없다.
이런 내적인 문제와 더불어 롯데는 모기업의 예상치 못한 경영권 다툼이라는 외적 악재가 더해졌다. 야구단과 상관없는 일이라 할 수 있지만, 모기업의 입김이 강할 수밖에 없는 우리 프로야구 현실에서 영향이 없다 할 수 없기 때문이다. 아직 재정적으로 독립하지 못하고 있는 우리 프로야구 상황을 고려할 때 모기업이 흔들린다는 점은 큰 악재로 작용할 수도 있다. 여기에 롯데라는 기업에 대한 부정적 이미지 확산은 야구단에 대한 팬들의 시선을 더 차갑게 할 수 있다는 점에서 부담이 더 늘어났다 할 수 있다.
현재 롯데는 5할 승률에 승수가 7개나 모자라고 바로 위 7위 KIA와의 승차는 4.5경기로 벌어졌다. 상위권 추격 이전에 2경기 차 9위 LG의 추격을 더 걱정해야 할 처지다. 상황 반전이 없다면 8월이 끝나기도 전에 올 시즌을 접어야 할 수도 있다. 올 시즌 상위권 추격의 희망을 조금이라도 살려내기 위해 더는 밀려서는 안되는 롯데다. 하지만 롯데를 둘러싼 환경은 어둡기만 하다. 이번 주 지금 상황을 반전시키지 못한다면 롯데의 시즌 전략도 수정이 불가피할지도 모른다. 롯데에게는 안타까운 시간이 계속 흘러가고 있다.
사진 : 롯데 자이언츠 홈페이지, 글 : 심종열 (http://gimpoman.tistor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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