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 대 LG 8월 18일] 반전의 8회 말, 극적 역전쇼 롯데

롯데가 경기 막판 극적 역전승으로 순위 하락의 위기에서 벗어났다. 롯데는 8월 18일 LG전에서 7회 말까지 0 : 4로 밀리며 패색이 짙었지만, 8회 말 상대 실책 2개가 더해져 잡은 기회에서 황재균과 아두치 홈런 2방 포함 5안타 7득점 하는 타선의 집중력으로 경기를 뒤집으며 7 : 4로 승리했다. 롯데는 패했다면 9위 LG와의 격차가 반 경기차로 좁혀지며 5위 추격이 아닌 9위 추락을 걱정해야 할 처지였지만, 이를 벗어나며 아래보다 위를 더 바라볼 수 있게 됐다. 

최근 경기에서 극심한 부진에 빠지며 선발 로테이션을 걸렀던 롯데 외국인 투수 레일리는 6이닝 3실점(2자책)의 퀄리티스타트로 회복된 모습을 보였다. 세 번째 투수로 8회 초 마운드에 올라 1.1이닝 무안타 무실점 호투한 좌완 불펜 강영식은 승리투수가 되며 시즌 첫 승을 거뒀다. 타선에서는 역전 만루 홈런의 황재균과 연속 타자 홈런으로 추가 득점에 기여한 아두치, 두 중심 타자의 역할이 돋보였다. 최근 하위타선에서 좋은 타격감을 보이는 오승택도 2안타로 활약했다. 

LG는 선발투수 소사의 호투를 바탕으로 승리 일보 직전까지 이르렀지만, 8회 말 예상치 못했던 실책이 연발되면서 역전 드라마의 슬픈 조연이 됐다. LG 선발 소사는 150킬로 중반에 이르는 무시무시한 강속구와 날카롭게 꺾이는 슬라이더 각이 큰 포크볼 등을 자유자재로 구사하며 시즌 최고의 투구를 했지만, 8회 말 마지막 고비를 넘지 못하고 비운의 패전투수가 됐다. 소사는 7.1이닝 7피안타 6실점 했지만, 자책점은 단 1점에 불과했다.

(대 역전 이끈 만루홈런 황재균)

타선에서는 3번 타자 정성훈이 2안타, 4번 타자 히메네스가 1안타 2타점, 하위 타선인 오지환이 2안타로 선발 소사의 호투를 뒷받침하며 타선을 이끌었지만, 경기 막판 수비에서 아쉬움을 드러내며 역전패의 원인을 제공하고 말았다. LG로서는 9위에서 고정된 순위를 상승시킬 기회였지만, 스스로 기회를 놓친 경기가 됐다. 

경기 초반 분위기는 투수전이었다. 이런저런 이유로 오랜만에 선발 등판한 외국인 투수들은 체력을 비축한 탓인지 힘 있는 투구로 무실점 이닝을 이어갔다. 레일리는 몇 경기 난타를 당하며 투구폼이 읽히는 것이 아닌가 하는 우려를 낳았다. 이에 롯데는 그에게 휴식과 조정의 시간을 주었다. LG 선발 소사는 팀의 제1선발 역할을 했지만, 최근 투수교체와 관련해 코칭스태프와 마찰을 빚으며 문책성 2군행으로 본의 아닌 휴식을 했었다. 

이런 시간은 양 팀 선발 투수들이 구위를 끌어올리는 계기가 됐고 호투로 이어졌다. 같은 호투였지만, LG 소사가 경기 분위기를 이끌어가는 모습이었다. 소사는 위력적인 직구를 바탕으로 힘으로 롯데 타선을 압도했다. 그의 직구에 롯데 타선은 번번이 방망이가 늦었다. 여기에 제구마저 잘 이루어지면서 롯데 타자들은 알고도 직구를 공략하지 못했다. 그 와중에도 롯데는 3회와 5회, 6회 선두 타자를 출루시키며 득점 가능성을 보였지만, 소사의 흔들림 없는 그 가능성을 완벽하게 지워냈다. 

롯데 타선이 소사에 힘에서 밀렸다면 LG 타선은 롯데 선발 레일리의 변화 심한 구질에 고전했다. 레일리는 직구의 구속이 더 올라오면서 투심과 커브 등 변화구의 위력을 더할 수 있었다. 몇 차례 위기가 있었지만, 침착한 투구로 실점을 막았다. 이전 경기에서 주자자 출루한 상황에서 난타당했던 기억은 전혀 찾아볼 수 없었다. 

4회까지 0의 행진이 이어지던 경기는 5회 초 LG 공격에서 변화가 일어났다. LG는 선두 임훈, 손주인의 연속 안타로 잡은 무사 1, 2루 기회에서 롯데 선발 레일리의 연이은 폭투와 롯데 3루수 황재균의 실책으로 2점을 선취득점한 데 이어 채은성의 적시 안타로 추가 득점하며 3 : 0으로 앞서갔다. 롯데 선발 레일리는 실점하지 말아야 한다는 생각이 앞선 탓인지 지나치게 힘이 들어간 투구를 했고 이는 뜻하지 않은 폭투를 연발하게 했다. 마운드 불안은 수비불안으로 이어졌다. 

황재균은 충분히 잡을 수 있는 땅볼 타구를 놓치며 실점과 연결되는 실책을 했다. 이런 롯데 수비의 불안으로 LG는 단 1개의 적시타로 3득점 하는 경제적(?) 야구로 승기를 잡을 수 있었다. 그도 그럴 것이 완벽투를 이어가고 있는 LG 선발 소사를 컨디션을 고려하면 3점 차는 롯데에 큰 부담이었다. LG는 이에 더해 7회 초 롯데 두 번째 투수 김승회로부터 정성훈, 히메네스 중심 타자의 연속 안타로 1점을 더 추가하면서 승세를 굳히는 모습이었다. 

이때까지만 해도 경기 MVP는 소사, LG의 8위 롯데 반게임 차 추격은 변함이 없어 보였다. 롯데의 추격보다는 LG 선발 소사의 완봉승 여부가 더 큰 관심거리가 되는 분위기였다. 투구 수 조절에도 성공한 소사는 8회 말에도 마운드에 올랐고 150킬로가 넘는 강속구는 여전했다. LG 완승 분위기를 깨뜨린 건 롯데의 연속되는 빗맞은 안타였다. 

8회 말 선두 타자로 나선 대타 정훈과 이어진 오승택은 연속 안타를 빗맞는 안타였다. 잘 던지던 LG선발 소사의 투구 리듬을 흐트러뜨릴 수 있는 안타이기도 했다. 무사 1, 2루 기회에서 롯데는 건강 이상으로 선발 제외됐던 주전 포수 강민호를 대타로 내세워 그의 한 방을 기대했다. 하지만 강민호는 소사의 강속구에 방망이를 헛돌리며 삼진으로 물러났고 롯데의 공격 흐름도 끊어지는 듯 보였다.

진짜 반전은 그때부터 시작이었다. 대타 김주현의 유격수 땅볼은 강했지만, 정면으로 향했고 병살타가 예상됐지만, LG 유격수 오지환의 실책이 롯데에 큰 행운으로 다가왔다. 1점을 추격한 롯데는 이어진 손아섭의 빗맞은 안타로 만루 기회를 이어갔다. 타석은 최근 타격감이 상승세에 있는 이우민이었다. 마침 투구 수 80개를 넘긴 소사의 구위도 떨어지는 시점이었다. 롯데로서는 추격이 아닌 동점 이상을 기대할 수 있는 상황이었다. 

이런 롯데의 기대를 채운 건 이우민의 적시타가 아닌 또 한 번의 실책이었다. 소사와의 긴 승부 끝에 때려낸 이우민은 타구는 잘 맞았지만, 유격수 정면으로 다시 향했다. 공교롭게도 그 타구는 2루 주자와 겹쳐지면서 유격수 오지환의 시야를 가렸고 오지환은 그 공을 더듬고 말았다. LG에는 실책에 의한 또 한 번의 실점이었다. 이는 마운드에 있는 투수에게도 다른 야수들에게도 심리적으로 흔들 수 있는 연속 실책이었다. 

실책의 여파는 그것으로 끝이 아니었다. 계속된 만루 기회에서 나온 황재균의 만루 홈런은 내내 밀리던 경기를 뒤집는 카운터 펀치였다. 실책으로 연속 실점한 LG 선발 소사의 가운데 높게 형성된 초구 직구를 놓치지 않은 황재균의 과감한 타격이 가져온 결과였다. 이전 타석에서 소사의 공에 대응하지 못하며 무기력한 타격을 했고 수비에서도 실점과 연결되는 실책을 범하며 아쉬움을 보였던 그였지만, 결정적인 순간 한 방으로 어두운 기억을 한 번에 날려버릴 수 있었다. 

(어느새 가장 믿을 수 있는 불펜투수로 자리한 강영식)

결국, 황재균의 한 방은 잘 던지던 소사를 패전의 위기로 몰아넣으며 마운드를 물러나게 했다. LG는 좌완 윤지웅으로 마운드를 이어가며 이닝을 정리하려 했지만, 이번에는 4번 타자 아두치의 한 방이 있었다. 아두치는 우측 담장을 한 참 넘어가는 대형 홈런을 때려냈고 롯데 역전극의 정점을 찍었다. 

결국, 8회 말 폭풍 같은 공격의 결과는 7득점이었다. 롯데는 남은 9회 초를 불펜 투수 강영식이 무난히 막아내며 역전극을 해피엔딩으로 마무리했다. 끝까지 포기하지 않고 집중한 선수들의 승리의지로 이뤄낸 결과물이었다. 이 승리로 롯데는 5위권 추격의 여지를 남겨둘 수 있게 됐다. 한동안 심각한 부진에 빠졌던 선발 레일리의 회복 가능성을 확인했고 강영식이 계속된 호투로 필승불펜 카드로 자리했다는 점도 큰 성과였다. 무엇보다 극적 역전승으로 팀 분위기를 상승시킬 계기가 마련됐다는 점이 긍정적이었다. 

이렇게 양 팀의 대결은 그 결과에서 양 팀의 희비를 극명하게 엇갈리게 했다. 과연 롯데가 이 8회말 역전극을 리그 막판 팀의 분전을 이끌 원동력으로 삼을 수 있을지 주목된다. 

사진 : 롯데 자이언츠 홈페이지, 글 : 심종열 (http://gimpoman.tistor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