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시즌 프로야구 한국시리즈는 삼성과 두산의 대결로 압축됐다. 삼성은 5년 연속 정규리그, 한국시리즈 동반 우승에 도전하고 있고 준플레이오프, 플레이오프를 거쳐 한국시리즈에 진출한 두산은 2013시즌 삼성에 밀려 한국시리즈 준우승에 그쳤던 기억을 뒤로하고 설욕을 기대하고 있다.
2013시즌 당시 두산은 올 시즌과 마찬가지로 4위로 포스트시즌에 진출한 이후 거침없는 승리 행진을 이어가며 한국시리즈에서 삼성과 대결했다. 당시 두산은 3승 1패로 앞서며 삼성을 벼랑끝으로 몰았지만, 5차전 패전 이후 내리 2연패 하며 우승을 내주고 말았다. 이를 바탕으로 삼성은 2014시즌에도 정규리그, 한국시리즈 우승의 기록을 이어갈 수 있었다.
2년 만에 다신 만난 양 팀의 대결은 여러 변수가 작용하면서 예측을 더 어렵게 하고 있다. 정규시즌 맞대결은 삼성이 11승 5패로 압도적 우세였다. 정규리그 1위와 4위의 성적이 말해주듯 객관적 전력도 삼성의 나았다. 하지만 한국시리즈를 맞이하는 삼성이 최상의 전력이 아니라는 점이 문제다.
(우승에 큰 장애물 만난 삼성)
삼성은 포스트시즌이 한창 진행 중인 가운데 터진 해외원정도박 사건에 주력 투수들이 연루되는 악재를 맞이해야 했다. 그 투수들이 선발과 불펜진의 핵심선수라는 점은 삼성의 포스트시즌 마운드 운영에 어려움을 줄 수밖에 없다. 인터넷 등에서 거론된 대로 그 세 명은 선발투수 윤성환과 리그 최강 셋업맨 안지만, 올 시즌 든든히 뒷문을 지킨 임창용이었다.
당장 삼성은 선발진 구성에 있어 4선발 체제 구축이 쉽지 않게 됐다. 외국인 투수 피가로, 클로이드에 좌완 장원삼, 차우찬으로 4인 선발진을 만들 수 있지만, 무게감이 떨어진다. 피가로는 올 시즌 제1선발 역할을 했지만, 시즌 막판 어깨부상으로 상당 기간 휴식기를 가져야 했다. 충분히 컨디션을 조절한 시간을 가지긴했지만, 포스트 시즌에서 위력을 보일 수 있을지 지켜봐야 할 부분이다.
또 다른 외국인 투수 클로이드는 구위로 타자들을 압도할 수 있는 투수가 아니다. 투구의 기복도 심했다. 한 경기를 맡기기에는 부족함이 있다. 국내파 선발 장원삼은 지난해보다 구위가 떨어져 있고 차우찬은 탈삼진왕을 차지하면 강력한 구위를 보였지만, 기복이 있는 투구가 단점이다. 꾸준함이 장점인 윤성환의 공백이 크게 느껴지는 이유다.
헐거워진 선발진과 더불어 불펜진 약화는 삼성은 더 고민스럽게 한다. 안지만은 리그 최상급 셋업맨이고 임창용은 지난해 불안감을 씻어내고 든든히 뒷문을 지켰다. 포스트시즌에서 경기 후반 강점을 보인 두산 타선을 고려하면 삼성에게 강력한 불펜진 구축은 필수적이다. 하지만 불펜의 주축을 이루는 두 투수의 공백은 선발투수 윤성환보다 그 파급력이 크다.
삼성은 불펜투수 경험이 있는 차우찬을 불펜으로 자주 활용할 것을 예고했다. 여기에 사이드암 심창민도 중용될 것으로 보인다. 두 투수 모두 구위로 타자들을 제압할 수 있다. 충분한 휴식으로 체력을 비축했다. 하지만 등판이 잦다면 구위 저하를 피할 수 없다. 선발진이 확신이 없는 삼성이라면 차우찬, 심창민에 대한 의존도가 높을 수밖에 없다. 삼성으로서는 좌.우 밸런스를 맞혀 엔트리에 포함한 여타 불펜진의 어떻게 활용할지가 중요해졌다.
삼성은 약해진 마운드를 타선의 힘으로 메워야 한다. 긴 휴식으로 부상 선수들이 정상 컨디션으로 복귀했다는 점은 반가운 일이다. 타격감각 회복 문제가 있지만, 다년간 한국시리즈를 경험한 삼성이다. 컨디션 조절 노하우가 누구보다 많다. 예상치 못한 악재로 위기에 빠진 팀 상황이 선수들의 결속력과 집중력을 더 높여줄 가능성도 크다. 삼성은 4년 연속 정규리그, 한국시리즈를 우승한 저력이 있다. 올 시즌에도 전력 약화 우려에도 정규리그 1위를 차지했다. 전력약화가 있지만, 쉽게 물러설 그들이 아니다.
이런 삼성과 2년 만에 다시 만난 두산은 한국시리즈 우승을 위한 절호의 기회를 잡았다. 두산은 넥센과의 준플레이오프 4차전 대 역전승의 분위기를 계속 이어가고 있다. 플레이오프에서 두산은 정규리그 NC와의 대결에서 1승 2패로 몰리던 시리즈를 3승 2패로 뒤집는 뚝심을 발휘했다. 계속된 접전에 마운드의 힘이 떨어지고 주전 포수 양의지가 진통제 투혼을 보이는 등 어려움일 가중되고 있지만, 승리의 기회를 놓치지 않은 집중력을 유지했다.
한국시리즈에서도 두산은 이 분위기를 이어갈 가능성이 높다. 기세 싸움이 크게 좌우하는 단기전에서 도박 파문으로 흔들리는 삼성과 비교하면 두산의 분위기는 한층 더 상승세에 있다. 4위에서 한국시리즈에 오른 만큼 승부에 대한 부담도 상대적으로 크지 않다. 타선은 계속된 경기로 감각을 유지하고 있고 특정 선수가 아닌 상.하위 타선이 모두 고른 활약을 하고 있다는 점이 긍정적이다. 기동력을 갖춘 선수가 다수 포함돼 있다는 점은 공격의 다변화가 가능하다.
마운드 역시 삼성 킬러 니퍼트가 부상에서 벗어나 강력한 구위를 뽐내고 있고 장원준 역시 장점인 꾸준함을 유지하고 있다. 마무리 이현승 역시 최고의 컨디션이다. 좌타자가 중심을 이루고 있는 삼성 타선을 상대할 수 있는 다수의 좌완 불펜투수들을 보유하고 있다는 점도 마운드 운영을 원활하게 할 수 있다.
(두산 우승위한 마지막 캐스트 깰 수 있을까?)
하지만 두산의 문제는 역시 체력 부담 극복이다. 두산은 무려 9경기를 치르고 한국시리즈에 올랐다. 상승세를 유지하고 있지만, 매 경기 온 힘을 다한 9경기를 통해 피로가 누적됐다. 정신력으로 버티기에는 한계가 있다. 두산의 강점인 니퍼트, 장원준 좌.우 선발투수도 플레이오프 3일 휴식 후 등판을 강행하면서 구위가 떨어질 수 있는 시점이다. 포스트시즌 부진했던 정규리그 18승 투수 유희관의 부활이 절실한 두산이다.
두산은 흔들리는 삼성을 초반 밀어붙여 가능한 조기에 시리즈를 끝내고 싶은 마음이 클 수밖에 없다. 이미 2013시즌 두산은 3승 1패로 앞선 한국시리즈를 막판 체력 저하로 내준 기억이 있다. 이번에도 시리즈가 이어질수록 그런 모습이 재현될 수 있다. 두산으로서는 방전된 체력을 얼마나 잘 유지하면서 시리즈를 이어갈 수 있을지가 중요해졌다.
이렇게 두산과 삼성은 마지막 승부를 앞두고 무거운 과제를 안고 있다. 챔피언을 가리는 경기에서 경기 외적 변수가 승부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점은 분명 안타까운 부분이다. 하지만 두산이나 삼성 모두 주어진 여건에서 최선의 결과를 얻어내야 한다. 어느 팀이 자신들이 풀어야 할 과제를 잘 풀어낼 수 있을지 그에 따라 한국시리즈 우승의 향방이 결정 날 것으로 보인다.
사진 : 삼성 라이온스, 두산베어스 홈페이지, 글 : 심종열 (http://gimpoman.tistor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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