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시리즈 2차전] 두산 역전패 기억 지워내는 완승 이끈 철인 니퍼트

포스트시즌 완벽투를 이어가고 있는 두산 에이스 니퍼트가 팀을 위기에서 다시 구했다. 두산은 한국시리즈 2차전에서 선발 니퍼트의 7이닝 3피안타 2사사구 5탈삼진 무실점 호투와 타선의 집중력, 안정된 수비의 조합으로 삼성에 6 : 1로 승리했다. 두산 전날 1차전에서 8 : 4 리드를 지키지 못하고 역전패 당했던 후유증을 이겨내며 시리즈 균형을 맞혔다. 니퍼트는 플레이오프부터 계속된 무실점 투구를 이어가며 승리 투수가 됐다.

타선에서는 포스트시즌 내내 1번 타자로 좋은 모습을 보였던 정수빈이 부상으로 나오지 못했지만, 절정의 타격감을 과시하고 있는 허경민이 2안타 1타점, 1득점으로 그의 공백을 완벽하게 메웠다. 3번 민병헌과 4번 김현수는 각각 1안타에 그쳤지만, 4타점을 책임지며 중심 타자의 역할을 해주었다. 하위 타선인 오재원과 김재호는 2안타로 팀 공격 흐름을 잘 연결해주었다. 

두산의 야수들은 타격에서뿐만 아니라 1차전에서 몇 차례 아쉬움을 남겼던 수비에서도 한층 높은 집중력으로 호수비를 연발했다. 이는 팀 완승의 또 다른 힘이 됐다. 두산은 니퍼트가 7이닝을 책임지고 타선이 필요할 때 득점을 해주면서 주력 불펜진을 아끼고 3차전을 임할 수 있는 이점까지 얻었다. 

 (가을의 새로운 전설 만들어 가는 두산 니퍼트)

삼성은 선발 장원삼이 초반 무실점 투구로 두산 에이스 니퍼트와 대응한 마운드 대결을 하며 선전했지만, 전날 역전승을 일궈냈던 타선인 니퍼트에 완벽하게 막히며 역전승의 기세를 이어가지 못했다. 삼성 타선은 박해민이 2안타를 기록했을 뿐 전체적으로 팀 6안타로 부진했다. 여기에 수비의 문제점을 드러내며 경기 흐름을 스스로 내주는 모습이었다. 삼성으로서는 1차전 9 : 8 역전승의 기세를 몰아 연승을 기대했지만, 완패를 당하면서 시리즈 분위기를 자신들 쪽으로 가져오지 못했다. 

두산으로서는 선발 니퍼트의 어깨에 모든 것을 걸어야 하는 2차전이었다. 두산은 1차전에서 마무리 이현승의 조기 투입 승부수가 실패한 데 따른 휴유증을 우려하지 않을 수 없었다. 불안한 불펜진 사정은 선발 투수의 많은 이닝 소화가 필요했다. 문제는 니퍼트가 2경기 연속 3일 휴식 후 등판이라는 점이었다. 포스트시즌 호투를 이어가고 있지만, 빡빡한 등판 간격이 구위를 떨어뜨릴 수 가능성이 높았다. 체력적으로 정신적으로 부담이 큰 등판을 하는 니퍼트였다. 

하지만 니퍼트는 흔들림이 없었고 철인과 같았다. 니퍼트는 삼성에 강한 그의 면모를 그대로 보여줬다. 높은 타점에서 나오는 강력한 직구와 같은 높이에서 떨어뜨리는 변화구의 조합에 삼성 타자들은 고전을 면치 못했다. 3일 휴식이라는 핸디캡이 느껴지지 않을 정도로 니퍼트의 투구는 완벽했다. 3회 말 수비 실책이 겹치며 1사 3루 위기에 몰리기도 했지만, 연속 삼진으로 실점을 막는 위기관리 능력도 보였다. 

에이스의 호투에 두산 타선은 5회 초 뒤늦게 화답했다. 삼성 선발 장원삼을 상대로 두산은 1사 후 오재원의 2루타를 시작으로 5안타를 더 집중하며 4득점 했다. 마운에 있는 니퍼트의 투구 내용을 고려하면 큰 점수차였다. 삼성 선발 장원삼은 잘 맞은 타구가 심한 바람의 영향으로 야수에 잡히는 등 뭔가 행운이 따르는 경기였지만, 순간 제구가 높게 형성되면서 집중타를 허용하고 말았다. 강한 타구에 발을 맞은 것도 투구에 영향을 주었다. 장원삼은 6회까지 마운드를 책임지며 추가 실점을 막았지만, 5회 초 순간의 흔들림은 큰 아쉬움이 됐다. 

타선의 득점 지원으로 힘을 얻은 두산 선발 니퍼트는 7회까지 큰 위기 없이 마운드를 지키며 그의 역할을 완벽하게 해줬다. 두산은 선발 장원삼에 이어 나온 삼성 불펜진을 상대로 7회와 8회 추가 득점에 성공하며 승세를 완벽하게 굳혔다. 두산은 니퍼트에 이어 8회부터 윤명준, 이현호 두 젊은 투수로 마운드를 이어가는 여유를 가질 수 있었다. 특히, 좌완 이현호는 1실점 하긴 했지만, 부진한 필승 불펜 함덕주를 대신할 가능성을 보였다. 

삼성은 1차전에 이어 2차전에서도 불펜의 핵심인 심창민이 연속 부진한 투구를 했다는 점이 마운드 운영의 고민을 더 할 것으로 보인다. 삼성으로서는 1차전 선발 피가로가 정규시즌보다 떨어지는 구위를 보이고 있고 타구에 맞은 2차전 선발 장원삼의 부상 후유증이 걱정되는 상황에서 불펜진의 선전이 필수적이다. 하지만 심창민의 부진이 가뜩이나 약해진 불펜진에 더 큰 부담이 될 수있다. 이는 차우찬에 대한 의존도가 더 커질 수밖에 없음을 의미한다. 특정 선수에 대한 지나친 의존은 단기전이라고 하지만 상당한 리스크라 할 수 있다. 

(포스트시즌 뜨거운 방망이 과시하고 있는 허경민)

두산은 2차전 승리로 많은 것을 얻었다. 에이스 니퍼트가 건재를 과시하면서 한국시리즈 확실한 승리 카드로 다시 자리했다. 불펜진 소모를 줄였고 1차전 역전패로 떨어질 수 있는 자신감도 회복했다. 부상 선수가 계속 나오고 있음에도 타선의 집중력이 여전하다는 점도 긍정적이다. 다만 포수 양의지가 부상 탓인지 두 차례 송구 실책으로 도루 저지에 약점을 보였다는 점은 삼성 기동력에 대한 대응책 마련의 필요성을 높였다. 그럼에도 승부의 흐름을 대등하게 돌려놓았다는 점은 두산에 큰 수확이었다. 

삼성은 타선이 기복을 보였고 우려했던 마운드의 문제점을 드러냈다. 백정현, 권오준 등의 불펜진이 기대 이상의 투구를 하고 있지만, 3차전 이후부터는 마운드 대결에서 결코 우위를 장담할 수 없게 됐다. 삼성으로서는 타선이 좀 더 힘을 내야 할 상황이다. 9회 말 1득점 하면서 0패를 면했다는 점은 의미가 있었다. 

1승 1패로 시리즈 균형을 이룬 두산과 삼성은 잠실에서 3경기를 앞두고 있다. 탐색전 성격이 강했던 1, 2차전을 통해 서로의 전력과 전략을 파악한 양 팀인 만큼 보다 더 치열한 승부가 예상된다. 두 팀 모두 자신들의 장점을 극대화하는 것이 승리로 가는 길을 열어줄 열쇠가 될 것으로 보인다.

사진 : 두산베어스 홈페이지, 글 : 심종열 (http://gimpoman.tistor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