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 국가대표팀에게 프리미어 12 개막전은 변명할 수 없는 완패였다. 일본에 절대적으로 유리한 환경에서 펼쳐진 경기였지만, 대표팀은 투. 타에서 한 수 아래의 모습을 보였다. 그동안 국가대표 간 대결에서만큼은 일본과 대등하게 맞섰던 대표팀으로서는 불만족스러운 일전이었다.
하지만 첫 경기 완패가 앞으로 예선라운드에 있어 보약이 될 여지는 남아있다. 중남미 팀들이 대부분인 상대 팀들이 모두 만만치 않지만, 상대 팀들 모두 메이저리그거가 제외된 상황이다. 최상의 전력이 아니다. 예선 라운드 장소도 제3국인 대만이다. 예선 6개 팀 중 4위 안에만 들어도 토너먼트에 진출할 수 있다는 점을 고려하면 실망하기에는 이르다.
물론, 대표팀의 제대로 된 경기력을 보이는 것이 전제되어야 한다. 역대 가장 약하다는 평가를 받는 마운드는 전략적인 운영으로 약점을 메운다고 하지만, 허약해진 마운드의 부담을 덜어줘야 하는 팀 타선은 선수들의 분전이 필요한 부분이다. 그중에서 테이블 세터진을 구성하고 있는 이용규, 정근우 두 베테랑에 대한 기대가 클 수밖에 없다.
이용규, 정근우는 오랜 기간 대표티에서 소속팀에서 팀 타선의 주축 선수였다. 베이징 올림픽 금메달의 영광과 각종 국제대회에서 그 활약은 눈부셨다. FA 계약으로 한화로 이적한 이후 두 선수는 한화의 하위권 탈출의 선봉에 섰다. 올 시즌 두 선수는 한화의 돌풍을 이끌었다. 비록 한화의 포스트시즌 진출은 좌절됐지만, 한화는 최근 들어 가장 인상적인 시즌을 만들었다.
프리미어 12에서도 이용규, 정근우는 대표팀 타선의 선봉에 섰다. 이용규는 올 시즌 0.341의 타율에 168개의 안타, 4할이 넘는 출루율에 28개의 도루로 그동안 그를 괴롭혔던 부상에서 벗어나 강력한 1번 타자로 돌아왔다. 좀처럼 삼진을 당하지 않는 끈질긴 면모도 다시 돌아왔다.
정근우는 올 시즌 초반 타격 부진으로 어려움을 겪기도 했지만, 중반 이후 타격감을 끌어올리며 맹활약했다. 타율은 3할을 넘겼고 두자릿수 홈런을 기록하며 만만치 않은 파워도 과시했다. 무엇보다 10년 연속 20도루 이상의 대기록을 달성하며 의미있는 시즌을 보냈다.
풍부한 경험과 기량을 갖춘 두 선수의 조합은 대표팀에게 최상의 테이블 세터진이었다. 하지만 일본과의 첫 경기에서 두 선수는 기대했던 역할을 하지 못했다. 일본 선발 오타니를 비롯한 상대 투수들의 막강한 면도 있었지만, 테이블 세터진의 출루하지 못하면서 공격의 활로를 찾기 힘들었다. 경기 후반 타선이 살아나는 상황에도 대표팀은 중심 타선이 득점 기회를 만들고 하위 타선으로 이어지는 흐름이 이어졌다. 이런 흐름의 결과는 무득점 완패였다.
김현수, 이대호, 박병호로 이어지는 대표팀의 중심 타선은 분명 위력적이다. 정확도와 파워를 겸비하고 있고 경험도 풍부하다. 문제는 이 중심 타선 앞에 얼마나 주자가 많이 출루할지 여부다. 일본과의 첫 경기에서는 그것이 잘 이루어지지 않았다.
이용규, 정근우는 타자로서 주자로서 까다로운 유형의 선수다. 수 싸움에 능하고 누상에 출루하면 상대 베터리를 괴롭힐 수 있는 주루능력과 센스를 갖추고 있다. 이런 주자를 두고 대표팀 중심 타선을 상대하는 건 상대 투수에 큰 부담이다. 일본에 비해 상대적으로 약한 투수들을 상대할 예선라운드에서는 테이블 세터진의 더 나은 활약이 기대되고 승리 가능성을 높일 수 있는 요소가 될 수 있다. 마운드에 약점이 있는 대표팀으로서는 초반 득점으로 기선제압을 하는 것이 중요하기 때문이다.
대표님은 이제 한 번의 패배를 당했을 뿐이다. 그 패배가 일본에 당했다는 점이 아쉬움을 더했지만, 아직 예선 라운드에서 만회할 기회는 충분하다. 대회에 참가한 이상 약한 전력 탓만을 할 수없다. 가지고 있는 전력을 충분히 활용해 결과물을 만들어야 한다. 상대적으로 상황이 나은 타선의 폭발이 절대적으로 필요한 대표팀이다.
그 타선을 이끌어야 하는 이용규, 정근우의 역할이 소중한 이유이기도 하다. 이들을 대신할 젊은 선수들이 있긴 하지만, 큰 경기 경험이 풍부한 이들을 대신할 정도의 신뢰감을 주지 못하고 있다. 이용규, 정근우 테이블세터 조합이 이전 국제대회처럼 다시 위력을 발휘할 수 있을지 이는 대표팀의 프리미어 12 결과에도 큰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사진 : 프리미어 12 홈페이지, 글 : 심종열 (http://gimpoman.tistory.com)
'스포츠 > 2015 프로야구' 카테고리의 다른 글
[프리미어 12] 질풍노도 타선, 폭풍 2연승 대표팀 (1) | 2015.11.13 |
---|---|
[프리미어 12] 대표팀 첫 승 이끈, 왕년의 롯데 투,타 주역 이대호,장원준 (2) | 2015.11.12 |
메이저리거 2명 배출 뒤 찾아온 대 전환기, 넥센 히어로즈 (4) | 2015.11.10 |
[프리미어 12] 극복하지 못한 텃세, 예정됐던 일본전 완패 (1) | 2015.11.09 |
메이저리그 진출 새 역사 만들어 가고 있는 박병호 (1) | 2015.11.08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