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스토브리그에서 롯데의 신속하고 전략적인 대응이 돋보이고 있다. 신임 조원우 감독과 코치진 개편 작업을 시즌 후 일찌감치 마친 롯데는 올 시즌 큰 활약을 한 외국인 선수 3명을 재계약을 확정했다. 이후 FA 시장에서도 큰 성과를 거뒀다. 롯데는 윤길현, 손승락 두 강력한 불펜 투수를 외부에서 영입하면서 오랜 기간 롯데의 숙제였던 불펜 보강의 과제를 풀어냈다.
선발과 불펜이 모두 가능한 내부 FA 투수 심수창을 한화에 내주었지만, 팀의 선발진의 한 축을 이루고 있는 프랜차이즈 스타 송승준을 잔류시키면서 전력 손실을 최소화했다. 이에 그치지 않고 롯데는 2차 드래프트와 FA 보상 선수를 둘러싼 지략 대결과 방출 선수 영입 등에서 성공적인 결과물을 만들어냈다.
불펜과 선발을 오가며 마당쇠 역할을 했던 베테랑 투수 김승회를 FA로 영입한 윤길현의 보상선수로 SK에 내주었지만, 한화로 떠난 심수창의 보상 선수로 빠른 공을 던질 수 있는 유망주 투수 박한길을 영입했고 한화에서 방출된 최영환을 재빠르게 영입하면서 미래 투수자원을 확보했다. 넥센이 손승락의 보상 선수 대신 현금을 택하면서 선수 유출을 막았다.
(돌아온 고원준, 4, 5선발의 갈증 풀어줄까?)
타선은 메이저리그 진출이 좌절된 손아섭, 황재균이 잔류하면서 올 시즌 전력을 그대로 유지했다. 올 시즌 공격에서만큼은 크게 발전된 모습을 보였던 롯데였기에 이들의 잔류를 반가운 일이었다. 결과적으로 롯데는 김승회, 심수창 두 베테랑 투수를 잃은 대신 윤길현, 손승락이라는 더 나은 기량을 갖춘 불펜 투수를 얻었고 한화로부터 신인 상위 지명을 받았던 유망주 투수를 더 추가하면서 현재의 전력강화와 미래의 희망도 함께 잡을 수 있었다.
이를 통해 롯데는 고질적인 불펜 문제 해결에 있어 구체적인 성과를 거뒀다. 프리미어 12에서 맹활약한 베테랑 정대현에 윤길현, 손승락으로 이어지는 필승 불펜조는 상대팀에 상당한 부담이 될 수 있다. 여기에 올 시즌 kt에서 영입돼 마무리 투수 역할까지 했던 이성민은 한 층 더 부담을 덜고 불펜진에 힘을 더할 수 있다. 이 밖에 무너진 불펜진에서 고군분투했던 홍성민에 두 베테랑 좌완 이명우, 강영식의 조합이라면 추격조, 필승조 모두를 강화키실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물론, 베테랑 3인방이 제 실력을 발휘해야 한다는 전제가 있지만, 누구 한 명의 부진하더라고 이를 대체할 자원이 풍부해졌다는 점은 불펜진 운영에 있어 한결 여유를 가지게 할 수 있다. 올 시즌 부진했던 김성배 등 기존 불펜 투수들의 분전을 이끌어낼 수 있는 것도 부수적인 효과로 기대된다.
이렇게 불펜진 강화에 성공한 롯데지만, 선발진은 아직 의문부호가 남는다. 외국인 원투 펀치, 린드블럼, 레일리가 내년 시즌에도 함께 하지만, 이들과 보조를 맞출 토종 선발진들의 역할이 필요하다. 제3선발 투수로 유력한 베테랑 송승준이 잔류했지만, 그는 이미 전성기를 지났다. 과거와 같은 강력한 선발 투수의 모습은 기대하기 어렵다. 그의 뒤를 이을 4, 5선발진이 중요하다.
실제 올 시즌 롯데는 4, 5선발의 문제를 시즌 내내 해결하지 못했다. 동계 훈련 과정에서 여러 선수들에게 선발투수를 준비시키고 시즌중에 다양한 실험을 했지만, 결과는 신통치 않았다. 시즌 후반 롯데가 포스트시즌 경쟁에서 밀린 중요한 요인 중 하나는 허약한 불펜진의 문제도 있었지만, 불펜진의 약점을 메워줄 선발 투수진의 힘이 너무 부족한 탓이었다.
내년 시즌 포스트시즌 진출을 기대하는 롯데라면 강해진 불펜진에 보조를 맞출 선발진 구성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다행히 젊고 유망한 후보들은 많다. 올 시즌 kt에서 트레이드 영입한 박세웅은 미래가 기대되는 선발투수 자원이고 군에서 제대한 고원준, 진명호도 선발진 후보다. 시즌 후반 가능성을 보였던 신이 상위 픽 지명자 김원중도 선발진에 힘을 보탤 수 있다.
이 중에서 고원준, 진명호, 김원중으로 이어지는 20대 투수들의 모두 군필자라는 점은 롯데에게 매우 긍정적인 부분이다. 특히, 팀내 최고 유망주 투수였지만, 사생활 문제가 겹치며 성장하지 못했던 고원준이 군 복무후 한결 성숙한 모습을 보인다는 점은 그의 내년 시즌을 기대하게 한다. 롯데로서는 이들 젊은 선발 투수 후보들이 남은 선발 2자리를 무리 없이 채워준다면 이상적인 선발 투수진을 구축할 수 있다.
물론, 좌완 선발투수 자원이 부족이 아쉽지만, 우완 정통파 린드블럼에 좌완 기교파 레일리 노련한 송승준에 힘 있는 공을 던지는 젊은 선발 투수의 조합은 기대감을 높인다. 이제 남은 건 풍부해진 자원을 어떻게 잘 조합하고 젊은 선수들을 성장시킬 수 있을지가 될 것으로 보인다. 롯데가 스토브리그 동안 이뤄낸 성과를 내년 시즌 더 나은 결과로 만들어 낼 수 있을지 일단 마운드의 기상도는 맑음이다.
사진 : 롯데 자이언츠 홈페이지, 글 : 심종열 (http://gimpoman.tistor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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