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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철의 동네 한 바퀴 9번째 이야기는 오랜 역사를 자랑하는 서해안의 항구 군산, 월명동과 해신동이었다. 군산은 과거 일제시대 곡창 지대였던 호남 지역의 쌀이 대규모로 일본으로 반출되던 창구로서 번성했다. 하지만 군산은 일본인들에게 군산은 풍요와 번영의 항구였지만, 우리에게는 수탈과 아픔의 항구이기도 했다. 

지금도 군산에는 일제시대 일본인들이 거주하고 사용하던 일본식 건축물이 다수 남아있다. 이 건축물을 적이 남겨주고 떠났다고 하여 적산가옥이라고 하는데 지금은 근대사의 유적지로 존재감을 이어가고 있다. 최근에는 문화재로 보존되고 있다. 모 국회의원이 목포에 대규모로 구입해 투기 의혹에 휩싸여 있는 건축물들도 적산가옥들이 상당수다. 역사적 사료로 보존되고 그 모습을 유지하는 건 가치 있는 일이지만, 반대로 일제시대 건축물이 여전히 많이 남아있다는 건 그만큼 그 지역이 낙후되고 개발되지 않았다는 것을 의미하기에 반갑기만 하지는 않다.

군산 역시 과거의 모습을 많이 간직하고 있지만, 지역민들이 원했던 것만은 아니었다는 점에서 결코 반갑다고만 할 수 없다. 또한 최근 군산에는 지역 경제에 큰 비중을 차지하던 한국 GM 공장이 폐쇄되면서 지역 경기가 더 침체되는 아픔이 있었다. GM 군산 공장의 근무자 상당수가 직장을 잃었고 하청업체와 공장 인근에서 장사를 하던 이들도 경제적으로 큰 타격을 입었다. 가뜩이나 지역 경기가 어려워지는 시점에 군산에는 그 어려움이 가중됐다. 






군산의 여정은 그만큼 무겁게 느껴질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그곳의 사람들은 절망에만 빠져있지 않았다. 더 나은 삶과 희망을 위해 온 힘을 다하고 있었다. 그렇기에 작지만 희망도 발견할 수 있었다. 군산 앞바다에서 시작한 여정이 활력이 넘치는 수산물 시정을 첫 번째 방문지로 정한건 분명 의미가 있었다. 

그곳에서 상인들은 오순도순 정을 나누며 삶을 일궈나가고 있었다. 지역의 별미 박대구이로 함께 한 소박한 점심 한상에서 진행자와 상인들의 온기가 가득 피어났다. 박대구이의 향을 뒤로하고 여정은 과거의 모습이 그대로 남아있는 골목길, 벽화길을 따라가다 허름한 복싱 체육관으로 향했다. 

이 체육관은 노부부가 운영하고 있었다. 세월의 흐름 속에 시설은 낡고 초라해 보이기도 했지만, 과거 지역의 복싱 종목의 산실로 이곳을 거쳐간 다수 선수들의 수상 이력들이 체육을 채우고 있었다. 이 체육관을 운영하는 부부는 과거 배고프고 힘든 시절 그 현실을 극복하고 성공을 위해 복싱 종목을 시작한 선수들의 자식처럼 보듬고 돌봐주며 80년대 복싱 부흥기에 다수의 수상 경력자를 키워냈다. 지금은 시대가 변하고 복싱 입문자가 급격히 줄어들면서 과거의 영광들이 이곳을 지탱하고 있지만, 노부부의 제자 사랑은 과거 군산의 복싱 선수들에게 어디서도 만날 수 없는 희망의 불빛이었다. 

과거 희망의 장소였던 복싱 체육관을 떠난 여정은 거리의 식당으로 향했다. 수십 년을 이어온 이 식당은 오랜 세월 식당을 지켰던 어머니와 아들이 운영하고 있었다. 어머니의 걱정 어린 잔소리를 묵묵히 받아들이며 요리를 하고 있던 아들은 GM 군산공장의 폐쇄와 함께 직장을 잃으면서 실직의 아픔을 겪었다. 그는 한때 깊은 실의에 빠져있었지만, 어머니가 운영하는 식당에서 새로운 희망을 찾으려 했고 열심히 일을 배웠다. 그 결과 지금은 진행자도 인정하는 요리 실력도 갖췄다. 여전히 힘들지만, 큰 시련을 이겨낸 아들과 그 아들은 곁에서 지켜주고 보듬어 주는 어머니의 모습은 잔잔한 감동을 느끼게 했다. 

중간중간 일제시대 건축물인 일본식 사찰 동국사와 부유한 일본인이 건축했던 히로쓰 가옥에서 잠시 발걸음을 멈추고 한숨을 쉰 여정은 카페로 꾸며진 작은 호떡집으로 이어졌다. 씨앗호떡을 팔고 있는 이 호떡 카페는 흔히 노점에서 사 먹던 호떡의 개념을 완전히 바꾼 아이디어 돋보이는 가게였다. 자신이 고안한 호떡 제조 기계까지 볼거리와 재치가 돋보이는 호떡 카페의 사장은 아직 젊은 아가씨였다. 

호떡 카페의 사장은 과거 꿈 많은 청춘 시절을 보냈지만, 집안의 경제적 어려움에 가장이 됐고 치열한 생활전선에 뛰어들었다. 고속도로 휴게소의 호떡집에서 수년간 일하면서 배운 기술과 자신의 노하우를 결합해 군산에서 호떡 카페를 열었다. 결코 쉬운 일상은 아니지만, 호떡 카페의 사장은 긍정 마인드로 가득했다. 그가 진행자의 손에 쥐여준 호떡에는 남은 배려하는 따뜻함이 가득했다. 

호떡 카페의 따뜻함을 가지고 어둠이 내린 거리로 내려선 여정은 케스트하우스가 많은 군산의 월명동 거리로 마지막 여정을 이어갔다. 이곳에서 군산이 좋아 게스트하우스를 만들고 이곳을 운영하고 있는 부부를 만났다. 많은 방문자들이 감사 메모와 메시자가 인상적인 이 게스트하우스는 부부의 정성으로 깔끔하고 잘 정돈되어 있었다. 

게스트 하우스에서 군산을 홀로 여행하는 젊은 여행자들과 대화를 나눌 수 있었다. 현실의 어려움 속에서도 꿋꿋하게 자신의 인생을 개척해가고 있는 이들에게 군산은 그들에게 삶의 에너지를 충전해 주는 힐링의 장소로 보였다. 게스트하우스 주인과 방문자들과의 대화 속에 군산의 밤은 깊어갔다. 

군산은 과거에도 현대에서도 많은 아픔들을 안고 있었다. 하지만 그 속에서 사람들은 좌절하기보다는 스스로 희망을 만들고 삶은 개척해나가고 있었다. 군산에서의 여정은 과거의 추억 찾기만 한 것이 아닌 희망까지 함께 찾아가는 여정이었다. 


사진 : 프로그램 홈페이지, 글 : jihuni7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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