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수 이지영이 원 소속팀 키움과 계약하면서 잠잠하던 FA 시장의 문이 열렸다. 물밑에서 협상이 오가는 가운데 2차 드래프트 결과까지 나오면 계약 소식이 여기저기서 터져 나올 가능성이 크다. 리그 판도를 변화시킬만한 특급 선수가 없다는 평가와 함께 보상 선수 규정이 여전히 남아있는 상황에서 팀을 옮기는 선수를 만나기 어려워 보인다. 프로 각 구단들 역시 외부로부터의 선수 영입에 적극적이지 않다.
결국, FA 선수들의 원 소속팀과의 협상에 주력할 수밖에 없다. 이는 협상 주도권을 구단들이 가지게 됨을 의미한다. 이 과정에서 상당수 선수들 특히, 베테랑 선수들은 자신의 의도와 큰 차이를 보이는 계약조건을 받아들일지 말지를 고심하게 될 가능성이 크다. 하지만 선수 생활을 이어가지 위해서는 선택의 여지는 거의 없다. 구단의 선처를 기대할 수밖에 없는 베테랑 선수들의 처지다.
롯데 두 베테랑 불펜 투수 손승락과 고효준 역시 타 팀과의 계약을 기대하기 어렵다. 하지만 두 투수는 모두 롯데 불펜진에 필요한 자원이다. 선수 육성에 온 힘을 다하고 있는 롯데지만, 마운드의 전력 누수를 단기간에 메우긴 어렵다. 롯데는 손승락과 고효준이 필요하지만, 그렇다고 장기 계약을 안겨주기도 어렵다. 자신들의 가치를 인정받고 싶은 손승락과 고효준과 롯데의 협상은 롯데쪽으로 추가 기울어있지만, 쉽게 결말을 얻기도 쉽지 않다.
손승락은 이번에 두 번째 FA 자격을 얻었다. 2016 시즌 롯데와 대형 계약으로 키움의 전신 넥센 히어로즈의 마무리 투수에서 롯데의 마무리 투수로 변신한 손승락은 4년간 그 자리를 지켰다. 롯데는 손승락과 함께 SK의 마무리 투수로도 활약했던 윤길현까지 영입해 강력한 불펜진을 구축했다고 자평했다.
하지만 윤길현은 4년간 부진을 거듭했고 롯데는 올 시즌 후 그를 방출했다. 손승락은 2017 시즌 37세이브를 기록하며 세이브 1위를 차지하기도 했지만, 나이에 따른 기량 저하를 피하지 못했다. 올 시즌에는 시즌 도중 마무리 투수 자리를 내주기도 했다. 4승 3패 9세이브 방어율 3.93, 강력한 마무리 투수로는 부족한 손승락의 올 시즌 성적이었다.
무엇보다 구위 저하가 뚜렷했다는 점이 문제였다. 손승락은 시즌 후반기 마무리 투수로 복귀해 안정감을 보이기도 했지만, 일찌감치 팀 순위가 최하위로 쳐지고 순위 경쟁에서 멀어진 팀 상황 등을 고려하면 기량 회복의 가능성을 보였다고 하기는 무리가 있다. 여기에 손승락은 내년 시즌이면 30대 후반을 넘어 40을 바라보는 나이가 된다. 풀타임 마무리 투수로 활약하기에는 부담이 크다. 직구와 컷패스트볼에 의존하는 그의 투구 스타일을 고려하면 구위 저하는 손승락에게 치명적이다. 올 시즌 변화구를 추가하는 시도도 있었지만, 변화한 패턴이 자리 잡을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물론, 손승락의 오랜 경험은 분명 큰 장점이다. 기본적으로 제구가 안정적이고 짧은 이닝을 버틸 수 직구의 구위가 있다. 불펜 투수로의 경쟁력이 있다. 투구 간격이나 이닝을 조절한다면 활용할 수 있다. 하지만 풀타임 마무리 투수로서 그를 다시 중요하기는 부담이다. 결국, 롯데는 기존 계약에게 크게 삭감된 계약 안을 제시할 가능성이 크다. 계약 기간 역시 2년 인상을 기대하기 어렵다.
좌완 불펜 고효준은 올 시즌 롯데의 유일한 좌완 불펜 투수라 할 수 있었다. 2018 시즌 무려 75경기에 등판할 정도로 자주 마운드에 올랐다. 항상 기복이 심한 투구가 약점이었지만, 올 시즌 고효준은 전천후 불펜 투수로 비중이 상당했다. 방어율은 4점대 후반이었지만, 15홀드를 기록했다. 15홀드는 롯데 불펜 투수 중 가장 많은 수치다. 롯데에서는 가장 믿을만한 불펜 투수가 고효준이었고 한때는 마무리 투수 역할도 했었다. 2018 시즌보다 2019시즌 더 나아진 투구 내용을 보였다는 점도 긍정적이다.
고효준은 롯데에 절대 부족한 좌완 불펜 투수라는 점은 큰 장점이지만, 손승락과 마찬가지로 30대 후반의 나이가 부담이다. 기량 저하 가능성이 상존하고 계속된 활약을 담보하기 어려운 면도 있다. 고효준의 기대치를 충족시킬 제안을 롯데가 할 수 있을지는 불투명하다.
2020시즌을 앞둔 롯데는 젊은 선수들의 육성을 가장 우선 과제로 삼고 있다. 그에 필요한 투자도 확대하고 있다. 하지만 팀 연봉 1위인 롯데가 성적에 대한 미련을 완전히 버릴 수도 없다. 외국인 선수의 활약이 팀 성적에 큰 영향을 미치는 리그 특성상 외국인 선수 영입을 통한 전력 향상도 기대할 수 있다. 이를 위해서는 가지고 있는 전력을 유지하는 것이 필요하다.
이번 FA 시장에서 외부로부터의 영입은 사실상 포기한 롯데지만, 내부 FA에 대한 협상을 소홀히 할 수 없는 이유다. 중심 타자인 전준우는 물론이고 손승락, 고효준 두 베테랑 불펜 투수들과 원만한 계약이 필요하다. 다만, 그동안의 고비용 저효율의 팀을 변화시키려는 노력을 지속하는 상황에서 냉정한 선수 평가와 합리적 계약이라는 명분과 함께 해야 하는 롯데가 기존 선수들과 쉽게 계약에 이를지는 지켜볼 부분이다.
사진 : 롯데 자이언츠 홈페이지, 글 : jihuni7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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