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시즌 롯데 라인업에서 최대 강점은 국가대표급 선수 3명이 자리한 외야였다. 팀 간판타자라 할 수 있는 손아섭에 장타력을 겸비한 전준우, 리그 최고 수비 능력과 3할 이상의 타격 능력을 겸비한 민병헌 모두 리그에서 손꼽히는 외야수였기 때문이다. 이들은 경험과 실력을 겸비한 선수들이고 모두 FA 계약을 체결한 이력이 있다.
하지만 불안 요소가 없는 건 아니었다. 이들은 모두 30살을 훌쩍 넘어 30대 중반의 나이를 향하고 있기 때문이었다. 롯데는 이들을 이어갈 수 있는 젊은 외야 자원 확충에 오프시즌 기간 상당한 공을 들였다. 트레이드와 2차 드래프트를 통해 재능 있는 20대 외야수 추재현과 최민재를 영입했고 지난 시즌 오랜 무명 선수의 시간을 끝내고 가능성을 보인 외야수 허일에 내야수였던 강로한, 고승민의 외야 전향을 시도했다. 강로한과 고승민은 공격에서 가능성을 보였지만, 내야 수비에서 아쉬움을 가지고 있었다.
롯데는 이들의 타격 능력을 발휘할 수 있도록 기회를 주었다. 허일, 추재현, 최민재, 강로한, 고승민은 모두 롯데에 부족한 좌타라는 희소성을 가진 선수들이었다. 롯데가 외야수 전준우의 1루수 전환을 시도한 것도 이들에서 기회를 주기 위한 하나의 방편이었다.
롯데의 구상은 완전히 현실화되지 않았다. 1루수 전향을 준비하던 전준우는 시즌 개막과 함께 외야수로 돌아갔다. 대신 내야와 외야가 가능한 정훈이 중심 타자 이대호와 1루와 지명타자 자리를 양분했다. 롯데가 기대했던 젊은 외야 자원들은 백업 자리를 놓고 경쟁구도를 형성했다.
마침 정훈이 시즌 초반 좋은 타격감을 유지하며 활약하면서 롯데의 구상은 어느 정도 맞아들어가는 듯 보였지만, 정훈이 부상으로 엔트리에서 제외되고 외야의 한 축인 민병헌이 부상과 부진에 빠지면서 롯데 외야진이 헐거워졌다. 롯데는 민병헌과 정훈을 대신해 앞서 언급한 선수들에게 기회를 주었지만, 아직은 1군에서 한자리를 차지하기에 부족함을 보여주었다. 롯데는 또 다른 대안을 모색했다. 그 과정에서 김재유라는 이름이 엔트리에 자리를 잡았다.
김재유는 좌타자에 빠른 발을 가진 선수로 롯데에 부족한 기동력 야구를 구현할 수 있는 선수였다. 하지만 타격에서 좀처럼 발전되는 모습을 보이지 못하면서 주로 2군에 머물러야 했다. 2015 시즌 육성선수로 롯데에 입단한 그는 대주자, 대수비 요원으로 가끔 1군에서 모습을 보였지만, 그 기간은 길지 않았다. 그나마도 1할대 타율로 공격력이 필요한 외야수로서 깊은 인상을 남기지 못했다. 군 입대 후 퓨처스 리그 상무에서 2시즌을 보낸 김재유는 그 기간 기량을 발전시켰고 올 시즌 퓨처스 리그에서 점점 존재감을 드러냈다. 2군에서의 계속된 활약은 그에게 기회로 다가왔다.
1군 외야 경쟁에서 크게 주목받지 못했던 김재유는 6월 1군에 콜업된 이후 역할 비중을 점점 높여가고 있다. 10경기 24타석에 불과하지만, 3할이 넘는 타율과 함께 득점권에서 높은 타율을 선보이며 선발 라인업에 그의 이름을 더 많이 올려놓고 있다. 롯데가 주말 3연전을 스윕 당할 위기에서 치러진 6월 28일 경기에서는 선발 1번 타자로 출전해 2안타 1타점 1도루로 맹활약했다. 1번 타자의 활발한 공격은 이전 경기에서 부진했던 롯데 타선이 다시 힘을 내는 발판이 됐다. 롯데는 그 경기에서 7 : 3으로 승리하며 주말 3연전을 스윕 당할 위기를 벗어났다.
이 경기를 통해 김재유는 1군에서 더 중용될 가능성을 높였다. 김재유는 빠르다는 장점만으로도 롯데에 큰 힘이 될 수 있다. 올 시즌 롯데가 집중 안타와 홈런이 나오지 않으면 좀처럼 득점하지 못하는 답답한 경기가 많은 상황에서 빠른 선수의 출루는 공격의 다양성을 더해줄 수 있고 경기 후반 승부처에서 중요한 무기가 될 수도 있다.
주말 3연전에서 상대한 삼성은 부족한 장타력을 지속적인 도루 시도 등 기동력 야구로 롯데를 괴롭히며 2승 1패 시리즈를 만들었고 앞으로 기동력 야구는 삼성의 중요한 공격 루트가 될 가능성이 크다. 올 시즌 득점력 빈곤에 시달리는 롯데로서는 김재유 같은 빠른 선수가 라인업에 포함되는 것이 큰 도움이 된다.
여기에 주전 외야수들의 체력 안배로 고려하지 않을 수 없다. 손아섭, 전준우, 민병헌은 분명 수준급 선수들이지만, 올 시즌 쉼 없이 이어지는 경기 일정이 부담이 되는 나이다. 특히, 민병헌은 매 시즌 체력적인 부담이 상당했다. 공수를 겸비한 제4의 외야수가 필요한 이유다. 올 시즌 롯데는 이들을 대신할 외야 후보군이 대부분 기대를 충족시키지 못했다. 김재유는 그 가능성을 보인다는 점은 긍정적이다.
하지만 그의 계속된 활약을 기대하는 건 아직 무리다. 그는 1군에서 경기 출전 경험이 부족하고 기록의 표본도 부족하다. 시즌마다 잠깐 활약하다 스쳐간 선수들이 상당수 있었다. 김재유도 그중 한 명이 될 수도 있다. 다만, 김재유는 누구보다 강한 절실함이 있다.
2015 시즌 입단한 이후 1군에서 이렇다 할 족적을 남기지 못했고 1992년 생은 그는 내년이면 30살에 접어든다. 20대 경쟁 선수들에 비해 기회의 폭이 크지 않다. 지금 기회에서 확실히 자신의 입지를 다지지 못하면 밀려날 수 있는 불안정한 위치다. 자신의 장점을 살려 1군에 머물러야 하는 상황이다. 최근 1군에서의 활약은 그에게 큰 동기부여 요인이 되는 건 분명하다. 안심할 수 없지만, 기회를 잃지 말아야 하는 김재유다. 김재유로서는 지속력을 얼마가 계속 가져갈 수 있을지가 중요하다. 롯데로서는 김재유의 활약이 내부 경쟁을 통한 외야 자원 확보의 중요한 촉매제가 되길 기대할 것으로 보인다. 김재유가 단순히 잠깐의 촉매제로 그칠지 아니면 기회를 자신의 것으로 만들지 앞으로 그의 활약이 궁금하다.
사진 : 롯데 자이언츠 홈페이지, 글 : jihuni7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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