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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다가도 모를 시즌 후반기를 보내고 있는 롯데가 꺼져가던 5위 추격의 불씨를 다시 되살렸다. 롯데는 9월 26일 KIA전에서 초반부터 타선이 대폭발하며 16 : 3으로 대승했다. 롯데는 직전 최하위 한화와의 2연전에서 모두 패배하며 크게 멀어졌던 5위권과의 격차를 다시 좁혔다. 6위 KIA와는 2경기 차, 5위 두산과는 3.5경기 차다. 롯데 팬들이 이제는 어렵겠다는 생각을 하면 다시 승리로 희망을 되살리게 하는 도깨비팀 같은 롯데다. 

롯데의 승리와 함께 가장 주목해야 할 선수는 선발 투수 이승헌이었다. 이승헌은 초반 타선의 전폭적인 득점 지원 속에 5이닝 5피안타 2사사구 5탈삼진 3실점의 투구로 승리투수가 됐다. 2018 시즌 롯데에 입단해 프로에 데뷔한 이후 1군에서 첫 선발승으로 그에게는 큰 의미가 있는 승리였다. 

이 승리가 더 의미가 있었던 건 이승헌이 큰 불운을 이겨낸 결과물이었다는 점이다. 이승헌은 입단 당시부터 196센티미터에 이르는 큰 신장으로 대표되는 우월한 신체조건과 빠른 공을 던질 수 있는 투수로 큰 주목을 받았다. 2군에서 착실히 단계를 밟아 1군 데뷔를 준비했던 이승헌은 올 시즌 초반 선발 등판의 기회를 잡았다. 롯데는 선발 투수진의 부상으로 대체 선발투수가 필요했고 2군 경기에서 좋은 투구 내용을 보이고 있는 이승헌을 콜업했다. 

 

 



이승헌은 5월 17일 한화전에 선발 투수로 나섰다. 1군 경기 경험이 2019 시즌 한 경기에 불과했던 이승헌에는 긴장할 수밖에 없는 경기였다. 이승헌은 긴장을 떨쳐내고 경기 초반 위력적이 구위를 앞세워 호투했다. 하지만 3회 초 수비에서 예상치 못한 불행이 찾아왔다. 만루 위기에서 이승헌은 상대 타자의 강한 타구에 머리를 맞고 쓰러졌다. 경기를 지켜보던 선수들이나 야구팬들 모두가 놀랄 수밖에 없는 순간이었다. 큰 고통을 호소하던 이승헌은 병원으로 후송되었고 이후 상당 기간 치료에 전념해야 했다. 부상 부위가 워낙 민감한 곳이라 철저한 치료와 재활이 필요했다. 이승헌에게는 설레는 1군 첫 선발 등판 경기가 악몽이 되고 말았다. 

더 큰 문제는 부상 회복 이후에도 강한 트라우마가 남을 수 있다는 점이었다. 투수로서 계속 나서야 하는 그에게는 투수를 향하는 타구가 필연적이기 때문이다. 큰 부상의 기억은 그를 심리적으로 위축시킬 수 있었다. 이승헌은 조심스럽게 마운드에 복귀했고 몸을 다시 만들었다. 롯데는 그를 위해 메이저리그에서 사용하는 머리 보호대를 공수해 제공했다. 롯데팬들 역시 그에게 큰 격려를 보내며 응원했다. 

이런 배려 속에 이승헌은 서서히 기량을 되찾았고 1군 등판의 기회를 기다렸다. 롯데는 시즌 후반기 선발 투수 이승헌 카드를 다시 꺼내들었다. 롯데는 5인 로테이션 한자리를 책임졌던 서준원의 이닝 수 조절과 불펜진 강화를 위해 서준원을 불펜으로 전환했고 이승헌이 그 자리를 채웠다. 이승헌의 구위가 역량을 믿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이승헌에게는 이런 기회가 너무나 소중했다. 

하지만 1군 복귀 첫 선발 등판의 결과는 기대와 차이가 있었다. 9월 20일 NC와의 더블헤더 1차전 선발 등판한 이승헌은 초반 무난한 투구를 했지만, 3회 초 폭투로 2실점하는 불운이 있었고 5회 초 실점 위기를 넘지 못했다. 후속 불펜 투수가 그가 남겨둔 주자의 득점을 허용하면서 이승헌은 4.2이닝 6피안타 2사사구 5탈삼진 6실점의 기록을 남기도 패전투수가 됐다. 구위는 위력적이었지만, 제구의 안정성과 경기 운영, 위기관리능력에서 아직은 보완해야 할 요소들이 많았던 등판이었다. 

이런 아쉬움을 뒤로하고 이승헌은 9월 26일 다시 선발 등판의 기회를 잡았다. 이승헌에게는 부담이 큰 경기였다. 롯데는 한화전 2연전 전패를 포함해 3연패 중이었고 상대는 5위 경쟁팀 KIA였다. 롯데는 올 시즌 KIA전 상대 전적에서 밀리는 상황이었고 경기장은 올 시즌 단 1승도 하지 못한 KIA의 홈구장이었다. 이승헌에게는 더 긴장되는 상황이었지만, 타선인 1회 초 7득점에 이어 3회까지 14득점을 하면서 그의 부담을 덜어주었다. 불운이 겹쳤던 그에게는 프로데뷔 첫 승을 위한 큰 행운이 찾아온 셈이었다. 

큰 득점지원을 등에 업은 이승헌은 보다 편안하게 투구할 수 있었다. 고비도 있었다. 3회 말 이승헌은 연속 안타를 허용하며 3실점했다. 크게 리드한 상황에서 다소 서두르는 투구가 그의 투구 리듬을 흔들리게 했다. 여기에 유리한 볼 카운트를 이끌어가지 못하고 불리한 불 카운트에게 스트라이크를 잡기 위해 던진 공이 통타당했다. 3회 말 3실점은 아쉬움이 있었지만, 이승헌은 4회와 5회를 무난히 무실점으로 넘기에 승리 투수 요건을 채웠다. 롯데는 다음 등판을 고려해 투구 수 87개의 이승헌을 마운드에 내렸고 롯데는 4명의 불펜 투수가 무실점으로 경기를 마무리하며 근래 들어 가장 편안한 승리를 했다. 

이렇게 이승헌은 당당히 1군 데뷔 첫 승리를 기록하게 됐다. 보통의 경우라면 쉽게 경험할 수 없는 어려움을 이겨낸 이승헌에게는 평생 기억에 남을 승리가 될 것으로 보인다. 경기 후 인터뷰에서도 그는 감정을 애써 숨기려 했다. 롯데로서도 시즌 후반기 선발 로테이션은 물론이고 팀의 미래까지 책임질 영건의 첫 선발승이 반가울 수밖에 없다. 

이승헌은 장점이 분명한 투수다. 아직 젊고 높은 타점에서 빠른 공을 던질 수 있다는 점이 매력적이다. 각도 큰 변화구도 갖추고 있다. 체계적인 관리를 받으면서 기량이 발전하고 있다. 다만, 제구의 일정함이 다소 부족하고 경기 운영 능력은 보완할 필요가 있다. 이는 경기 경험을 쌓으면서 나아질 수 있는 부분이다. 무엇보다 큰 시련을 겪으면서 정신적으로 한 단계 더 성숙할 수 있었다는 점은 남은 그의 야구 인생에서 큰 자산이 될 수 있다. 

이승헌이 KIA전 승리를 기점으로 남은 등판에서 더 발전된 모습을 보일 수 있을지 롯데의 5위 경쟁 희망을 지켜주는 변수는 물론이고 앞으로 미래를 밝혀줄 투수로 성장할 수 있을지 그동안 1차 지명 투수들의 성공보다는 실패의 기억이 많았던 롯데에게는 큰 재목이 등장한 건 분명하다. 

사진 : 롯데 자이언츠 홈페이지, 글 : jihuni7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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